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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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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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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6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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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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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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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스승과 제자(4)

DUMMY

널따란 들판에 선 이찬솔과 정상윤은 허공에 대고 목도를 끊임없이 휘둘렀다.

훈련을 하다 힘이 들어간 이찬솔이 진검에서 무턱대고 검기를 뽑아대는 탓에 김진우에게 부탁해 가져온 목도였다.


“푸하!”


검을 휘두르다 말고 그 자리에 드러누운 이찬솔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사제. 죽어.”


말을 살벌하게 하네.


“헥헥······. 그러게요. 이러다 진짜 죽겠어요.”


“그래도. 대단해. 더 컸어.”


“그런가요? 옆에 사형이 있어서 그런가. 제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상윤의 칭찬에 머리를 이찬솔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약 보름.

이찬솔은 내게 이론으로만 들어왔던 검술의 기초를 군더더기 없는 정상윤의 검술을 바라보며 몸에 새겨 나갔다. 덕분에 그저 검을 휘두르기만 했던 몸은 자세가 단단히 잡혀갔고, 그저 휘둘러지기만 했던 검은 궤도가 명확히 잡혀갔다.


이정도 시너지는 생각 못했는데.


내게 들은 이론을 몸에 적용시키려는 이찬솔의 몸짓을, 정상윤은 괴물과도 같은 습득력으로 자신의 몸에 익혔다.

단순히 이찬솔의 수련을 도우려던 정상윤의 입장에선 횡재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작 허우적거리는 몸짓을 보고 자신의 검으로 흡입한 정상윤이 정석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 이론만으로 이해하지 못하던 이찬솔이 그 모습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더군다나 발가락부터 손가락까지 내 것처럼 느껴지는 이찬솔의 몸짓을 사소한 것까지 잡아내주는 것도 교본과 같은 움직임이 앞에 있으니 이해는 훨씬 빠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상윤 몸에 깃들었다면······.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다.

정상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로 지금의 이찬솔을 만났다면, 지난 보름동안 이 둘은 이미 S급에 도달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


“스승. 있는 것 같아.”


정상윤이 어딘지 씁쓸하게 느껴지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푸하하! 저는 스승님이 두 명인 것 같아요.”


그 말을 이찬솔이 호쾌하게 받아쳤다.


틀린 말은 아니지.


정상윤은 이찬솔과 만난 이후로 나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웃음을 꽤나 많이 보여주고 있다.


‘하하······.’


어쩌면 내가 이렇게 만든 걸지도 모르겠네.


괜히 쓴웃음이 지어진다.


그저 함께 웃음을 나눌 친구가 필요했던 정상윤에게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라며 강요했던 게 아닐까.


“음.”


이찬솔이 옅은 침음을 흘렸다.


“왜?”


“아. 아니에요! 사람들이 가끔 그러잖아요. 괜한 감상에 젖어서 옛날 생각도 좀 하고. 저도 가끔 그러거든요.”


이거 뭔 생각을 못 하겠네.


‘나한테 하는 소리냐?’


“하하하!”


큰 웃음으로 말을 얼버무린 이찬솔이 다시 벌떡 일어섰다.


“그럼 다시 -”


그때.


‘뭔가 온다.’


쾅!


저 멀리 떨어진 산등성이서부터 날아든 창 한 자루가 들판에 떨어져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뭐야?”


조금은 떨어진 위치에 꽂혀 있는 창을 보면 이쪽을 단숨에 처리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명중을 못했다고 보기엔 꽤나 먼 거리에서 일순간에 날아든 위력이, 창의 주인이 어느 정도의 실력자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물결처럼 굽이진 붉은 창날이 두 척은 될 법한 장팔사모.


그리고 폭발.


저 녀석이 왜?


아.


‘강한나한테 연락 온 거 없어?’


핸드폰을 확인하던 이찬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없는데······. 아! 설마 이 자식이 배신한 건가?”


“응? 아. 여자.”


‘그럴 리가. 계약서도 있는데.’


혹시 강한나가 허튼 수작을 부렸다 해도, 이찬솔에게 미리 연락을 주지 않았다는 건 약속되지 않은, 엄연한 계약 위반 사항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부터 점처럼 보이는 사람이 힘껏 달려오더니 점점 그 형체가 커지며 순식간에 창이 떨어진 곳까지 날아들었다.


“여어! 안녕하신가!”


바닥에 꽂힌 창을 뽑아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남자.


“저건 누구예요?”


“몰라.”


거뭇한 피부와 다부진 근육. 성격을 대변해주듯 높에 치켜 올라간 눈썹.


잊을 수가 없는 녀석이다.


‘지옥이라고, 미등록 길드 녀석인데. 미래 S급 헌터야.’


“에, 에스요?”


