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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0601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마

완결

baekmirr
작품등록일 :
2022.03.17 03:29
최근연재일 :
2022.07.06 03:0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17
추천수 :
0
글자수 :
81,193

작성
22.04.13 03:48
조회
42
추천
0
글자
8쪽

침묵하는 아이들

DUMMY

학교건물 뒤편 농구장.


농구장옆 벤치에 앉아있는 재원은 자신앞에 일렬로 쭉 늘어선 신입생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이 앞으로 우리와 함께 생활하게 된 것에 대해서 일단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가 박수를 치자 그의 주위에 몰려있던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은 낄낄거리면서 다 같이 박수를 쳤는데 모두 체육복을 입고 있어서 이름도 학년도 알 수가 없다.


그의 옆에는 눈화장을 하여 눈이 아주 크게 보이는 여학생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체육복이 발목위까지 올라와있어서 구부바지를 입은 것처럼 보인다.



"자, 우리 후배님들도 다 같이 박수! "



그가 크게 소리치자 신입생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하나둘씩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표는 슬쩍 고개를 돌려 여기에 끌려온 학생들을 훑어보았다.


어림잡아 15명. 그들을 데리고 온 체육복을 입은 선배들도 대략 15명 정도이다.


신입생들 뒤에는 '사용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농구대가 있었는데 농구 골대 그물이 찢어져 있고 그 밑에 낡은 의자가 놓여있어서 누군가가 그물을 교체하려다 포기한 듯 보였다.


농구장 바닥엔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는데 농구코트 구석에는 나무자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자, 이제 점심시간이니까 어서 끝내고 밥먹어야지?"



벤치에 앉아있던 재원은 손으로 배를 만지며 배고프다는 시늉을 했는데 찢어진 눈으로 신입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스산한 기운이 풍겨져 왔다.



"우리 후배님들, 지금 앞에 있는 선배들한테 폰으로 전화를 걸어주고 나중에 카톡오면 답장만 좀 잘해주시길 바래요."



폭력을 쓰면서 위협할 줄 알았던 그들이 난데없이 자기들을 카톡친구로 추가해 줄 것을 부탁하자 이표는 어리둥절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불량학생들인줄 알았던 그들이 알고보니 신입생들과 친하게 지내려고하는 좀 특이한 선배들이라 생각한 이표는 잔뜩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표는 조금 전 자신의 팔을 잡고 끌고왔던 남자 선배가 앞으로 다가오자 어색하게 웃으며 두 손바닥을 펴보였는데 스마트폰은 교실에 자신의 가방안에 있다.



"폰 꺼내."


"아, 선배님. 제가 지금 폰이 없어서 번호를 알려주시면 제가 나중에 전화를 드리면 안될까요?"


"......"



그 선배는 피식 웃더니 뒤돌아서 벤치에 앉아있는 재원을 바라보았는데 그도 상황을 알겠다는듯 따라 웃었다.



"제가 전화번호는 잘 외우니 번호를 불러주시면..."


"이런 병신같은 놈이..."



갑자기 그가 욕을 내뱉으며 자신의 교복주머니를 거칠게 뒤지기 시작하자 이표는 당황하여 옆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신입생들은 자신의 폰으로 앞에 있는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이표의 교복주머니를 뒤지던 그 선배는 결국 스마트폰을 찾지못하게 되자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이표를 노려보았다.



"저...선배님, 교실에 있는거 가져올까요?"



그는 대답 대신 몸을 돌려 벤치쪽으로 다가가더니 재원과 한참동안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재원은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며 학생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야, 이제 모두 보내."



전화를 받은 선배들이 다시 벤치쪽으로 모이기 시작하자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신입생들은 말없이 농구장을 떠났는데


신입생들이 모두 떠나고 마지막으로 이표만 남게되자 재원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폰이 교실에 있다고?"


"네."


"왜 두고왔어?"


"네? 전 원래 가방에 두고 다니는데..."



그들이 지나치게 연락처에 집착하고 있다고 느낀 이표는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는데 스마트폰이 없어도 얼마든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작달막한 체구의 그가 손가락으로 이표의 가슴팍을 꾹꾹 누르자 이표는 뒷걸음질치면서 당황하여 그를 쳐다봤다.



"지금 당장 가서 3분내로 가져 와."



"네?"



"......"



벤치에서 이쪽을 지켜보던 선배들이 하나둘씩 다가오자 이표는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다급하게 그에게 말했다.



"지금 가지고 올게요 선배님. 잠시만요."



이표가 교실쪽으로 힘차게 달려가자 이쪽으로 다가오던 선배들은 웃으며 다시 벤치쪽으로 되돌아갔다.


교실에 도착한 이표는 황급히 가방을 열고 책들 사이 어디엔가 숨어있을 스마트폰을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맞았어?"



제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표는 순간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그녀가 식당으로 가지않고 교실로 올라와 있는 것이다.



"어? 점심먹으러 안 가?"


"......"


"그런데 여기서는 꼭 스마트폰을 교복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거야? 참 나."



참 이상한 문화라고 생각한 이표는 스마트폰이 계속 안보이자 아예 가방을 거꾸로 들어서 책들을 책상위에 쏟아냈다.


그의 스마트폰이 교실바닥에 툭 떨어지자 그는 얼른 주워 액정화면을 살펴봤는데 핸드폰 케이스가 있어서 다행히 깨지지 않았다.


여동생이 입학선물로 사 준 검정색 핸드폰 케이스다.


"폰 가지고 오래?"


"응."


"갈거야?"


"응?"


"그 선배들 일진인거 알지?."


"일진?"



일진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표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는데 그녀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어 '일진'이 뭐냐고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제 우리 계정 다 털리고 우리반 애들 계정까지 가져오라고 할꺼야."


"계정?"



어제 집에서 여동생이 컴퓨터를 하면서 '인스타 계정'이라고 말했던 것이 떠오른 이표는 잠시 생각하다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벌써 3분이 지나있는 것이다.



"일단 갔다와서 얘기하자."


"야!"



제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이표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봤는데 그 때 앞문으로 중권이 들어왔다.


급하게 그에게 달려간 이표는 몸을 그에게 바짝 붙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계정이 털린다는게 무슨말이야?"


"뭐?"



몸을 뒤로 빼면서 이표를 쳐다보던 중권은 그를 교실앞 책상자리에 억지로 앉혔다.



"누가 계정이 털렸대?"



"아니 지금 좀 급해서 그런데 짧고 간단히 좀 말해줘."


"계정 아이디랑 비번 알아내는거야."


"알아내서 뭘 하는데?"


중권은 순간 상황을 눈치채고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이표와 제니가 그들에게 끌려간 후 반아이들은 교실에 남아서 한동안 중학교시절 자신의 학교일진들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결국 중학교 일진들의 공통점은 다른 학생들의 SNS계정을 받아서 전화인증을 하게한 뒤 3천원~만원정도의 알바비를 챙긴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계정은 불법사이트에 넘어가 홍보용으로 쓰이고 그 계정은 결국 정지를 당하게된다.


또한 그들의 전화번호로 무차별적인 스팸문자가 발송되어 스팸번호로 등록이 된다.


그들의 가족을 포함한 주변사람들의 계정까지 알아오라고 협박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거부하면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학교생활이 힘들도록 온라인,오프라인 상에서 온갖 방법으로 굴욕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을 짧은 시간에 이야기할 수 없었던 중권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극단적인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그거 가지고 학생들을 괴롭혀서 어떤 애들은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하기도 해."



얼굴이 굳어진 이표는 순간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교실밖으로 뛰어나갔는데 그가 떠난 자리에 그의 스마트폰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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