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NH

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9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6.20 06:00
조회
27
추천
0
글자
10쪽

Tears in Heaven

DUMMY

2022년 5월 첫째주 금요일. 대한고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여러분, 오늘은 진도는 나가지 않고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어볼까 해요. 지금부터는 토론식 수업이니까 발표를 하는 사람에게는 수행평가점수를 플러스 해 드릴게요. 주제는 '종전선언'이에요"



학생들은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는 말에 순간 환호성을 보내다가 토론식 수업이라는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토론식 수업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수업방식이다.


특히 내신성적에 민감한 학생들은 무조건 발표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제 어린이날 공휴일이 지나가고 오늘 하루를 보내면 또 예정에도 없던 3일간의 황금연휴가 찾아온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갑자기 자신앞에 던져진 '종전선언'이라는 생소한 단어앞에 마음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꼈다.


어제 김정철이 윤대통령을 비밀리에 만나 밀담을 나누고 북으로 건너간 후 몇 시간도 채 안된 오늘 아침, 각 방송사와 언론사는 서로 앞다투어 정상회담관련 뉴스속보를 쏟아냈다.



조선일보 <속보> 北 김정은 위원장 9일 서울 방문, 4년만에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통령실 '역사적 만남 될 것'

연합뉴스 <특보> 북한 조선중앙방송 "5월 9일 서울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위대한 민족적 결단."

경향신문 <속보> 北 김정은 위원장 다음주 9일 서울 방문. 4년만의 남북정상회담 '종전선언' 이뤄질 듯.

한겨레 <속보> 9일 서울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70년간의 한반도 전쟁' 드디어 막 내리나.

국민일보 <특보> 갑작스런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당황한 與野 정치권. 외교부, '한미동맹, 변함없다.'

동아일보 <속보> 北, 연이은 미사일 발사 후 갑작스런 정상회담 제안. 與 '신중히 접근', 野 '종전선언 기대'

서울신문 <특보> 김건희, 리설주 여사와 첫 만남 이뤄질까.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9일 남북정상회담 낀 '3일간의 황금연휴' 연인과 함께 가볼만한 곳 베스트10.

스포츠 경향 - 남북 두 영부인 세기의 만남, 미모대결 관심.



새벽 6시쯤에 YTN 에서 처음으로 뉴스속보가 보도된 후 각 방송사와 언론사에서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면서 각 포털사이트와 SNS,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은 정상회담 관련 소식으로 도배가 되었다.


아침 출근시간에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들은 각자 스마트폰으로 관련 소식를 열람하는데 정신이 팔려 일부 시민들은 자신이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치기도 했다.


대한고등학교 학생들 중에서도 학교앞 정류장을 지나쳐서 지각을 한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 그 중에는 중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 시사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오늘만큼은 뉴스를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가짜뉴스, 낚시뉴스, 추측성 보도 등을 스스로 걸러내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은 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를 클릭하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엉뚱하게 해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던 학생들은 어쨌거나 발표만 하면 수행평가점수가 올라간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어, 그래. 반장부터 얘기해볼까?"


"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았는데 독일의 과거 통일과정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종전선언을 하고 통일을 하면 단기적으로 큰 경제적 타격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세계 일류 국가가 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지정학적으로..."



세훈이 어려운 말을 섞어가며 꽤 깊이있는 해석을 내놓자 손을 들었던 일부 학생들은 주눅이 들어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어? 그래, 어준이."


"통일을 하면 우선 북한에 있는 핵무기가 우리나라 것이 됩니다. 이것은 군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가지는데 미국도 우리나라를 함부러 건들지 못하고 독도망언을 일삼는 일본을 핵으로 겁을 줄 수 있어 군사적, 외교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입에서 '핵'라는 단어가 나오자 학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응, 중권이."


"아닙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가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는 것에 찬성할 이유가 없으며 절대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도 여러가지 이유로 한반도 통일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핵까지 욕심을 내버리면 통일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응, 어준이."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가지고 노는 나라입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핵입니다. 핵무기 보유야말로 우리나라가 강대국들 사이에서 버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 남북끼리 뭉쳐서 외세의 간섭없이 통일을 이루어 내야한다는 생각은 왜 못합니까?"


"응, 현진이."


"저는 핵이 통일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좀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는데 1인독재체제에서 힘들어 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통일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 사람들은 여행도 마음대로 못하고 이사도 함부러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이 자유주의에 적응할 때 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주의로의 통일은 언젠가는 꼭 이루어야 할 민족적 과제입니다. 그래서 북에 잡혀있는 국군포로들, 남에 잡혀있는 비전향장기수들, 그리고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산가족들이 하루빨리 자신의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응, 용석이."


