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최근연재일 :
2022.04.04 03:14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9,339
추천수 :
419
글자수 :
358,971

작성
21.08.03 20:00
조회
231
추천
7
글자
14쪽

7

DUMMY

처음에는 같이 일할 생각이 있었던 제프와 마리에 관해서는 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당장 자신의 앞가림이 훨씬 급했다.


우선은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친해지지 못한다고 해도 무엇을 할 줄 알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알고 싶었다.


문제는 직접 물어볼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 바닥이 서로 통수를 치고 또 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고 가능하면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나마 헬렌은 그 부분에 있어선 개방적이었지만, 그녀도 모든 것을 말해준 건 아닐 것이다.

에릭도 마찬가지였고, 더크도 그랬다.

가장 잘 베타적인 사람은 시아였다. 그녀는 일과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릭의 별명은 낙하산으로 정착되어 버렸다.

불만은 없는 게 아니었지만, 이대로인 편이 친해지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임무시 서로 부르는 명칭도 릭은 낙하산으로 하기로 했다.


어차피 멤버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호칭이었고, 낙하산이라고 불리는 것도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럼 쇼핑이로군. 잘 쓰는 무기는 있나?”


릭을 데리고 다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에릭이었다.

그는 제법 친절했다. 솔직히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편리한 것이 좋죠. 권총 같은 거요. 숨기기도 좋고 말이죠.”


“확실히 그렇지. 요즘은 권총도 위력만큼은 꿀리지 않으니.”


에릭과 함께 간 곳은 편의점이었다.

겉은 일반적인 편의점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지하에는 포르네오 패밀리에서 운영하는 무기밀매점이 있었다.

즉, 이 가게 자체가 도메니코의 직하라는 이야기였다.


“이런 식의 가게가 여기저기 있지. 우리 포르네오 패밀리만 하고 있는 일이 아니란 말씀.”


“단속 같은 건 없습니까?”


“있지만 일부러 와서 하는 일은 거의 없어. 만약 큰 사고가 생긴다면 가끔 단속이 돌아올 때가 있지. 그때가 되면 조용히 넘어가기 어려워.”


“뇌물입니까?”


“통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야. 자, 이쪽이다.”


지하에는 모리어티가 있었다.


“왔나? 내가 이 매장의 관리자이기도 한 모리어티다.”


아는 얼굴이 있었다. 모리어티는 릭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 뿐이었다.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리어티의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존재였다.


그는 도메니코의 신뢰받는 부하로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도메니코 직속 스캐빈저 팀에게 직접적으로 명령하거나 간섭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관할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크의 스캐빈저 팀은 도메니코 산하에서 독립부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장비를 구하러 온 거겠지? 뭐가 필요해? 꼴을 보면 전부 필요할 것 같지만.”


“우선은 필수적인 거부터 시작해야지. 슈트와 권총, 고글일까? 원래 쓰던 것은 있나?”


“없습니다.”


“그렇군. 시원원소회의 배틀슈트가 들어와 있어. 권총은 아우조라 클랜의 물건을 추천하지. 윈스트의 싸구려 수공품과는 격이 다른 물건이야.”


릭이 기억하기론 시원원소회는 도시의 8대 길드 중 하나였다.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8대 길드는 각각 전문분야가 있었고, 그 전문분야를 바탕으로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다.

시원원소회의 영역은 방어, 탐구, 발전. 이 세 가지로 가장 우수한 경호업체이자, 보안회사이며, 네트워크의 탐구자이기도 했다.


게임 주인공이 사용하는 고급 장비들의 상당수가 시원원소회의 제품일정도로 유명한데다가, 전문이 아니긴 하지만 시원원소회에서 만든 무기들도 상당한 고급품 취급받는 것을 보면 8대 길드 내에서도 상당한 전투력을 지닌 길드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게임 내 시나리오에서는 그리 자주 등장하는 집단은 아니었다.

게임의 볼륨이 좀 컸다면 나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게임은 3개의 클랜이 벌이는 경쟁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싸겠는데.”


에릭이 지적하자 모리어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보가 쓰기에는 그렇지. 하지만 네놈들 수준이 그렇지.”


“어때? 비싸더라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3번 쯤 일을 성공시키면 살 수 있는 금액이니까. 거기에 이자도 없지.”


릭은 고민이 되긴 했다.

원래 사용하던 장비 쪽이 훨씬 좋지만 그건 쓰기 어렵다. 너무 고가의 장비라서 릭의 출신이 의심될 것이다.

어쩌면 길드의 높으신 분들이라고 오해받거나, 전설적인 스캐빈저라고 착각 당할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대단한 장비들이었다.


