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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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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611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5.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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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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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악마출현(3)

DUMMY

끼릭. 끼릭.


“······저게 악마예요?”


거대한 균열 속에서 늠름하게 포구를 들이밀며 모습을 드러낸 건, 마치 장난감과도 같은 손바닥만 한 전차였다.


‘저건 본체 아니야. 그래도 방심하면······.’


쉬이익.


아직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거뭇한 안개를 두른 강석호가 재빠르게 치고 나갔다.


‘잠깐! 저거 말려!’


이찬솔이 다급하게 그 뒤를 빠르게 따라갔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쉬익! 쾅!


“커헉······!”


장난감 전차. 그저 생긴 모습뿐이었다.

콩알만 한 포구에서 뿜어져 나온 탄환은 순식간에 강석호를 스치고선 건물에 부딪히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헌터님!”


‘에휴. 목숨 안 떨어진 게 어디냐.’


전차를 죽일 듯 노려보는 강석호의 손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소, 손가락이!”


“손가락 하나야. 호들갑 떨지 말고 빨리 꺼져.”


피를 머금은 왼손엔 새끼손가락 하나가 비어 있었다.


‘이제 5분은 못 쏠 거야. 진짜 악마는 장난감이 부서지는 거 보면 나올 거고.’


쉬이익!


이찬솔의 검에서 빠져나간 두 가닥의 검기가 장난감 전차를 때렸다.


“단단한데요?”


검기가 전차에 깊은 자상을 남기는 건 성공했지만 큰 타격이 느껴지진 않았다.


“더 공격하지 않는 거냐?”


“한 발 쏘고 나면 5분 정도는 괜찮아요. 다음으로 악마 나오니까 대비해야 돼요.”


“······악마?”


“우선 정리되면 얘기하시죠. 악마 나오면 제 지시에 맞춰서 -”


사아아.


쾅!


강석호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전차를 뒤덮더니 순식간에 압축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크윽······.”


이찬솔은 여파에 몸이 날아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했다.


“버러지 같은 새끼가. 길드장님이 좀 맞춰줬다고 기어오르지 마. 마물이든, 악마든. 네 까짓 놈 도움 없어도 내가 다 처리 할 거니까.”


“스승님이 헌터님이랑 같이 처리해야 된다고 했다고요!”


솨아악!


“커헉······!”


강석호를 말리기 위해 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찬솔은 순식간에 거뭇한 안개에 붙잡혀 숨통이 막혔다.


“야, 버러지. 버러지 주제에 아는 척 하지 마. 네가 미래를 알고 있든, 부길드장님의 정보를 가지고 있든, 걸리적거리면 죽여 버릴 거니까.”


“켁켁!”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찬솔을 노려보던 강석호가 뒤돌아서자 목을 감싸고 있던 안개가 사라졌다.


하여간. 멀쩡한 새끼들이 없네.


‘곧 악마 나올 거야. 내가 했던 말들 다 기억하지? 성공만 하면 시간을 버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지난 한 달 동안, 오늘 벌어질 일들과 상대해야 할 악마에 대한 정보를 이찬솔에게 주입시켰다. 강석호가 말을 들어준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처음부터 저 녀석이 이찬솔의 말을 들을 거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네. 우선 그 분이 올 때까지 버티기.”


쿠구구구구구!


‘온다.’


거대한 균열 속에서 조금 전 장난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포구를 시작으로 병기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높이만 10미터는 훌쩍 넘어갈 정도의 균열을 간신히 비집고 나오는 병기, 플루톤.

곳곳에 달린 크고 작은 포대와 미사일, 다양한 종류의 총기가 빈틈없이 박힌 플루톤은 다섯 개의 기계발을 위협적으로 내디디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몸의 중심부로 보이는 포대는 그 지름만 해도 웬만한 사람 키를 거뜬히 넘어설 정도로 보였다.


꿀꺽.


“생각한 것보다 괴물이네요.”


아무런 규칙성 없이 온갖 무기를 박아둔 모습이 굉장히 조잡해 보이면서도 느껴지는 기운은 이찬솔이 알고 있을 그 어떤 마기(魔氣)보다 강력했다.


“······저게 악마라는 놈인가.”


강석호도 보기 드물게 꽤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위이잉! 위이잉!


균열에서 빠져나와 완전한 모습을 내비친 플루톤은 커다란 경고음을 내뱉었다. 그리곤 온갖 포구에서 먼지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스킬 : 산들 걸음 Lv.4 효과 발동』


『스킬 : 지진 Lv.4 효과 발동』


쿠구구궁!


빠른 몸놀림으로 플루톤의 다리 밑까지 달려든 이찬솔이 바닥을 향해 마력을 흘리자 땅이 진동하며 갈라졌다.


