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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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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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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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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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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악마출현(1)

DUMMY

대련실을 빠져나와 사람이 없는 곳을 찾던 이찬솔을 훈련실로 들어섰다.


“지는 줄 알고 놀랐잖아요. 꼭 그렇게 간 보면서 싸워야 돼요?”


그 뒤를 쫄쫄 쫓아온 박다미의 목소리에 놀란 이찬솔은 잠시 움찔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따라오실 줄 몰랐어요.”


박다미는 이상하다는 듯 표정을 살짝 찌푸렸다.


“수련하는 거 도와달라면서요. 설마 저 대련 한 번 했다고 오늘 수련 끝났다거나, 뭐 그런 거 아니죠? 우선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요.”


훈련실에 난 탈의실로 걸음을 옮기는 박다미를 보고 머리를 긁적이던 이찬솔도 탈의실을 향했다.

이찬솔이 탈의실에 준비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떨어졌던 마력을 회복시키는데 집중했다. 매일 같이 마력을 흘리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조금은 효율이 오른 것도 같다.

빠르게 환복을 마치고 나온 이찬솔은 박다미를 기다리며 몸을 풀었다.


‘박다미한테서 바람 스킬 배울 거야.’


“속성도 있으면 좋겠네요.”


이찬솔의 마술에 특화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성이 존재한다. 박다미는 바람과 연관된 특성을 지녔을 거고, 김성환의 ‘포근한 빙벽’도 그런류의 특성이다. 하지만 무술에 특화된 사람들은 속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지니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 아이템이나 다른 헌터의 스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뭘 도와주면 되는 거예요?”


딱 달라붙는 티셔츠와 레깅스를 걸치고 나온 박다미가 다가왔다.


“다미씨가 가진 스킬을 좀 알려주세요.”


“제 스킬이요? 아쉽지만 제가 가진 스킬은 전부 특성이랑 연개된 것뿐이에요. 마력운용 같은 기본적인 스킬은 있긴 한데. 이건 솔직히 몸으로 뛰는 사람한텐 크게 의미 없을 거고.”


“다미씨 특성은 바람이랑 관련된 거죠? 그 바람으로 할 수 있는 스킬을 알려주시면 돼요.”


“······예?”


박다미의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은 감이 온다.


“에이. 장난치지 마세요. 그걸 어떻게 알려줘요?”


“이론만 알려주시면 제가 해볼게요.”


지레 장난일 거라 생각하고 넘기려던 박다미는 이찬솔의 진지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특성이라는 게 말 그대로 특수한 성질이라는 건 알죠?”


이찬솔이 당연한 상식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멍청한 표정을 짓자 박다미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기 시작했다.


박다미한테 떠넘긴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한데.


“······각성한지 얼마 안 됐으니까 모르실 수 있죠. 그래요. 그러니까 특성을 배우겠다는 건, 뭐랄까.”


멍청한 이찬솔이 이해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아! 저는 여자고, 찬솔씨는 남자잖아요? 찬솔씨가 여자의 특성을 배우겠다는 거랑 비슷해요. 이론을 안다고 여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아주 적절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찬솔은 남자이면서 여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비유하자면······.


“이해는 했어요. 그래도 알려주세요. 알아볼 게 있어서 그래요.”


이찬솔의 반응에 뭔가 더 설명하려는 듯 입만 벙긋거리던 박다미는 이내 포기하고 마력을 뽑아냈다.

박다미에게서 나온 마력이 이찬솔의 몸을 감싸자 사막에서처럼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가벼움이 느껴졌다.


“직접 해보면 알 거예요. 마력을 흘려서 대상을 감싸고, 거기에 바람을 흘리는 거예요.”


“설명이 좀 불친절한데요. 바람을 어떻게 흘려요?”


“아니. 그러니까! 그 바람이라는 게 저한텐 마력이랑 비슷한 거라 방법이 없다는 거라고요!”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한 박다미가 소리쳤다.


‘그냥 저 말대로 따라해 봐. 마력은 흘려줄 테니까.’


이찬솔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마력을 흘려 박다미를 감쌌다.


“와! 마력 컨트롤도 할 줄 알아요? 찬솔씨 같은 사람들은 보통 무기에 마력 부여하는 정도밖에 못하던데?”


