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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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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517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6.09 18:05
조회
93
추천
2
글자
12쪽

스승과 제자(5)

DUMMY

새까만 연기 속에서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던 그림자는 이내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말라빠진 체형에 커다란 키. 흉터가 몇 개는 난 험상궂은 얼굴에 몸에서 천천히 새어나오는 수증기와도 같은 연기.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손에 피어오르던 열기를 툭툭 털어내고 입을 열었다.


“화랑의 헌터가 함께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지옥의 길드장, 조석훈.

거대한 몸집에 비해 날렵한 주먹으로 꽤 이름을 날리던 녀석이다.


“다짜고짜 뭐야!”


‘지옥 길드장이야. 저 녀석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네.’


“기, 길드장이요? 그럼 엄청 센 거 아니에요?”


“사제?”


‘미래엔 꽤 세던데. 지금은 모르겠네. 그래도 저 모습으로 온 거 보면 작정하고 싸우러 온 건 확실한 것 같네.’


2미터에 가까운 큰 키와 말라빠진 체형.

녀석은 칼로리를 마력으로 변형시키는 특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거대한 몸집으로 잘 알려졌던 녀석이 저런 모습을 하고 왔다는 건 처음부터 봐줄 생각 따윈 없다고 봐야 한다.


“지옥 길드장이에요. 싸울 작정인 것 같아요.”


“응.”


“거기 A급은 그냥 빠지는 게 어때? 화랑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조석훈의 뻔한 도발에 정상윤은 검을 곧게 쥐었다.

그 모습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은 조석훈도 은색 너클이 끼워진 주먹을 길게 뻗어 정상윤을 겨눴다.


“유능하신 A급이 고작 저런 거 하나 때문에 싸워서 지면 타격이 클 텐데?”


정상윤은 역시나 뻔한 도발에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이찬솔이 나서서 그 앞을 가로막았다.


“사제?”


“저 노리러 온 거니까 제가 할게요. 혹시 잡혀갈 것 같으면 조금만 도와주세요!”


이찬솔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본 정상윤은 기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잡으러 온 거지? 긴 말 하지 말고 덤벼.”


“오호?”


의외라는 듯이 옅은 감탄을 내뱉은 조석훈은 또다시 미소를 지으며 주먹에 마력을 흘렸다.


“건방진 녀석이긴 한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바닥을 박차는 순간 녀석의 얼굴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큭!”


쾅!


반사적으로 목도를 들어 녀석의 주먹을 받아낸 이찬솔은 빠른 속도로 밀려났다.


“흡!”


체형에서 보기 힘든 괴력에 사정없이 밀려나는 와중에도 속도를 더 붙여 따라붙은 조석훈은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쾅!


“커헉!”


천근같은 주먹을 받고 바닥에 내다 꽂힌 이찬솔이 큰 충격에 신음을 내뱉었다. 심지어 목도를 쥐고 있는 손목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꺾여갔다.

그 와중에도 녀석에게서 떼지 않은 이찬솔의 시야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은 채 주먹을 뻗는 조석훈이 보였다.


퍼어어어어엉!


“크억······!”


조석훈의 주먹에서 폭발이 일었다.

그 반동으로 마치 물 위를 튀는 돌멩이처럼 이찬솔의 몸뚱어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크하하하! 들은 대로 D급 나부랭이는 아니구나! 방심하고 왔으면 살 좀 빠졌겠는데?”


녀석의 속도가 이찬솔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력적인 녀석의 주먹을 막아낸다 해도 치명상을 피하는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손목과 어깨로 전해졌다. 심지어 주먹을 밀쳐내도 터져 나오는 폭발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아무래도 -’

“으아아아아!”


응?


바닥을 뒹굴었던 이찬솔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제 알았어요!”


‘······그래. 네 마음대로 해.’


멍청한 놈.


이찬솔이 마력을 끌어올려 온갖 스킬을 두르고 목도를 꽉 쥐었다.


“타핫!”


바닥을 구른 이찬솔의 발이 빠른 속도로 날아든다.


가벼운 손짓과 무거운 중심.

간결하고 정확하게 갈라 들어가는 검날.


쐐애애애액!


정직하게 내질러진 검이 조석훈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쾅!


“커헉!”


피하기엔 늦었다 생각한 조석훈이 주먹을 휘둘러 그대로 목도를 받아치자 날아들던 이찬솔의 몸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놀래라. 한방이 있는 녀석이었구만?”


