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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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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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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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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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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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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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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대장장이(1)

DUMMY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길드장이 이렇게 당했으니 한동안 지옥이 난동부릴 일은 없겠네요.”


손날을 가볍게 눈가에 가져다 댄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아, 아닙니다.”


자신을 헌터협회 평택지사의 지사장이라 소개한 중년의 남자, 김명도는 지금껏 봐왔던 협회 사람들과 다르게 반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반듯한 모습에 이찬솔은 부담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너무 심하게 제압한 건 아닐지 좀 걱정 되네요.”


그도 그럴 게, 김명도의 뒤에서 현장을 정리하는 협회 사람들이 코에서 흐른 피로 범벅이 된 채 정신을 잃은 조석훈과 장비찬을 귀중한 보석이라도 되는 양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저 녀석들은 이미 저지른 범죄가 수백 건이 넘거든요. 주민들의 목격도 있었고, 무엇보다 정상윤 헌터님도 직접 증인해주셨으니 이 건은 문제없이 넘어갈 겁니다. 대신 저희 쪽에서 출석을 요청드릴 수 있으니 참석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그래. 이래야 협회지.


오로지 균열 공략에만 온 신경을 썼던 탓에 협회에 이렇게 제대로 된 녀석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내가 엮였던 사람들은 협회 본부의 녀석들이다 보니 본부가 잘못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 영감탱이가 직접 관리하는 놈들만 이상한 것 같단 말이지.


“그럼 이만.”


또다시 경례를 건넨 김명도가 돌아서자 이찬솔도 돌아서서 와중에도 수련에 몰두하고 있던 정상윤을 향했다.


“그나저나. 저 사람도 협회 사람인데 저한테 별 감정은 없어 보이네요.”


‘글쎄. 속마음은 접어두고 정석대로 가는 사람일지도 모르지.’


겉으로는 오히려 감사를 표했지만 속은 어떨지 알 수 없다.


“사제. 고생. 저기 있어.”


“아. 감사합니다.”


이찬솔이 다가서자 정상윤이 목도를 휘두르다 말고 한쪽을 가리켰다.


“히끅.”


그곳엔 손발이 두꺼운 철사로 칭칭 묶인 채 바닥에 앉아있는 강한나가 보였다.


“아, 아이고! 주인님! 아주 멋진 싸움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한동안은 무사하지 -”


스르릉.


“히이이익! 자, 잠깐만! 뭐, 뭔가 오해가······!”


이찬솔이 뽑아든 검이 새하얀 검광을 내뿜으며 강한나의 턱에 닿았다.


“자, 그럼 이제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설명······. 응?”


『스킬 : 학습 Lv.5의 효과로 검술의 추가능력 선택이 가능합니다.』


1. 검 계열 스킬 효율 +20%


2. 검 계열 무기 공격력 +10


3. 검 계열 스킬 레벨 +1


이건 아까······.


“음······.”


강한나의 목에서 검을 거둔 이찬솔은 푸른 메시지를 보며 침음을 뱉었다.


“히익!”


“가만히 있어.”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한 강한나가 바닥에 엉덩이를 끌어가며 뒷걸음질 치자 재차 검을 들이밀던 이찬솔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검술을 최고레벨까지 달성했던 나조차도 난생 처음 보는 선택지다. 선택지 하나하나가 말도 안 되는 능력이라 오히려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이미 학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의 효율이 증가했음에도 이런 효과를 마구잡이로 퍼준다는 데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어차피 스킬효율은 지금도 충분하고, 굳이 레벨을 올리지 않더라도 학습으로 인한 스킬의 성장세로 몇 년 안에는 모든 스킬의 최고레벨도 도달할 수 있을 거다. 미래를 봤을 땐 스킬 레벨이 가장 의미 없다 봐도 무방하다.


역시 가장 탐나는 선택지는 공격력이······.


“와. 스킬 레벨을 전부 올려준다고?”


『스킬 : 학습 Lv.5의 효과로 검술의 추가능력을 획득합니다.』


『스킬 : 검술 Lv.10의 추가능력으로 검 계열의 모든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지, 지금 뭐 한 거······.’


“좋은 거 아니에요?”


망했다. 이 녀석은 생각이 없다. 이 정도로 고민도, 생각도 없을 줄은 몰랐다.


『스테이터스』


이름 : 이찬솔


나이 : 22


레벨 : 38


특성 : 미련한 노력가(N)


보유 스킬 : (학습 Lv.5), (검술 Lv.10+1), (가로베기 Lv.8+1), (속진참 Lv.8+1), (고속검 Lv.8+1), (검기 Lv.8+1), (고속참 Lv.7+1)······.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적어도 효율을 20% 증가시켰다면 고작 1레벨 상승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성장세를 보였을 텐데······.


