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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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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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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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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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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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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대장장이(4)

DUMMY

최지환과 이야기를 마친 황주철은 그 이후로 몇날며칠을 칠성의 대장간에 틀어박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장간에 들어서기 전, 김성환이 얼음덩어리를 꺼내 건네자 또 한 번 정신을 잃을 것처럼 휘청거리기도 했고, 며칠씩이나 길드를 비우면 안 된다는 강한나의 걱정 어린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이미 작업에 들어서기로 한 황주철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오늘도 안 나왔어?”


“어. 꽤 오래 걸리네.”


황주철이 벌써 열흘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탓에 가장 애간장을 태우는 건 강한나였다. 황주철이 자신과 함께 자리를 비운 뒤로 길드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녀석도 무사하진 못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고작 열흘 만에 강한나의 얼굴은 피죽도 못 먹은 거지처럼 퀭하게 바뀌어 있었다.


“이제 슬슬 한계야. 나도 이제 길드 못 돌아간다고.”


“그럼 이참에 길드 나오면 되겠네.”


“뭐어?”


강한나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이를 갈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래도 네가 조석훈 잡아준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 애초에 내가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면서······.”


“근데 난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네. 내가 뭐라고 자꾸 날 잡아가네, 마네 하는 거야?”


“차재현이 쓰러진 것 때문에 화랑 연합은 완전히 파티 분위기였어. 근데 별 것도 없어 보이는 웬 D급 헌터 한 놈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눈이 갈 수밖에 없지. 심지어 악마랑 엮였다는 소리도 들리고, 최지환도 널 감싸고도니까. 지금 웬만한 상위 헌터들보다 네가 최고 이슈잖아.”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이찬솔이 갸웃거리자 강한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네가 조석훈 잡은 것 때문에 지금 뉴스고 뭐고 난리인 거 몰라?”


“왜?”


“하, 참. 미치겠네. 조석훈은 곧 A급 단다고 난리였던 놈이야. 실력은 이미 A급인데 아직 등록만 안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고. 거기다가 미등록 길드장인데, 다들 엮이기 싫어서 발 빼던 놈이었거든. 그런 놈을 겨우 D급으로 알려진 놈이 상처도 하나 없이 제압했는데 그게 이슈가 안 되겠냐? 심지어 그 D급 녀석이 악마고, 칠성이고, 이상한 소문이 계속 돌던 이찬솔이다? 말 다 했지.”


“아. 그런 녀석을 나한테 엮었다?”


“크흠! 그, 그건 내 의도가 아니었다니까! 그, 그리고 결과가 좋으면 됐지!”


이찬솔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해 고개를 돌린 강한나는 제멋대로 결론을 내버리더니 몸을 비꼬아가며 이쪽을 향해 슬쩍 다가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응?”


“내가 -”


쾅!


강한나가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는 순간, 대장간 문이 부서질 듯 거세게 열렸다. 그러자 온갖 불길이 치솟는 대장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늘한 한기가 하얀 연기와 함께 흘러 나왔다.


“아저씨!”


열흘 동안 씻지도 않고 처박혀 있던 탓에 황주철의 얼굴엔 거뭇한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는데, 수염 끝엔 한겨울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리가 껴 있었다.


“어······. 완성은 했는데······.”


얼마나 입을 열지 않았으면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가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보다 황주철의 표정에 곤란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왜요? 뭐 문제라도 있어요?”


“정말 농담하는 거 아니고, 내 역작이 나온 것 같다.”


“지, 진짜요?”


“근데 문제가 좀 있어.”


“뭔데요!”


“착용할 수가 없어.”


“네?”


이찬솔은 물론이고, 눈 빠지도록 황주철을 기다리던 강한나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좋은 장비가 나왔는데, 장비를 착용할 수가 없다고요?”


“일단 들어와서 직접 보는 게 좋겠는데.”


황주철의 말에 따라 당장 대장간으로 뛰어 들어가자 살결이 오돌토돌하게 돋을 정도의 한기가 피부를 자극했다. 그 한기 속에서 칠성의 다른 대장장이들도 작업을 멈추고 한곳에 모여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저거야.”


“와······.”


그 안엔 자체적으로 푸른빛을 발산하는 방패와 갑옷, 투구, 장갑, 신발이 차례로 놓여 있었다. 겉면을 얼마나 매끄럽게 깎아냈으면 마치 거울처럼 얼굴이 비칠 정도였고, 직접 만져보지 않아도 쉽사리 깰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보였다. 그저 장비에서 흘러나오는 한기만으로도 입김이 뿜어져 나올 정도니 빙결 효과정도는 충분하다고 봐도 될듯했다.


