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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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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최근연재일 :
2022.04.0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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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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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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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

DUMMY

탈출하고 나온 릭과 두 사람을 앞에 덩치들이 막아섰다.

거기에는 덩치들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작은 태블릿을 세워 웹방송을 보고 있던 모리어티도 있었다.

그는 우리가 지나치게 빨리 나온 사실에 대해서 의문을 표했다.


“왜 일하다 말고 나왔지? 내가 돈을 지불하는 이상 그만큼 일해야지.”


그는 난폭한 미소를 지으며 릭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너무 일찍 나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릭은 짐작했다.


“작업 중에 괴물을 발견했습니다. 쥐들은 비교도 안 되게 위험한 놈이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복부로 묵직한 충격이 덮쳐왔다.


“그런 건 상관없어. 자, 들어가. 들어가서 시간을 채우고 오라고. 어서!”


릭은 어쩔 수 없이 하수구로 내려갔다. 남은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모리어티가 비웃는 소리가 들려 왔다.


“다른 출구로 도망치려고해도 소용없어. 지키고 있을 테니까.”


경고도 함께였다.


“이제 어쩌지?”


나이 든 남자가 물어왔다. 별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건 자살행위였다. 사냥에 사용한 시간은 대충 한 시간 정도. 아직도 3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3시간 걷는 거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 악취와 신발 아래로 느껴지는 불쾌한 감촉들과 싸우며 걷는 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괴물이 문제였다.

이 장비로 승산이 있을까? 솔직히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두드려 맞은 배도 아팠다.

하지만 거기서 참은 건 잘한 일이었다.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였고,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손해 없이 이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등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는 두 사람도 무사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어떻게 복수해주고 싶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없었다. 아니, 없지는 않았다. 위험을 좀 할 경우의 이야기였다.


‘귀찮아 질 것 같은데.’


하려면 할 수 있지만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 릭은 고민했다.

되갚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뒤였다. 모리어티는 포르네오 패밀리의 일원이었다. 포르네오 패밀리는 이 근방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슬리면 좋은 결과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그 괴물을 처리하려면 모리어티의 화력이 필요했다.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야지.”


작전이랄 것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몹시 제한적이었고, 선택하는 일만 남은 상태였다.


문제는 릭의 자신감이었다.

그의 육체는 매우 우수하다. 그냥 우수하기만 하다면 감히 싸울 생각은 하지 못하겠지만, 이 육체는 그저 우수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평생 동안 투쟁해온 것만 같은 전투경험과 지식들이 쌓여 있었다.


문제는 육체의 사용자인 릭에게 그 경험과 지식들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정말로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생각에도 자신은 눈앞의 두 사람과 같이 일반인이었다.


“그런가. 그러면 우리 통서명이라도 해둘까?”


나이 든 남자가 말했다.


릭은 무시할까 했지만 그냥 듣기로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한 배를 탄 셈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괴물을 상대로 혼자서 해나갈 자신은 없었다.


괴물 1체만이라면 어떻게든 될 테지만 문제는 호위라는 쥐떼였다.

괴물이 괴물인 이유는 1:1로 인간이 맨손으론 도저히 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손에 총을 쥐고 있긴 하지만 이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저 괴물은 총을 쥔 인간을 습격하고 온 것이다.

그러니 총이 통하지 않는 건 아니더라도 한두 발로 치명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아아아!”


또 멀리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릭은 두 사람이 움찔하고 겁을 먹는 모습을 확인했다.

남자는 간이 떨린다는 듯이 가슴 위를 손으로 쓸어 낸 후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제프라고 하네. 공장이 테러를 당해서 말이야. 감축대상이 되서 그저께부터 실업자가 되었지.”


“릭. 딱히 해줄 이야기는 없어.”


정말로 해줄 이야기가 없었다. 그의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세계에서 온 인물에게 그럴 듯한 과거가 있을 리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별로 캐묻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았다.


‘과거가 구린 인간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


릭이 해온 게임의 내용에도 그런 사람은 많았다. 파티원의 과거에 대해서 들으려면 상당한 신뢰를 쌓지 않으면 안 되었다.

즉, 처음 보는 사람에게 구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남은 사람에게로 릭은 시선을 돌렸다.


“크흠. 나는 마리야.”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별로 의외인 건 아니었다.

남자건 여자건 가난하면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남창이나 여창이 될 것이 아니라면 전락한 자가 갈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바로 스캐빈저가 되는 것이다.

비루한 들개가 쓰레기를 뒤지거나 곰팡이가 핀 썩은 빵을 입에 대듯이 밑바닥의 더러운 일을 주워 먹는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서 밑바닥 인생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 이하가 되면 노숙자가 되어 죽지 못해 사는 나날을 보낼 뿐이었다.

즉, 이게 마지막 기회였다. 스캐빈저조차 되지 못하면 갱생조차 못할 무저갱으로 떨어져, 다시는 기어 올라올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기 전에 이렇게 마지막 기회에 올라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쪽이건 하층 노동자였겠지. 게임에 종종 나왔으니.’


대부분 힘든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 그 적은 돈을 어떻게든 모아서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들고,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니 일확천금을 노리고 이일에 뛰어들게 된다.

