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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35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6.10 06:24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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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여동생의 비밀, 접선

DUMMY

"오빠 미안해."



책상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등 뒤에서 모니터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이표는 굳어진 얼굴로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메시지의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여동생이 이 메시지를 보았다는 사실에 그는 눈앞이 깜깜해지며 온몸에 힘이 풀렸다.



"오빠 인스타만 보려고 했는데..."


"아니야. 괜찮아."



침대에 털썩 주저앉은 이표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복잡해진 생각들을 정리했다.


주변에 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담임이 최근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다 제거될 뻔하였지만 교장은 일이 복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의심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표는 교장이 이 사실을 북에 알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당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담임은 바로 제거되었을 것이다.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그녀가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지 문제였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기색이 보인다면 자신이 직접 제거해야 한다.


평양을 떠나기전 그의 임무를 총지휘하고 있는 보위부 간부는 만약 여동생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되면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장하여 중국으로 이동한 뒤 북으로 끌려올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념이라는 것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어린 여중생 한 명이 총살을 당하거나 수용소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오빠, 사실 나 알고있었어."



책상에서 일어나 이표쪽으로 다가와 선 그녀가 침묵을 깨자 이표는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들었다.


항상 밝고 철없이 행동하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나 엄마 아빠가 보육원에서 데려온 거 알고 있었어."


"......"



이곳의 부모님은 북에서 남파된 요원들이고 그녀는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고 생각했던 이표는 그녀의 말에 크게 놀랐다.



"뭐?"


"나 중학교 처음 들어가서 담임이랑 상담하다가 교무실에서 무슨 서류같은거 보고 알게 되었어."


"......"


"그래서 엄마가 스위스에서 친척 오빠가 온다길래 이제 엄마, 아빠가 나를 버리는 줄 알았어."


"너를 버리다니..."


"오빠, 나 이거 진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니까 지금처럼 같이 살게 해 주면 안 돼?"


"......"


"죽을때까지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정말이야. 오빠."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애원하는 그녀를 본 이표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오빠가 하라는거 다할게. 뭐든 다 할 수 있어. 정말이야. 이렇게 하면 믿어줄꺼야?



그녀가 눈물범벅이 된 채 윗옷을 벗으려하자 이표는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그녀를 꽉 잡은 이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오빠 사실은 북한에서 왔어."


"......"


"학교에서 배웠지? 오빠 여기 사람들이 말하는 간첩이야."


"가...간첩?"


"북한에 어머니, 아버지랑 너만한 여동생도 있어."


"......"


"북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오빠 가족들은 모두 죽어."


"......"



눈물을 그치고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 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흔들리는 그의 눈을 보았다.



"정말이야?"


"오빠가 모레 어디를 다녀와야 해. 만약에 오빠가 돌아오지 않으면 넌 그냥 지금처럼 살면 되는거야."


"......"


"다시 돌아와도 지금처럼 살자."



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자 이표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북에 있는 여동생 얼굴이 떠오른 그는 눈을 감으며 울음을 겨우 참았다.



----------------------------------------------------



이틀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교복을 입고 야구모자를 눌러 쓴 이표는 어제 사진으로 본 사람이 도착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않자 초조해졌다.


검색대에서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이표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검정 가죽점퍼에 흰 바지를 입은 40대 남성이 입국장으로 빠져나오면 그와 함께 5번 게이트에서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에 탑승해야 한다.


어제 받은 메시지에는 교복을 입고 파랑색 야구모자를 쓰고 있으면 김정철 동지가 먼저 자신을 알아볼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30분이 지나도록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 순간 뒤에서 누가 어깨를 툭 치자 그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색 안경을 쓴 남성이 빙긋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이표는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동지."


"홍이표라고 했나?"


"네 맞습니다."


"생각보다 잘 생겼네. 연예인인줄 알겠어."



그가 웃으며 농담을 건네자 이표는 긴장이 조금 풀렸지만 지금 자신앞에 서 있는 사람이 수령님의 친형이라는 사실은 그를 크게 움츠러들게 했다.


