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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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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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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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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DUMMY

그곳은 휘황찬란한 공간이었다.

거대한 붉은 방에 금으로 된 벽장식이 되어 있고, 방의 모서리에 인왕상을 떠오르게 만드는 거대한 상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벽면에는 유령들이 벽에 등을 붙이고 앉아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중앙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못이 있었고, 십자로 난 복도가 중앙의 연단에 연결되어 오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연단 위에는 거대한 침대가 놓여 있으며 그 위에 거대한 쿠션들이 수십 개 깔려 있었고, 동양풍의 복장을 입은 푸른 피부의 여자가 곰방대를 물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방문자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여인이 바로 브로커였다.

시아가 말한 대로 이마의 끄트머리에 2개의 뿔이 돋아 있었다. 뿔은 피부와 같은 푸른빛이었지만 끝은 검은 색이었다.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로군. 셀레스타.”


“처음 뵙겠습니다. 다니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아는 정중하게 답변했다.

셀레스타란 시아의 별명인 듯 했다.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는 가명인 것이다.

릭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애초에 네트워크에 사용할 아이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릭은 정보차원에 서식하는 생명체들과 사실상 동일한 존재였고, 마치 정보정령들 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규칙을 무시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릭이 시아처럼 별명을 가질 칠요가 없는 이유였다.


“물론. 나의 아래에서 일할 자들의 얼굴은 직접 보는 주의이노라. 당연히 그대와 같은 하위종족들이라 해도 다르지 않지. 하지만 그대의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내 심기를 거스르는 구나.”


“네? 저, 잠깐! 무슨 뜻인지?”


다니키가 손을 휘두르자 릭은 그 마력 파동을 피했다.


“흠. 피했나? 재주가 있구나. 너희 종족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알지도 못하고 당하거늘. 네가 가진 기운이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셀레스타. 저리로 물러나 있거라.”


다니키는 앞으로 있을 실력행사로부터 셀레스타를 보호하려는 듯이 그녀를 이동시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원래 릭의 곁에 있던 셀레스타가 다니키의 곁에 휠체어와 함께 이동해 있었던 것이다.


릭은 대충 이 공간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이 공간은 다니키의 영역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자신의 속성으로 염색한 마력지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영역 자체가 다니키가 만들어낸 개인 차원이었다.

즉, 이 공간 자체가 다니키의 세계라는 그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한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안에서 무제한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다니키는 진작 릭을 치웠을 것이다.


최소한 마력이 닿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다니키가 손을 들자 모퉁이 인왕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왕상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유령 악사들의 연주가 날카롭고 째지는 듯한 기묘한 음향을 내기 시작했다.


이 음악에 마법적인 선율이 담겨있는 건 틀림없었다. 릭은 자신의 귀를 파고들어와 뇌를 때리는 것 같은 소리의 타격에 움찔했지만 곧 신체의 마력을 조율해 음파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형성했다.


신체를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었고, 집중력도 손상되지 않았다.

바이탈 사인도 완벽하다.

큰 타격은 아니었던 것이다.


릭은 선수를 치기 위해 움직였다.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인왕상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총을 쏘지 않은 것은 반은 예의였고 반은 쓸모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총격은 드래곤처럼 단단한 비늘이라도 두르고 있지 않는 한 위험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책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릭의 마법실력과 마법이 걸린 총 그리고 마탄의 힘이라면 그 방어마법 역시 파괴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재수 없게 도탄당해서 시아가 맞을 경우도 생각해둬야 했다.

그리고 브로커가 다쳐도 곤란했다.


“흡!”


릭은 인왕상에 달려들자마자 건틀릿에 저장된 마법을 격발했다.

건틀릿으로부터 발동한 마법이 인왕상의 마법저항을 관통하고 폭발을 일으켰다. 곧이어 다니키로부터 마법이 날아들었지만 릭은 다음 인왕상을 향해 달리며 마법 공격을 피했다.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음에도 다니키가 맞추지 못한 것은 그녀가 예측한 속도 이상으로 릭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위종족에 대한 편견이 그녀의 대응을 늦추고 있었다.


릭은 거의 클론오크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설마 인간이 그 정도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못한 다니키는 릭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급급했다.


“말도 안 돼!”


