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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태양의 전설 별들의 노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3.05.12 09:25
최근연재일 :
2023.11.11 18: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64,698
추천수 :
853
글자수 :
1,379,450

작성
23.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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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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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태양의 전설 별들의 노래 - 175화

DUMMY

175화. 갈 길을 정한 의제



오늘 귀신을 만났다고 들먹인 것은 바로 창피를 톡톡히 당한 개똥이었다.

멋진 활약을 보여서 신지지의 관심을 끌고 싶었는데, 한마디로 개똥밭에 처박힌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그 억울한 심사를 -귀신을 봤다는 말로- 스스로 위로한 것이다.

그건 귀신이니 사람인 자신이 어찌 이길 수 있었겠느냐는 항변도 담겨 있었고···.


천유가 구막한을 옆구리에 끼고 순식간에 일행의 시야에서 아득히 멀어져 갔다.

그러자 신지지의 입에서 한숨이 나온다.

그건 바로 봉(鳳)을 눈앞에서 보고도 봉인지 깨닫지 못해서 놓친 것에 대한 후회였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대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모든 수를 동원했을 텐데···,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배가 멀리 떠난 뒤였다.


그나마 괜찮은 상대로 여기던 구막한마저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개똥이나 거복이 정도는 이곳 아무레에도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오늘 놀잇배를 빌려서 이렇게 멀리까지 낚시를 핑계 삼아 나온 것도, 바로 구막한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는 봉도 꿩도 다 놓쳐 버렸으니 어찌한단 말인가?


‘천유라고 했지? 아빠한테 한번 물어봐야지. 분명히 아빠를 아는 눈치였어.’


그녀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부족장인 아버지께 천유라는 사람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었으니까.


“아저씨, 빨리 배를 돌려요.”


“신지 소저, 조금만 더 놀다가···.”


“싫어요. 그렇게 창피를 당하고도 더 놀고 싶어요? 그럴 시간이 있으면 무공이나 더 익혀요. 세상에 무공을 익혔다는 검사가 검을 손가락에 잡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소저, 그건 옆에서 본 것처럼 상대가 너무 귀신 같은 초고수라 어쩔 수가······.”


“그러니 개똥밭에 굴러서라도 실력을 더 쌓으란 말이에요. 그 사람처럼!”


“개똥은 내 이름인데······.”


결국 두 남자의 아쉬움을 싣고, 뱃머리가 다시 왔던 곳으로 향했다. 이제 더 이상 들러리들이 할 일은 없는 것이다. 신지지의 차가워진 눈빛이 그걸 여실히 말해 주고 있었다.


#


천유는 신지지 일행이 탄 배가 까마득히 멀어지자 그때부터 날듯이 달렸다.

바다 위를 한 걸음에 십여 장씩 달리니 거친 바람이 마치 태풍처럼 귓가를 스친다.


‘이거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구막한은 환족에 이런 젊은 초고수가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더욱 기겁할 일이 일어났다.


이제 해안가에 거의 다다랐는데···

지금 가고 있는 곳은 포구가 아니었다.

외진 곳의 높다란 해안 절벽이 있는 곳이었다.


‘아니, 어떻게 하려고 이러지?’


구막한이 궁금해할 때였다.

그 절벽 아래에 도착한 천유가 허공답보로 천천히 허공을 걸어서 오른다.

마치 땅을 밟고 산등성이를 오르듯이 말이다.


‘와, 혹시 천상제(天上梯)인가? 아니면 허공답보(虛空踏步)나 능공허도(凌空虛道)? 어느 것이든 이걸 보다니! 그렇다면 아까 바다를 걷던 것도 법기 때문이 아니라 혹시 전설적인 그 무력답수(無力踏水)를 펼친 게 아닐까?’


구막한은 오늘 자신이 평생에 한 번도 만나기 어려운 초고수를 만났음을 알았다.

그런데 마음속에 의문이 남았다.


‘이런 초고수가 왜 나를 찾아온 거야? 내 무공은 이제 겨우 일류고수 수준인데······.’


이런 의문을 가질 때

두 사람은 이미 해안의 언덕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편히 앉을 수 있는 넓적한 바위가 있었는데 천유가 그곳에 구막한을 내려놓았다.


“우선 편하게 앉아.”


“예, 큰형님.”


구막한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큰형님이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러자 천유가 그 소리를 듣고 피식 웃는다.


“궁금한 게 무척 많지? 내가 왜 먼 바다에까지 너를 찾아갔는지.”


“예,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까 배에서 소개한 것처럼 천유라고 한다. 지금 우리 환족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쳐오는데, 그때 함께 싸울 형제들을 찾고 있어.”


“환족을 지키려면 높은 무공이 필요하겠군요. 그럼 아까 그 개똥이가 저보다는 검술이 약간 더 나은 편인데 왜 저를 찾으신 겁니까?”


“지금은 무공보다 수호성의 기운을 지닌 의제들을 찾고 있기 때문이야.”


