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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9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5.04 04:06
조회
38
추천
0
글자
7쪽

유자차

DUMMY

학교 근처 카페안.


오늘 마지막 수업시간에 극적으로 스터디조를 결성한 네 사람은 결국 중권의 제안으로 학교 근처 카페안으로 들어왔다.


금요일 오후를 맞아 카페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마침 창가쪽에 빈 자리가 생기자 제니가 얼른 그 자리를 잡기 위해 뛰어갔다.



"오~예, 저기 자리비었다. 난 콜라겐 요거트!"


"현진이 넌?"


"난 레몬 에이드. 프레즐도 시켜도 되지?"


"야, 나 일주일용돈 5만원이야. 적당히 하자."



책가방으로 자리를 선점한 제니가 다시 돌아오더니 중권을 쳐다보았다.



"우리 배고픈데 허니브레드 어때?"


"헐..."



중권은 현진과 제니가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메뉴를 정하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야. 너네 아까 그냥 집에 가겠다던 애들 맞어? 좀 심한데?"


"오늘 불금이잖아. 앞으로 우리가 이런데 언제 오겠어. 그리고 니가 단합대회하자고 했잖아."


"알았어. 나 참. 이표 넌?


"응? 난..."



직원이 서 있는 카운터 뒤쪽에 붙어있는 메뉴표를 바라보던 이표는 영어로 된 수많은 종류의 메뉴들을 보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는데 자신이 유럽에서 살다 온 것으로 알고 있는 그들에게 아무거나 시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순간 낯익은 음료가 눈에 들어오자 이표는 그제서야 밝은 표정으로 중권을 쳐다보았다.



"난 유자차 할게."


"유자차?"


"응."


"레알?"


"응."



중권은 이표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늉을 했는데 카페에 와서 유자차를 시키는 사람을 처음 본다는 표정이다.


각자의 메뉴가 다 정해지자 그들은 제니가 운좋게 잡아놓은 창가 자리로 향했는데 창가 밖엔 화창한 봄날씨에 거리를 나온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아, 오늘 금요일이지?



중권이 먼저 창가 안쪽 자리에 앉으며 말하자 이표도 머뭇거리며 그의 옆자리에 앉다가 푹 꺼지는 소파에 놀라서 다시 일어나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제니와 현진은 말없이 한참 동안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 저기 커플인가 봐. 우리 학교 같은데?"



통유리 앞으로 대한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 두 명이 대화를 나누며 지나가고 있었는데 둘 다 밝은 표정이다.



"쟤네들 3학년 아냐? 이제 고3인데 저게 뭐야?"



중권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애써 그들쪽에서 시선을 돌리더니 힐끔 제니를 바라보았다.



"야, 근데 너네 둘 다 남친없어?"


"이제 만들어야지."


"나도."



중권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지 않았는데 일단 두 명 다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은 확인한 셈이다.


갑자기 테이블에 있던 진동벨이 요란하게 울리자 창밖을 보며 멍하니 앉아 있던 이표는 깜짝 놀라며 자신앞에 놓여있는 진동벨을 얼른 집어 들었다.


한참동안 스마트폰을 보던 중권은 이표가 진동벨을 집어들자 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그에게 말했다.



"어? 니가 갔다오려고? 땡큐."



이표는 그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때마침 자신처럼 번쩍거리며 요동치는 진동벨을 손에 들고 있는 한 남자가 카운터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진동벨의 용도를 알아차렸다.


카운터로 다가간 이표가 여자 알바생에게 진동벨을 건네자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주문한 메뉴들을 확인시켜 주었다.



"맛있게 드세요."


"네. 고맙습니다."



이표는 그녀가 밀어주는 쟁반을 천천히 들어서 조심스럽게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땡큐!"



그가 테이블 위로 쟁반을 내려놓자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음료를 가져갔는데 현진은 남아 있는 음료를 보더니 중권에게 물었다.



"이건 뭐야?"


"이거? 유자차."


"유자차?"


"이표꺼야?"


"응."


"아이스 시킨거 아냐?"


"응. 뜨거운 거 마신대."



조금전 주문을 받던 직원이 아이스냐고 물었을 때 얼떨결에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던 이표는 그제서야 '아이스'의 의미를 알게 되었지만 이제 와서 아이스로 바꿔달라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표가 뜨거운 유자차 잔을 천천히 들자 중권은 유럽에서 살던 그가 동양적인 음료를 그리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포크를 허니브레드 한 조각에 푹 찍으면서 현진에게 물었다.



"너 부반장인데 반장하고 얘기 좀 해봤어? 어때? 반장."



현진도 뜨거운 유자차를 마시는 이표가 신기한 듯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아직 별 이야기 안해 봤어. 다음주에 담임선생님이랑 같이 밥 먹기로 했어."


"그래? 걔 이름이 세훈인가? 오세훈?"



중권은 이표가 임시반장으로 반장선거를 진행하고 직접 개표까지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를 쳐다봤다.



"응. 맞아. 오세훈. 현진이랑 딱 한 표 차이였어."



반장이 된 오세훈과 현진은 누군가의 장난으로 단 한 표 차로 희비가 엇갈렸는데 '배앵커'라고 적은 학생이 결국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셈이다.



"현진아 미안해. 사실은 그때 내가 배앵커라고 적었어."


"뭐야?"


"헐, 진짜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제니도 놀라는 표정으로 중권을 쳐다보자 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현진의 눈치를 살폈다.



"야, 이미 다 지나간 선거. 그래서 내가 이렇게 쏘는 거잖아."


"나 참, 야, 내가 선거끝나고 얼마나 기분이 찝찝했는지 알어?"



현진은 선거가 끝나고 부반장이 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장난을 친 사람이 중권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갑자기 허망한 기분이 든 것이다.



"그래도 난 니가 꼭 아나운서가 될 거라는 마음에서 적은 거야. 만약 니가 진짜 아나운서가 되면 반장이 된 거나 다름없는 거야. 안그래?"


"야,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현진이 포크를 들어 중권을 찌를듯한 기세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제니가 일어나 그녀를 말렸다.



"아 진짜, 너 오늘 2차 아니 3차까지 다 쏴."


"뭐? 나 이제 2만원 남았는데 편의점에서 2차 쏠 수는 있겠다."



이표는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슬쩍 쟁반위에 있는 영수증을 바라보다가 맨 아래쪽에 약 3만원 정도의 가격이 찍혀있는 것을 보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마시고 있는 유자차는 4,500원인데 미화로 3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북에서는 3달러로 쌀 4.5 kg 을 살 수가 있는데 자신은 지금 쌀 4.5 kg 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유자차 한 잔을 마시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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