최지환을 포함해 S급 이상으로 넘어서는 각성자들은 대부분 마력을 타고났다. 나 또한 그 녀석들과 비교해 마력이 옅을 뿐, 일반적인 각성자들이 보기엔 꽤나 넘어서기 힘든 수준으로 느껴질 거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장비찬이라는 녀석도 마력의 기운이 정상윤보다 짙게 배어 있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마력이 전부는 아니니까.


“지금이 그렇다는 건 아니야. 김성환도 나중엔 S급이니까.”


물론 김성환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내 위엄에 다들 넋이 나갔구만!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어! 하하하하!”


장비찬이 호탕하게 웃음 짓더니 뽑아든 창을 휙휙 휘둘렀다.


“사형. 좀 위험한 녀석일 수도 있어요.”


이맘때 S급은 나랑 최지환 둘 뿐이고. A급은 서른 남짓인데. 음······.


“사제. 빠져.”


어찌됐건 미등록 길드에서 왔다는 건 이찬솔을 노렸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다면 필시 이찬솔보다 뛰어난 인물을 보내오는 게 정상이다.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정상윤도 그렇기에 이찬솔을 뒤로 밀고 앞장섰을 거다.


물론. 이찬솔의 실력을 모르는 녀석들이라면 그게 정상이지.


“오호? 화랑의 정상윤 헌터 아니신가. 하하! 이거이거! 거하게 한 탕 해야겠구만!”


‘장비찬’이라는 이름과 장팔사모를 고집하는 녀석. 그리고 저 성격과 말투.

저 녀석의 우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그 목표 하나로 S급까지 도달했던 녀석이니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진검을 뽑아든 정상윤은 검을 곧게 쥐고서 장비찬을 겨눴다.


“하하! 준비는 된 것 같으니 이쪽에서 먼저 가도록 하지!”


장비찬은 허공에 끊임없이 휘젓던 창을 허리춤으로 잡아끌었다.


꾸드득.


그러자 마치 소리라도 나는 것처럼 어깨가 크게 부풀었다.


쇄액!


마치 활시위에 걸려있던 화살이 쏘아지듯 빠르게 뻗어 나온 창이 정상윤을 향했다.

동시에 정상윤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가볍게 내둘러졌다.


타닥.


“내 일격을 막아내다니! 역시 대단하구려!”


“······.”


장비찬은 몸을 크게 돌려 정상윤의 검으로 흐름이 틀어진 창을 봉처럼 휘둘렀다.

하지만 역시 가볍게 내둘러진 검에 흐름이 바뀐 창이 하늘로 높게 솟았다.


타다닥.


“크윽! 그럼 이건!”


반동으로 솟아올랐던 창에 마력을 잔뜩 실은 장비찬은 팔과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서 있는 힘껏 끌어내려 정상윤의 정수리를 노렸다.


쿠웅!


그마저도 몸을 살짝 비튼 정상윤이 가볍게 흘려내자 바닥의 먼지를 잔뜩 흩뿌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럴 리가 -”


힘껏 소리치며 또 다른 일격을 가하려던 장비찬의 앞으로 정상윤이 손을 뻗었다.


“잠깐.”


공격도 아닌, 그저 멈추라는 의미.

공격을 멈춘 장비찬이 멀뚱멀뚱 쳐다보자 정상윤은 저벅저벅 걸어와 이찬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사제가 해.”


“예?”


“정당한 결투 중에 무슨 짓이오!”


너무 형편없어서 어이가 없네. 저럴 거면 창이 아니라 봉이나 도끼를 쓰면 되지 않나?

아. 저 상태에서 S급까지 올린 게 오히려 대단하다고 해야 되나.


정상윤이 마음만 먹었다면 장비찬은 방금 삼백 번은 더 죽었다. 그런데도 끝내지 않고 다가왔다는 건, 이찬솔의 대련 상대로 적당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정상윤이 관심 없다는 듯이 이찬솔의 뒤편에 걸터앉자 장비찬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자, 잠깐만······!”


쐐애액!


갑자기 대치 상황이 된 이찬솔이 멍하게 서 있는 사이, 장비찬의 장팔사모가 붉은 마력을 흩뿌리며 날아들었다. 아직 무기도 꺼내지 못한 이찬솔은 습관적으로 들고 있던 목도에 마력을 실어 날카롭게 날아드는 창을 받아쳤다.


콰각!


그저 반사적으로 휘둘렀다 생각했던 목도는 날이 선 창날을 피해 창대를 정확하게 때렸다.


“크흑······!”


목도에 튕겨나간 창대가 정상윤을 상대할 때처럼 빙글 돌아 날아든다. 하지만 아직 상대와의 실력 차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이찬솔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콰악!


“커헉······!”


“응?”


