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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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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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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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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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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DUMMY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지만 릭은 맞대결을 선택했다. 그야 이곳에 시아가 있기 때문이었다.

영맥의 마력을 동원해서 원령의 공격을 받아냈다. 쏟아진 원령은 영맥으로부터 올라온 원기의 막으로 둘러싸인 릭과 시아를 건드리지 못했다.


‘큰 마법은 쓸 수 없겠군.’


집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딱 사용하기 좋은 마법들이 있지만 릭은 참았다. 그리고 시아에게 시선을 보내자 시아가 성물을 손에 들고 자신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당한 힘이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어쩌면 릭이 없더라고 충분히 그녀 자신을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성물의 힘은 상당했다. 다만 물리적인 방어력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가 혼자서 이곳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휠체어에 탄 상태로 이곳에 전자적인 결계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튼 어려울 것은 없었다. 영맥을 차지한 이상 이미 승부는 정해져 있었다.

원령의 실수는 영맥에서 쉽게 물러나 준 것이었다. 좀 더 정신력 대결을 벌일 거라고 예측했지만 적에게는 영맥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있다면 공을 들여서 원령을 제령 하는 일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릭은 지금 피곤했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게다가 이 녀석을 해치우고 나면 다시 다니키와 만나야 했다.

다니키가 이 곳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돌아오라고 했던 것이다.


‘이건 아마 시험이겠지.’


다니키의 능력이면 간단하게 해낼 것이다.

그녀가 수십 마리가 넘는 유령들에게 악기를 연주하게 하고 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정도 숫자의 영들을 제압하고 명령할 수 있다는 건 보통 강력한 술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이 저택의 원령 정도는 손짓만으로 쫓아낼 수 있을 터였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릭도 이 정도의 일은 해낼 수 있었다.


“물러나라.”


영맥의 힘을 격발시키며 명령하자 원령의 몸이 산산 조각났다. 정확히는 원령이 붙들고 있던 지박령들이 떨어져 나간 거였다.

원령은 어떻게든 붙들고 있으려고 했지만 릭인 좀 더 힘을 가하자 결국 결합을 지탱하지 못하고 남은 영들마저 놓치고 말았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주··· 죽. 죽···인···다.”


원령이 내뱉는 말은 그게 다였다. 이미 이성이라곤 남아 있지 않았다. 분노와 증오만이 남은 존재에 불과했다.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을 증오에 쏟아 넣은 존재였다.


동정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분노로 차올라 모든 것을 공격하는 괴물이 되었다면 그는 과연 동정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그의 손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면 말이다.


받아야할 것은 동정이 아니라 벌일 것이다.


릭이 다가가 손을 가져다되자 원령은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반항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힘의 격차가 너무 나서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릭의 기세에 완전히 눌린 원령은 그저 증오와 분노만을 끊임없이 발산하다 사그라졌다.


“끝난 모양이네.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상상이 강력한 놈이었을 텐데.”


“반은 이 장소 탓이야. 이 장소 썩 좋은 장소는 아니군. 영맥의 힘이 강한데 지하에 수맥도 함께 흘러서 음기가 강하군. 유령들을 불러들이기 좋아. 이곳이 도시가 아니었다면 괴물들도 몰려들었을지도 모르겠군.”


“영적 특이점이라는 이야기야?”


“그래. 그런 이야기지. 하지만 이상한데. 이 정도의 원령. 다니키가 처리하지 못할 리가 없어. 나는 이게 일종의 시험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럴 걸.”


시아도 긍정했다.


“그녀는 시험하는 걸 좋아해. 이번 일을 할 수 있었다면 그런 이 일도 할 수 있겠지. 같은 식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거야. 그녀에게 있어서 아마 놀이겠지.

애초에 도시의 주민이 브로커를 하고 있다는 건 그런 것일 테니까.”


