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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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죄송함다."
마계쪽 대기실로 돌아온 기르쑤는 커다란 몸뚱이를 수그리며
대한에게 용서를 빌었고,
대한은 그런 기르쑤의 어깨를 뚜들기며 대답했다.
"됐다 임마. 니가 쓸 투구하나 못 사주는
내 잘못이지, 니 잘못 아니다. 그만하면 됐으니까
저쪽에 가서 좀 쉬어."
"예."
기르쑤가 그렇게 물러나고 난 뒤,
대한은 시엘이 머물고 있는
신계측의 대기실 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앞선 두 번의 라운드에서 마계쪽이 모두 패배하기는 했지만,
시엘이 안고 있는 커다란 패널티로 인해
데릭도 기르쑤도 대한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제 굳이 시간을 질질 끌 필요가 없이
곧바로 마리안이나 리엔을 투입하게 된다면,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아니겠는가.
물론, 지금 상황이 평소와는 달리 아주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여태 전투경험이 부족했던 다른 꼴뚜기들
- 에일리언이라든가 거미할멈이라든가 - 에게
출전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는 했지만,
지금 상대편인 시엘이 대한과 친분이 없는 것도 아니고
패널티를 안고 힘겹게 싸우는 마당에,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빨리 이 상황을 끝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대한은 생각했다.
"그래.... 시엘씨도 힘들테고, 괜히 시간끌지 말고 이쯤에서
누님에게 부탁을 드려봐야 겠다."
그렇게 결정을 한 대한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근처에 서 있던 에시브르가의 두 서큐버스 자매를
찾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마리안과 리엔 모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 두 분다 어디로 가셨지?"
당황한 대한은 대기실 한 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레아와 샬럿에게 다가가,
둘의 행방(?)을 물었다.
"레아씨, 샬럿찡. 혹시 누님들 어디 가셨는지 봤어요?"
"어라? 그러고 보니 어디들 가셨지?"
"조금 전에, 누가 와서 두 분을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뭐?! 누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한은 놀라며 샬럿에게 되물었지만
샬럿도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는지 고개를 저었고,
대한은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는지
곧바로 대기실 텐트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텐트 밖으로 달려나간 대한이 소리를 지르며
두 누님을 찾으려고 했을 때,
텐트의 뒤쪽으로 대한의 눈에 거슬리는 한 돼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돼지의 정체는 바로 브리가니.
브리가니의 모습을 본 대한은 곧바로 그 곳으로 향했고,
그 곳에는 대한이 찾던 마리안과 리엔이
노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어이쿠.... 이거. 폐하 아니십니까."
두 자매와는 다르게 여유만만하고 재수없는 얼굴을
하고 있던 브리가니는 자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대한을 보자, 고개를 까딱거리며 인사를 건넸고
대한은 그런 브리가니를 보며 물었다.
"여기서 뭘 하고 계셨던 겁니까?"
"하하하. 별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저 마리안 공과 리엔 공에게
조금 할 말이 있었던 것 뿐이지요. 그러면 저는 이만."
브리가니는 기름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하고는
유유히 대한의 옆을 지나 귀빈석으로 걸어갔고,
대한은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 두 자매를 보며 물었다.
"누님, 어떻게 된 거에요? 저 ㄷ....
녀석이 뭐라고 한 거에요?"
대한의 물음에 마리안은 노한 얼굴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폐하. 죄송합니다만, 저희 자매는 이번 신마대전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 왜요?!"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대한이
황망한 얼굴로 두 자매를 보며 물었지만,
마리안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며
대한의 옆을 지나가 버렸고, 리엔은 대한을 보며 말했다.
"돼지야 미안.... 얘기 하면 안 된다고 해서."
"헐......"
얼이 빠진 듯 한참 동안을 가만히 서 있던 대한은
리엔마저 자기를 피하듯 빠져나가고 혼자만 남게 되자,
갑자기 분노가 솟구쳤는지 브리가니가 향한
귀빈석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에이 씨X! 대한민국 X까라 그래 씨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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