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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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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636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5.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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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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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칠성길드(2)

DUMMY

이찬솔은 저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다급히 닦아냈다.


“대단한 용병이 들어왔다길래 구경 왔는데. 보자마자 우는 거예요? 그 둘이랑 비슷하다는 게 그렇게까지 감동이었나?”


‘지아야······.’


정말이지 10년 뒤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없이 아름답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갑자기 울컥해서. 그 두 분은 따라잡기 힘든 사람들이잖아요.”


“대단한 놈들이긴 하죠. 특히 차재현 그 자식은 임무 아니면 주구장창 수련만 하더니 저러고 뻗어 있으니까 얼마나 대단해요. 머리털을 다 뽑아버리던가 해야지.”


“······예?”


성녀 홍지아.

그 별명 때문인지 참한 모습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이 썩 그렇진 않다.


“저는 홍지아라고 해요. 그쪽은 이찬솔씨 맞죠? 찬솔씨 덕분에 길드가 오랜만에 시끌벅적해서 만나보고 싶었어요. 테스트 다 끝난 거면 제 방에서 대화 좀 할래요? 제가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아. 네! 저야 영광이죠!”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지아가 뒤돌아서자 문 뒤로 가려져 있던 십수 명의 사람들이 길을 텄다.


“저, 저기. 저 사람들은 뭐예요?”


이찬솔이 앞장선 지아에게 말을 걸자 뒤따르던 사람들의 매서운 시선이 전해졌다.


“부담스럽죠? 제가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그래요.”


“저야, 뭐. 성녀님이야말로 많이 부담되시겠어요.”


마(魔)를 통제하는 지아를 노리는 악마들은 적지 않다. 심지어 전 세계의 관심을 받다 보니 지아를 노리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라 우리 입장에선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나와 최지환이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여기예요. 썩 편한 곳은 아니지만 저기 앉으면 돼요.”


병실과도 같은 지아의 방.

지아가 하얀 침대에 걸터앉자 검은 정장차림의 여자가 마치 수갑과 같은 팔찌를 손목에 채웠다. 팔찌엔 기다란 끈이 달려 벽면에 달린 기계와 연결돼 있었다.


“아닙니다! 저희 집보다 훨씬 좋은 걸요!”


그 광경을 본 이찬솔은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표정을 풀고 지아가 가리킨 의자를 끌어 앉았다.


“당황스러워도 이해해주세요. 스킬을 유지해야 돼서 마력이 끊기면 안 되거든요. 마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예요. 이 액세서리들도 전부 마력유지 아이템들이고요.”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등 홍지아의 몸엔 휘황찬란한 액세서리가 곳곳에 달려 있었다.


“그럼 스킬을 항상 사용하고 계신 거예요? 진짜 대단하세요! 전 아까 테스트 받아보니까 마력수치가 비각성자랑 다를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지아가 아름답게 웃었다.


“재미있는 분이네요.”


“반지도 엄청 잘 어울려요. 특히 약지에 끼고 계신 거!”


“이거요?”


지아가 왼손을 펼쳐 보였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는 유난히 반짝거리는 금빛 마석이 박혀 있었다.


“맞아요!”


‘너도 뭘 좀 아는 구나?’


“음. 남자들은 다 그런가. 안 그래도 낄 게 많아서 부담스러운데 하필이면 엄청 반짝거리는 걸 골라주더라니까요?”


‘내가 준 건데 다른 것들보다 더 튀어야지!’


“아. 혹시 스승님이 끼워주신 거예요?”


“스승님? 아. 재현이 제자라고 했죠? 맞아요. 재현이가 끼워준 반지예요.”


지아가 가장 빛나는 반지를 소중하게 쓸었다.


“어? 왼손 약지······. 혹시······.”


‘얘기해 준 적 없던가?’


지아가 입을 비죽거렸다.


“듣기로는 지환이 엉덩이에 난 점도 알고 있었다던데 제 얘기는 못 들었어요? 차재현 이거. 안 되겠네?”


“아. 드,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거짓말 하는 거예요?”


투덜거리는 모습마저 아름답다.


‘너 때문에 이상하게 몰렸잖아. 빨리 해결해.’


“거짓말은 아니에요! 성녀님 얘기 나오면 그립다거나, 벅차거나 하는 그런 느낌이 강하긴 했는데 직접적인 얘기는 못 들었거든요.”


