퀵바

JNH

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1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3.20 12:57
조회
54
추천
0
글자
7쪽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DUMMY

네 식구가 탄 승용차는 공항신도시를 지나 인천대교로 접어들고 있었는데 이표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곳은 평양시내보다 훨씬 화려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활기차다.


스위스에서도 세련되고 번화한 도시의 모습에 놀랐었는데, 평양과 불과 2시간거리에 있는 이곳은 평양시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하다.



"이표야, 오늘은 집에서 푹쉬고 내일 엄마랑 백화점에가서 쇼핑 좀 하자."



조수석에 앉은 어머니는 룸미러를 보며 말했는데 조수석 뒤에 앉은 여동생은 스마트폰 화면을 계속 보면서 대신 대답을 했다.



"엄마 나도! 나도 같이 따라갈래."



"넌 얼마전에 인터넷으로 쇼핑했잖아. 평소에는 엄마 따라 안다니더니."


"엄마랑 백화점 가면 내가 사고싶은거 못사게 하잖아."


"넌 내일 무용학원 가는 날이지? 다음에 같이 가."



한동안 인천대교의 웅장한 모습에 취해있던 이표는 고개를 돌리고 옆자리의 여동생을 힐끗 쳐다봤는데 아까부터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평양에서 떠나기 전 보위부 간부는 남조선에 있는 위장가족 여동생이 자신의 친동생과 많이 닮았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신기하게도 진짜 닮아 있었다.


큰 눈에 눈썹이 진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하다. 이제 15살이 된다고 했으니 평양에 있는 친동생보다 한 살 언니다.


그녀는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듯 처음보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않았는데 다행히 공항에서 오빠라고는 불러주었다.


1년동안 영상으로 배웠던 서울말을 쓰고 있었는데 간혹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었지만 그녀의 말투에 최대한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다들 이런 말투를 쓸 것이다.


용산 이태원 아파트에 도착한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닫히자 어머니는 문 앞에 서 있는 이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6층이야. 이표야."


"네? 아..네."



그가 6층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평양 자신의 아파트에 있는 엘리베이터보다 훨씬 더 빠르고 소음도 적다.



"이표야, 이제 나한테 어머니라고 하지말고 엄마라고 해. 요즘에 어머니라고 부르는 애들이 어딨니?"



그녀가 작게 웃으며 말하자 이표는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는데 이제 어머니가 두 명이 되었다.



"네, 어머니...아니 엄마."



엘리베이터는 금방 6층에 도착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초대형 TV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평소에 보던 TV보다 대여섯 배는 커 보인다.


마지막으로 현관에 들어선 그는 바닥에 놓인 신발들을 보았는데 나이키 운동화와 샌들은 여동생의 것일 것이다.


그는 정품 나이키 운동화를 처음 본 것인데 요즘 평양에서는 중국산 가짜 나이키 운동화를 종종 볼 수 있다.


단속에 걸리면 교화소로 끌려갈 수도 있지만 최고위층 간부들 자제들은 몰래 신고 다닌다.


만약에 걸려도 단속원에게 달러를 쥐어주면 모른 체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남조선에 온 것을 실감한 그는 구두를 벗고 현관으로 올라섰는데 거실 테이블에 핸드백을 올려놓은 어머니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나실아, 오빠한테 방 어딘지 가르쳐 줘."


"알았어."


"그리고 오빠랑 이야기 좀 하고있어. 금방 식사 준비할게."


"알겠어."



그녀는 이표를 쳐다보더니 거실안쪽 오른쪽에 있는 방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야, 오빠."


"어..그래?"



그녀는 맞은 편에 있는 방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분홍색 문패가 걸려있다.



"여기는 내 방. 이거 보이지?"



문패를 가리키며 그녀가 처음으로 웃어보였는데 웃는 모습도 친동생과 많이 닯아 있다.



"그 방은 오빠가 직접 열어봐. 내가 꾸몄거든."



고개를 끄덕이며 이표가 방 문을 열자 잘 배치된 침대와 책상, 컴퓨터, 옷장등이 보였다.


평양에 있는 자신의 집 방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꽤 신경을 쓴 듯 했다.



"어때? 오빠."


"응. 깔끔하고 좋아."



----------------------------------------------------



"내 이름은 홍나실이야."