확실히 도시의 주민이자 강력한 마법 종족 야크샤인 다니키가 굳이 브로커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정말로 반은 재미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면 하찮은 하위종족을 이용한 게임을 한다 하더라도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게임용 말이 된 하위종족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빈민가를 살아가는 하위종족의 불만 따위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은 하위종족들 조차도 말이다. 그저 그 재앙이 자신의 곁으로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다였다.


당연히 다니키의 말을 무시하는 건 리스크가 컸다.

상위 종족의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출세할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상위종족의 장난감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대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능력이 되는 한 어디까지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제법 컸다.

특히 일반적인 밀수로는 풀리지 않는 귀중한 물건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현재 가진 장비들도 상급 장비들이기는 하지만, 세다가 지난만큼 최상급이라고 말할 수 는 없기 때문에, 이런 상위 장비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건 쾌 큰 것이었다.


“연락이 왔어, 그 분이야.”


시아는 다니키를 그분이라고 불렀다.

이름을 부르기에는 시아가 가진 다니키에 대한 두려움이 보통이 아닌 듯 했다.

심지어 시아는 릭이 다니키를 그냥 이름으로 부를 때마다 흠칫거리기 까지 했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그녀에게 있어 다키니는 공포와 경외의 대상인 듯 했다.


방금 전 쏟아지는 원령을 보고도 침착하게 성물을 꺼내 들었던 점을 생각하면 담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 텐데도 시아가 그녀를 두려워한다는 건 꽤 놀라운 일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시아가 말하길 자신이 다리를 못 쓰는 건 심리적인 이유에서라고 했다.

그 심리적 이유의 제공자가 다니키여도 이상한 것 없는 거였다.

어지간히도 트라우마가 되는 일을 겪은 것이 분명했다.


“네, 말씀대로 제거했습니다. 네. 네. 오늘은 쉬어도 좋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장소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상대는 보지도 못할 텐데 연신 굽신 거리며 시아는 대답했다. 어지간히도 무서운 것이 분명했다.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건지 궁금하게 만들 정도였다. 스캐빈저란 대부분 담력이 좋은 인간들이기에 어지간해서는 저렇게까지 쭈그러드는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 예절을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 기는 아첨꾼스러운 모습을 보는 건 드문 일이었다.


“후우.” 통화가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쉰 시아가 릭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쉬고 내일 나오래. 식사 약속도 잡혔어.”


시아는 정신적으로 피곤해 보였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실히 머릿속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의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말이다.


마치 중간관리직의 직원이 싫은 상사와 회식자리를 같이 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 싫은 상사는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해서 회식 자리에서도 곁에 두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안정된 직장생활과 출세를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동아줄인지라 도저히 놓을 수 없어서 갈등하는 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졌다.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군.”


“좋아하긴 어렵지.” 시아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곤란하다는 기색이 표정 전체에서 느껴졌다. “그녀는 식인귀야. 식량과 같이 식사를 하는 포식동물을 상대로 좋아할 수는 없겠지? 안 그래?”


“그건 그렇군.”


“도시의 상위종족들이 하위종족들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아. 특히 드래곤, 야크샤, 락샤사가 즐겨 먹지. 스핑크스나 그리폰같은 녀석들도 그렇고, 야생 오크들도 사람을 잡아먹어.”


“먹이 사슬 최하위 같은 발언인데.”


“실제로 그래. 빈민가에서야 수가 많은 인간이 주름잡고 있지만, 도시로 들어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곳에서도 천부적인 마법 능력을 유전으로 이어받은 인간 가문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피식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듯 해.”


“다니키가 들려준 이야기로군.”


“그래. 그녀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니까.”


시아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임이 분명했다.

다니키와의 만남은 틀림없이 끔찍했을 것이다.

결코 온건한 만남이 아니었을 터였다.


“후.” 크게 한숨을 쉰 시아는 기분을 전환하려는 듯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두자. 어차피 우리가 앞으로 해내가기 위해서는 그 분과 협력해야 해. 우수한 스캐빈저는 일을 가리지 않아. 당연히 의뢰인도 가리지 않고 브로커도 가리지 않지. 그 분은 우수해. 적어도 이 도시의 어떤 브로커보다 대단하지.”


