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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18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3.25 07:57
조회
46
추천
0
글자
6쪽

동무 여러분

DUMMY

다음날. 대한고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제니라고 하고 청담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뉴질랜드에 살다가 중학교때 전학왔는데 어릴때는 한국에서 살았었습니다.


꿈은 가수이고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는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모두 친하게 잘 지냈으면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니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큰 박수가 터져나왔는데 일부 남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표도 속으로 같은 반 여학생중 가장 뛰어난 외모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눈매가 매서워 좀 까탈스러워 보였다.


북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외모인데 왠지 모르게 자신과는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음 다음 차례에 나가서 자기소개를 해야하는데 어제 집에서 몇 번이나 연습을 했지만 긴장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여동생은 그의 억양에 강원도 사투리가 조금 섞인 것 같다고 했는데, 어릴때 강원도에서 산 적이 있냐고 농담까지 했던 것이다.


그는 특수훈련을 받는 1년동안 훈련소 간부가 녹음해 준 남조선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며 열심히 서울말을 연습했지만 입에 배어버린 평양말을 완전 벗어버릴 수 없었다.


사실 라디오 드라마에서 학생들의 대화가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제니가 자리로 돌아가고 그녀 옆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교탁앞으로 나오자 이표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뒷모습만 보여서 누군지 몰랐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흥중학교를 졸업한 배현진이라고 합니다.


경기도 시흥시에 살다가 얼마전에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가족은 부모님과 남동생이 한 명있고 제 꿈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여 아나운서가 되는 것입니다.


수학, 과학을 못해서 너무 걱정인데 앞으로 여러분들한테 많이 배우겠습니다.


여러분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역시 큰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는데, 바로 앞에 나왔던 제니에 가려져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아나운서의 꿈을 가져도 될 만한 출중한 외모다.


그녀가 소개를 마치고 자기 자리에 돌아오자 그녀 바로 뒷자리에 앉은 이표가 일어났는데, 옆에 앉은 남학생이 그에게 먼저 하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는 교탁앞으로 나가면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말 할 준비를 못한게 신경쓰였는데, '남조선의 공산화 적화통일 달성'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교탁앞에 설 때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결국 꿈을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그가 교탁앞에 서자 여학생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위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전에 한국으로 돌아온 홍이표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족은 여동생이 한 명이 있는데 저와 한 살 차이입니다.


어릴때 스위스로 가서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한국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 많습니다.


특히 국어와 역사를 아주 못하는데 앞으로 동무 여러분들이..."



순간 교실은 정적에 휩싸였는데 이표는 눈앞이 캄캄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 여학생이 소리내어 웃을 때까지 몇 초간의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는데 곧이어 교실이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그의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머릿속은 텅 비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그칠 때쯤에 그는 겨우 평상심을 찾았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한국어를 안써서 가끔씩 입에서 이상한 단어가 튀어 나오는데 여러분들이 많이 이해해주세요.


앞으로 여러분들과 모두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그가 자리로 들어오자 그 옆에 앉은 남학생이 일어나면서 살짝 웃어보였는데 그 덕분에 교실의 분위기에 한결 가벼워진 것이다.


이표는 자리에 돌아와서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져 더이상 다른 학생들의 자기 소개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평양에 있는 가족들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힘들게 일을 하는 모습이 떠오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느새 모든 학생들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교탁 옆에 앉아 있던 담임 선생님이 일어나서 교탁앞으로 다시 왔는데 이제 오늘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여러분, 내일은 오전에 반장선거를 하고 3교시부터 수업이 있으니 학교홈페이지에 있는 시간표를 보고 수업 준비해 오세요."



학생들이 가방을 챙기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갑자기 어수선해졌는데 담임은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임시반장이 인사를 하고 내일 아침 조회때도 부탁할게요."



임시반장이라는 말이 나오자 가방을 챙기던 학생들은 동작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는데, 임시반장이 누구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내일까지 홍이표 동무가 임시반장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교실은 또다시 웃음소리로 가득 찼는데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제니와 현진은 몸을 돌려 이표를 힐끗 쳐다보았다.


남조선에서 인사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던 이표가 순간 당황해서 머뭇거리자 옆자리의 남학생이 그의 귀에다 대고 작은 소리로 '바른 자세, 다함께 인사."라고 말해주었다.


이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른자세!' 라고 외치자 교실은 순간 조용해졌고 그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다 함께 인사!"



학생들은 다 같이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는데, 대한고등학교의 모든 반에서는 아침 조회, 오후 종례때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해야 한다.


이표는 자신을 도와준 옆자리 남학생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자기 소개때 정신을 놓고 있었던터라 그의 이름을 아직 모른다.


그의 명찰을 힐끗 쳐다본 이표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가방을 메고있던 그는 이표가 내민 손을 보더니 웃으며 얼른 악수해 주었다.



"고마워. 중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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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일진 22.04.09 44 0 6쪽
6 반장선거 22.04.06 47 0 9쪽
5 몸이 기억하는 것 22.03.30 51 0 7쪽
» 동무 여러분 22.03.25 47 0 6쪽
3 네임펜 22.03.23 53 0 7쪽
2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4 0 7쪽
1 자본주의 냄새 22.03.18 65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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