다니키가 소리치는 사이에 인왕상이 열의 그물에 붙잡혔다. 릭이 추가로 구성을 발현하자 열선이 폭발하면서 인왕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인왕상들은 완전히 기동하기 시작했다.

남은 수는 둘.

시아는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다니키는 흥미롭다는 듯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클론오크에 필적하는 전투력. 아니, 능가할지도 모른다.

일개 인간에게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마법 능력을 가진 자가 이리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 지지 않았다.


릭은 곧바로 덮쳐드는 3번째 인왕상을 무너뜨렸다.

무슨 수를 썼는지 내구도가 올랐지만, 클론오크만도 못한 내구도에 불과했다.


다니키는 4번째 인왕을 멈춰 서게 했다. 인완상은 천천히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고 다니키가 손짓해 릭을 불러 들였다.


“이리 오거라. 좋다. 네가 이곳에 머물러도 좋다. 좋은 것을 구경했군. 세상이란 참으로 넓도다. 너 같은 인간이 존재하다니. 그야말로 맹점이었다. 어떤 생물이건 돌연변이라는 건 생겨나기 마련이군.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손이 닿아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건?”


옆에 앉아 있던 시아가 의문을 표하자 다니키는 홍소하며 말을 이었다.


“킬킬킬킬. 창의성을 가진 자들은 얼마든지 있지. 네 기억은 어디에서 부터지? 최근 아닌가? 유쾌. 유쾌. 대체 뭘 만든 건가? 창조자에게도 칼을 들이밀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내 기억은 그리 길진 않군.”


“그렇지? 그렇지? 하지만 창조자를 찾는 짓은 그만두는 것이 좋아. 결코 좋은 결과가 되지 않지. 네가 좀 강하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하늘 위엔 하늘이 있는 법이야.”


“그가 적대적일 거라는 이야기인가?”


“아니. 창조물이 반드시 피조물을 사랑하는 법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피조물 역시 창조물을 반드시 사랑하는 법은 없다는 이야기지. 어느 쪽이건 시시한 이야기가 될 거야. 그 몸에 딱히 제약이 달려있지 않은 것 같으니 그냥 주어진 능력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아.”


“······생각해 보지.”


릭은 포기할 수 없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단서를 가진 놈을 찾아낸다.

그것이 이 세계에서 굳이 목숨을 무릅쓰고 싸우는 이유였다.

작정하고 돈을 아끼면 죽을 때까지 놀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있음에도 이러는 이유는 하나였다.


돌아가고 싶다.

이 개똥보다 못한 세상보다는 별다른 능력이 없더라도 원래 세계에서 살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돈과 권력이 있다면 이 세계도 살지 못할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선 올라가야 할 길이 이 세계는 더욱 험난했다.


애초에 돈과 권력은 인간을 초월한 마법적인 생명체들.

눈앞의 다니키 같은 존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권력과 돈이 있다고 해서 안전하지만은 않았다. 이 세계는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길드 사이에는 협정이 존재해서 길드 사이의 전쟁을 피하도록 해놓고 있지만 뒤에서는 끊임없는 암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면전을 제외한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암살, 납치, 테러.


겉으로는 치안이 유지되고 있지만 뒤는 빈민가와 크게 차이가 없는 혼돈의 도가니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법이지. 인격을 가진 존재에게 기원은 중요한 것이니. 하지만 내가 경고했단 사실을 잊지 말거라. 언제나 기억하도록.”


“명심하지.”


릭은 여전히 다니키를 경계하며 대답했다. 언제 그녀가 돌변할지 몰랐다. 다니키는 릭에게서 불쾌한 기색이 존재하다는 이유로 뭔가 수작을 부리려고 했었던 것이다.


“킬킬킬. 그렇게 정색할 필요 없느니라. 여전히 불쾌한 잔향이 남아있지만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노라. 물론 하급종족인 그대가 우리의 말을 불신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나는 능력있는 자들을 존중한다.

그대 종족의 힘으로 우리에게 인상적인 역량을 가지는 일 자체가 어려운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건 다르게 말하면 시아 역시 다니키의 마음에 들 만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적어도 네트워크 기량만을 말하는 건 아닐 터였다. 네트워크 기술을 다니키가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마법사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 마법사였던 존재일지도 몰랐다.