공항청사를 걸으며 그는 스포츠와 음악 이야기를 꺼내었는데 그가 자신이 학생인 것을 고려하여 일부러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있다는 생각한 이표는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며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공항청사건물 천장에는 수백개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고 두 사람은 가까운 형제처럼 보여야 한다.


잠시후 청사를 빠져나온 그들은 짙게 썬팅을 한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가 5번 게이트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이표는 승용차가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어 오는 것에 놀라며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살폈다.


곧 차량의 뒷문이 열리자 김정철은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탑승했고 이표는 그가 안전하게 차에 몸을 싣는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반대편으로 돌아가 그의 뒷좌석 그의 옆자리에 몸을 실었다.


이표가 뒷좌석에 오르자마자 승용차는 지체없이 출발했고 수많은 승용차들 사이에 섞여 천천히 공항을 벗어났다.


승용차가 공항신도시를 지나 인천대교로 접어들자 이표는 몇 달 전 처음으로 이곳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화려하고 번화한 도시모습에 무척 놀랐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익숙해져 오히려 평양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표는 자신이 이곳에 적응할수록 자본주의에 물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



잠시후. 용산 국방부 신청사 입구.



"도착했습니다."



앞자리 조수석에 앉은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이표는 룸미러로 그를 쳐다보았다.


공항에서 이곳까지 오는 40분동안 앞좌석의 두 사람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는데 조수석에 앉은 정장을 입은 사내는 썬글라스까지 껴서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경호실 직원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뒷좌석 문을 열자 김정철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에서 내렸다.


곧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차량으로 다가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하자 뒤에 서 있는 직원들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김정철의 한 발짝 뒤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이표는 그들이 미소를 띤 채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그들은 1층 현관에 들어섰고 보안검색대 앞에서 그 중년 남성은 공손한 태도로 김정철에게 양해를 구했다.



"내빈들은 모두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게 원칙이라 정말 송구스럽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김정철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검색대를 통과하자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보였다.


검색대를 마주한 이표는 속으로 크게 당황했는데 이곳에 검색대가 있다는 정보를 받지 못한 것이다.


지금 교복안주머니에는 소음기가 끼워진 묵직한 마카로프 권총이 들어있는데 이곳을 통과하는 순간 발각될 것이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낀 이표가 천천히 검색대 쪽으로 향하자 옆쪽 직원전용 통로로 이동하던 직원중 한 명이 그에게 눈짓을 했다. 그냥 이쪽으로 따라오라는 신호다.


이표는 검색대에서 방향을 틀어 옆쪽으로 나있는 직원전용통로를 지나 그들과 다시 합류했다.


교복을 입고 그를 따라 온 이표는 공항에서 그를 비밀리에 영접하는 한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윗선에서 고등학생을 한 명 선발하여 그를 맞이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북측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학생 한 명을 선발하여 그와 동행시켜 달라는 제의가 있었던 것이다.


경호상의 이유라고 생각한 대통령실은 서울시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성적이 우수하고 외모가 단정한 고등학생 한 명을 선발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서울시 교육감은 최근 방문한 대한고등학교에 추천을 부탁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이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교복 소매로 닦아내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권총이 흔들거리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얼른 팔을 내렸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눈으로 들어가자 그는 눈을 두어 번 크게 깜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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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평양시 송화1동 22.06.26 2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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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빨간색 플라스틱 조각 22.06.14 27 0 8쪽
» 여동생의 비밀, 접선 22.06.10 28 0 9쪽
19 비상사태 22.06.06 27 0 8쪽
18 박카스 한 병 22.05.27 27 0 8쪽
17 VX 스프레이 22.05.24 25 0 7쪽
16 남조선식 성교육 22.05.18 3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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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괴물 22.05.11 38 0 8쪽
13 유자차 22.05.04 3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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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조건만남의 미끼 22.04.20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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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몸이 기억하는 것 22.03.30 52 0 7쪽
4 동무 여러분 22.03.25 47 0 6쪽
3 네임펜 22.03.23 54 0 7쪽
2 나이키 운동화와 인스타그램 22.03.20 55 0 7쪽
1 자본주의 냄새 22.03.18 6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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