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NH

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8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5.11 04:50
조회
37
추천
0
글자
8쪽

괴물

DUMMY

2022년 4월 첫째주 월요일 대한고등학교 실내체육관. 1학년 1반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시간.


팔 굽혀 펴기를 준비하는 이표 주위에 몰려든 많은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체력인증센터 직원의 시작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복오래달리기', '앉아윗몸앞으로굽히기', '50m 달리기'에서 놀라운 기록으로 1등급을 받은 그를 처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던 센터직원 한 명이 봉을 잡고 엎드려 시작신호를 기다리는 이표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저, 홍이표 학생. 실례가 안된다면 동영상 촬영 좀 해도 될까요? 홍보자료로 쓰려는데 뒷모습만 촬영하니 얼굴은 안나와요.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수많은 학생들과 센터직원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로 쏠려 있어 불편한 마음으로 봉을 잡고 엎드려있던 이표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홍보자료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궁금했지만 이 마지막 종목을 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 직원이 하는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며 진행요원을 쳐다봤다.


진행요원이 시작하지않고 계속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고마워요, 학생."



이제 다른 종목을 측정하던 체력인증센터 직원들까지 모두 몰려와 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가 첫 종목인 50m달리기에서 6.10초를 기록하자 진행요원은 측정장비가 오작동 한 줄 알고 측정을 잠시 중단하더니 최고참으로 보이는 직원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말했고 그 이후 그 최고참 직원은 몰래 이표를 따라다니며 그가 '앉아윗몸앞으로굽히기', '왕복오래달리기' 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이표가 만약 팔 굽혀 펴기에서 77회를 넘긴다면 10년동안 서울시내 고등학교에서 측정되었던 모든 종목의 최고기록들을 오늘 혼자서 다 갈아치우는 셈이다.


이표는 속으로 1등급 커트라인인 46회만 하고 끝내려는 마음을 먹었다가 46회에서 갑자기 멈추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몇 개만 더해서 50회쯤에서 멈춰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북에서 '특수군사훈련시간'에 맨 바닥에 한 손만 대고 하는 팔 굽혀 펴기만 매일 100회씩 했었는데 두 손으로 하는 팔 굽혀 펴기는 쉬지않고 몇 회까지 할 수 있는지 자신도 모른다.


시작신호가 울리고 그가 40회까지 가볍게 성공하자 학생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는데 1등급 커트라인인 46회를 넘기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이제 4개만 더 하고 일어나겠다는 생각으로 속도를 줄이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표 화이팅!'이라는 소리가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렸다.


학생들 틈 사이에 끼어 있던 중권의 목소리다.


곧이어 '이표 힘내!' 라고 외치는 여학생의 목소리가 체육관에 크게 울리자 그는 몇 개만 더 해 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는데 체력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이다.


점점 개수가 늘어날수록 그는 자신이 두 손으로 몇 회까지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는데 결국 100회가 넘어가자 체육관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150회가 넘어가자 KSPO 송파 센터에서 출장을 나온 직원들마저 서로 마주보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마침내 속도가 점점 줄자 학생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카운트를 해주기 시작했다.



"백구십육"


"백구십칠"


"백구십팔"


"백구십구"


"이백!"



그가 정확히 200회를 채우고 봉에서 손을 떼어 일어나자 학생들은 정신없이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고 체육관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소리를 듣고 체육관안으로 몰려들어 와 체육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가 고개를 숙인채 재빨리 락커룸 쪽으로 달려가자 때마침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



5교시 수학시간.


이표, 중권, 현진, 제니는 매일 돌아가며 짝을 바꾸어 앉았는데 오늘은 이표가 현진과 같이 앉는 날이다.


점심시간 내내 이표를 괴롭히던 중권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선생이 칠판쪽으로 돌아설 때마다 뒤돌아 이표를 보았다.



"그러니까 니가 스위스에서 기계체조선수가 될 뻔했다는 거지?


"아니라니까. 나중에 얘기해."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수학선생한테 들키면 크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표는 그의 어깨를 앞으로 밀었다.


이표가 체력평가 모든 종목에서 1등급을 받자 충격을 받은 중권은 점심시간 내내 쉬지 않고 그에게 질문을 퍼부었는데 스위스에서 무슨 운동을 했었는지 물었을 때 기계체조를 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다.


