읭여인간 마왕되다

니들은 뭘 하는 거니?

대한이 시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괴상한 표정을 하고 있을 무렵.

신마대전이 열릴 무대의 모습을

성역에서 지켜보고 있는 라이나 여신은,

이번 대전에서 신계쪽의 유일한 출전자이자 자신의 친구인

시엘이, 행여 실수를 하지는 않을지

초조한 모습으로 경기가 열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휴우.... 걱정되네.

이런 곳에서 싸우는 건 처음일텐데."

"걱정되십니까?"

라이나 여신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본

디트리히는 여신을 보며 슬쩍 물었고,

라이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시엘은, 오랫동안 마탑에서만 머무느라

이런 경험은 해 본 적이 없어요. 걱정이 될 수 밖에요."

"지나친 걱정이십니다.

시엘양이 비록 경험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안토니오님의 밑에서 오랫동안 수련을 해 오신 분.

비록 그녀에게 지워진 패널티가 있다고는 하지만,

마계의 하찮은 몬스터들에게

쉽게 무너지질 분이 아닙니다."

라이나는 디트리히가 시엘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의아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디트리히님께선, 시엘을 싫어하시는 게 아니셨나요?"

라이나 여신의 물음에 디트리히는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제가 시엘양에게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것.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는 법입니다."

"....."

디트리히의 대답에 라이나 여신은 특별히 무어라고

하지는 않은 채,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디트리히는 그런 여신을 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엘양은 잘 해낼 겁니다.

또한, 사쿠라님에게, 시엘양이 좋아하실 만한

간식을 함께 보냈으니 조금은 도움이 될 테지요."

그렇게 말을 하며 라이나 여신을 안심시킨 디트리히는,

화면에 잠시 사쿠라의 모습이 지나가자

아주 잠깐.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무대 옆 귀빈석(?)]

한편. 무대 근처의 귀빈석에서는

어느새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사쿠라가,

낮은 목소리로 브리가니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는데,

사쿠라가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지

브리가니는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허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곤란하네."

"저는 그저, 그 분께 이야기를 전해 받은 것 뿐.

제가 달리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허허... 그것 참."

대체 무슨 제안을 누구에게 받았기에

브리가니가 고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그 와중에도 로브사이로 드러난

사쿠라의 매끈한 피부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브리가니는

이내 결단을 내린 듯 사쿠라를 보며 말했다.

"좋아. 알겠네. 내 그렇게 하지."

"현명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영주님의 결단은

조금 뒤 열릴 신마대전에서 확인하도록 하지요."

그렇게 말한 사쿠라가 귀빈석을 빠져나가

시엘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신계측 대기실로 향할 무렵.

브리가니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이죽였다.

"흥.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라구.

내 지금은 참겠다만, 나중에 반드시 이를 갚아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