‘이래서 실력 좋은 대장장이가 필요한 거야. 다른 녀석한테 맡겼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물론 회귀 전에도 김성환에게 얼음조각을 이용한 장비를 선물했었다. 하지만 칠성의 대장장이들이 만든 장비는 이런 광채도, 한기도 내뿜지 않는 그저 단단하고 뛰어난 장비 정도로 그쳤었다.

이찬솔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손을 뻗어 방패에 손을 얹었다.


파스스슥.


“앗!”


하지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따끔한 감각에 한발 물러선 이찬솔은 허공에 손을 털어냈다.


“내가 말한 문제가 그거야.”


“이, 이거 왜 이래요?”


방패를 살짝 건드렸던 이찬솔의 손끝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따끔한 기운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냉기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그런지, 건들 수가 없어. 냉기 저항 스킬이 미친 듯이 높으면 또 모르겠는데, 진짜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냉기 저항을 굳이 단련할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야.”


“냉기 저항이요? 그런 아이템도 같이 착용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황주철이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이템으로 메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


다른 대장장이들과 강한나까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이찬솔은 홀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멍하니 서 있었다.


‘겉에서 들어오는 냉기를 막는 건 적당한 저항으로도 가능한데, 몸에 직접 착용해야 되는 장비는 달라. 아이템으로 메우는 저항력은 아이템을 중심으로 착용자 몸에 마력을 두르는 방식이라, 살결에 직접 닿는 것까진 막아내지 못하거든. 아이템의 저항력이 극도로 높으면 얘기는 좀 달라지겠는데, 저런 냉기를 막아낼 정도 저항력이면 신화급은 돼야 가능할 거야. 신화급 아이템에 냉기 저항이 달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긴 하지만.’


냉기저항이 달린 내피 같은 게 있다면 가능도 하겠지만, 그런 아이템이 있을 리가 없지.


“어······. 그럼 성능은 확실한데, 착용하면 얼어 죽는다는 거죠?”


“쉽게 말하면 그렇지.”


황주철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하자 서늘한 냉기 속에서도 이찬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니, 이 아저씨가! 적당히 만들어야 될 거 아니에요, 적당히! 성능이 좋으면 뭐해! 낄 수가 없으면 그냥 장식이라는 거 아니야!”


“아, 아니! 나라고 이 정도가 될 줄 알았겠냐! 난 대장장이야, 대장장이! 뛰어난 재료가 있으면 그 재료의 능력을 최대한 살린 아이템을 만드는 게 당연한 거잖아!”


“하이고! 그렇게 장식품이나 만들어서 참 조오오으시겠습니다!”


“뭐, 뭐야? 이 어린놈이 부탁한다는 거 들어줬더니 말하는 꼬락서니 봐라?”


“내 재료! 내 재료 어쩔 거예요! 그게 얼마짜린데!”


이마가 깨질 듯이 맞댄 이찬솔과 황주철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싸우자 대장장이들과 강한나가 둘을 떼어냈다.


“해외 S급 헌터 중에 냉기 속성으로 유명한 애 하나 있잖아! 걔한테 파는 건 어때? 이 정도면 재료보다 가격대는 더 나오지 않아?”


이찬솔을 붙잡은 강한나가 한 소리였다.


‘싫어. 절대 안 돼.’


“절대 안 된대!”


“누가?”


“그, 그냥 안 돼요!”


S급 헌터 중 냉기 속성을 다루는 러시아에 있는 그 녀석 단 한 명뿐이다.


그 빌어먹을 자식······.


희망의 7인이고 뭐고, 절대! 그 녀석만큼은 절대로 좋은 꼴 보게 둘 순 없다.


‘그럼 어쨌든 김성환이 냉기 저항만 올리면 되는 거잖아?’


“아. 그러네?”


강한나에게 붙잡힌 채 허공에 발길질을 날리던 이찬솔이 갑자기 얌전하게 서서 말했다.


“김성환 헌터님은 어차피 특성도 냉기니까. 저항력만 올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자 황주철도 갑자기 얌전하게 서서 턱을 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저 정도 아이템 착용하려면 아무리 미친 짓이라고 해도 저항을 올리는 게 이득일 수도 있지. A급 에픽 정도는, 아니, 아니지. S급 에픽 정도는 내 장담할 수 있어!”


속성 저항은 단련의 효율이 극악인 스킬이다. 또한 각성자의 속성이 성장할수록 자연스럽게 오르는 스킬이기 때문에 저항력을 올리기 위해 단련한다는 사람들은 미련하다는 취급을 받곤 했다.