중권의 옆자리에 앉은 제니와 이표옆의 현진도 불안한 마음에 계속 그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결국 수학선생이 설명을 멈추고 앞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에서야 중권은 뒤늦게 후회를 했다.



"누구야?"



수학선생이 인상을 쓰며 차갑게 말하자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


"누구야?"


"죄..죄송합니다."


"이름이 뭐야?"


"지..진중권입니다."


"앞으로 나와."



중권은 책을 힐끔 바라보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수분해' 심화문제 풀이중이다.


수학선생은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엎드려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앞으로 불러내 문제를 직접 풀게했는데 문제를 풀지 못하면 그가 속해있는 스터디조원들 모두에게 벌점을 주었다.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규칙이었지만 이표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보위부에서 반동분자들을 색출하는 연좌제를 떠올리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중권이 반동분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벌점을 받으면 내신성적에서 감점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표는 다급하게 중권의 등 뒤에서 작은 소리로 빠르게 속삭였다.



"조립제법 두 번 해서 나머지 둘 다 영 영."



중권은 그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막상 앞으로 나가자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고 한참을 헤매던 그는 결국 포기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 옆에 앉은 여학생, 같은 조 맞지?"


"네?"



수학선생이 제니를 보며 나오라는 눈짓을 하자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의 옆에 앉은 죄로 학생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야 한다.


그녀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가자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는데 평소 수업시간에 단 한번도 지적받은 적이 없던 그녀가 입학 후 처음으로 앞에서 굴욕을 당하게 되는 순간이다.


모든 학생의 시선이 그녀가 집어 든 검정색 보드 마커에 쏠렸고 그녀는 옆에 적혀 있는 문제를 보더니 조립제법을 연속으로 두 번하여 나머지 자리에 '=0',' =0' 을 적었다.


조립제법을 어떻게 하는지 정도만 알고 있던 그녀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보드마커를 내려놓자 일부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학선생이 풀고 있던 어렵고 복잡한 풀이와 대조되는 깔끔하고 간단한 풀이방법이다.


수학선생은 당황한 표정으로 제니를 잠시 쳐다보다가 그녀가 내려놓은 보드 마커를 다시 집어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명 다 자리로 들어가."



중권은 영문을 모른채 제니의 뒤를 따라 자리로 와 앉았고 수학선생은 자신이 설명하던 복잡한 방식의 풀이를 대충 마무리하더니 제니가 푼 방법으로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횡설수설 정신없이 다른 문제를 계속 풀어주던 수학선생은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인사도 받지 않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선생이 황급히 교실을 빠져나가자 학생들 몇몇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니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않고 수학책을 조용히 덮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py 0601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청년의 꿈 (최종회) 22.07.06 29 0 11쪽
23 평양시 송화1동 22.06.26 25 0 8쪽
22 Tears in Heaven 22.06.20 27 0 10쪽
21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 22.06.14 27 0 8쪽
20 여동생의 비밀, 접선 22.06.10 27 0 9쪽
19 비상사태 22.06.06 27 0 8쪽
18 박카스 한 병 22.05.27 26 0 8쪽
17 VX 스프레이 22.05.24 25 0 7쪽
16 남조선식 성교육 22.05.18 30 0 8쪽
15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22.05.13 30 0 7쪽
» 괴물 22.05.11 38 0 8쪽
13 유자차 22.05.04 38 0 7쪽
12 안재욱의 '친구' 22.04.29 44 0 7쪽
11 교장을 바른 여학생 22.04.22 40 0 8쪽
10 조건만남의 미끼 22.04.20 43 0 9쪽
9 이은해 22.04.16 45 0 6쪽
8 침묵하는 아이들 22.04.13 43 0 8쪽
7 일진 22.04.09 44 0 6쪽
6 반장선거 22.04.06 48 0 9쪽
5 몸이 기억하는 것 22.03.30 51 0 7쪽
4 동무 여러분 22.03.25 47 0 6쪽
3 네임펜 22.03.23 54 0 7쪽
2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4 0 7쪽
1 자본주의 냄새 22.03.18 67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