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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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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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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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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

DUMMY

방독면을 쓴 덕에 냄새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하수도는 끔찍했다.

바닥에는 곰팡이와 이끼가 자라고 있었고, 색을 알 수 없는 구정물이 수로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아니, 곰팡이와 이끼가 다가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포덩어리 같은 것이 꿀렁거리며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과 동물의 시체가 곳곳에 썩어 들어가고 있었으며, 사방이 구더기 덩어리였다.

날아다니는 파리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냄새가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역겹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돌겠군.’


하지만 그래도 이 하수도를 청소라는 것이 아니라 쥐들을 처리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지나치게 늘어난 쥐들만 처리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데.’


릭은 생각했다.


‘쥐들이 이렇게 많아서 바깥에 피해가 생길 정도면 하수도엔 먹을 것 하나 없어야 하는 상황인 것 아닌가?’


그런 것치고는 유기물이 넘쳐 흐는 것 같아 보였다.

이런 오염된 장소에서 사는 쥐들인 이상 입맛이 좋아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건 아닐 터였다.


아무튼 나는 적당히 무리의 중간에 섞여 들어갔다.

너무 겁먹은 후위와 돈을 벌고 싶은 전위 사이에 섞여든 것이다. 어느 쪽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야 견실한 실적을 쌓기만 하면 그만이었기에 굳이 앞으로 나설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너무 뒤에 처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들 총을 들고 있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오사가 날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여기 모인 놈들은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 없는 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갈길 가능성이 높았다.


총성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불안은 더 강해졌다. 이미 전투는 시작되었다. 먼저 들어온 선행부대가 있었다는 사실이 릭의 뇌리에 떠올랐다.


다행인 건 그 불안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하수도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우리들은 곧 흩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골목 마다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릭 무리와 갈라졌다. 오발의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릭의 뒤를 따라서 2명이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둘 다 체구는 크지 않았고, 두꺼운 옷 위로 방독면을 껴서 체격을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릭은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둘을 따돌릴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혹시나 둘이서 자신을 습격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덮치려면 진작 덮쳤을 것이다.

그런 것보다 릭은 쥐 한마리가 복도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봤다.


확실히 그건 컸다. 원래 세계에서 하수도 근처를 지날 때나 보이면 작은 생쥐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머리가 거의 무릎까지 왔고 털도 훨씬 거칠고 억세 보였다.

거기에 오물이 잔뜩 묻어 시커멓고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는 듯 했다.


한 순간 스쳐지나갔을 뿐인데 거기까지 읽을 수 있는 자신에게 릭은 놀랐다.

생각 이상으로 이 육체는 우수한 듯 했다. 원래 자신의 몸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반사신경, 동체시력, 운동능력. 모든 것이 그가 원래 가진 능력 이상이었다.


“크흠. 방금 봤나?”


쫓아온 사람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가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자신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연륜은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도 일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은 한쪽은 움츠러들어 있었다. 자세도 엉거주춤했다.

엉덩이가 뒤로 빠진 모습을 보면 여차하면 도망칠 것 같았다.


‘차라리 도망쳐주는 편이 낫지.’


어설프게 행동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릭은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사교적으로 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얼굴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에도 희생자는 생길 것이다. 쥐도 저렇게 무식하게 큰 놈이어서야 하나 상대하는 일도 피곤할 것이다. 몰려나오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다. 총을 들려준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독을 푸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릭은 감각을 최대한 곤두세우며 나아갔다. 쥐들이 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비명소리가 먼저였다.


“으아아아아아아!”


총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릭은 무시했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침착했다. 지금 정도의 상황은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자신이 이토록 용감했던가?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자신은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할 정도로 겁이 많았다.

무서운 것뿐만 아니라 자인한 것도, 징그러운 것도 비슷하게 싫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침착해서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뭐, 좋다. 방독면의 필터도 여기서는 그리 오래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릭이 골목을 돌자 쥐들이 시체를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방금 들린 비명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훨씬 더 멀리서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릭은 방아쇠를 당겼다. 단발로 고정된 소총의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겼다. 단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시체주변에 모여 있던 다섯 마리의 쥐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릭 스스로도 놀랐다.

자신의 사격 실력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가 직접 총을 만져본 건 군대에 있을 때와 예비군 때 정도였다. 사격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놀라운 결과였다.


이게 자신의 몸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이전의 몸보다 우월했다. 어쩌면 정말로 위를 노려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단순히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신체 능력도 게임 캐릭터에 필적하는 모양이었다. 이벤트에 묘사되는 주인공은 거의 초인이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에 준하는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말도 안 돼.’


속으로 그렇게 부정하지만, 이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움직임과 감각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느 정도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육체는 장비처럼 엔딩 시점의 캐릭터가 가진 스펙과 동일한 수준의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역량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조종할 수 있었다.

그게 진실이었다.


‘진정하자. 그래도 변한 건 없어. 아직 나는 싸움이라곤 모르는 애송이에 불과해.’


그 부분이 변하진 않았다. 이 육체가 우수한 성능이라는 건 알지만, 아직 자신의 알맹이는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해본 적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시체가 얼마나 방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군. 하지만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어.’


독성과 습기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시체의 부패가 더 빨리 진행되어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온갖 미생물들이 들끓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릭은 시체로부터 이상한 자국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자국은 절대 쥐가 만들어낼 수 있는 자국이 아니었다. 시체에는 어깨 전체를 뭉텅 물어 뜯어낸 자국이 있었다.

