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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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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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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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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합류하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리발오크전우회’는 이미 사방에 조직원을 풀어둔 상태였고, 무장하고 있는 인물들을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었다.


‘미친 건가?’


릭의 머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이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으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제정신이라면 이렇게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을 터였다.


‘아니면 이런 무모한 짓을 할 정도로 공포에 질려 있는 건가?’


옥상에서 지켜보며 릭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거의 폭동이 일어난 것 같이 보였다. ‘리발오크전우회’가 대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구역을 다스리고 있는 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상적으로 다스리고 있지 않을 거라는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조심해라.”


무전으로 더크가 경고를 보냈다.


“이놈들 미쳤어. 닥치는 대로 검문하고 죽이고 있다. 약쟁이 새끼들까지 푼 모양이야. 씨발. 완전 돌았군.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야.”


“알고 있었잖아.”


에릭이 상식이라는 듯이 말했다.

즉 ‘리발오크전우회’는 공포정치로 유명한 놈들이라는 뜻일 것이다.

소문은 들은 적 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릭으로서는 두려운 이야기였다.


거기다가 놈들은 릭의 추적에도 성공했다.


“도망치는 건 포기했나?”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오크가 뛰어 올라왔다. 어떻게 추적해온 것인지 모르지만 혼자인 듯했다. 릭의 감각에 다른 오크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감각을 믿을 수는 없었다.

클론오크들은 전쟁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정예병들이었다. 잠행술도 뛰어날 것이고, 은폐능력도 우수할 것이다.


‘어디에 숨어있는 거지?’


혹시 모를 저격을 피해 릭은 우선 건물 안으로 숨을 생각이었다. 탁 트인 옥상 위이고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만큼 저격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알 수 없는 법이었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오크는 마법과 거리가 먼 종족이지만, 돈만 있으면 매직디바이스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실제로 눈앞의 오크가 모습을 감췄다.

투명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 숙련된 잠행술과 특수신발로 발소리를 죽이게 되면 보이지 않는 암살자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릭은 뒤로 몸을 날렸다.

상대의 동작을 파악할 수 없고, 자신의 실력은 가능하면 보이고 싶지 않다. 그리고 가진 무기는 탄이 거의 다 떨어진 권총과 탄이 없는 소총뿐인 상황.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도주뿐이었다.

뭔가 기발한 생각이라도 나면 좋겠지만, 그런 기책이 통할 상대는 아니었다.


전투가 되면 가장 성가신 상대는 전반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높은 상대였다.

하나의 특기를 가진 적이라면 약점을 찌를 수 있지만, 반대로 모든 능력치가 높은 상대라면 약점을 찌르기 어렵다. 반대로 이쪽의 약점을 찔릴 가능성은 오른다.

만능이나 수단의 강함으로 승부하는 법이 아니다. 만능이란 수단의 다양성으로 승부하는 법이었다.


릭도 똑같이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그 수단을 받쳐줄 장비에서 차이가 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한 된 수 안에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상대로 싸울 방법. 최소한의 장비로 무장한 상대와 싸울 방법.


할 수 있는 건 결국 기습뿐이었다.


‘쉽지 않군.’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패를 숨기면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걸 이해했다.


가능하면 아직 전력을 내보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전략적인 부분에서였다.


주목받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주목받지 않으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릭이 꺼리는 건 노출된 장소에서 패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단순한 사격전이면 괜찮다. 보여주고 싶은 패는 딱 거기까지였다.

신체 강화 능력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거나, 네트워크에 자체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확실하게 무너뜨린다.


‘각오는 됐어.’


클론오크와 마주쳤을 때 깨달았다. 아마 전력을 다한다면 지지는 않을 것이다.

1:1이라면 아무리 장비의 차이가 있어도 지지 않는다. 어차피 클론오크가 구할 수 있는 무장은 한계가 있었다.


놈들은 더 이상 군속이 아니다.

제대로 된 스폰서라도 붙어 있지 않는 한 군의 장비를 구할 수는 없다.

장비의 면에서 놈들이 유리할 수 있지만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숙련도와 기량이라면 클론 오크들 이상이라고 자부했다.


감각이 그렇게 알려주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1:1로 눈앞의 클론 오크와 충분히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이다.

이 감각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 감각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쉬운 일들부터 할 수 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다.

이 육체에 존재하는 경험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고 밑바닥까지 스스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밑바닥까지 파악하는 인간은 어차피 없을 것이다.

오히려 막연한 이미지만이 전부일 것이다.


릭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상대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살의라고 부를 수 있는 찌르는 듯한 기세.

여기에 상대의 장비와 기량을 추측해 다음 행동을 유추한다.


그것은 틀림없기 예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존재할리 없는 방대한 경험이 대상이 다음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상대의 도구, 전문분야, 가능한 범위.

정보가 늘수록 예측의 정확도는 올라가겠지만, 지금 가진 정보는 그야말로 최소의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건 상대가 클론오크라는 점. 그리고 무기는 군용 A-47소총이며, 허리와 왼쪽 부츠에 단검을 차고 있고, 전신 방탄 장비를 둘렀다는 사실과 망토에 투명화 마법이 걸려있다는 사실이었다.


‘굳이 마력을 소모해 모습을 감췄다.’


주의 깊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면 승부에는 서툴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정면 승부에 자신이 있다면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굳이 부족한 마나를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오크인 이상 마나를 배터리로 충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배터리는 돈이었다. 자력으로 충당한다고 해도 굳이 체력과 정신력을 2중으로 소모하는 짓을 한다는 건 정면 승부를 꺼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덤벼드는 클론오크는 릭을 주의 깊고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하는 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뜻도 있었다.

