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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7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6.06 04:02
조회
27
추천
0
글자
8쪽

비상사태

DUMMY

2022년 5월 첫째주 월요일. 대한고등학교 대강당.


전교생들로 가득 찬 대강당 앞쪽에 나란히 앉은 이표, 현진, 중권 ,제니는 긴장된 표정으로 무대위에서 분주히 아침조회를 준비하는 학생회 간부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강당 맨 앞줄에는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었고 그와 마주보고 서 있는 교장과 교감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채 공손한 태도로 교육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우리 표창장 받는거 실화냐?"



중권이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말하자 옆에 앉아있던 현진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사람이 교육감인가봐."



이표는 환한 표정으로 교육감과 대화를 주고 받는 교장의 얼굴이 지난달 교장실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보였던 비장한 표정의 얼굴과 오버랩이 되자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전 그들이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는 모습이 JTBC 뉴스룸에 보도가 된 후 그들은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데 방송에서 학교의 이름까지 공개가 되자 학교측에서는 그들에게 표창장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며칠 후 교육청에서 교육감 표창장을 수여하겠다는 통지가 날아오자 교장은 '별일도 아닌데 많은 관심을 받아 부끄럽다'는 인터뷰를 하며 자체적인 표창장 수여 결정을 번복했다.


교외에서 주는 표창장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중권이 '대학진학에 도움이 안되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고 말하자 이표는 그냥 감사하게 받자고 말하면서도 내심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관심은 이표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그 동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하며 3천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리어카를 끌던 이표의 명찰이 방송화면에 잡히면서 네 사람의 신상이 모두 알려지게 되었고 그들의 인스타 계정에는 며칠만에 수십만명의 팔로워가 생겼다.


특히 그들은 남다른 외모로 더욱 큰 관심을 받았는데 제니와 현진은 갑작스러운 팔로워 수에 놀라 계정을 잠시 비공개로 바꾸기도 했다.


국민의례와 교가제창이 끝나자 교장이 연단에 올라와 교육감을 소개했다.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그는 짧게 인사말을 하더니 다시 마이크를 교장에게 넘겼다.



"자, 그럼 이제 호명하는 학생들은 연단으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김제니, 배현진, 진중권, 홍이표."



네 사람이 일어나 연단으로 걸어가자 학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큰 박수를 받아보는 네 사람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연단 위로 올라가 교육감 앞에 한 줄로 나란히 섰다.



----------------------------------------------------



그날 저녁.



"오빠, 뭐해?"



책상에 앉아 국어문제집을 풀고 있던 이표는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곧 방문이 열리자 고개를 돌려 나실을 바라보았다.



"공부해?"


"응, 들어와. 괜찮아."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책상위에 국어문제집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더니 침대에 털썩 걸터앉으며 말했다.



"오빠는 왜 맨날 국어공부밖에 안 해? 수학, 과학 이런 거는 벌써 다 포기한 거야?"



그의 수학, 과학 실력을 모르는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수학, 과학은 학교에서 자습시간에 해. 그런데 무슨 일이야?"


"아니, 있잖아. 오빠. 며칠전부터 내 인스타에...좋아요랑 댓글들이 갑자기 막 많아지는 거야."


"응."


"모르는 사람들도 막 댓글 달고 해서 혹시나 해서 오빠 인스타에 한번 가 봤거든."


"응."


"보니까 오빠가 팔로우 한 사람이 나밖에 없더라고?"


"팔로우?"


"응. 오빠가 팔로우 한 사람."


"나 아무도 팔로우 한 적 없는데?"


"아니, 내가 오빠 계정 만들어 줄 때...오빠계정에서 나한테 팔로우 걸었거든."



이표는 그녀가 자신의 인스타계정을 직접 만들어 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 그래 맞어. 그래서 내가 예전에 너 인스타에 자주 들어갔었어."


"그래?"


"근데 왜? 팔로우 취소하라고?"


"아니, 절대 취소하지 말고 다른 사람 아무도 팔로우 해주지 마라고."


그녀는 킥킥대고 웃으며 반바지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헐, 그 사이에 또 누가 '좋아요' 눌렀네."



그녀는 며칠전 자신이 화장까지 하면서 작정을 하고 찍은 셀카에 사람들이 '좋아요' 를 누르면서 '예쁘다'는 댓글들을 달아주자 갑자기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연예인들은 이 맛에 연예인 하겠지?."


"좋아요 수 많아지니까 좋아?"


"당연하지. 근데 오빠, 누가 나보고 오빠 여친이냐고 물어봤는데 나 대답 안했거든?"


"여친?"


"오빠도 누가 물어보면 그냥 대답하지 마. 알았지?"


"왜? 동생이라고 하면 되잖아."


"아니 인스타에서 누가 물어보면 그냥 대답하지마. 신비주의! 몰라?"



이표는 인스타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는 동생이 순수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모르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에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알았어."


"땡큐! 와 근데 나 팔로워에 K 붙은거 실화야?"



그녀는 계속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실아, 근데 오빠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이표가 책상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자 그녀는 이표가 앉았던 책상으로 가 앉으며 크게 말했다.



"오빠! 나 컴퓨터로 오빠 인스타 좀 구경할게."



그녀는 50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사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듯 PC를 켜서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우와, 여기다 사진 올리면 50만명이 보는거야?"



그녀는 신이 난 듯 혼잣말을 하며 로그인 된 그의 계정에서 이것저것 눌러보았다.


수천건의 메시지가 읽지 않은채로 쌓여있는 것을 본 그녀는 메시지의 내용들이 궁금했지만 참아야한다고 생각했는데 함부러 메시지를 확인했다가 오빠에게 혼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빠가 화를 내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인터넷 창을 닫으려던 그녀는 순간 즐겨찾기 목록에 러시아어로 된 한 사이트가 등록된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가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무심결에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지만 러시아어로 가득 찬 화면에서는 자신이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인터넷창을 닫으려던 그녀는 갑자기 바탕화면에 팝업창이 뜨자 움찔 놀라며 마우스를 멈추었다.


한국어로 된 메시지다.



-동무, 긴급사안이다.

조국에 곧 중대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

당내 과격분자들이 곧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내부첩보가 입수되었다.

김정은 수령을 제거하고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세력이다.

이미 조직적으로 세력이 결성되어서 당 내부에서 그들을 제거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판단이다.

수령님이 며칠전 남조선 대통령실에 급전을 보냈다.

'종전선언'을 위해 김정철 동지(수령님의 친형)가 이틀 후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니 대통령과 접촉할 수 있도록 보위할 것.

동무는 그 분의 동생역할을 하면서 항상 동행하며 그 분을 최근접 경호해야 한다.

내부회의 결과 보안상으로 학생신분인 동무가 경호를 맡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일 저녁 9시전까지 용산역 2번 출구에 있는 물품보관함 마카로프 권총과 소음기가 든 가방을 찾을 것.

(보관함 번호 : 106, 비밀번호 : 240410)

조국의 운명이 걸려있는 최고 단계의 비상사태이다.

김정철 동지의 입국 날짜와 시간은 이 메시지에 답신하는 즉시 알려주겠다.

이 메시지는 확인 즉시 답신후 삭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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