“그럼 제가 수호성의 기운을 지녔다는 건가요? 저도 모르는데 그건 어떻게 알 수 있죠?”


이해가 안 되는 것처럼 구막한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수호성의 기운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찾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그 바다에까지 자신을 찾아왔을까?


“그건 다 찾는 방법이 있어. 이건 비밀이지만 실은 내가 제황성의 기운을 지녔거든.”


“제황성의 기운이요?”


“그래, 제황성이 뜨면 그 별을 수호하기 위해서 열두 개의 수호성이 뜨지. 너는 그 별들 중에 하나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사람이야. 혹시 누군가 그걸 말해 주지 않았어?”


천유가 묻는 것은 의제들 중에 일부는 어릴 때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물어본 것인데······.


“저는 금시초문입니다. 이곳 아무레에 본거지를 둔 상단의 자식으로 태어났죠. 그런데 위로 형들이 둘이나 있어서 저는······.”


구막한이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업을 잇는 것이 장자 우선이다.

그러니 비록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셋째 아들인 구막한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더 억울한 것은 상인의 자질이든 두뇌든, 무공을 익히는 체력적 조건이든, 그 어느 것 하나도 형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형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어휴, 네가 큰놈으로 태어났으면···.”


언젠가 아버지가 셋째인 자신의 재능을 보고, 한숨을 푹 쉬면서 한 넋두리였다.

큰형은 가업을 잇는 수업을 받고 있고, 작은형은 그 밑에서 돕는 일을 맡았다.


그러니 자기는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공에 빠져 지내며 항상 밖으로 나돌았는데, 그래도 타고난 재주가 있으니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오늘 만난 개똥이는 무가 출신 아들이라 어려서부터 무공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게다가 가문에 전해 오는 영단을 먹었고···. 여러 가지 비술을 배워 구막한보다 한 수 위였다.


왜냐면 자신은 그들처럼 체계적으로 무공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질은 그들보다 더 뛰어났으나, 스승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


그러니 배운 무공이라고 해 봐야, 상단의 호위 무사들에게 술을 사 주며 얻어 배운 것이다.

그래도 자질이 워낙 뛰어나니, 어느 순간 자신을 가르친 호위들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가슴에 큰 꿈은 있으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는데, 신지지가 마음에 들었는지 뱃놀이를 하면서 낚시를 하자고 꼬드긴 것이다.


분명히 혼자는 따라오지 않을 것이니, 남녀 들러리를 다섯이나 세운 것이고.

그런데 그 자리에서 천유를 만난 것!


“큰형님, 저도 남들처럼 좀 체계적으로 무공을 배우고 싶습니다. 큰형님을 따라가면 저도 무공을 더 익힐 수 있을까요?”


“그럼!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직 네 형이 될지 아우가 될지는 모르지만 벌써 너까지 여덟 명을 찾았다. 그중에 일곱이 절정고수야.”


“와, 정말입니까? 그런데 저는 겨우 일류이니 어울리기가 쉽지 않겠군요. 어느 세월에···.”


다른 의형제들이 모두 절정고수라고 하니 구막한은 기가 죽었다. 사실 지금 환족에서 일류고수만 되어도 어깨를 펴고 살았다.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인데 절정고수라니!


사실 어딘가에는 분명히 절정고수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고, 그래도 많아야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고수가 될수록 경지를 숨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절정고수가 일곱이란다.

그럼 큰형님은 도대체 어떤 고수일까?


“저···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그 전에 한 가지를 확실히 하자.”


“예, 말씀하세요.”


“지금부터 내 의제가 되어 다오. 우리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환족을 위해 싸우자.”


“싸워요? 누구하고 싸우죠?”


“아까 말한 것처럼 지금 우리 환족에 커다란 환란이 다가오고 있단다. 머잖아 세상은 피바다가 될 거야. 주변의 이종족들이 서로 연맹을 맺고 떼거지로 덤빌 테니까.”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큰형님과 함께 할 일이, 바로 그 이종족들과 맞서 싸워서 우리 환족을 지키는 일이라는 거죠?”


“그래, 우린 그 일을 위해서 하나로 뭉치고 있다. 그러니 나를 좀 도와 다오.”


“알겠습니다. 큰형님을 따라서 기꺼이 우리 환족을 지키는 일에 이 몸을 바치겠습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우리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지. 묻고 싶은 게 뭐냐?”


이제 확실히 의제가 되었으니 모든 것을 밝힐 예정이다. 천유의 말에 구막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무인들에게 그 경지를 묻는 것은 모두 삼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은 조금 실례되는 질문인데요. 아까 큰형님이 다른 의제들은 일곱이 다 절정고수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셨잖아요?”


“응, 그랬지.”


“그럼 큰형님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르신 거죠? 좀 전에는 허공도 걸으시던데···.”