녀석에게 속도가 밀리진 않는다.


하지만 공격을 맞받아쳐 온다면?


서로의 공격력이 얼마나 상쇄되는가에 따라 승부가 갈라진다.

지금 이찬솔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분명 먼저 선공을 잡고 달려들었지만 되레 바닥에 몸을 구르는 건 이찬솔이다.


“흐읍!”


이번엔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인지, 조석훈이 힘껏 달려들어 주먹을 뻗어왔다.


‘흘려.’


공격력이 밀린다면?

맞지도, 받아치지도 않으면 된다.


스르륵.


곧게 뻗어진 주먹을 목도로 가볍게 스쳐 밀어내자 주먹의 궤도가 바뀐다.


‘올려쳐.’


타격을 주기에 공격력이 부족하다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동작을 이어 붙여 위력을 높인다.


쐐애액!


손목을 밀어냈던 목도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호를 그리며 날아들었다.


쩌엉!


“컥!”


그러자 수박이라도 깨지는 것처럼 경쾌한 소리가 조석훈의 턱에서 울려 퍼졌다.


“헉, 헉······.”


잠깐의 집중만으로 꽤 많은 체력을 소모한 이찬솔이 숨을 돌리자 푸른 문구가 시야를 가렸다.


『스킬 : 검술 Lv.9 → 검술 Lv.10 상승』


『스킬 : 학습 Lv.5의 효과로 검술의 추가능력 선택이 가능합니다.』


1. 검 계열 스킬 효율 +20%


2. 검 계열 무기 공격력 +10


3. 검 계열 스킬 레벨 +1


이건 또 뭐야?


“이건······.”


콰아아앙!


“커헉······!”


시야를 가린 문구에 잠시 한눈이 팔린 사이, 정면으로 폭발이 일며 거대한 불길이 덮쳐들었다.

간신히 마력을 둘러 불길을 떨쳐낼 순 있었지만 폭발의 여파만큼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끄으윽······.”


“별 것도 아닌 녀석이······!”


양손에 이글거리는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조석훈은 코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수련하는 건 좋은데, 죽으면 아무 의미 없어.’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켜 목도를 꽉 움켜쥔 이찬솔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승부욕을 더욱 불태웠다.


“아직 멀었습니다!”


‘저 주먹에 마력 올라오는 거 보이지? 이제 그냥 주먹은 아니라는 거야. 적어도 받아칠 수는 있어야지.’


“방금처럼 아예 안 맞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못 피했을 때 죽으면 안 되니까 일단 꺼내라고.’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예? 뭘요?”


설마······.


‘너. 지금 목도 들고 싸우는 건 알지?’


조석훈에게 고정됐던 이찬솔의 시선이 자신이 들고 있는 목도로 떨어졌다.


“어? 아!”


어쩐지 이 상황까지 와서 목도를 고집한다 했더니······.

진짜 딱 한 대만 쥐어박고 싶다.


수련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기에 의지하지 않으려는 의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스르릉.


쥐고 있던 목도를 즉시 바닥에 버린 이찬솔은 허공에서 새하얀 광채를 뿜는 검을 뽑아냈다.


“이제 와서 무기 하나 바꾼다고 달라질 건 없다.”


새하얀 검을 확인한 조석훈이 마력을 더욱 맹렬히 뽑아내기 시작하자 녀석의 주먹에서 붉은 불길이 치솟았다.


그 모양은 마치 붉은 용의 머리를 주먹에 두른 형상.

S급이 된 김성환을 압도했던 주먹.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만 봐선 B급 정도.

하지만 저 주먹은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호각을 이루던 싸움 속에서 저 불꽃을 두르는 순간부터는 그저 압도적인 전투를 보여줬었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한 상대에게 그런 스킬을 둘렀다는 건, 죽일 각오로 덤벼든다고 봐도 무방하다.


파바밧.


점점 속도를 내며 다가오던 조석훈이 땅을 박차더니 허공에 위력적인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마치 붉은 용이 날아드는 것처럼 기다란 불길이 점점 몸집을 불리며 잡아먹을 듯이 날아들었다.


“흐읍!”


마치 타석에 선 타자라도 된 듯 검을 치켜든 이찬솔의 팔뚝이 불룩거리며 근육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 스킬은······.