책상앞 의자에 앉은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은 이표를 보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는데 원래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인지 교육을 잘 받은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응. 그래. 알고 있어. 한국은 처음 온 거나 마찬가지니까 앞으로 많이 도와줘."


"그래, 알았어. 뭐든 다 물어 봐. 아 참, 오빠 폰 없지?"


"폰?"


"......"


"전화기?"



그녀는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



"오빠, 폰이 뭔지도 몰라?"


"아..스위스에선 폰이라고 안 하거든."


"그래? 아무튼 오빠 폰은 여기 서랍에 있어."



그녀는 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책상 맨 위 서랍을 열더니 검정색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그는 어리둥절했는데 남조선에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는 말을 교육시간에 들은 적이 있지만 학생들까지 가지고 다닐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오빠, 인스타 계정있어?"


"인스타?"



그는 인스타가 뭔지 몰랐지만 의심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충 얼버무렸다.



"아...아 그거...아직 없어. 왜?"


"스위스 사람들은 인스타도 안해? 페북은?"


"페북? 어..그것도 안해."



페북이 뭔지 몰랐지만 스위스에서도 다들 아는 단어일거라는 생각에 그는 일단 아는 척을 했다.



"헐 대박. 오빠 진짜 공부만 했구나."


"어?"



남조선 서울말 교육시간에 '헐', '대박'이라는 단어를 배운 적이 없었지만 그는 이 단어들이 무언가에 놀랄 때 쓰는 말일 거라고 짐작했다.



"오빠, 안되겠다. 여긴 한국이니까 내가 우선 카톡부터 가입시켜줄게. 뭐 인스타나 페북은 안 하는 남자애들도 많으니까..."



그녀가 책상위의 컴퓨터 전원을 켜자 몇 초 만에 부팅이 되었는데 그녀는 재빨리 인터넷 창을 열었다.


'인터넷'에 대해서 교육받은 적이 있지만 그때 담당선생은 이메일을 확인할 때 외에는 인터넷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말을 했었다.


평양에서는 일부 소수 계층들만 중국과 러시아 사이트까지 접속할 수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도 인터넷이 아닌 CD로 밀거래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 폰 번호가 있어야 하네."



그녀는 아쉽다는 듯이 인터넷 창을 닫더니 다시 이표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빠, 주민번호는 있지?"


"아, 그건 있어."



그는 처음으로 아는게 있는 셈이었는데 주민등록번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외울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해?"


"아니, 월요일에 엄마랑 같이 가서 개통해야 해."


"아 그래?"



그때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빨리 와서 밥 먹어. 배고프지?"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지만 그녀는 큰 소리로 대답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그녀는 이표에게 나가자는 눈짓을 했는데 한 시간만에 둘은 꽤 가까워졌다.



"오빠, 나가자."



그녀를 따라서 방을 나서자 주방쪽에서 불고기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남조선 사람들은 평소에도 소고기를 즐겨 먹는다.


그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고 그녀를 따라 식탁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py 0601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청년의 꿈 (최종회) 22.07.06 29 0 11쪽
23 평양시 송화1동 22.06.26 25 0 8쪽
22 Tears in Heaven 22.06.20 28 0 10쪽
21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 22.06.14 27 0 8쪽
20 여동생의 비밀, 접선 22.06.10 27 0 9쪽
19 비상사태 22.06.06 27 0 8쪽
18 박카스 한 병 22.05.27 26 0 8쪽
17 VX 스프레이 22.05.24 25 0 7쪽
16 남조선식 성교육 22.05.18 31 0 8쪽
15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22.05.13 30 0 7쪽
14 괴물 22.05.11 38 0 8쪽
13 유자차 22.05.04 38 0 7쪽
12 안재욱의 '친구' 22.04.29 44 0 7쪽
11 교장을 바른 여학생 22.04.22 40 0 8쪽
10 조건만남의 미끼 22.04.20 43 0 9쪽
9 이은해 22.04.16 45 0 6쪽
8 침묵하는 아이들 22.04.13 43 0 8쪽
7 일진 22.04.09 44 0 6쪽
6 반장선거 22.04.06 48 0 9쪽
5 몸이 기억하는 것 22.03.30 51 0 7쪽
4 동무 여러분 22.03.25 47 0 6쪽
3 네임펜 22.03.23 54 0 7쪽
»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4 0 7쪽
1 자본주의 냄새 22.03.18 67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