죽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인생은 한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거나, 정말 돈이 급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대부분 도중에 죽게 되지만, 운이 좋다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명성이 쌓이면 폭력단의 청부인이 될 수도 있고, 길드나 클랜에 고용될지도 모르며, 정말로 일확천금을 손에 넣어 은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위로 올라가려면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푼돈을 모아 바닥을 다지면서 위로 올라가려면 몇 천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을, 자신의 일생 안에서 올라가려면 이 방법 외에는 없는 것이다.


어쩌면 릭은 시작으로 나쁘지 않아도 생각했다. 어차피 혼자서 이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게임 속의 주인공도 동료들과 함께 행동했던 걸 기억했다.

길드와 클랜을 상대로 혼자서 싸워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임 속 주인공은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의뢰를 처리했다.

부랑자를 구해주기도 하고, 사연 있는 집의 유령을 퇴치하기도 했으며, 강력한 정령의 부탁을 들어주거나 길드의 마법사들과 싸우기도 했다.

혹은 던전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어가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도 하고 말이다.


어느 일이건 혼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인공은 다재다능했지만, 그렇다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수의 압박을 손쉽게 물리치거나 할 수도 없었다.


최종적으로 주인공은 손에 꼽을 강자가 되기는 하지만, 그 강함만큼 강한 육체를 가진 건 아니었다. 총에 맞으면 다치고, 칼에 맞으면 베이기 때문에 압도적인 숫자를 상대로 무적일 수 없는 것이다.


‘솔직히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바닥부터 함께 시작하는 동료가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내 실력도 솔직히 미심쩍고.

내 신체를 100% 다룰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에 대한 판단력은 어떨지 또 모르고.’


신중하게 움직이고 싶었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을 고르긴 어렵고, 그렇다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인성을 보면서 걸러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장 리스크가 적을 때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편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겸사겸사 사람 보는 눈도 키우기도 해야 하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릭은 사람 보는 눈이 좋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는 못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못하면 죽는다.

이 세계는 배신이 일상인 세상이었다.


물론 의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이득을 위해 손쉽게 타인을 배반하는 놈들도 넘쳐흐른다.

쓰레기통 안에 옥석이 들어있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쓰레기통에 든 놈들은 대부분 쓰레기통에 들어갈만해서 들어간 놈들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거대한 쓰레기장을 뒤지는 들개 무리 중에서 먹이를 위해 같은 편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배신자가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패가 되는 것도 이야기를 하고 난 후였다.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모두 무사히 돌아간다는 목표부터 달성해야 했다.


‘처음 예정과는 틀어지는 군.’


속으로 투덜거리는 건 자신이 사람에게 비정하거나 매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마음이 여리다는 이야기였다.


게임 속 주인공은 선택지에 따라서 아주 비정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해봤는데 역시 그 괴물을 해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해치운다고?”


제프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어왔다.


“그 놈의 덩치를 봤지 않나? 총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괴물이라고.”


“총이 아예 통하지 않는 놈은 아닐 걸. 애초에 그런 괴물이 하수구에 숨어서 살 이유가 없지.”


마수일 가능성이 있었다.

차원 균열 덕에 이세계에서 얼마든지 미지의 괴물들이 넘어올 수 있는 환경이었다.

가장 거대한 차원균열은 전세계가 손을 잡고 틀어막고 있다는 듯 하지만, 자잘한 차원균열들까지 전부 막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든 신종 괴물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안 통해도 상관없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주변의 쥐새끼들을 처리해줬으면 좋겠군. 그것만 해주면 내가 알아서 하지.”


“괴물을 죽일 방법이 있나?”


“아니, 대신 다른 방법을 쓸 거야.”


나는 방법을 설명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간단한 작전이었다. 어디까지나 내 신체 능력에 의존하는 작전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괴물이 상대라고해도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육체가 정말로 엔딩 시점의 육체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걸 증명해줄 거라곤 가지고 있던 장비가 엔딩 시점에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는 점뿐이었다.


장비는 엔딩 시점이더라도 신체 스펙은 그러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잘난 스캐빈저라고해도 맨몸으로 괴물을 상대로 싸워 이기는 건 어렵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고 한들 무기가 없으면 공격력이 부족해서 상대의 방어력을 뚫을 수 없는 것이다.


총에 맞아도 치명상이 아닌 괴물을 상대로 맨몸으로 덤빈다는 건 어지간히 초인적인 용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고, 나는 그 조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썩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성공 가능성도 낮다고 봐. 그 괴물이 인간보다 느리다는 보장은 없어. 금방 따라잡힐지도 모르지.”


제프가 회의적인 태도로 말했다.


“젊은이가 목숨을 함부로 하면 안 돼. 그냥 조용히 시간이나 때우며 숨죽이고 있는 편이 낫지 않나?”


마리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로 보일 것이다.


“승산은 있어.”


릭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 정도는 가능하다.

그렇게 판단을 내릴 근거는 없지만, 릭은 무엇보다 명료하게 자신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도해서 손해 볼 건 없지. 내가 실패하면 놈이 날 먹고 있는 틈에 그쪽은 도망가면 될 거야. 게다가 그 괴물을 피해서 숨어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기습당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아.

어떻게 되는지 봤겠지? 우리가 무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그렇게까지 말하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 내서 대답하지 않은 건 역시 내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 실행자가 아니라 보조라도 충분히 위험한 일이었다.

쥐떼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살려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호흡을 하자 각오가 섰다.

나는 앞장서서 괴물이 있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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