“그녀의 일을 해본 적이 있나?”


“도메니코에게 스카웃되기 전까지만······.”


어쩌면 다니키를 피하기 위해서 도메니코의 아래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들었다. 릭은 자신의 추측이 그리 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니키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던 것이다.


릭도 상대가 식인귀라는 사실을 안 순간 거부감이 느껴졌다.

양이 늑대와 친할 수 없듯이, 인간인 릭이 인간을 포식하는 야크샤인 다니키와 친해지는 건 어려운 이야기였다.


“포르네오 패밀리에서 일했던 때가 편하긴 했어. 그 분과 일할 때보다는 마음도 편했고. 하지만 이렇게 돌아와 버렸으니······.”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거지. 할 수밖에.”


“그럼 집안을 둘러보자. 어떤지 확인해야겠어.”


확실한 건 청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집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고, 그 탓에 곳곳에 먼지가 가득했다.

다행인 건 집에 썩었거나, 파손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가구들은 전부 멀쩡했다. 다만 쌓인 먼지를 해결해야할 필요는 있었다.


“우리는 지하에서 생활할 거야.”


시아가 말했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사람이 거의 오지 않지만, 그래도 오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야. 본거지는 가능하면 지키고 싶어. 차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곳에서 생활한다는 느낌을 내고 싶지는 않아.”


즉 위층은 그대로 방치한다는 이야기였다.


“가구를 사와야 할 것 같아. 일단 침낭이랑 텐트가 있지만 거기서 계속 생활할 수는 없으니까. 지하층과 주차장이 우리의 집이네.”


시아는 다니키로 인해 무거워진 기분을 쇄신하려는 듯이 밝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릭도 거기에 어울려 주지는 않았지만 대신 일은 시키는 대로 이런저런 작업을 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이동시키고, 주차장 입구를 닫고, 침입자를 견제하기 위해 내부와 외부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철로 만들어진 주차장의 문은 두텁고 단단해서 침입자가 쉽게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안에서 빛을 켜놓아도 새어나가는 빛도 없을 터였다. 억지로 열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거기까지 끝냈을 때 시각은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생활하기 좋진 않겠는데. 습기가 찰 것 같고. 다리에도 좋지 않을 거야.”


“알아. 하지만 우리는 추적당하고 있을 거야. 도메니코가 처리되어도 포르네오 패밀리는 용서하지 않을 걸. 안젤로는 냉혈한이니 동생이 죽은 것 정도로 우릴 처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보스인 안토니는 그렇지 않아. 그리고 막내도 있지.”


“배신자를 처리하겠다는 건가?”


“그렇게 될 걸. 우리가 안전하게 나오기 위해서 클론오크들과 거래했잖아. 헬렌이 잡혔으니 우리가 거래했다는 사실은 새어 나갈 거야. 어쩔 수 없지.”


헬렌을 제거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봐선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었던 모양이었다.

릭으로서도 그편이 나았다.

서로 성격이 맞거나 한 것도 아니고, 사이도 나빴지만 그래도 동료였다.

이제는 전 동료이지만 죽는 걸 보고 싶지도 않고, 스스로의 손으로 제거하고 싶지도 않았다. 길이 갈린 이상 마주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때는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확실히 숨어사는 편이 유리하겠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표적이 도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려졌다고 알려진 집에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선 거기부터 뒤져볼 것이 분명했다.


‘나라도 그렇게 하지.’


시아의 판단은 상황을 정확하게 살피고 있었다.


“일단 쉬자. 정리는 나중에 할래.”


시아는 그렇게 말한 후 차에서 꺼낸 침낭을 바닥에 깔았다. 확실히 지금은 일단 자고 싶었다. 긴 하루였다.


작가의말

아, 예약 누르는 거 깜빡...

씁, 어쩔 수 없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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