도시내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이 없으면 구하는 일이 불가능한 수준의 장비들로, 3회차를 거듭하면서 모은 최상급 장비들이었다.


게임 내 시간보다 이 세계의 시간이 더 흘러가 있기 때문에 게임에서만큼의 위상은 없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얻기 어려운 장비들이었고, 사용하는 즉시 길드나 그런 곳들에게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인맥이 쌓이고, 스스로를 보호할 입지를 다지지 않고서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팔기도 그런 것이, 추적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버리기에는 또 아깝기 때문에 릭에게 있어서 그 장비들은 계륵이었다.


그렇기에 릭은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위장용 장비는 있어야 했다.

경력이 백지같은 신참 스캐빈저라는 위치상 릭이 그런 전설적인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빚을 진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자가 없다면 감당 해볼 만했다.

말 그대로 3번 정도 일을 뛰면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 어느 정도의 유흥비와 생활비를 제하고도 말이다.


“대충 일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야. 페이스가 빠르면 두 번 정도 뛸 때가 있지.”


돌아가는 길에 에릭이 설명했다.


“일의 내용은 대부분 암살이나 사보타주고 내부의 배신자들을 추적하거나 제거해야 하는 때도 있지. 도시에 잠입하는 큰 일이 자주 있진 않지만 드물게 있어. 가장 힘들 일이고, 가장 돈을 많이 받아.

솔직히 나도 한 번밖에 해본 적 없지만.”


“얼마나 일했습니까?”


“어이, 너무 그렇게 정중하게 굴 필요 없어. 신참이라고 구박할 생각은 없으니까. 다른 녀석들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편하게 굴어. 편하게.”


“음, 그럼 경력이 얼마나 돼?”


“경력이라. 나는 이 일을 7년 정도 했어. 어렸을 때는 진짜 잡일만 했지. 다들 그렇지만 죽을 뻔 한 적도 많고. 여기까지 온 건 스스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해. 여기 생활 자체가 다 기적이지.”


“길군.”


“넌 어때?”


“난 그렇게 까진······.”


과거에 대해선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릭은 말끝을 흐렸다.

어차피 릭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고, 그의 경력 대부분은 릭의 원래 세계에서 쌓은 것이었다.


그조차도 싸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릭이 평범한 중소기업의 사원이었다고 말하면 에릭은 믿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중소기업의 사원이 괴물을 도발해 끌고 다니고, 방심했다곤 하지만 등 뒤에 곧바로 올라타 제압하는 식의 행동은 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남에게 말하긴 싫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긴 하지.”


에릭은 릭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서 이해하고 넘어가줬다.

뭔가 안 좋은 과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죽음에 의한 이별은 대수인 세상이다. 사람이란 크던 작던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새 출발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이 거리로 온 사람이라면 굳이 과거를 캐물을 필요는 없을 터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본인도 과거를 버리고 온 사람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돈을 벌어서 남쪽 휴양지에서 살고 싶어. 그게 내 꿈이지.”


“나는 출세하고 싶다고 할까.”


에릭의 꿈에 대해서 릭은 그렇게 대답했다.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면 돌아갈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도시에 들어가는 것이 꿈인 거야?”


“그래. 도시고 들어가서 길드의 일원이 되고 싶어. 그러면 나중에 내 자식들도 도시의 일원이 될 테니까.”


“어려운 일인걸.”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그쪽도 만만치 않잖아. 휴양지에서 집을 구하려면 보통 돈으로 안 된다고.”


휴양지는 부자들을 위한 동네였다. 단순히 직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도 출입증과 어마어마한 뇌물이 필요했다.


다만 살기 좋은 곳임이 분명했다.

햇살이 따뜻하고, 기후도 다양했지만 극단적으로 춥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온난한 날씨가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적은 기온 덕에 휴양지에서 아예 살다시피 하는 높으신 분들은 많았다.


“그러니까 목표인 거지. 언젠가 꼭 갈 거라고.”


에릭은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긍정적인 면은 보기 좋았다.


‘긍정적이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꿈도 희망도 가지지 않은 인간이라면 그저 밑바닥에서 살아갈 뿐일 것이다.

그래도 더 나아지기 바라기 때문에 이렇게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는 거라고 릭은 생각했다.

재능이 부족해 죽는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비참한 거리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슬픈 이야기야. 향상심이 있기 때문에 죽어야 하다니.’


물론 그건 릭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돌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위험에 뛰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의미 입신양명과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든 사람들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목적이 절실한 것도 같고, 위험부담 역시 똑같이 안고 있는 것이다.


