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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3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4.20 04:23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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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조건만남의 미끼

DUMMY

7교시 수업이 끝나자 1학년 1반 교실은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입한한지 3일밖에 안지났지만 벌써부터 무리가 나뉘며 서로 친해지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며칠간 서로 눈치를 보며 반의 분위기를 살피던 학생들이 이제 서서히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서로 친한 친구들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자 학생들이 대화를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서로 서먹해하던 학생들이 반나절만에 서로 장난을 칠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을 본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몇 가지 공지사항을 알렸다.



"이번주에 적응기간이 끝나고 다음주부터는 정상적으로 야간자율학습까지 할거니까 며칠만 기다려줘요."



그가 마지막에 농담을 하자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때 분위기를 살피던 세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초등학교때부터 반장을 해 본 경험이 많은 그는 어느 타이밍에 반장이 인사를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바른 자세!"



그가 크게 구령을 하자 몇몇 학생들은 놀라서 그를 쳐다봤는데 오늘 아침에 반장이 된 그의 목소리가 귀에 익지 않은 학생들이다.



"다 함께 인사!"



이표는 단체 인사가 끝나자마자 교실 앞쪽으로 달려갔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던 지현은 뒤에서 누가 자신을 부르자 몸을 돌렸다.



"어?"



이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오자 지현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는데 그와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저기, 혹시 너 아까 무슨 여학생 인권단체 대장...아니 대표라고 했지?"


"어?"


"아까 아침에 반장선거할 때..."


"응. 그런데...왜?"


"너하고 좀 상의할 일이 있는데 잠깐 시간 좀 내줄래?"


"시간?"



그가 난데없이 자신에게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하자 지현은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교실 앞문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나가면서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응, 말해 봐."



이표는 그녀가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자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이 점심시간에 보았던 장면과 그 여학생 선배가 털어놓은 충격적인 얘기들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뭐라고?"



지현은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교실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언니는 지금 어디있어?"


"나중에 수업끝나고 그 선배들한테 간대. 지금은 수업중일거야"



2,3학년 일진들은 남녀가 한 패가 되어 성인남성을 유인하고 공갈협박을 하여 금품을 뜯어냈는데 여학생이 앱으로 성인남성과의 만남을 약속하면 둘이 같이 있을 때를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남학생들이 여러명 들이닥쳐 그를 협박하는 수법이다.


일명 '조건만남'을 악용하는 셈인데 성인남성들은 남학생들이 들이닥쳐 사진을 찍고 협박을 하면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 미끼역할을 하는 여학생들은 주로 일진내의 여학생들이었지만 최근에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하자 그들은 학교내의 다른 여학생들을 미끼로 삼기 시작했는데 평소 내성적이면서 친구가 없는 이른바 아싸(아웃사이더) 여학생들이 그 타깃이다.



"그 언니 이름이 뭔데? 전화번호 알고 있어?"



지현이 상황을 파악하고 이표에게 묻자 이표는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까 점심시간에 그 여자선배의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자마자 그녀는 자신이 신고를 하겠다며 교실밖으로 나갔는데 교실에 혼자 남게 된 이표는 한동안 멍하니 서서 그녀가 나간 교실 앞문을 바라보았다.


그 여자선배는 이표가 신고를 하겠다고 하자 소용이 없다고 말했었는데 경찰에 신고를 해도 그 학생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이 되는 경우가 많고 학폭위(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신고를 해도 학교측이 안좋은 소문이 퍼질 것을 우려하여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폭위가 열리면 가해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록이 남아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청소년 범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이표는 교문을 나서면서 내일 교실로 찾아올 일진들을 떠올렸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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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집에 도착한 이표는 가방을 책상위에 내려놓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그는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오자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채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문득 평양에 있는 부모님과 여동생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는데 평양을 떠나온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몇 년은 흐른 것 같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가서 큰 대자로 엎드려 누웠을 때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나실이 들어왔다.



"오빠 뭐해? 자?"



그녀는 이표가 침대에 엎드려있 것을 보자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방문 앞에 서서 그를 불렀다.


이표는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리자 몸을 일으켰는데 오늘 그녀와 인스타그램에 가입하기로 한 것이 떠올랐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남조선의 SNS는 자유주의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폭력의 도구이기도 했다.



"오빠, 피곤하면 내일 가입할까?"


"아니야. 들어 와."



그녀가 총총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오자 이표는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중학교에도 일진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녀가 책상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으며 재빨리 컴퓨터 전원을 켜자 이표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덤덤하게 물었다.



"나실아, 여기는 중학교에도 일진이 있어?"


"일진? 일진은 어느 학교에나 다 있을걸. 근데 왜?"



갑자기 의자를 돌린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은 그의 모습을 보더니 그에게서 맞은 흔적이 보이지 않자 다시 모니터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늘 일진한테 불러갔어."


"뭐?"



그녀는 마우스를 쥔 채로 고개를 돌려 이표를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는 크게 놀란 표정이다.



"진짜야?"


"응."


"뭐래?"


"내일 교실로 찾아온대."


"헐, 진짜?"


"여기 일진들은 어때?"


"......"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남학생 일진들은 여학생 일진들과는 뭔가 완전히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녀는 의자를 돌려 그와 마주보고 앉았다.


좀 전 그가 침대에 엎드려 있었던 것이 생각난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오빠, 내가 엄마한테 말할까? 아니 아빠한테..."



그녀는 잘생긴 그의 얼굴이 내일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야, 괜찮아. 말하지 마."



그녀가 당장 부모님한테 가서 말 할 듯한 기세로 방을 나가려하자 그가 황급히 말했다.


그녀는 아까처럼 방문 앞에 서서 겁먹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는데 싸움이라곤 전혀 못할 것 같은 그가 일진에게 끌려가서 무참히 맞는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진짜야. 괜찮으니까 말하지 마."



그녀는 이제 울먹이는 표정이 되었는데 예전에 친구들한테 고등학교 일진들은 흉기를 가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럼 어떡할건데?"



한국에 오래 살았던 그녀에게 일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다 괜히 걱정만 안겨준 셈이 되자 그는 그녀에게 일진 얘기를 꺼낸 것을 후회했다.



"응. 사실 오빠 스위스에서 그...주짓수를 좀 배웠어. 걱정 마."



이표는 급한 김에 떠오르는 무술을 아무거나 말했는데 북에서 특수군사훈련을 받았으니 걱정마라고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주짓수?"


"응. 주짓수."


"그거 배우면 싸움을 잘 하게 되는 거야?"


"응. 조금..."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는데 대화가 잠시 끊기자 어디에선가 휴대폰 진동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표는 그제서야 가방안에서 진동이 계속 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는데 스마트폰 진동이 이렇게 길게 여러번 울리는 것은 처음이다.



"오빠, 전화 온 거 같은데?"



책상으로 얼른 다가가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이표는 액정화면에 보이는 발신번호를 보았다.


그는 여동생을 슬쩍 쳐다보았는데 남조선에 와서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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