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514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5.31 18:05
조회
116
추천
3
글자
13쪽

혹한의 균열(1)

DUMMY

회복을 마치고 당장 수련에 들어서려던 계획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칼이 균열을 박차고 나온 사건으로 뒤늦게 도착한 화랑, 협회, 심지어 기자들까지 잔뜩 몰려 칠성에서 있는 대로 정보를 빼가기 위해 몰려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헌터협회의 박정우라고 합니다.”


꽤나 시끌벅적한 사옥에서 사람들의 눈을 최대한 피해가며 훈련장을 향했지만 그 앞에 이찬솔을 기다리던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박정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건네 왔다.

헌터 관리팀의 팀장, 박정우.

협회에서 그나마 말이 잘 통하던 사람이다. 혹시라도 협회에 끌려갈 일이 있으면 박정우와 협의를 통해 빠져나오곤 했었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시죠?”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커피라도 사겠습니다.”


“저 수련해야 돼서 짧게만 얘기해주세요. 어차피 로비엔 기자들이 꽉 차서 대화도 못해요.”


“하하. 보기보다 딱딱하시네요. 이슬비라는 친구 아시죠?”


“아는 사이는 아니에요.”


“너무 경계하지 말아주세요. 슬비 그 녀석이 유도리가 좀 없긴 해도 제가 꽤 예뻐하는 후배거든요.”


이찬솔의 경계심이 오히려 커졌다. 이슬비와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전해졌다.

박정우도 이찬솔의 경계심을 느꼈는지 다시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썩 좋은 인연으로 만난 건 아니었으니 이해는 합니다. 그래도 이번 소동이 벌어지기 전에 슬비에게 미리 언질을 던져놓고 가셨길래 조금은 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 오판이었네요.”


“아는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어서 그런 것뿐이에요.”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정우가 고개를 숙이자 이찬솔도 한 발 물러섰다.


“사람은 살려야 하니까요.”


“찬솔씨의 말에는 불확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이렇게 될 거란 걸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던 것처럼요.”


숙였던 고개를 들자 박정우의 얼굴엔 표정이 사라졌다. 그 모습에 이찬솔은 조금 주춤했다.


“악마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그렇기에 최지환 헌터의 일정을 방해하지 않으려 협회에 요청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찬솔씨 말엔 ‘그럴 수 있었다’가 아니라 벌어질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로 받아들여지네요. 꼭 악마와 내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악마랑 전혀 연관 없어요.”


“그럼 이런 상황을 어떻게 알고 계셨죠? 미래예지 같은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 그건······.”


허를 찔렀다고 생각하는 박정우와 허를 찔렸다고 생각하는 이찬솔.


둘 다 귀엽네.


‘우리가 조용히 움직이는 건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거야. 악마랑 연관이 있으면 어쩔 거고, 미래를 알면 어쩔 건데? 협회는 시민들이나 잘 지키라고 해. 그렇게 끼어들고 싶으면 우리가 필요할 때 부를 테니까 지원이나 빨리빨리 나오고. 그게 전부 윈윈하는 방향이니까.’


이찬솔이 고개를 작게 주억거리며 말했다.


“제가 이 일들을 어떻게 아는지는 굳이 알려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협회에 요청한 건 시민들을 살리기 위한 것뿐이었어요. 제가 하는 일에 그렇게 끼어들고 싶으면 제가 필요할 때 지원이나 빨리빨리 나와 주시면 돼요. 시민들한테 돌 맞기 싫으면.”


박정우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한 말을 이찬솔이 뱉으니 괜한 객기처럼 느껴졌다.


허세도 조금 섞이긴 했지.


잠시 이찬솔을 빤히 바라보던 박정우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하하! 뭔가 대단한 게 있긴 한가보네요. 그렇지 않아도 그 점을 말씀드리려 했던 겁니다. 찬솔씨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는 거죠?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이 나쁜 쪽은 아니라는 건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드리려고요.”


“제안이요?”


박정우와 그나마 말이 통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협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슬비에게 전해주세요. 그럼 다른 라인은 걸치지 않고 협회장님께 제가 직접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솔씨의 일들이 괜히 눈에 띄지 않고, 저희도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말이죠.”


박정우는 오로지 시민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과정이 어떻던 결과적으로 많은 시민을 구할 수 있다면 최지환이나 나의 억지도 자신의 선에서 처리해주곤 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 이제 훈련해도 될까요?”


이찬솔은 귀찮은 상황을 서둘러 정리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게 느껴졌다.


“하하.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네.”


박정우가 막고 있던 길을 비키자 이찬솔은 주저 없이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 * *


이찬솔은 칠성 로비의 커다란 기둥 뒤에 숨어 주변을 살폈다.

자신을 노리고 덤벼드는 기자들이 워낙 많은 탓에 수련에 필요한 시간이 한없이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칠성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훈련장에도 잠입한 기자들이나, 기자의 지인들이 마구잡이로 몰려드는 바람에 도저히 수련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찬솔씨!”