검기를 날리는 수준까지 사용하다보니 이찬솔의 마력 컨트롤도 꽤 많이 늘어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생각해보면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주변을 얼려보라든가, 덩굴을 자라나게 만들어보라든가 하는 터무니없는 수련이긴 하다.


터무니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왠지 될 것 같단 말이야.


‘그 느낌만 살려. 바람을 싣는다는 느낌.’


“바람을······. 이렇게 하는 건가?”


『스킬 : 학습 Lv.3의 효과로 마력폭발 Lv.3을 습득합니다.』


쾅!


“꺄악!”


“다, 다미씨!”


박다미의 몸을 감쌌던 마력이 폭음과 함께 투명한 폭발을 일으켰다.


삐익!


“거기! 훈련실에서 대련하시면 안 돼요!”


동시에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관리 직원의 호통이 들려왔다.


“켁켁······.”


“괜찮아요? 미안해요!”


다행히 흘렸던 마력의 양이 그리 많진 않았던 터라 박다미가 많이 다치진 않았다.


“그러니까 안 될 거라고 했잖아요! 애초에 칼 가지고 잘 싸우면서 왜 이런 걸 배우겠다는 건데!”


“저한텐 정말 중요한 일인데, 부탁할 사람이 없었어요. 방금 될 것도 같았는데, 진짜 죄송합니다!”


이찬솔이 허리를 숙여 사과하자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짜증내던 박다미는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이제 허수아비에 대고 해요.”


“더 알려주시는 건가요?”


박다미가 바로 떠나갈 거라 생각했던 이찬솔이 물었다.


“대신 나중에 밥 사요. 비싸고 맛있는 거로.”


“······”


이찬솔의 말문이 막혔다. 잔고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와중에 부리는 사치가 편의점 햄버거다.

대답을 망설이자 박다미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그냥 사준다고 해. 어차피 한 번이잖아.’


“······알겠어요.”


“그럼 시작해요.”


간신히 대답을 꺼낸 이찬솔은 꿍한 기분을 가진 채로 허수아비를 향했다.


* * *


헌터 협회 사옥.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과 손과 발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이슬비는 홀로 자신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있었다.


“슬비야. 그냥 보고 올리는 게 좋지 않겠냐?”


그런 그녀의 뒤로 배가 산처럼 튀어나온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박정우 팀장님!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을 믿으시는 거예요?”


이슬비가 잘 걸렸다는 듯 도끼눈을 뜨고서 그를 노려보자 박정우는 곤란하단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믿고, 말고 문제가 아니잖아. 그 이찬솔인지 하는 녀석 말이 사실이면 어쩔 거야? 게다가 칠성에서 보호하는 녀석이라며. 칠성이 뭐 허튼 정보 가지고 움직이는 놈들이었냐?”


“팀장님!”


“하이고. 고막 터지겠네. 나 귀 안 먹었다, 이 녀석아.”


“정해진 룰이라는 게 있잖아요! 칠성처럼 마음대로 할 거면 법이 왜 있어요?”


“그래. 내가 이 짓만 몇 년짼데 그걸 모르겠냐. 최지환 그 자식은 나이도 어린 녀석이 하도 사고치고 다니는 턱에 내가 얼마나 쫓아다녔는데.”


칠성은 필요한 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길드로 협회에 낙인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칠성에서 관리하는 균열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심지어 자신을 악마라 칭하던 녀석도 몇 달 전 칠성에 의해 소멸됐다.


“근데 말이다, 슬비야. 최지환 그 녀석이 법도 무시하면서 움직이는데 지금까지 가만히 두는 이유가 뭔지 아냐?”


“당연하죠! 헌터 1등이라고 무력으로 휩쓸고 다니는 거잖아요! 성녀도 등에 업고 있겠다, 헌터 2등까지 부하로 삼고 있으니까 무서울 게 없겠죠.”


“틀렸다, 욘석아. 사람들 시선이야. 사람들이 최지환을 영웅이라고 불러. 고 녀석이 움직이는 곳마다 저 괴물 놈들이 도망가니까. 우리 윗선에선 그만큼 좋은 조건이 어디 있겠냐. 우리 대신 일처리 다 해주는데. 혹시 사고라도 치면 그동안 어긴 것도 많으니까 잡아넣기도 좋고 말이야.”