괜히 부끄럽네.


“음. 그건 좀 감동이네요. 오케이! 그냥 넘어가 줄게요.”


지아의 볼에 옅은 홍조가 돌았다.


“스승님은 되게 무뚝뚝한 분인 줄 알았는데. 성녀님 보니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네?”


“성녀님이 스승님 생각할 때 짓는 표정이 엄청 좋아 보여요. 그만큼 스승님이 잘 해주셨다는 거 아니에요?”


“제, 제가요? 수연아. 나 진짜 그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지아가 묻자 손에 팔찌를 채워줬던 이수연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님을 그 정도로 아끼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런가? 아하하.”


“크흠.”


지아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방안을 지키며 서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앞에 선 남자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네요. 저랑 대화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도 즐거웠어요. 간혹 들러도 될까요?”


“그렇게 해줄래요? 재현이가 없어서 요즘 통 심심했는데 잘 됐네요.”


지아는 다시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지아와 인사를 나누자 문 앞을 지키던 사람들이 이찬솔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방문을 나서며 돌아본 지아의 얼굴엔 어쩐지 씁쓸함이 서려 있었다.


* * *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찬솔은 어딘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왜 그래?’


“헌터님도 제 기분 느껴져요?”


‘어색하게 헌터님이 뭐야. 그냥 스승이라고 불러.’


“그래도 돼요?”


‘지금까지 잘만 부르더니 새삼스럽게. 깊이는 아니어도 느껴지긴 하지.’


“저도 그렇거든요. 성녀님 만난 이후로 뭔지 모르겠지만 가슴 한편이 아리고, 복잡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뭐.’


“최지환 헌터님도 그렇고, 성녀님도 그렇고. 여유가 없어 보였어요. 근데 그 중에서 스승님이 제일 여유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도 다 그 분들과 연관 돼 있는 거죠?”


같은 몸을 공유하는 이상 이찬솔에게 내 속마음을 숨기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넌 악마한테 가족을 잃은 거지?’


내 질문을 들은 이찬솔은 침대에 몸을 던져 얼굴을 파묻었다.


“네. 맞아요.”


‘나도 마찬가지야. 최지환도 그렇고, 지아도 그래. 덕분이라고 해야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 이후에 서로 많이 의지했고.’


“그래 보였어요. 두 분 다 스승님을 엄청 믿는 눈치였거든요.”


몸을 뒤집어 누운 이찬솔이 대답했다.


‘근데 10년 뒤에 지아는 죽어. 나도 그래서 이 꼴이 된 거고.’


이찬솔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된 나와, 지아를 볼 때마다 내게서 느껴지는 감정으로 이미 예상은 했을지도 모른다.


‘우릴 죽인 건 최지환이었고.’


“······예?”


이건 예상 못했겠지.


‘악마사냥이 중요한 이유야. 그 자식이 악마한테 넘어갔거든. 그 전에 전부 되돌려 놔야해.’


이찬솔은 다시 입을 닫았다.


‘너한테 무리를 주는 건 알지만 멈출 수 없어. 그 망할 자식이 허튼 생각 못하게 만들고, 지아가 저런 꼴로 살아가지 않도록 만들 거야.’


그동안 직접 말하지 않았던 내 의지를 전하자 정적이 흘렀다.

정적 속에서 이찬솔의 머릿속에 수많은 고민이 이어졌지만 녀석이 팔을 들어 올리더니 전과 같이 검지를 치켜들었다.


“저한테 맡기세요! 스승님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더 강해질게요.”


자신감 넘치는 이찬솔의 모습에 보이지 않는 미소가 지어졌다.


‘안 그래도 곧 악마 하나 잡아야 돼.’


“에?”


이찬솔이 들어 올렸던 팔이 굳었다.


‘한 달 뒤에 악마 녀석이 균열 밖으로 나올 거야. 피해가 커지기 전에 막아야 돼.’


조만간 지아를 노린 악마 녀석이 마물을 이끌고 균열을 비집고 나와 칠성을 덮친다.


“밖으로요? 악마들은 성녀님 덕분에 밖으로 안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그 녀석은 억제에 큰 영향이 없어.’


홍지아의 제약은 분명 마(魔)의 능력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것과는 별개의 능력을 사용했다.


“균열 밖으로 나오는 거면 최지환 헌터님도 가만히 있진 않겠네요?”