‘야. 야야! 여기서 그걸 쓰면 -’


『스킬 : 검풍 Lv.5 효과 발동』


파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륵!


안 된다.

그렇게 말하려 했다.


아. 그 정도구나.


일반적으로 뛰어난 무기는 뛰어난 각성자의 손에 쥐어진다.


그 이유?


뛰어난 각성자가 제 실력으로 무기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다르게 본다면 당연히 뛰어난 각성자가 상대해야 할 적이 더욱 강한 녀석들이니 그게 잘못 된 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이치라 봐야 한다. 그 뛰어난 무기를 들고도 고전하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뛰어난 무기가 아직은 성장하지 못한 이의 손에 쥐어져, 아직은 성장하지 못한 적을 상대하게 된다면.

그저 무기 하나에 모든 상황이 뒤바뀌게 된다.


그 당연한 이치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파아아아아아아!


그 차이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다지 쓸모가 없어 한여름 부채 대용으로 사용할 만한 스킬, 검풍.

그리고 동급 상대와의 싸움마저도 압도해버리던 불꽃.


두 기술이 맞부딪히자 주위를 전부 불태워버릴 만큼 거대한 불꽃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


‘······.’


“이, 이게······. 자, 잠깐······!”


심지어 불길을 머금은 소용돌이는 느리게나마 조석훈을 향하고 있다.


‘······알고 쓴 거야?’


“그냥 불이니까 바람 불어서 끄면 될 줄 알고······.”


고작 해봐야 B급 정도의 싸움. 물론 그 등급이 낮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싸움에 신화급 공격력이 덮어지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본인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찬솔이 정신을 차리고 또 다른 검풍을 날리자 흐름을 잃은 소용돌이가 천천히 사그라졌다.


“헥헥헥······.”


그리고 그 자리엔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던 조석훈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도, 도대체 이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용돌이의 흔적을 바라보던 조석훈이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그, 그랬구만. 지금껏 검사인 척 날 속였던 거야. 사실 마법 계열이었구만! 그것도 바람 마법이 아주 뛰어난 녀석이었어!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다! 만만치 않은 녀석이구나!”


그래. 이해가 안 되겠지. 나도 보기 전까진 이럴 줄 몰랐으니까.


‘대충 손 좀 봐줘.’


“아. 네.”


『스킬 : 속진참 Lv.7 효과 발동』


파아아아아!


“히끅.”


단순히 거리를 좁히기 위해 사용한 스킬에 엄청난 파공음이 일더니 휘몰아친 바람이 조석훈을 덮쳤다.


“대가리 깨면 정신 좀 차리겠죠?”


‘좋지.’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린 검이 햇살을 맞아 새하얀 검광을 흘렸다.


“자, 자, 자, 잠깐······!”


콰아아아아앙!


그대로 내려치자 마치 거대한 망치라도 내려친 것처럼 커다란 울림이 고막을 때렸다.


“꺼어어······.”


“······아.”


‘진짜 깨진 것 같은데?’


이건 무조건 깨졌다. 손 끝에 전해진 이 감각은 확실하다.


“사제. 괴물.”


정상윤이 초점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조석훈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괴물. 나쁜 사람.”


“나쁜 사람은 이 사람이잖아요!”


“때린 거 심해. 사제. 나쁜 사람.”


솔직히 이건 내가 봐도 좀 심했다.


‘괴물.’


“아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잖아요!”


억울하다는 듯이 머리채를 붙잡고 소리치는 이찬솔을 보니 괜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마 조석훈은 앞으로 침이나 흘리며 살아야 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질이 나쁜 녀석이라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확실한 건, 이대로 성장한다면 정말 가능성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아와 최지환을 구하는 것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나 정도는 더.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입꼬리를 끌어올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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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복수(1) 23.06.20 6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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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불길 속 눈꽃(5) 23.06.18 69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70 2 13쪽
47 불길 속 눈꽃(3) 23.06.16 75 2 14쪽
46 불길 속 눈꽃(2) 23.06.15 86 2 14쪽
45 불길 속 눈꽃(1) 23.06.14 86 1 13쪽
44 대장장이(4) 23.06.13 84 2 13쪽
43 대장장이(3) 23.06.12 81 2 13쪽
42 대장장이(2) 23.06.11 8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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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과 제자(5) 23.06.09 9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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