칠성이 움직일 때마다 협회의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건 사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움직이는 곳마다 일이 해결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덕분에 협회 내에서도 칠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고 아주 잘못 알고 있어. 리더가 최지환이라는 건 확실한데, 녀석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건 네가 말한 그 부하라는 놈이야. 넌 차재현이 의식불명 소식 듣고 칠성 다 죽었다면서 좋아했지? 난 식겁했다, 녀석아. 그 놈 없으면 최지환 이 자식이 무슨 짓을 할지 감이 안 와, 감이.”


잠시 입술을 깨물던 이슬비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칠성 윗놈들은 그렇다 쳐도 이찬솔은 아무것도 아닌 놈이잖아요.”


박정우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내가 몇 년 동안 최지환 뒤꽁무니 쫓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고 녀석은 아무것도 아닌 놈을 가지고 직접 나서지 않아. 그 녀석한테도 뭔가 있다는 거지.”


최지환의 압박 속에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던 이슬비가 입을 다물었다. 박정우의 감은 협회에서 유명할 정도로 잘 들어맞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슬비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찬솔을 오해한 이슬비가 기력을 쏟고 있을 때, 잘못 짚은 것 같다며 끊임없이 조언하면서도 직접적인 명령은 내리지 않는, 박정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슬비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자 박정우는 그녀의 책상 위에 있던 결재 판을 쏙 뺏어 들었다.


“어? 잠시만요!”


“이건 너한테 보고 받아다 치고 결재 올린다. 뭐든 직접 경험해보는 게 좋긴 해도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은 별개야. 네가 받을 충격도 있을 거고.”


이슬비는 결재 판을 들고서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박정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 * *


한 달 뒤, 칠성사옥 근처 카페.

이찬솔은 얼음이 잔뜩 담긴 아메리카노를 두고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 불안한 눈으로 상태 창만 살폈다.


『스테이터스』


이름 : 이찬솔


나이 : 22


레벨 : 19


특성 : 미련한 노력가(N)


보유 스킬 : (학습 Lv.4), (검술 Lv.8), (가로베기 Lv.6), (속진참(速塵斬) Lv.6), (고속검 Lv.6), (검기 Lv.6), (고속참 Lv.5), (진공참 Lv.5), (만월참 Lv.5), (양단 Lv.5)······.


지난 한 달 간 이찬솔은 역시 범상치 않은 속도로 성장했다.

끝내 다른 사람들의 특성 연개 스킬은 배우지 못했지만 그와 별개의 스킬을 얻은 덕분에 학습 레벨도 올릴 수 있었다.


학습 스킬 레벨이 조금 더 빨리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전체적인 스킬 레벨을 상승시켜주는 효과를 보기 위해 쓸모없어 보이는 스킬까지 전부 익혔다. 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벼운 스킬을 아무리 습득한다 해도 학습 레벨이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경험치는 쌓이는 것 같은데.


“협회는 결국 반응이 없네요.”


상태 창을 끄고 주변을 살피던 이찬솔이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미리 언질은 해뒀으니까 대응이 많이 늦지는 않을 거야.’


이찬솔은 속이 탔는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던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냥 칠성에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최지환 헌터님은 해외로 가도 다른 분들이 도울 거 아니에요.”


‘악마가 나타난다는데 최지환이 비행기를 탔겠어? 피해가 커져도 최지환이 악마랑 마주치는 꼴은 내가 못 봐. 어차피 그 녀석이 배신하는 순간 인류는 멸망이야. 그 녀석을 누가 막을 건데?’


“그것도 그렇긴 한데······. 찜찜하네요.”


아무래도 이찬솔은 자신이 악마를 잡아야 한다는 점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럴 만도 하지. 이 시기에 녀석이랑 싸우는 건 나도 벅찼으니까.


‘강한 헌터들도 많으니까 괜찮아. 너도 많이 강해졌고.’


그때.


콰과광!


한가롭던 카페 앞의 공간이 굉음과 함께 찢어지기 시작했다.


‘가자.’


“네.”


이찬솔은 이젠 익숙해진 인벤토리를 열어 온몸에 무구를 두르고서 검을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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