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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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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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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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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UMMY

일격에 쓰러뜨린다.

그렇게 정하고 목표를 겨냥한다.


머리는 아니었다. 상대의 키가 훨씬 크기 때문에 머리를 노리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자세가 불완전하게 된다. 키가 너무 커서 바닥을 확실하게 디디고 타격을 넣기 어렵다.

만약 성공한다고 해도 필연적으로 안쪽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될 터.


‘한다면 심장인가?’


클론오크의 두터운 턱과 굵은 목을 확인하며 릭은 그렇게 생각했다.

심장에 직접 타격을 쑤셔 넣는다.


상대의 몸통은 장갑복으로 보호되고 있다. 정타를 넣을 수 있겠지만, 충격이 확실하게 심장에 닿을 수 있을지는 불명.


즉 어느 쪽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불안하다면 확실하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쪽을 노린다는 의도였다. 거기다 타격을 장갑을 두르고 있더라도 타격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


건곤일척의 승부를 여기서 걸어올 거라는 사실을 눈치 챈 것인지 클론오크는 그저 대치할 뿐이었다. 릭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거기에 응해 릭은 바닥을 박찼다.

클론오크는 그에 빠르게 응수했다. 클론오크는 릭이 어떻게 덤벼들어 올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노린다면 당연히 한곳. 부상을 당해서 약해진 장소였다.

낮게 들어온다면 안면을 노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부상으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파고 들어와 몸통을 노린 공격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상대는 마법사고, 장갑을 입고 있더라도 그 공격의 위력은 방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클론오크가 노리는 바였다.

주먹을 움켜쥔다. 다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미리 예상한 각도로 주먹을 내지른다.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면 피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릭이 노리던 곳은 오크의 약점이 아니었다.


‘그렇겠지. 그 정도로 그 강건함을 꺾을 수 없겠지.’


릭은 오크를 두고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강건함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해둔 상태였다. 고통에 대해 견디는 능력도, 신체를 얼마나 다룰 수 있을지도.

그 육체가 한계에 이르더라도, 움직이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말이다.


그렇기에.


릭은 오크의 품속에 아무런 저항 없이 뛰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심장 위로 권경을 찔러 넣었다. 단순한 권경이 아니다. 응축한 마력을 심장을 향해 투사해 충격을 주는 것이다.


오크는 그 육중한 무게 탓에 뒤로 밀려나거나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허억. 헉. 후. 과··· 과연. 자부할만한 힘은 있군.”


호흡이 쉽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단순한 마력 방출이다. 이걸로 심장이 멈출 수도 있긴 하지만 심장이 터지거나 하진 않는다.


만약 심정지를 일으키더라도 전기 충격을 줘서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을 때.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내 옥상으로 올라왔다.


“인상적이었네. 훌륭한 전사에게 패했군. 그 친구도 억울하지는 않겠지.”


입을 연 것은 가장 키가 큰 오크였다. 체구도 육중했고, 장비도 가장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시선에 연륜이 깃들어 있는 듯 했다.

그가 살아온 시간만큼 그는 경험을 쌓고 기술을 쌓았을 것이다.


아마 상대가 이 오크였다면 릭은 졌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의 강함이 느껴졌다.


“나는 파괴자라고 불리지. 처음 만나 반갑군. 이 시궁창에 그대 같은 전사가 있다니 놀랍군.”


클론오크는 자신을 ‘파괴자’라는 이름으로 칭했다. 아마 별명일 거라고 릭은 생각했다.

클론오크에게 있어서 이름은 생산넘버였다.

파괴자라는 이름은 그가 스스로 자칭한 것이던가, 우수한 활약으로 얻은 별명일 것이다.

그렇기에 다소 부끄러울 수도 있는 별명을 스스로 자처할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어느 쪽이건 그가 보통 클론오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었다.


전자라면 드물게 강한 자아를 가진 클론오크라는 이야기가 되고, 후자라면 그만한 활약을 쌓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첫 대면 때 승산이 희박하다고 느낀 것도 이해가 갔다.

무기라도 있으면 모를까. 단순히 신체 능력을 겨룬다면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보였다.

적어도 방금 상대한 오크 보다는 두 단계 이상 위의 기량임이 분명했다.


“그렇군. 네가 대장이군.”


“내 영향력이 적진 않지만 나는 대장 같은 것은 아니네. 우리 여덟. 아니, 이제 일곱인가. 우리 일곱 명은 대등한 위치네. 같은 전장에서 싸운 전우들이니.”


파괴자는 그렇게 말했고, 릭도 거짓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그가 리더일 가능성은 높았다. 어떤 집단도 결국 방향을 이끄는 이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무를 숭상하는 리발오크전우회라면 가장 강한 전투력을 가진 있을 파괴자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그리고 이런 범죄 조직에 의뢰는 어울리지 않지.’


조직이 크다면 모를까. 지금 같은 수준의 조직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단호한 보스의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전원이 평등하다고 설정해 버리면 일반적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파괴자의 의견이 우선되는 일이 늘어날수록 내부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대 조직이 노려볼만한 틈이긴 할 것이다.


“우리가 건 조건을 이겨냈으니 그쪽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도메니코와 그 배후에 있는 자들의 정보를 넘기게.”


릭은 데이터칩을 건넸다.

파괴자는 데이터칩을 받아 팔의 미니컴에 삽입했다. 그리고 잠시 내용을 살펴보더니.


“흠, 틀림없는 것 같군.”


이미 릭 역시 확인한 내용이었다. 임무 중이던 부츠캣을 다시 불러 데이터 내용을 확인하게 한 거다.

솔직히 말해서 릭은 이번에 자신의 미숙함을 확실히 느꼈다.


신체의 능력은 우수하기 그지없다.