기이잉. 지이잉.


그 날, 플루톤은 균열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앞에 보이는 내가 아닌 온 사방으로 각종 미사일과 마력탄을 흩뿌렸다. 덕분에 균열을 막아서던 헌터들이 순식간에 휩쓸렸고, 그곳에서 끊임없이 밀려나오던 기계 마물들에 의해 희생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그래서 터득한 스킬들이다.

신체강화에 박다미의 스킬활용 방식을 주입해 얻은 ‘산들 걸음’과 김성환의 광역 스킬 ‘지진’. 특성이 담기지 않은 스킬을 배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플루톤의 중심을 흐트러뜨리기엔 최고였다.

플루톤이 비틀거리는 모습에 거리를 벌린 이찬솔이 외쳤다.


“헌터님! 이 녀석 공격 흡수해주세요!”


하지만 중심을 빼앗는다고 플루톤의 공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직 이찬솔의 한계는 명확하기 때문에 그 뒤를 막아내는 건 강석호에게 맡기기로 했다.


물론 도와준다면 말이지.


아니면, 뭐. 전과 다를 거 없이 쓸 데 없는 희생자만 늘어나는 거지.


“제발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플루톤의 공격과 이찬솔을 한 번씩 바라본 강석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이 일 끝나면 죽여 버리겠다.”


금방이라도 관자놀이의 핏대가 터질 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진 강석호가 바닥에 깔려있던 안개를 단숨에 끌어올려 플루톤을 감쌌다.


콰앙! 콰과광!


플루톤을 빈틈없이 둘러싼 안개 속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강석호의 특성, 심연의 그림자.

평상시엔 그저 그림자에 질량을 부과해 마음대로 움직이는 정도지만, 녀석의 특성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저 모습이다. 마력과 사물을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것. 그로 인한 공격의 반사는 저런 막무가내식 공격엔 최고의 쥐약이다.


콰광! 쿠구구궁! 콰앙!


한참동안 울리던 폭음이 조금씩 잠잠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허억······.”


동시에 깊은 숨소리와 함께 강석호의 몸이 비틀거렸다.

외부의 마력이나 사물을 이동시키는 스킬은 마력소모가 크다고 듣긴 했지만 고작 마력소모로 강석호가 비틀거릴 정도면 저 안에서 어마무시한 양의 공격이 오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허억. 개새끼······.”


그 와중에도 이찬솔을 향한 욕지거리는 빼먹지 않았다.

플루톤을 감쌌던 안개와도 같은 그림자가 사라지자 공간을 채우고 있던 뿌연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쿨럭, 쿨럭!”


『스킬 : 검풍 Lv.4 효과 발동』


가려진 시야를 돌리기 위해 검풍으로 먼지를 밀어낸 이찬솔은 기침을 하면서도 악마가 있던 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뿌연 먼지가 조금씩 걷히더니 새빨간 빛이 새어나왔다.


‘피해!’


지이잉.


빛에 반응한 이찬솔이 공격을 받아치려다 말고 몸을 굴려 레이저를 간신히 피했다.


콰과광!


멀쩡히 세워져 있던 건물 빌딩 하나가 레이저의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쿵! 쿵!


무차별적 공격으로 깊게 파인 땅 속에서 빠져나온 플루톤은 흠집만 조금 남았을 뿐, 별다른 타격은 없어 보였다.


“저렇게 멀쩡할 수가 있나?”


‘반사될 걸 미리 인지하고 공격에 담았던 마력을 빼낸 거야.’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이렇게 쉽게 잡을 거였으면 나도 고생 안 했었지.’


치직. 치지직.


플루톤에서 전류가 맞닿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 모두 주목!”


확성기를 통해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은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도 자신의 목소리가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아는지, 있는 힘껏 내리깔고 있었다.


“나는 자칼님이라고 한다! 당장 반마의 인간을 내놔라! 그렇게 한다면 자칼님의 역대작, 플루톤으로 고통 없이 죽여주도록 하마! 만약 항복하지 않으면 최고의 고통을 맛 보여주도록 하겠다!”


마치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 지금 들어 보니 칼트 녀석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도 같다.


“악마 따위가 어딜!”


강석호의 그림자가 플루톤의 머리 위로 흩뿌려져 새까맣게 가리더니 검은 비와도 같은 마력을 쏟아냈다.

억수같이 쏟아지던 마력이 플루톤의 몸을 옭아매려는 듯 엉겨 붙자 하늘을 가렸던 그림자가 하나의 거대한 송곳으로 형태를 바뀌더니 내리꽂혔다.


쾅!


“고통스럽게 죽는 게 어떤 건지 우선 본보기를 보여주도록 하겠다!”