아마 대형 포식동물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였다.


릭은 쥐의 꼬리를 단검으로 잘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징그러운 감촉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돈을 벌려면 꼬리를 모아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당신들 돌아가려면 지금이야.”


릭은 말했다.


“무슨 말인가?”


질문한 사람은 먼저 말이라도 붙여 보려고 했던 가는 목소리의 남자였다.


“이 시체에 큰 생물이 물어뜯은 것 같은 자국이 있어. 쥐 잡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 있다는 이야기지.”


“혹시 방금 비명이?”


“그래.”


“하지만 위험한 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뭐, 그렇지. 난 적당히 빠질 거야.”


현상금이 걸린 것도 아니고, 고생해서 잡을 생각은 없었다.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쪽에 양보해줄 것도 없어. 빨리 10개 정도 모은 후에 튈 생각이라서.”


“그래도 자네 쪽을 따라가지. 성과가 없으면 어쩔 수 없고.”


왜? 라고 묻고 싶어지는데.

협력할 생각이 있는 놈을 찾거나 냉큼 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지 않고 자신을 따라다닐 생각이라니. 릭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어째서인지 자네는 믿음직하거든. 뭐라고 해야 할까. 원래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야. 더 위험한 일을 했던 사람 아닐까?

저 쪽은 모르겠지만.”


“······.”


또 한 명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행동은 아마추어만도 못한 초보자의 자세 그 자체였다.


릭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억지로 때내기도 좀 그랬다. 만약 자신이 억지로 때어낸 결과 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 몸에 들어있는 이상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아니면 상관없이 괴롭고 죄책감이 들까?

적어도 그냥 버리고 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딱히 사냥을 도와주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방치해두기도 찝찝했던 것이다. 또 하나 이유가 있다면 쥐가 때로 나올 때 자신만으로는 화력이 부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점이었다.


생각해보면 둘을 돌려보내는 건 자신으로서도 경솔한 발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위험한 세상이었다.

아무리 신중하게 움직여도 모자란 세상이기도 했다.


릭은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죽은 시체로부터 죽는 순간의 광경을 읽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단서는 거의 없었다. 그는 뒤에서 습격당해 죽었다. 원래 직업은 청소부였던 모양이었다. 하수도에 막힌 곳이 있다고 해서 작업을 하러 내려왔다.


인원은 모두 10명이었지만, 그들은 구역을 정해 흩어졌고, 남자는 일하러 가던 도중에 등 뒤에서 공격당한 듯 했다.


꽤나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청소부는 자신의 어깨가 물어뜯길 때까지 추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고,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쳐져 즉사했다.


사인은 충격에 의한 박살.

어깨를 두드려 맞고 쓰러진 상태에서 머리를 두들겨 맞고 사망했다.


“다들 뒤를 조심하도록. 이 사람을 죽인 녀석은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야. 특히 천장과 물속을 조심해. 숨기 좋으니까.”


비명이 들린 곳까지 거리가 제법 멀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좋을 것 없었다. 한 순간 방심해서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는 편이 나았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총성은 계속해서 들려왔고, 우리도 쥐 때를 몰아냈다.

실제로 쥐들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비명소리도 여러 곳에서 울려퍼졌다. 쥐들이 본격적으로 반격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둥지를 지키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릭에게는 쥐가 겁이 많은 생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 세계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수를 모아서 덤벼드는 것을 보면 같은 방식으로 사냥한 전적이 많은 듯 했다.


“사람 시체도 한 둘이 아니군.”


복도를 걸으면서 시체 몇 구를 더 발견 했다.

대부분 쥐떼에게 뜯어 먹힌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시체에 박살흔이 있는 건 아니었다. 정말로 쥐떼에게 공격당해 죽은 사람도 있는 듯 했다.


아무런 도구나 방어구 없이 쥐떼에게 공격당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인간이란 3센티 정도의 상처만 있어도 재수 없을 경우 실혈사할 수 있는 생물이다. 거기에 하수구 특유의 독기까지 감염되면 사람 하나 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문제는 어떻게 이만한 수가 모였냐는 거지.’


하수구에 그렇게 먹을 것이 풍족할 리가 없었다.

뭔가 있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애초에 쥐들끼리 알아서 개체 조절을 하지 않고 지상으로 올라와 단체로 사냥을 하고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했다.


“슬슬 돌아가죠.”


불길한 기분이 들었기에 우리는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보았다. 거대한 생물체가 시체를 끌고 이동하고 있었다.


거리는 멀었지만 내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나는 뒤따라오던 이들에게 손을 들어 몸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그 지시를 어기고 소란을 피울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다.


그 생물은 팔이 달린 뱀이었다.

머리가 뱀, 상반신은 사람, 허리 아래로는 다시 뱀. 상반신에는 달 2개가 붙어 있다.

거기에 머리가 뱀이라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뱀과 사람의 중간이었다.

사람의 얼굴 비슷하게 달려 있고, 치아의 배열이 사람과 거의 동일했다.


단 송곳니가 자라있어 물었을 때 먹이를 고정시키기 편해 보였다.

즉, 청소부는 등 뒤에서 습격당해 어깨를 물린 후 팔에 두들겨 맞아 어깨 살점을 뜯기며 바닥에 엎어졌다.


그 다음 마무리를 당하듯 꼬리에 머리를 얻어맞아 절명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어 은밀행동을 암시한 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들키지 않고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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