어중이떠중이 깡패 놈을 상대하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는 릭을 싸울만한 상대로 판단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상대하기 어려운 적으로 말이다.


적의 행동을 예측해 한 점으로 수렴한다.

확실한 것은 이 예측이 실패하는 순간 당한다. 결국 경험과 감에 의존한 것에 불과했다.

마법으로 신체능력과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다고해도 상대는 마법 없이 그 정도의 신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전자 개량 클론 오크.


발사된 총을 피해 몸을 숙이며 접근했다.


클론 오크 역시 그것을 예측한 사선을 낮춰 총탄을 발사했지만, 릭은 이미 바닥을 박차며 천장으로 뛰어 오른 후였다.


좁은 복도 안에서 단번에 거리를 좁혔다.

오크는 총을 버리고 뒤로 뛰어 올랐다. 그냥 버린 것도 아니다. 릭에게 밀듯이 던진 것이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다면, 사격으로 릭에게 반격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릭의 발차기가 확정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클론 오크는 그 정도의 틈을 내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물러섰고,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격투전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발소리로 동작을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릭은 정신을 집중했다. 대상의 체격, 키, 몸무게, 팔의 길이, 다리의 길이.

얼핏 본 것들뿐인 것들로 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순간 주먹이 날아들었다.


정타를 피한 건 기적이었다. 상대가 나이프라도 쥐고 있었다간 위험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클론 오크고, 릭도 나이프를 꺼내들거나 할 틈은 없었다.

릭은 물러날 틈을 노렸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건 아무리 잘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투명화를 해제하는 마법도 있지만, 그걸 쓰기에는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항상 저장해두고 즉발로 사용할 수 있는 강화 마법들과 달리 그 외의 마법들은 마법으로 성립하기 위해서 마나를 컨트롤할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이런 초근접 전투 상태에서 그런 컨트롤이 가능할리가 없었다.

한순간이라도 집중을 잃는다면 당하고 만다.

상대는 강했다. 월등히 릭을 초월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량은 릭보다 낮으며, 대응 못할 정도의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어드벤티지였고, 릭으로서는 방어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불리한 지구전이었다.

전투가 이어지게 되면 증원이 오게 될 거고, 릭은 당하게 될 것이다.


도박을 할 때였다.

타격을 감수하고 안으로 파고든다. 방어 후 최대한 빈틈을 파고든 것이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견제라도 카운터로 맞게 되면 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클론오크의 주먹은 무거웠고, 제대로 얻어맞게 되면 치명적이었다.

그럼에도 릭은 안으로 파고들었다. 클론오크가 릭의 안면을 노리고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릭은 고개를 흔들어 공격을 피했다.


주먹이 귓가를 스치듯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팔꿈치를 찔러 넣었다.

두터운 장갑이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하는 것을 느꼈지만 위력은 충분했다.

육중한 오크의 몸이 뒤로 밀렸다.


타격감은 확실했다. 오크가 뒷걸음질 칠 동안 릭 역시 뒤로 크게 뛰었다.

그리고 손을 뻗는다. 하는 건 단순한 마력의 방출. 마력을 열파로 만들어 방출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완전한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반동이 돌아올 수 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 정도의 빈틈 밖에 만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법이란 그런 것이었다. 평생을 통해 마나를 제어하는 수련을 한다.

자신을 제어하는 것은 마법의 비법이었다.


제어되지 않은 마법은 시전자조차 공평하게 파괴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열풍이 클론오크를 덮쳤다.

망토가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릭은 손바닥에 화상을 입고 말았다. 다행이 1도 화상 수준이지만 주먹을 쥐고 싸우는 건 어려울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관없다는 듯이 릭은 달리기 시작했다.

오크는 쫓아오지 않았다. 신중한 그는 이점을 읽어버린 상황에서 쉽사리 덮쳐오지 않을 것이다.


불리해진 것은 아니라도 이점을 잃었다는 사실이 컸다.

전력을 보존하고자 하는 행동방식은 전장에서 익힌 태도일 터였다.


살아남기 위해선 자꾸 다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화끈하게 자원을 소모하거나 무리하게 되면 그 이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너무 소극적이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적극적이어서도 안 된다.


그런 고도의 신중함을 갖추지 못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즉, 저자도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이야기야.’


그렇기에 강하다. 이견은 필요 없을 정도의 강함을 클론 오크는 갖추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쫓아오는 상대가 없었다. 클론오크는 철수한 것 같았다.

혼자서 릭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더크나 다른 팀원들을 노리려고 했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더크나 에릭은 릭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보다 무선 연락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듯 했다.


오크들이 네트워크에 약하다지만, 지금 추적자들은 오크들만이 아니었고, 그들 사이에 네트워크 전문가가 있을 수도 있었다.


시아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릭은 서둘러 달려가 도주용으로 준비한 차를 확보했다. 이제 에릭 일행을 기다리거나 다음 지시를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신기하게도 초조하지는 않았다.

마치 이런 일에 익숙한 듯이 몸도 마음도 차분했다.

처음 일을 시작하기 전의 긴장감은 어디로 간 것인지 스스로도 의문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는 일이 변하는 건 없었다.


“에릭이 놈들을 뿌리치는데 실패했다. 구원을 가라.”


더크였다.


“시아와 헬렌을 확보해. 아니면 시아만이라도 도주시켜라. 에릭과 헬렌 그리고 네가 막는 거다.”


과한 명령이었지만 릭은 순순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걱정마라 나도 간다.”


시아만은 꼭 지키라고?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릭은 에릭과 합류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생각보다 매끄럽게 차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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