성공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은 낮지만 실패하면 높은 확률로 목숨이 날아간다.

도박 같은 인생이었다.


그래도 장비를 갖추자 조금은 스캐빈저가 된 것 같았다.

자신의 것 같지 않은 엔딩 클리어시의 최고티어 장비보다는 스스로 직접 돈을 주고 산 장비들이 진짜 같은 법이다.


슈트를 입고 권총을 찬다. 풀 오토 사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30발이 들어가는 확장탄창을 사용하고, 총열을 연장하고, 개머리판을 붙여서 마치 SMG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다.

구경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권총치고는 큰 편이었고, 위력도 소총 못지않았다.


릭은 꽤 마음에 들었다.

저격도 못하고, 고급 장비를 입은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겠지만 이 빈민가에서는 충분히 위력적인 물건이었다.


일이 정해지는 동안 릭은 권총으로 사격연습을 하고 에릭과 격투기를 단련했다.

신체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릭은 금방 요령을 잡았고, 에릭을 따라잡기 시작했지만, 가능한 실력을 숨기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릭은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기도 했다.

그도 제법 고수고, 릭의 수준으로는 그런 고수를 상대로 봐주는 것을 모르게 할 만큼 기량이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격연습을 하고 있으면 헬렌에 찾아와 구경했다.

사용할 수 있는 총알 수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릭은 신중하게 사격했다.


“백발백중인데. 단순 낙하산인 줄 알았는데 사격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던 거지?”


“그런 셈이지.”


“나이프로 바이퍼를 단번에 제압했다면서.”


“방심한 상대였어.”


그렇게 말했을 때 더크가 내려왔다.

그는 시아와 함께였다. 시아는 여전히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눈을 보여주지 않았다.

릭은 시아에게 손을 흔들어 줬지만, 시아는 고개를 돌려 무시할 뿐이었다.


“일이다. 에릭은?”


“쇼핑.”


“에릭이 돌아오면 브리핑을 시작하지.”


더크는 그렇게 선언했고 우리는 에릭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에릭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차를 타고 돌아왔고, 양팔에는 봉투에 가득 담긴 식료품이 들어 있었다.


“에릭, 일이다.”


“아, 슬슬 때로군.”


“그래. 슬슬 때야. 이번 임무는 사보타주 임무다. 라이벌 조직인 ‘리발오크전우회’의 시설을 날려 버려야 해. 겸사겸사 뭔가 정보를 얻어오면 좋지만, 일단 날려버리라는 지시다.”


오크전우회는 복제오크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차원균열을 막아내기 위해서 도시 연합은 군을 파견하고 있었고, 여기에 가장 많이 활약하고 있는 군인들이 유전적으로 개량된 오크 군인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전사하지만 일부는 제대했고, 대부분 폭력단에 들어가거나, 스캐빈저가 되었다.

전투만이 삶의 전부이던 자들인 만큼 제대한 후 평화로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우 위험한 임무였다.

오크 전우회의 모든 오크들이 군용복제오크들인 건 아니지만, 군용복제오크들의 경우 기량만 보면 폭력단의 어중이떠중이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너무 위험한 일이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일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매직펑크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27 +1 21.09.16 156 9 13쪽
26 26 +1 21.09.15 158 8 14쪽
25 25 21.09.13 154 7 14쪽
24 24 +1 21.09.10 159 9 14쪽
23 23 +1 21.09.09 158 10 14쪽
22 22 +1 21.09.08 169 9 14쪽
21 21 +2 21.09.07 169 10 15쪽
20 20 +1 21.09.03 163 9 14쪽
19 19 21.09.02 157 9 13쪽
18 18 +1 21.09.01 166 8 14쪽
17 17 21.08.30 173 7 15쪽
16 16 +1 21.08.27 172 9 14쪽
15 15 +2 21.08.26 170 8 14쪽
14 14 21.08.24 183 6 14쪽
13 13 21.08.22 181 7 14쪽
12 12 +2 21.08.20 191 6 13쪽
11 11 +1 21.08.18 188 7 14쪽
10 10 +1 21.08.13 192 7 13쪽
9 9 21.08.11 197 8 14쪽
8 8 +1 21.08.06 214 8 13쪽
» 7 +1 21.08.03 232 7 14쪽
6 6 +1 21.08.02 252 8 13쪽
5 5 +2 21.07.30 288 8 13쪽
4 4 21.07.29 288 8 14쪽
3 3 21.07.28 331 8 13쪽
2 2 21.07.27 388 11 14쪽
1 1 +2 21.07.26 833 1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