‘아니. 최지환이랑 지아는 한국에 없을 거야.’


각국의 대표로 꼽힐 수 있는 헌터들은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진다. 지아는 최지환과 함께 그곳에 참석한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덕분에 한국에 남아 있던 내가 고생깨나 했었다.


“그럼 악마를 어떻게 잡아요! 억제 영향도 안 받는다면서요!”


침대에서 벌떡 일어선 이찬솔이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방금까지 자신감은 어디 갔어? 영향을 많이 안 받는 거지, 아예 없진 않아. 그땐 내가 있어서 수천 명 희생으로 끝났는데, 네가 안 하면 그 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야. 다른 헌터들도 많이 나설 거고.’


강석호를 필두로 수많은 헌터들이 나서준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순 있었다.


그 녀석도 올 거고.


“다른 헌터들도 오는데, 제가 낄 자리가 있을까요?”


‘헌터들이 녀석을 잡아둘 순 있어도 이기진 못해. 최지환은 굉장히 늦을 거고.’


이찬솔의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그래도 내가 있잖아.’


악마가 나타나는 건 앞으로 약 한 달.

분명 강한 녀석이지만 녀석을 위한 설계는 이미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이찬솔을 최대한 성장시키는 것뿐이다.


* * *


다음날 아침, 헌터협회 사옥.


“저랑 농담을 주고받을 사이는 아닐 텐데요.”


“당연하죠. 그래서 말하는 거예요.”


협회에 당당히 들어서서 이슬비를 찾아다니는 동안 협회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물론 마주한 그녀의 표정 또한 좋지 않았다.


“한 달 뒤에 악마가 칠성 사옥을 덮칠 거고, 희생자가 많아질 테니 사람들을 대피시켜달라?”


“맞아요.”


“하, 참.”


이슬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근거는?”


“없어요.”


“지금 이게 장난이 아니면 뭐란 거죠? 하다못해 미래예지 능력이 있다고 거짓말이라도 하던가. 아무 근거는 없지만 내 말 들어라, 뭐 이런 거예요? 협회가 당신 놀이텁니까?”


“뭔데 그래?”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지자 이쪽에 이찬솔과 이슬비의 대화에 은근 신경을 쓰던 직원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됐어. 희생자 생기면 칠성보다 협회 손해가 더 클 거니까.’


대놓고 칠성 사옥으로 쳐들어올 악마는 가장 먼저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 탓에 생긴 희생자들은 칠성보다 늦어진 협회의 대처에 돌을 던져댔다.


“어차피 안 믿겠지만 미래예지, 그 비슷한 건 맞아요. 아무튼 저는 말 했습니다. 바빠서 이만 가 볼게요.”


수천의 희생자가 나올 거란 말에 이찬솔은 협회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렇다고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가던 협회 녀석들에게 머리를 조아릴 생각 따윈 없어 보였다.


“이찬솔!”


자신이 할 말만 던져놓고 이찬솔이 돌아서자 등 뒤로 이슬비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여간. 자존심 센 여자라니까.’


“그러니까요. 잘못했으면 좀 굽히고 들어갈 줄도 알아야지.”


그 분노를 무시한 이찬솔은 어느새 잔뜩 몰려든 사람들을 비집고 사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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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불길 속 눈꽃(5) 23.06.18 70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71 2 13쪽
47 불길 속 눈꽃(3) 23.06.16 76 2 14쪽
46 불길 속 눈꽃(2) 23.06.15 87 2 14쪽
45 불길 속 눈꽃(1) 23.06.14 87 1 13쪽
44 대장장이(4) 23.06.13 85 2 13쪽
43 대장장이(3) 23.06.12 82 2 13쪽
42 대장장이(2) 23.06.11 8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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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스승과 제자(5) 23.06.09 9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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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스승과 제자(3) 23.06.07 90 1 13쪽
37 스승과 제자(2) 23.06.06 99 2 14쪽
36 스승과 제자(1) 23.06.05 10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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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혹한의 균열(2) 23.06.01 108 2 14쪽
31 혹한의 균열(1) 23.05.31 118 3 13쪽
30 악마출현(7) 23.05.30 123 3 14쪽
29 악마출현(6) 23.05.29 120 3 14쪽
28 악마출현(5) 23.05.28 115 3 12쪽
27 악마출현(4) 23.05.27 126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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