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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5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3.23 05:14
조회
53
추천
0
글자
7쪽

네임펜

DUMMY

2022년 3월 2일 서울 대한고등학교 대강당.



"지금부터 대한고등학교 제 46회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국민의례가 있겠으니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무대위 대형 스크린에서 태극기의 모습이 보이고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자 곧 스피커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이표는 사람들을 따라서 가슴에 손을 올렸는데 이제부터 인공기가 아닌 태극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백두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표는 몸을 굳혔는데 백두산은 수령님이 만들어 주신 조국의 명산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표는 마음속으로 '하느님'을 '수령님'으로, '무궁화'을 "목란'으로, '대한사람'을 '조선사람'으로 바꾸었다.


국민의례가 끝나자 모두 자리에 앉았는데 강당 뒤쪽에는 늦게 도착해 자리를 잡지 못한 학부모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곧이어 교장선생님의 환영사가 이어지자 강당은 조용해졌는데 이표는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이 만약 북한의 주체사상 교육시간이었다면 이 친구는 당장 '소년 노동교화소'으로 끌려갈 것이다.


이표는 자신의 교복주머니에도 스마트폰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폰을 꺼내어 벨소리 설정을 진동으로 바꾸었다.


여동생이 학교에서 벨소리는 항상 진동으로 해놓으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 것인데 학교에 전화기를 가져가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않았지만 일단은 남조선 학생들의 문화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아침 집을 나설때 챙기고 나왔다.


입학식이 모두 끝나고 이표는 자신이 배정받은 반으로 학생들을 따라 움직였는데 키가 크고 약간 마른체형의 그는 교복핏이 좋아 학생들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신입생들을 보러 1학년 교실층 복도에 몰려있던 2학년 여학생들은 이표를 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는데 당장 내일이면 2학년 전체에 소문이 퍼질 것이다.


2,3학년 남학생들은 주로 여학생을, 여학생 선배들은 남학생들을 보며 평가를 했는데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입학생은 어김없이 다음날 2, 3학년들 사이에 소문이 퍼진다.


1학년1반 교실로 들어간 그는 교실 맨 앞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앞으로 이 반의 남학생 15명, 여학생15명은 1년동안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교장이 작년초에 부임하면서 만든 일종의 교칙이었는데 남녀분반을 하는 것보다 남녀합반을 하는 것이 교과성적도 더 좋고 문제학생도 덜 생긴다는 것을 그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표는 긴장된 마음으로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봤는데 엄마와 아버지가 다른 학부모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은 학부모들을 위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모두 귀가하게 되는데, 오늘은 여동생도 오후수업이 없어 네 식구가 다 같이 외식을 할 예정이다.


한동안 자신의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자 그는 앞쪽에 앉은 것을 후회했는데 옆자리가 빈 채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면 뒤에 앉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눈에 확 띌 것이다.


담임으로 보이는 남자선생이 교실로 들어올때 쯤 한 여학생이 교실뒤에서 빈자리를 찾다가 허겁지겁 그의 옆자리로 와서 앉았는데 이표는 옆을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교실 앞은 화이트보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위쪽 커다란 액자에는 '50분은 길고 3년은 짧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작년 1학년1반의 급훈일 것이다.


이표는 김일성, 김정일 수령님의 사진이 없는 교실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어디를 가도 수령님 사진은 보기 힘들 것이다.



"저기...펜 좀 빌려줄래?"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불쑥 말을 건네 오자 이표는 움찔 놀라며 옆을 쳐다봤는데 작고 귀여운 얼굴에 똑똑하게 생긴 여학생이다.



"어...어? 펜?"



그는 재빨리 가방에서 가죽 펜파우치를 꺼내 볼펜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는데, 펜파우치와 펜들은 여동생이 골라 준 것이다.



"고마워."



그녀는 짧게 대답을 하고 교복주머니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는데 가방을 안 가져온 듯했다.


담임은 고개숙여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인사를 하고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柳時敏'



나이가 좀 들어보이고 얇은 뿔테안경을 쓴 그는 부드러운 인상을 가졌는데 담당 과목은 '한국사'이다.


뒤에 서있던 학부모중 몇몇이 작은 소리로 웅성거렸는데 그가 이름을 한자로 적어서 옆사람에게 물어보는 듯했다.


그는 학사일정과 학교생활, 교칙등을 설명했는데 조리있게 설명을 잘해서 모두가 집중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일은 학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30명 모두가 각자 자기 소개를 해야 한다. 한국사 수업이 걱정이었던 이표는 한국사 수업시간에 그가 설명을 잘 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다소 가벼워졌다.


북한에서 그의 사상 교육을 담당하던 선생은 교육 마지막날 남조선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내용중 1945년 이후의 역사는 완전히 거짓이니 깊이있게 공부할 필요가 없고 그냥 시험만 잘 보면 된다고 했었다.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일 것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한국사 교과서를 받게되면 현대사 부분만 대충 훑어보리라 생각했다.


담임의 설명이 끝나고 각 과목 교과서를 모두 받았는데 그는 국어와 한국사 교과서만 가방에 넣고 나머지 과목들은 모두 개인 사물함에 넣어두어야 한다.


영어와 수학, 과학은 당장 내일 수능시험을 봐도 1등급이 나올 것이다.


3년동안 국어, 한국사, 사회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하는데 이 과목들은 사실상 이곳 남조선의 초등학생들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미안한데...혹시 네임펜 있어?"



옆자리의 그녀가 다시 그에게 말을 건네왔는데, 그는 '네임펜'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지만 '이름을 적기 위한 펜'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펜파우치를 열었다.


여동생이 파우치를 한가득 채워 주었는데 10개의 펜 중에 어떤 것이 네임펜인지 몰라 그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흰색 펜을 가리켜 주었다



"이거.."


"이거?"



이표는 그녀가 가리킨 펜을 꺼내서 건네주었는데 자신이 '네임펜'이 뭔지 모르는 것을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했다.


그녀는 책상위에 쌓인 교과서중 맨위의 교과서를 앞으로 내려놓더니 반듯한 글씨체로 이름을 적었다.



"1-1 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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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임펜 22.03.23 54 0 7쪽
2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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