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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8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4.09 04:10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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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일진

DUMMY

대강당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끝낸 신입생들이 복도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는데 당장 다음주부터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되어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석식까지 해결하고 밤10시가 다 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는데 학원을 다니거나 개인교습을 받는 학생들은 부모님과 담임선생과의 상담이후 야간자율학습을 뺄 수가 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 신입생들은 대부분 어두운 표정으로 대강당을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아직 점심시간이 되려면 15분 정도가 남아있어 교실에서 기다려야 한다.


같은 반 학생들과 섞여서 대강당에서 나오던 이표는 누가 뒤에서 어깨를 툭 치자 고개를 돌렸다.


중권이다.



"너 아까 왜 내가 한 후보신청 안받았어?"



중권은 이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반장 못해. 너도 알잖아."


"못하는게 어딨어? 그냥 한번 해보는거지. 생기부에도 올라가고 좋잖아."


"......"



이표는 가볍게 웃어넘겼지만 조금전 오리엔테이션에서 진로상담교사는 생활기록부와 수행평가점수가 3년후 대학을 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아..그나저나 5월이 오기는 할까? 이제 겨우 3월 시작인데..."


"5월은 왜? 아..."



이제 입학한지 3일밖에 되지않았다는걸 떠올린 이표가 갑자기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대한고등학교는 일 년에 두 번 축제를 여는데 5월에는 체육대회가 9월에는 합창대회와 연극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3학년들을제외하고 1,2학녀 학생들은 2박 3일간 수업을 받지 않는다.



"넌 뭐 잘하냐? 운동 잘 해?"



중권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표를 쳐다봤는데 웃음을 겨우 참은 이표는 애써 진지하게 말했다.



"응...뭐 특별히 잘하는 운동은 없고 달리기는 좀 해."


"달리기?"



운동 종목을 기대했던 중권은 그의 입에서 '달리기'라는 말이 나오자 웃음을 터뜨렸는데 잘하는 운동이 달리기라고 하는 친구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이표는 덤덤한 표정으로 따라서 웃었는데 소학교, 초급중학교때 어떤 행사에 나가서 했던 운동이라곤 카드섹션과 매스게임밖에 없었다.


북에서는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의 생일날에 맞춰 카드섹션, 매스게임대회를 여는데 그 연습과정이 혹독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지옥훈련이라고 불렸다.


그 덕분에 북한의 카드섹션과 매스게임은 현재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넌 뭐 있어?"


"난 체육대회때 꼭 축구할거야. 슈퍼쏘니처럼.."


"슈퍼쏘니?"


중권이 갑자기 공을 드리블하는 시늉을 하자 뒤에서 걸어오던 여학생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는데 오늘 부반장이 된 현진도 그들 사이에 섞여있었다.


"슈퍼쏘니가 누구야?"


"뭐? 너 대한민국 사람맞아? 슈퍼쏘니를 모르다니...너 혹시 간첩아냐?"


이표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슈퍼쏘니'라는 말은 오늘 처음 듣는 단어다.



"하긴, 스위스에 살던 니가...아니지...거기도 유럽인데...스위스에서는 축구 안하나?"



그의 입에서 더 깊은 내용의 질문이 나오기 전에 화제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이표는 뒤따라오던 현진을 떠올리며 얼른 말했다.



"아...그런데 오늘 현진이 부반장된거 너무 아쉽지 않아?"



갑자기 이표가 말을 엉뚱한 데로 돌리자 중권은 힐끔 그를 쳐다봤다.



"뭐? 너 혹시 걔 좋아하냐?"


"어? 아니..아까 개표하다가 좀 안타까워서..."


"하긴 그런 스타일도 나쁘진 않지. 하지만 난 그런 스타일은 별로야."



오전에 반장선거에서 오세훈이 반장, 배현진이 부반장으로 뽑혔는데 두 사람의 표 차이는 단 한 표였다.


내심 현진을 응원했던 이표는 본인이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누가 장난으로 '배 앵커'이라고 적은 표가 무효표가 되는 바람에 아쉬움은 더 컸다.


3층 복도까지 올라 온 이표와 중권은 복도에 체육복을 입은 수많은 남녀학생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있는 것을 보았는데 1학년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각자 자신의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교실 뒷문으로 들어가던 이표는 순간 복도 창가쪽에 제니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한 여자선배가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어이 잠깐!"



교실 뒷문에서 키가 크고 덩치가 큰 한 남자 선배가 이표 앞을 가로막아 서자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그를 쳐다봤다.



"넌 잠깐 이리 빠지시고."



이표는 순간 아침에 교문앞에서 만났던 불량학생들을 떠올렸는데 반장선거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어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네?"



이표가 몸을 얼른 뒤로 빼자 그는 이표의 팔을 잡아채더니 교실문밖으로 잡아당겼다.



"이제 니네들은 어서 들어가!"



그가 험악한 표정으로 말하자 교실밖에 서 있던 학생들은 재빨리 교실안으로 들어갔는데 학생들이 모두 들어가자 그는 거칠게 교실 뒷문을 닫았다.


이표는 그에게 팔을 잡힌채로 복도 안쪽을 바라보았는데 다른 반 앞에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의 팔을 잡고 있던 남자선배가 복도 안쪽으로 크게 팔을 몇 번 흔들자 각 반에서 선택된 1학년들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그들에게 이끌려 걸어왔다.


복도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1학년 1반교실앞에 모이자 이표의 팔을 잡고있던 남자선배가 계단쪽으로 손짓을 하며 짧게 내뱉었다.



"빨리 내려가."



이표는 제니가 고개를 떨구고 어떤 여자선배에게 이끌려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침에 그녀도 자신처럼 늦게 교실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표와 그를 팔을 잡은 선배가 맨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갈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하지만 교실안에 있던 1학년들은 아무도 문을 열고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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