“자, 그럼 우선 일의 이야기를 할까. 너희가 지낼만한 거주지는 찾아뒀다. 나쁘지 않을 거란다. 다리가 나쁜 너를 위해서 계단뿐만 아니라 승강기도 붙어있는 아주 좋은 집이지. 다만 사고 물건이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건 네가 직접 퇴치해야 한다.

그 조건으로 아주 싸게 넘겨주마.

다행이 널 대신해서 싸워줄 용사분이 계시는 구나.”


“네, 받겠습니다.”


시아는 릭을 슬쩍 봤고, 릭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안을 받아 들였다.


“그럼 네가 구하고 싶어 했던 물건이지만. 수배까지 일주일은 걸릴 거다. 배달하려면 더 걸릴 거고.”


“네, 그걸로 충분합니다.”


“욕심이 없고 말을 잘 알아들으니 참 좋지. 인간이란 대부분 어찌나 시건방진지. 주제도 모르고 바락바락 대들기도 하거든. 대부분 저항할 힘도 없으면서 말이야.”


다니키는 깔깔 웃었다. 곰방대로 연기를 마신 그녀는 위를 향해 연기를 크게 내뿜었다. 흐트러진 앞섬으로부터 유방과 유두가 보이는데도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과시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시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했기에 릭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들의 존재는 결국 이계의 존재가 개념을 뒤집어 쓴 것에 불과했다.

오크나 다른 종족들은 몰라도 이 마법 종족들은 고차원의 마법적 존재. 영계에 존재하는 존재들에 가까운 자들이었으나 이렇게 개념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나타난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인간들의 성관념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런 육체적 매력을 이용해 교섭을 유리하게 할 생각인 것인지도 몰랐다.

이성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는 확실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존재였다.


키가 2미터가 훨씬 넘고, 푸른색 피부에 뿔이 나있으며, 흰자위 대신 검은자위가 존재하고, 눈동자 역시 불길한 적안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리고 너. 이름이 뭐지?”


“릭.”


“릭이라. 좋아. 기억했다. 내가 이름을 기억한은 하등종족은 그렇게 많지 않지. 영광으로 알려무나. 자, 그럼 가라. 일이 끝나면 다시 나를 찾아오도록. 너희들에게 시킬 일이 있으니.

장소는 이미 보내 놓았다.”


다니키는 그렇게 말하고 손을 휘저으며 어서 나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령들이 날아와 릭과 시아를 밀어 내기 시작했다. 섬뜩하게 차가운 손길을 피해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문밖이었다.


다시 문을 열어 보자 그것에는 좁은 지하실이 보일 뿐이었다.


“마법으로 옮겨 다니는 거야. 그녀는 야크샤라는 종족이라고 해. 매우 강력한데다가 사람을 잡아먹지. 한 끼 식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절대 실패해서는 안 돼.”


“실패한 스캐빈저를 잡아먹는 다고?”


“소문이야. 그녀의 종족은 식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지. 식탁에 인간고기도 가끔 올라간다고 해. 빈민 사냥을 벌이는 종족들 중 하나야. 야크샤는.

성질이 불같으니까 주의해.

그녀가 이성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정말로 성질이 급해.

지금 우리도 서둘러 움직이는 편이 좋아.”


“쉴 틈을 주지 않는군.”


“쉴 시간은 줄 거야. 그녀는 이해력이 있거든. 인간이 지치고 잠도 자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줄 정도의 도량 말이야.”


“그거 참 반가운 소리군.”


한 순간 다니키로부터 자신을 이 세계로 보낸 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브로커였다. 정보도 취급할 것이다.


“그보다 당신 정체가 더 놀라워. 그러니까 인조인간 같은 거야?”


“나도 몰라. 그걸 알고 싶군.”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창조주를 만나지 말라고 조언을 들었으니까. 그 분의 말을 듣는 편이 좋을 거야. 그리고 충분히 예의를 취하도록 해. 함부로 말하지 말고.”

시아는 그렇게 말했지만 릭은 자신이 다시 다니키를 만난다고 해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람을 기분 나쁜 벌레쯤으로 취급했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가의말

설정 이야기를 좀 쓰고 싶은데 좀체 시간이 안 나는 군요.

야크샤들은 꽤 강합니다. 드래곤 정도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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