몸을 크게 돌리는 와중에 옆구리를 가격당한 장비찬의 무릎이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미래의 S급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급하게 상대하던 이찬솔은 자신이 든 목도와 쓰러진 장비찬을 수차례 번갈아 쳐다봤다.


“······저 사람 S급 맞아요?”


‘미래의 S급.’


물론 이찬솔도 그동안 놀고먹은 건 아니기 때문에 실력이 상승하긴 했을 거다. 그렇다 해도 장비찬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약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S급까지 달았지?


“괘, 괜찮아요? 괜히 미안하네.”


“흥, 흥! 이 정도는, 크흑. 별 거 아니다! 커헉······. 마, 마지막 일격을. 크윽. 겨루길 신청한다!”


“그, 그래요.”


이찬솔의 승낙이 떨어지자 곧 죽을 것처럼 터벅터벅 뒤로 물러선 장비찬이 온몸에 마력을 둘러 어깨 위로 창을 들어올렸다.


이거 어디서 봤던 장면 같은데.


『스킬 : 상기(想起) 발동』


-푸학! 내, 내 실력은! 푸허억! 이 정도가······. 컥······.


아. 그때구나.


그 당시, 어디선가 위력적으로 날아든 창 한 자루가 다잡아둔 보스 마물 하나를 꿰뚫고 지나갔다.

그리곤 당당하게 다가와서 자신이 잡은 보스라며 아이템 소유를 주장하던 녀석.


결국 옆에서 구경하던 최지환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처맞긴 했는데······.


그래도 녀석의 투창 실력 하나만큼은 최지환도 인정할 정도였다.


상기로 기억을 떠올리는 새에 이미 거리를 벌린 장비찬이 창을 있는 힘껏 끌어당기고 있었다.

동시에 이찬솔도 목도를 힘껏 끌어 잡아 일격을 준비했다.


장비찬이 어깨위로 활시위를 당기듯 끌어당긴 창에선 꽤 어마어마한 마력이 전해졌다. 물론 내가 봤던 투창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긴 하다만 적어도 저 일격만큼은 A급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자, 잠깐 -’


쐐애액!


콰아악!


하지만 화살도 힘껏 당겨진 활시위에서 빠져나와야 위력을 얻는 것처럼 투창이란 것도 적당한 거리에서 창을 던졌을 때나 위력을 뽑을 수 있다.


“커어억······. 비, 비겁한······.”


털썩.


그리고 이찬솔은 그런 시간도 주지 않았다.


어······. 이러면 일격을 겨뤘다고 할 수 있나?


“사제······. 야비해.”


“예?”


‘너는······.’


“왜요? 뭐가 잘못된 거예요?”


장비찬이 창을 내던지기도 전에 거리를 좁힌 이찬솔은 녀석의 정수리에 목도를 때려 넣었다.


‘이게 어딜 봐서 일격을 겨루는 거야. 상대가 준비하는 동안 일방적으로 팬 거지.’


“아. 그런 거예요? 하하하하. 몰랐죠!”


요즘 이 녀석 좀 이상해지는 것 같은데.


“일격. 쏘지도 못해. 불쌍······.”


‘잠깐.’


쿵. 쿵. 쿵. 쿵. 쿵.


한적한 동네에서부터 마치 폭발이 이는 것처럼 거대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느껴지는 마력 또한 심상치 않다.


마을 한복판에 갑자기 거대한 마력이 생겨난 느낌.


설마······.


‘마을로 가봐!’


“네, 네? 아. 사형! 마을로!”


“응!”


동네에 사는 사람들 중에 이 정도의 마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전혀 느껴지지 않던 마력이 갑자기 폭발한 듯한 느낌.


‘아무래도 균열이 발···생······. 응?’


“어딜 그리 급하게 가나?”


콰아아아앙!


동네로 들어서려는 순간 눈앞에서 커다란 폭발과 함께 불꽃이 일었다.

동시에 검을 휘둘러 폭발을 막아낸 정상윤은 이찬솔과 함께 들판으로 다시 밀려났다.


“사, 사형! 괜찮아요?”


“응. 멀쩡.”


이찬솔은 어디 다친 곳이 없나 정상윤의 몸 곳곳을 살폈지만 정상윤이 한 말 그대로 멀쩡했다.


“마물인가?”


‘아니. 아니야.’


동네 한복판에서 갑자기 생겨난 커다란 마력 덩어리.


당연히 균열인 줄 알았지. 지옥에서 저 녀석이 직접 올 줄 알았나.


아직은 검은 연기로 자욱한 폭발의 흔적 속에서 거뭇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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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불길 속 눈꽃(5) 23.06.18 62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6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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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불길 속 눈꽃(2) 23.06.15 7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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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과 제자(4) 23.06.08 8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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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스승과 제자(2) 23.06.06 92 2 14쪽
36 스승과 제자(1) 23.06.05 9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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