어차피 김성환이 있어야 잡을 수 있는 녀석도 있고. 냉기 저항이 오르면 더 안정적이기도 할 테니까.


“장비! 헥헥, 다 완성 됐다고 들었습니다!”


머리를 맞댄 이찬솔과 황주철이 함께 고민하는 사이, 장비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성환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꽤 기대한 기색이 역력한 녀석의 표정을 바라보던 일행들이 슬쩍 옆으로 비켜 장비를 보여주자 녀석의 눈이 어린아이처럼 반짝거렸다.


“이, 이게······.”


꿀꺽.


“자, 잠깐!”


침을 삼키는 소리가 대장간을 울릴 정도로 긴장한 김성환이 장비에 손을 얹으려 하자 주변 사람들이 그를 만류했다.


“으윽!”


하지만 이미 장비에 손을 올린 김성환은 역시나 그 한기에 신음을 내뱉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뭐, 뭐죠?”


어린아이 같던 표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뀌자 황주철이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다른 사람들의 표정과 더불어, 김성환의 얼굴에 절망이 가득하게 서리기 시작했다. 장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보다 김성환의 표정에서 나오는 한기가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각 장비에 서린 냉기 레벨은 무려 15레벨 급. 전투 내내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감안했을 때, 냉기 저항이 15레벨은 돼야 하거나,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레벨에 높은 등급의 저항 아이템을 착용해야 할 정도였다.

지금 김성환의 냉기 저항이 6레벨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앞으로 10년을 단련한다 해도 달성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의 절망적인 수치다.


물론 단편적으로만 봤을 때 말이다.


‘가능할 수도 있어.’


“예?”


‘내가 말했잖아. 미래의 김성환은 S급이라고. 10년이 지나서 S급을 겨우 달았던 게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확 성장했어. 뭘 깨닫고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하나 짚이는 게 있어.’


F급에서 E급으로, E급에서 D급으로. 성장에 걸리는 시간은 당연하게도 등급이 올라갈수록 점점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하지만 김성환이 C급에서 S급을 달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년. 지금 시점에 이미 S급을 달성한 괴물들을 포함하더라도 그 기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속도였다.


그렇다고 그 괴물들처럼 천재는 아니었지만.


태생에 SSS급 특성을 가진 괴물 혹은 천재들과는 달리 김성환은 고작 B급의 특성을 지녔다. 오로지 노력으로만 올라야 하는 단계.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게 천재라면 김성환은 그 누구보다 천재라고 불릴 수도 있을 거다.


‘갈 데가 있어.’


“김성환 헌터님. 포기하지 마세요. 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예?”


절망으로 가득하던 김성환의 얼굴에 한낱 희망이 들어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태껏 전혀 알려지지 않은 방법을 찾아온 이찬솔이 한 말이었다. 특히 김성환은 다른 사람들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런 행적들을 바라봐왔기에 더욱 믿음을 가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이다.


‘하루아침에 만들 순 없어도 10년씩이나 걸리진 않을 거야. 우리가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앞으로 1년이면 S급 달성할 놈이니까.’


녀석이 C급을 단 지 지금까지 2년. 엄밀히 따지면 반년 만에 S급을 달았다고 봐도 무방한 녀석.


‘그 시간을 더 단축시키는 거지.’


“일단 같이 가시죠.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나을 거니까.”


잠시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김성환도 표정을 굳게 다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굳이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대장간을 나서는 김성환의 걸음엔 어쩐지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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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복수(2) 23.06.21 63 1 13쪽
51 복수(1) 23.06.20 65 2 14쪽
50 불길 속 눈꽃(6) 23.06.19 60 2 14쪽
49 불길 속 눈꽃(5) 23.06.18 64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65 2 13쪽
47 불길 속 눈꽃(3) 23.06.16 70 2 14쪽
46 불길 속 눈꽃(2) 23.06.15 81 2 14쪽
45 불길 속 눈꽃(1) 23.06.14 81 1 13쪽
» 대장장이(4) 23.06.13 79 2 13쪽
43 대장장이(3) 23.06.12 74 2 13쪽
42 대장장이(2) 23.06.11 8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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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스승과 제자(4) 23.06.08 82 1 13쪽
38 스승과 제자(3) 23.06.07 86 1 13쪽
37 스승과 제자(2) 23.06.06 93 2 14쪽
36 스승과 제자(1) 23.06.05 10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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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혹한의 균열(4) 23.06.03 98 1 12쪽
33 혹한의 균열(3) 23.06.02 96 2 13쪽
32 혹한의 균열(2) 23.06.01 10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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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악마출현(6) 23.05.29 11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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