"지금 북한사람들은 모두 인간 취급을 못받고 있으며 하루 세 끼를 제대로 먹고 있는지도 의심됩니다. 종전선언을 그 쪽에서 먼저 제안해 왔으면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그들의 체제를 무너뜨려서 1국가 1체제로 한방에 끝내야 합니다. 우선 공산당을 즉시 제거하고 중국, 러시아와는 외교적으로 담판을 지어야 합니다."


"응, 세훈이."


"말도 안되는 뜬구름 잡는 소리입니다. 그러다가 오히려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버티고 있는 마당에 그러다가 제3차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당장 1국가 1체제보다는 1국가 2체제로 시작한 후 준비를 거쳐 단계적으로 완전한 통일을 이뤄야합니다."


"응, 제니."


"저도 세훈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너무 급하게 완전한 통일을 추진하면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것 같습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이 섞여 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같은 민족이라도 70년을 넘게 떨어져 살아왔습니다. 급진적인 통일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응, 지현이."


"저는 백두혈통, 즉 공산당 내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거취문제가 가장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공산당을 하나의 정당으로 인정하여 민주주의 방식의 선거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북쪽의 특정 지역을 하나의 특구로 지정하여 그 도시를 그들에게 맡겨 중국의 홍콩처럼 통치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응, 용석이."


"말도 안됩니다. 쿠테타가 일어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공산주의가 실패작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는데 공산당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입니다. 그리고 설사 인정한다 하더라도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공산당을 지지하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붙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이기겠습니까. 공산주의는 결국 언젠가 사라질 사상입니다."


"응, 중권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지금 미국과 일본에도 공산당이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2019년에 공산당에서 시의원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을 무력으로 제거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고 인정을 해주되 자연스럽게 자유주의에 녹아들도록 해야합니다."



그들의 토론이 생각보다 제법 과열된 양상을 보이자 담임은 손목시계를 쳐다보더니 수업을 마무리지었다.



"우리반 학생 네 명이 며칠전에 폐지를 팔아서 하루에 10,000 원을 버는 할머니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표창장을 받았죠? 어느 사회나 빈부격차가 있지만 선생님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북유럽 선진국에서 찾아아한다고 봐요. 핀란드, 덴마크 같은 나라들은 선진국이면서도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세계최고거든요. 우리의 롤모델은 미국도 중국도 아닙니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북유럽 국가들이 바로 정답입니다."



이표는 담임이 자신의 의견으로 최종 결론을 내려버리자 묘한 반발감이 들며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담임의 결론은 그저 혼자만의 생각이고 착각이라고 생각한 이표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가 아파오자 주머니에서 무선이어폰을 꺼냈다.


차마 발표를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목표는 오로지 적화통일이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이표는 교복주머니에서 무선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잠시후 무선이어폰에서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 이 흘러나오자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김정철을 통해 알게 된 영국 가수의 노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py 0601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청년의 꿈 (최종회) 22.07.06 29 0 11쪽
23 평양시 송화1동 22.06.26 25 0 8쪽
» Tears in Heaven 22.06.20 28 0 10쪽
21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 22.06.14 27 0 8쪽
20 여동생의 비밀, 접선 22.06.10 27 0 9쪽
19 비상사태 22.06.06 27 0 8쪽
18 박카스 한 병 22.05.27 26 0 8쪽
17 VX 스프레이 22.05.24 25 0 7쪽
16 남조선식 성교육 22.05.18 30 0 8쪽
15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22.05.13 30 0 7쪽
14 괴물 22.05.11 38 0 8쪽
13 유자차 22.05.04 38 0 7쪽
12 안재욱의 '친구' 22.04.29 44 0 7쪽
11 교장을 바른 여학생 22.04.22 40 0 8쪽
10 조건만남의 미끼 22.04.20 43 0 9쪽
9 이은해 22.04.16 45 0 6쪽
8 침묵하는 아이들 22.04.13 43 0 8쪽
7 일진 22.04.09 44 0 6쪽
6 반장선거 22.04.06 48 0 9쪽
5 몸이 기억하는 것 22.03.30 51 0 7쪽
4 동무 여러분 22.03.25 47 0 6쪽
3 네임펜 22.03.23 54 0 7쪽
2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4 0 7쪽
1 자본주의 냄새 22.03.18 67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