마법의 보조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클론오크와 대등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맨몸의 인간들 중에서 따라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신이었다.

전투에서는 이 육체에 축적된 경험과 전투센스로 어떻게 된다고 하지만, 릭 자신의 인격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지금 상황도 좀 더 정보를 모아서 뭔가 시도해볼 수 있었을 터였다.

클론오크들을 상대한다고 들었을 때 최대한 상대의 정보를 모으려고 노력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둔 것이다.


물론 정보 수집을 하기는 했지만 미지근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했어야 했다. 네트워크 사용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방만했던 것이다.


“그럼 이걸로 서로 거래는 이뤄졌다고 봐도 좋겠지?”


릭의 말에 파괴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상황에서도 그의 시선은 릭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허툰 짓을 하면 그대로 공격해올 것이 분명했다.


“그래. 거래는 이뤄졌다. 다음에도 또 보지. 그때도 적이었으면 하는 군.”


파괴자가 씩 웃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건물의 옥상을 밟으며 멀어졌다. 다른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바닥을 찰 때마다 수 미터씩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릭은 정말 터무니없는 괴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괴물들과 싸울 수 있는 자신도 만만치 않은 괴물이었다.


‘적응이 안 되네.’


아무리 신체 적용된 경험이 자신을 자동으로 이끌어 준다고 해도 낯선 것은 낯선 것이었다. 아직 스스로의 스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

어쩌면 자신이 죽을 때는 원래 릭의 성격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고 싶진 않아.’


하지만 적응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었다. 필요에 의해서 인간은 변하는 법이다. 하지만 언제나 시간을 필요로 하는 법이었다.


릭은 다시 은신처의 안으로 돌아왔다. 릭이 돌아오자 시아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잘 됐어?”


릭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맞은 곳은 없음에도 휘두른 팔에는 통증이 느껴졌다. 상대를 파괴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몸뚱이가 멀쩡할 수는 없었다.


목재 봉과 철봉이 서로 맞부딪치면 아무리 좋은 각도로 나무 봉을 후려쳐도, 나무 봉이 깎여 나가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릭의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한대라도 맞으면 끝장날지도 모른 상황이었던 만큼 극도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너무 피곤했다.


“이쪽의 이야기는 잘 되지 않았어. 카밀라는 우리를 받아 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안젤로도.”


“임무에 실패한 말은 필요 없다는 이야기겠지.”


어차피 클론오크들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라고 릭은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클론오크를 상대하느라 손해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클론오크들과 거래를 성공했다고 해도 결론을 마찬가지일 거라고 릭은 생각했다.


왜냐하면 보스인 안토니가 자신들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다.

부하의 실패로 아들이 죽었다.

물론 이번 임무는 도메니코가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었지만, 아버지의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식을 잃었는데 그 원인 같아 보이는 부하가 멀쩡하게 살아있다면 어떻겠는가?


“그럼 도메니코는?”


“아마 클론오크들의 손을 빌어 숙청당하겠지.”


그것도 예상대로였다. 역시 버리는 것이다. 안토니도 그 점을 이해할 것이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분풀이를 하지 않을 것도 아니란 이야기였다.


“보호자가 없으면 우리는 더 이상 여기서 머무를 수는 없어. 클론오크들에게서 살아남아 봤자 숙청하는 쪽이 포르네오 패밀리 쪽으로 바뀐 것뿐이지.”


“웃기지 마!”


갑자기 헬렌이 소리쳤다.


“패밀리에게 쫓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잖아!”


“은신처라면 이 금괴로 구하면 돼. 도메니코의 은닉 재산이지. 어차피 버려졌다면 우리가 알아서 사용해도 될 걸.

안전을 사기에 충분한 돈이지.”


뭐, 말처럼 잘 되지는 않을 터였다.

시아 혼자서는 그냥 금괴를 털리고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시아로서는 릭이나 헬렌이 필요했다. 혼자서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 금괴라면 시아도 제대로 된 의족 정도는 달 수 있을 것이다.

의족을 달면 유지보수가 귀찮아지지만 그래도 달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배신이야!”


“그쪽은 그런 건 생각하지 않을 걸? 네 충성심이 얼마나 강하던지 말이야.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나야 따라가겠지만······.”


릭에게는 어차피 갈 곳이 없었다. 혼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둘이서 시작하는 쪽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이렇게 대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설마 도메니코의 은닉재산을 관리하는 위치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카밀라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솔직히 의외였다.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쪽을 제거할 생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가자.”


시아가 휠체어를 움직였다. 헬렌은 고민하고 있는 듯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헬렌은 시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지만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왜 저러지?”


“그녀는 스스로 판단할 줄 모르거든. 명령에 따르지. 말하자면 훈련된 짐승이야. 무리와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해. 그게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야. 조직의 위계에 속한다면 다루기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훈련받았지.

내게 복종하던 거 기억해?”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야 사람보다는 짐승이었다. 집을 지키는 번견이나 다를 바 없단 느낌이었다.


“너에게 까칠했던 것도 자기 나름 위계질서를 잡으려던 거야. 하지만 넌 그런 쪽으로는 둔감했으니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두고 갈 생각인가?”


“데려가도 방해만 될 거야. 이미 용도는 다 했어. 여기까지 도망치게 도와줬으니까. 아니면 네가 책임질래? 말도 듣지 않을 텐데?”


“그럴 생각은 없군.”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연히 책임 같은 건 질 수 없었다.

시동이 걸리고 차고의 문이 열릴 때까지 헬렌은 나오지 않았다.

시아는 헬렌을 찾지도 않았다. 그리고 냉정하게 차를 출발시켰다.


작가의말

캐릭묘사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쓰다보면 세세한 부분을 묘사하는 일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니 주의해야 겠습니다. 눈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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