“악!”


주변을 경계하던 이찬솔은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괘,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나와서 죄송합니다.”


정장차림으로 커다란 방패를 등에 진, 김성환이었다.


“······아니에요. 최근에 너무 시달려서 신경이 너무 예민해졌나 봐요.”


샤워실이나, 화장실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기자들이 튀어나오는 탓에 학습으로 ‘감각’이라는 스킬도 얻었을 정도였다.

덕분에 자칼과 플루톤의 잔해를 얻고 흥이 잔뜩 오른 한고을을 찾아가야 했다.

칠성의 정식 용병이 되었다고는 하나, 용병은 의뢰가 직접 들어오기 전까진 수련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때문에 한고을을 통해 균열의 입장과 함께 할 팀원을 몇 명 섭외해둔 참이었다.


“악마 사건 때는 정신도 없고 위험했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균열 공략을 갈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모집한 팀원 중 하나가 김성환이었다.


“그러게요. 마침 한 명 더 왔네요. 오늘도 잘 부탁드릴게요.”


로비 중심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박다미의 모습이 보였다.


“다미씨.”


“찬솔씨, 안녕하세요! 옆에는······. 김성환 헌터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함께 하게 된 김성환이라고 합니다.”


김성환이 손을 내밀자 박다미는 멍한 눈으로 손을 뻗어 악수를 받았다.


‘둘이 있으니까 아빠랑 딸 같은데?’


“그러게요.”


박다미의 체형이 조금 마른 것도 맞지만 김성환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얼핏 보기에 그랬다.


“뭐가 말입니까?”


“아. 아니에요. 그럼 이제 출발할까요?”


“······역시. 잡아야 돼.”


익숙한 듯 로비를 나서는 이찬솔과 김성환의 뒤로 여전히 멍한 눈빛의 박다미가 홀로 중얼거렸다.


“저 분은 원래 저러십니까?”


“한고을씨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좀 이상하잖아요. 성깔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요.”


‘에휴.’


여기 모인 세 명의 헌터들은 전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미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앞서려는 걱정을 뒤로 미뤘다.


김성환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 약 두 시간을 이동한 끝에 널따란 논밭의 중심에 열린 균열 앞에 도착했다.

역시나 인벤토리를 긁어 푸른 갑옷을 두른 김성환이 앞장섰다.


“근데 김성환 헌터님은 갑옷을 어디서 꺼내는 거예요?”


이찬솔의 뜬금없는 질문에 일행의 시선이 쏠렸다.

일상복과 전투복을 공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이찬솔은 여태껏 장비를 바꿀 필요가 없던 탓에 신경 쓰지 않던 부분이었다.


‘내가 미안하다.’


기본 지식이라도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 주머니 속에서 꺼내는 겁니다.”


“예?”


“이걸 쓰면 인벤토리가 늘어나거든요.”


김성환의 갑옷 속 허리춤에는 손바닥만 한 가방 하나가 엮여 있었다.

대장장이들이 마석을 이용해 만드는 가방은 각성자들이 아공간을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아.”


이제야 이해한 이찬솔이 고개를 끄덕이자 왠지 박다미의 얼굴이 다 빨개졌다.


“우선 들어가시죠.”


김성환은 서둘러 균열 속으로 발을 들이려는 박다미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뒤로 옮겼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오늘따라 자주 멍한 박다미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김성환과 이찬솔이 먼저 균열 속으로 발을 들였다.


쉬이이잉


어둑한 시야가 밝혀짐과 동시에 거센 눈보라가 살을 때렸다.


“자. 다들 이상 없으시죠?”


“네!”


일행의 대답을 들은 김성환은 푸른빛을 뿜어내며 자기 세상인 듯 편안하게 눈 위를 걸어 나갔다.

마찬가지로 눈 위를 걷는 이찬솔과 몸을 얕게 띄운 박다미가 뒤를 따랐다.


살을 에는 추위와 거센 눈보라를 동반하는 혹한의 균열.

이곳에 들어서기 위해선 최소 5레벨의 냉기면역을 지녀야 한다.

이찬솔 또한 조합과 귀속 스킬을 얻은 정지운에게서 냉기면역 액세서리와 ‘눈 위를 걷는’이란 수식어가 붙은 신발을 받아왔다.


역시 편리하단 말이지.


고작 몇 십만 원으로 이런 특수능력이 붙은 장비를 얻을 수 있는 건 전 세계를 뒤져봐도 정지운 밖에 없을 거다. 스킬 레벨을 올릴수록 희귀한 능력까지 붙일 수 있으니 이찬솔은 물론이고, 칠성 전체의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굉장한 녀석이다.

게다가 이찬솔에게 커다란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정지운은 장비만 가져다 줘도 공짜 능력을 마구잡이로 붙여줬다.


부여능력이 랜덤이라는 게 조금 아쉽네.


이번 액세서리와 신발도 우연히 붙은 능력을 보고 혹한의 균열을 생각해낸 쪽에 가까웠다.