‘멍청한 새끼······.’


“마,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왜, 왜 그러는 거야······.”


이찬솔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생각하던 강한나가 거의 울상이 된 채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적당히 미친놈으로 보였겠지. 아니, 진짜 미친놈이지. 어떻게 저 좋은 효과를 다 버리냐고.


후회해도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지만, 전 세계 어디를 돌아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효과를 버렸다는 충격은 꽤나 크게 다가왔다.


‘······됐다. 후회해서 뭐하냐.’


“크흠.”


내가 입을 다물자 헛기침을 내뱉은 이찬솔은 강한나에게 다가갔다. 녀석의 표정은 흡사 악마라도 만난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그래서. 변명은?”


“나도 저 녀석이 직접 나설 줄 몰랐지! 어디 D급 잡는데 길드장이 직접 나서겠냐고!”


“그. 래. 서. 그게 변명이다?”


“벼,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라니까? 내가 직접 불러들인 게······.”


“그. 래. 서?”


이찬솔이 내뿜는 살기에 움찔한 강한나는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처박았다.


“잘못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 봐주십쇼! 정말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제 실수가 명백합니다!”


그제야 미소를 지은 이찬솔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래. 사람들은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돼.”


‘스킬 레벨 고른 것도 실수야.’


“크흠! 그러니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줄게.”


‘기회’라는 말에 고개를 번쩍 든 강한나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뭐든 -”


“대장장이.”


“응?”


“내일까지.”


“으, 으응?”


“무조건 내일까지 내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강한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건 내가 생각하기에도 무리한 요구였다. 길드장이라면 모를까, 강한나보다 앞선 헌터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 녀석들을 전부 재치고 협박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의뢰 한 번 실패했다고 목숨까지 들먹이는 길드에서 새치기라니.


죽으라는 거지.


“마, 말도 안 돼! 너도 칠성에 있으니까 알 거 아냐! 길드 내부에도 룰이란 게 있다고! 특히 네가 말한 대장장이는 의뢰 한 번 맡기려면 기본 몇 개월은 기다려야 하나 받을까 말까 한 녀석인데 그걸 어떻게 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난 칠성 용병이지, 길드원이 아니야. 그래서 그런 거 잘 몰라.”


다시 입을 쩍 벌린 강한나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이 말은 즉, 네 사정 내가 알바냐,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쩍 벌어졌던 강한나의 입이 순식간에 다물어졌다. 무언가 희망이라도 생길지 모른다는 망상에 빠진 눈빛이었다.


“내일까지 내가 대장장이 직접 만날 수 있게 자리 마련해.”


그리고 그 눈빛 속의 초점은 순식간에 먼지처럼 사라졌다.


* * *


“저, 찬솔씨.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저 때문에 그동안 고생하셨잖아요. 묵혀만 두기엔 아이템이 너무 아까우니까 얼른 만들어드리려고요.”


“찬솔씨······.”


김성환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보통의 길드라면 A급들을 내세워 자신들을 홍보한다. 하지만 칠성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칠성에 들어오는 A급들은 정신이 반쯤 나간 녀석들이다. 자신을 알리기 싫어하거나, 알리고 싶어도 그런 위엄을 보이질 못하거나. 그렇기에 칠성이라는 길드가 막강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길드의 누군가가 입에 오르내리는 건 최지환과 지아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칠성에서 최지환과 지아 다음으로 유명세를 탄 건 다름 아닌 김성환이었다.


나도 아니고······. 이렇게 생각하니까 좀 씁쓸하네.


길드 의뢰를 항상 성실하게 수행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 거기다 화려한 스킬은 말 할 것도 없다.


“저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하지만 정작 길드 내에서 김성환의 입지는 그저 C급 헌터 1정도였다. 최지환과 지아가 있고, 거기다 세 명의 A급이 있는 길드에 B급과 C급은 말 할 것도 없이 많은 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아무리 많은 실적을 올리고 유명세를 탄다 해도 알아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길드의 지원 또한 여느 C급 헌터와 다를 것도 없었다.


“스승님이 헌터님은 진짜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언젠가 S급 따윈 쉽게 올라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렇게까지는······. 어? 우는데?’


“크흑······.”


결국 참지 못하고 눈가를 닦아낸 김성환이 말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셨는데, 전 아무것도 몰랐군요. 부길드장님께서 눈 뜨기 전까지 성장하겠습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김성환 같은 방패쟁이가 빠르게 성장해준다면 그만큼 든든한 것도 없다.

이어진 대화 끝에 보이기 시작한 카페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주인······. 크흠. 여기!”


손을 번쩍 들어 위치를 알리는 강한나를 본 이찬솔도 걸음을 조금 더 서둘렀다.