강석호의 공격에 별다른 충격도 입지 않은 플루톤은 중심에 박혀 있던 거대한 포구를 강석호를 향해 들이밀었다.


달칵. 화아아악!


그리곤 포구 속에서 불을 지피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얼핏 보기에도 화상 정도로 끝날 것 같지 않은 화력.

강석호가 있던 일대를 모조리 집어삼킨 불꽃에 콘크리트 바닥이 붉게 그을렸다.


“크윽······.”


그림자로 간신히 불길을 막으며 몸을 피한 강석호는 불길에 녹아내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저거 맞으면 고통이고, 뭐고, 없을 것 같은데······.”


‘시선 끌어서 강석호한테 시간을 벌어줘.’


“네!”


쉬이익! 쐐액!


이찬솔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기를 날리며 동시에 플루톤의 몸체로 파고들었다.


틱! 타다닥!


“이 자칼님의 마력을 두른 플루톤에 그깟 공격이 통할 것 같으냐! 그런 공격으로는 기스도 안 난다!”


강석호의 스킬도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플루톤에 이찬솔의 공격이 들어갈 턱이 없다.


‘다른 곳은 의미 없어.’


“네!”


그저 강판을 덧붙여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자칼의 모든 마력은 플루톤의 방어에만 치중되어 있어 웬만한 공격으론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포대를 밟고서 플루톤의 머리 부근까지 단숨에 뛰어오른 이찬솔이 온갖 스킬을 퍼부었다.


쐐애액!


콰곽!


“저리 떨어져라! 벼룩 같은 놈!”


플루톤의 첫 번째 약점.

화력에만 치중된 온갖 무기들이 대부분 원거리 사격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위잉. 위이잉.


들러붙은 이찬솔을 떼어내기 위해 몸체의 틈새를 비집고 수십 개의 집게손이 튀어나왔다. 이찬솔은 온갖 스킬을 몸에 두르고 구렁이처럼 손을 피해 다니며 몸체에 공격을 퍼부었다.

몇 번이고 집게손도 때려봤지만 조금의 타격은 있어 보여도 파괴시키는 건 무리가 있었다.


쉬이익!


콰과곽!


한곳을 향해 가진 스킬을 모두 퍼붓던 이찬솔의 몸에서 점점 마력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이템에 저장된 마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이제 떨어져!’


“네!”


이리저리 날아드는 집게손을 피해가며 뛰어내리자 포구 하나가 이쪽을 조준했다.


위이잉.


피슝.


퍼엉!


정확하게 몸을 향해 날아든 마력탄에 맞춰 검풍을 휘두른 이찬솔은 허공에서 몸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마력탄을 피할 수 있었다.


촤르륵! 콰과광!


“크허억······!”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든 공격이 마력탄과 부딪히며 만들어낸 거대한 폭발이 온몸을 덮쳐왔다. 덕분에 중심을 잃은 이찬솔은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털썩.


“컥······.”


콘크리트 바닥에 그대로 나가떨어진 이찬솔은 단숨에 몰려든 통증에 숨을 몰아쉬었다.


위이잉!


그 사이, 수십 개의 포구가 이찬솔을 바라보며 마력을 모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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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복수(2) 23.06.21 70 1 13쪽
51 복수(1) 23.06.20 71 2 14쪽
50 불길 속 눈꽃(6) 23.06.19 63 2 14쪽
49 불길 속 눈꽃(5) 23.06.18 70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71 2 13쪽
47 불길 속 눈꽃(3) 23.06.16 76 2 14쪽
46 불길 속 눈꽃(2) 23.06.15 87 2 14쪽
45 불길 속 눈꽃(1) 23.06.14 87 1 13쪽
44 대장장이(4) 23.06.13 85 2 13쪽
43 대장장이(3) 23.06.12 82 2 13쪽
42 대장장이(2) 23.06.11 86 2 12쪽
41 대장장이(1) 23.06.10 95 2 13쪽
40 스승과 제자(5) 23.06.09 95 2 12쪽
39 스승과 제자(4) 23.06.08 90 1 13쪽
38 스승과 제자(3) 23.06.07 90 1 13쪽
37 스승과 제자(2) 23.06.06 99 2 14쪽
36 스승과 제자(1) 23.06.05 10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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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혹한의 균열(4) 23.06.03 106 1 12쪽
33 혹한의 균열(3) 23.06.02 102 2 13쪽
32 혹한의 균열(2) 23.06.01 108 2 14쪽
31 혹한의 균열(1) 23.05.31 118 3 13쪽
30 악마출현(7) 23.05.30 123 3 14쪽
29 악마출현(6) 23.05.29 120 3 14쪽
28 악마출현(5) 23.05.28 11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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