한고을이랑 약속도 슬슬 지킬 때가 됐지. 성장도 서둘러야 되고.


각성의 돌이 있는 D급 균열이 바로 이곳이다. 좀 더 천천히 들러도 됐지만 조건이 갖춰졌는데 굳이 미룰 필요도 없었다.

몇 분이고 눈보라를 해치며 들어서자 두꺼운 껍질을 두른 나무가 우거진 숲이 드러났다.


쿠궁.


“옵니다. 다미씨는 버프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크아아!”


박다미의 스킬과 동시에 큰 짐승의 괴성이 들려왔다.


쾅!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빠르게 키워낸 김성환의 방패로 커다란 짐승 하나가 달려들었다.


“찬솔씨!”


“네!”


쐐애액!


“크에엑!”


푸르스름한 가죽을 가진 아이스 타이거가 이찬솔의 검에 붉은 피를 흩뿌리며 몇 걸음 물러섰다.


“역시 대단합니다, 찬솔씨! 그래도 다른 녀석들 몰리기 전에 어서 해치워야 합니다!”


“네!”


쉬이익! 쐐액! 쐐애액!


“크엑······.”


스킬을 사용하지 않은 이찬솔은 몇 번이고 검을 휘둘러가며 꽤 공을 들여 아이스 타이거를 잡아냈다.


“빡시네요.”


‘어쩔 수 없어. 힘 조절 좀 해야지.’


“쉽지만은 않죠? 그래도 이 정도면 D급 상위에는 분명 속하실 겁니다!”


“맞아요! 김성환 헌터님이 잘 얘기해서 찬솔씨 칠성에 꽂아주면 안 돼요?”


“하하. 거기까진 제 역할이 아니라······.”


김성환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정도 반응이면 괜찮네. 지금정도로만 하자.’


이곳에 오기 전, 마물을 상대로 전력을 내지 않기로 이찬솔과 얘기했다.

김성환과 박다미는 워낙 약할 때 만났던 사람들이라 고작 한두 달 사이에 극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둘은 문제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더군다나 공격력이 빵빵한 검에 신성력까지 달렸으니 적절한 신체강화정도로도 마물을 베어내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술은 스킬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보다 감각을 익히며 검을 휘두르는 게 나중엔 더 큰 성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기력은 대충 느껴지지?’


“네.”


‘약한 녀석은 아니야.’


가장 중요한 건 지난 며칠간 이찬솔을 미행하는 녀석이 생겼다는 거다.

이찬솔이 뭘 하던 항상 지켜보고 있다. 기척을 지우는 실력이 뛰어난 녀석이라 나조차도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잡아내진 못했다.

심지어 균열 속까지 따라올 거라 생각하진 못했지만 여기까지 따라 들어왔다는 걸 보면, 여차하면 목숨을 빼앗을 각오까지 한 녀석인 것 같다.


그쪽이 편하긴 하지.


아직은 덮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녀석을 무시하고 우선은 쓰러진 아이스 타이거 뒤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무리를 마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마기(1) 23.07.03 62 1 13쪽
55 복수(5) 23.06.24 66 2 15쪽
54 복수(4) 23.06.23 67 2 14쪽
53 복수(3) 23.06.22 70 1 12쪽
52 복수(2) 23.06.21 68 1 13쪽
51 복수(1) 23.06.20 69 2 14쪽
50 불길 속 눈꽃(6) 23.06.19 62 2 14쪽
49 불길 속 눈꽃(5) 23.06.18 69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69 2 13쪽
47 불길 속 눈꽃(3) 23.06.16 75 2 14쪽
46 불길 속 눈꽃(2) 23.06.15 86 2 14쪽
45 불길 속 눈꽃(1) 23.06.14 86 1 13쪽
44 대장장이(4) 23.06.13 84 2 13쪽
43 대장장이(3) 23.06.12 81 2 13쪽
42 대장장이(2) 23.06.11 85 2 12쪽
41 대장장이(1) 23.06.10 94 2 13쪽
40 스승과 제자(5) 23.06.09 93 2 12쪽
39 스승과 제자(4) 23.06.08 88 1 13쪽
38 스승과 제자(3) 23.06.07 89 1 13쪽
37 스승과 제자(2) 23.06.06 98 2 14쪽
36 스승과 제자(1) 23.06.05 107 2 13쪽
35 혹한의 균열(5) 23.06.04 103 2 15쪽
34 혹한의 균열(4) 23.06.03 105 1 12쪽
33 혹한의 균열(3) 23.06.02 101 2 13쪽
32 혹한의 균열(2) 23.06.01 106 2 14쪽
» 혹한의 균열(1) 23.05.31 117 3 13쪽
30 악마출현(7) 23.05.30 121 3 14쪽
29 악마출현(6) 23.05.29 118 3 14쪽
28 악마출현(5) 23.05.28 114 3 12쪽
27 악마출현(4) 23.05.27 125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