“뭐냐. 이 코찔찔이는.”


강한나 앞에 꽤 건방지게 다리를 쭉 뻗고 앉은 채로 눈을 흘겼다.


“안녕하세요. 이찬솔이라고 합니다.”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한 이찬솔이 살짝 고개를 숙이자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 이찬솔? 그 칠성 따까리?”


잔뜩 흥분한 남자는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이찬솔을 빤히 노려보더니 강한나를 노려봤다.


“이 망할 년이! 스톤을 배신한 거냐? 오냐. 네가 직접 죽여 달라고 비는 구나. 그래, 내가 직접 그 모가지부터 따주마!”


쾅!


“꺄악!”


“뭐, 뭐야!”


“싸움 났나 봐!”


잔뜩 성이 난 남자, 황주철이 커다란 망치를 꺼내 휘두르자 목재 테이블이 순식간에 갈려나갔다. 망치로 내리쳤는데 마치 믹서기에 넣은 땅콩처럼 갈려나간 게 의문이었다.

와중에도 의자에 가만히 앉은 강한나는 갈려나간 테이블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였다.


“우선 진정하시죠.”


잔뜩 흥분한 황주철의 앞을 막아 세운 건 커다란 방패를 든 김성환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푸른 냉기를 뿜는 방패와 가슴에 박힌 칠성 배지로 쏠렸다.


“김성환이다!”


“칠성이면 금방 정리되겠네!”


김성환을 향한 환호가 들려왔지만 정작 녀석은 익숙한 듯 그 환호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칠성.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망치를 든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움켜잡은 황주철이 망치를 크게 들어 올렸다. 그 손짓에 맞춰 방패를 치켜든 김성환이 앞을 막아섰다.


쾅!


파스스슥.


“······어?”


든든한 등판을 비치며 앞섰던 김성환의 어깨가 허망하게 처졌다. 하지만 황주철은 그런 모습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시 한번 망치를 크게 들어올렸다.


스르릉!


위험을 감지한 이찬솔이 순간적으로 검을 뽑아내 녀석의 망치를 향해 내질렀다.


‘안 돼. 손잡이를 노려.’


퉁!


휘두르던 검을 일시 멈춘 이찬솔이 궤도를 틀어 검배로 망치의 손잡이를 후렸다.


“크윽······!”


허공으로 날아간 망치가 바닥에 떨어지자 손을 부여잡은 황주철이 분하다는 듯 이쪽을 노려봤다.


“헌터님! 괜찮······. 어?”


돌아선 이찬솔은 말을 잇지 못했다.

김성환이 들고 있던 방패에 동그란 구멍이 가위로 오려낸 듯 반듯하게 뚫려 있었고, 녀석은 그 구멍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분해스킬이야. 김성환 마력까지 뚫은 거 보면 좀 더 상위 스킬인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까지 막아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찬솔의 검이 망치에 닿았을 때도 분해되지 말란 법은 없다.


“부길드장님이 주신 방패가······.”


황주철의 망치가 날아가며 상황은 정리된 듯했지만, 충격에 빠진 김성환은 바닥에 무릎을 박은 채 방패를 한참 동안이나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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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복수(2) 23.06.21 60 1 13쪽
51 복수(1) 23.06.20 64 2 14쪽
50 불길 속 눈꽃(6) 23.06.19 59 2 14쪽
49 불길 속 눈꽃(5) 23.06.18 62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64 2 13쪽
47 불길 속 눈꽃(3) 23.06.16 69 2 14쪽
46 불길 속 눈꽃(2) 23.06.15 79 2 14쪽
45 불길 속 눈꽃(1) 23.06.14 79 1 13쪽
44 대장장이(4) 23.06.13 77 2 13쪽
43 대장장이(3) 23.06.12 73 2 13쪽
42 대장장이(2) 23.06.11 81 2 12쪽
» 대장장이(1) 23.06.10 86 2 13쪽
40 스승과 제자(5) 23.06.09 87 2 12쪽
39 스승과 제자(4) 23.06.08 81 1 13쪽
38 스승과 제자(3) 23.06.07 85 1 13쪽
37 스승과 제자(2) 23.06.06 92 2 14쪽
36 스승과 제자(1) 23.06.05 99 2 13쪽
35 혹한의 균열(5) 23.06.04 96 2 15쪽
34 혹한의 균열(4) 23.06.03 9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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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혹한의 균열(2) 23.06.01 99 2 14쪽
31 혹한의 균열(1) 23.05.31 110 3 13쪽
30 악마출현(7) 23.05.30 114 3 14쪽
29 악마출현(6) 23.05.29 112 3 14쪽
28 악마출현(5) 23.05.28 10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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