“하하하, 그게 궁금했구나. 이제 의제가 되었으니 사실대로 말해 주지. 나는 지금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사형과 사저가 있는데, 그 둘은 절대고수에 올랐어.”


“와, 정말로 화경의 경지요? 그리고 두 분은 모두 절대고수라고요? 우리 환족에 언제 그런 고수들이 탄생한 거죠?”


“하하, 놀랄 것 없어. 물론 비밀에 부친 일이니 남들에게는 말하면 안 된다. 왜냐면 우리들에 대한 정보가 적들의 귀에 들어가면 그들이 대비를 할 테니까 더 힘들어지거든.”


“알겠습니다.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내 도호는 천유이고 같이 동문수학한 나머지 두 사람은 명유와 혜유라고 하지. 앞으로는 사형과 사저로 불러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내 본명은 환인걸······. ······.”


천유는 해안의 언덕 위에 앉아서 알아야 할 모든 얘기를 들려주었다. 구막한은 큰형님이 소천의 신분이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아, 그래서 큰형님이 부족장의 딸인 신지지에게 조금도 꿀리지 않았었구나!’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그리고 어디로 갈지 길을 찾아서 헤매던 자신이, 이제야 갈 길을 찾았음도 알았다.

그것은 바로 대의를 따라서, 큰형님을 도와 우리 환족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 이제 나도 뭔가를 해야지!’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용기가 샘솟듯 솟아오르니 두 주먹을 불끈 쥐는데······.


“그래도 부모의 허락은 받아야지. 오늘 집으로 돌아가서 자세히 말씀드리고, 내일 중심가에 있는 해향만리로 오너라. 우리 일행이 모두 그곳 별채에서 머무르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큰형님.”


일차 이야기를 끝낸 둘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바다에 금빛 물결이 비단처럼 깔린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있지만 하늘에 노을 빛이 가득하니, 물결에 반사가 된 것이다.


둘은 잠시 그 황홀한 바다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아무레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


신지지는 기분이 상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부족장의 막내딸로 태어나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는데, 오늘 마음에 든 봉도 꿩도 다 놓쳤다. 그러니 마음이 편할 리 있겠는가?


꽝!


부족장가에 들어설 때부터 심술궂게 대문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그러자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이 피하면서 눈치를 슬슬 본다.

인근에서 말괄량이로 소문이 났으니 말이다.


“에잇, 재미없어.”


이번에는 오랜 시간 공들여 키운 커다란 단향목(檀香木)을 발로 뻥 걷어찼다.

그러자 돌아오는 것은 오직 고통뿐이다.

마치 발가락이 뚝 끊어지는 것 같았다.


“으악! 아··· 아퍼. 으흐흑!”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고 분한 마음에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아버지가 그걸 보았다. 귀하게 키운 딸이 마당에 앉아서 울고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지야, 무슨 일이냐? 왜 울고 있어?”


“아빠, 저놈의 나무가 나를 때렸어.”


그래서 가리키는 것을 보니 바로 신주단지 모시듯이 키운 단향목이 아닌가?

환족은 천인족 시절의 천령수를 생각하며, 그 금령을 심어 자란 단향목을 귀히 여겼다.

그래서 천제를 올릴 때도 향으로 썼고···.


그런데 그 단향목이 때렸단다.

나무가 때릴 일은 없을 테니, 아마 홧김에 나무를 걷어찬 것이 틀림없었다.


귀한 나무를 찬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이 울고 있으니, 도저히 잘못을 나무랄 수가 없었다.

그저 그냥 모른 척하고 달랠 수밖에······.


“그랬어? 그럼 내가 나중에 혼내 주마. 울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힝, 아빠! 엉엉엉!”


아버지의 따뜻한 말을 들으니 참았던 울음보가 터졌다. 그러자 신지 부족장이 딸을 달래며 팔을 잡고 일으켜 안으로 데려가는데······.


“오늘 나쁜 놈이 나를 때렸어.”


신지지가 애들처럼 고자질을 시작했다.

그것도 실제 있었던 상황과는 아주 다르게.


“뭐야? 내가 부족장인데 이곳 아무레에서 감히 너를 때리는 놈이 있었단 말이냐? 그놈이 누구냐? 내가 당장에 주리를 틀겠다.”


“아빠, 혹시 천유라는 놈을 알아?”


“천유? 그놈이 어떤 놈···. 어? 천유?”


“아는 놈이야? 그놈을 잡아 줘.”


“혹시 그 천유인가? 앙가에도 나타나고 나림에서도 거인들과 싸웠다는 선인···.”


“아빠! 알아 몰라?”


“어···. 지야, 잠시만. 혹시 그가 무공을 잘 하더냐? 엄청난 고수가 아니었어?”


“맞아, 아빠가 아는구나! 그놈이 날 때렸어. 법기라는 것을 신고 바다를 걸어와서 내 남자 친구도 끌고 가 버렸다니까. 그 법기를 좀 달라고 했더니 나를 욕하고 때렸어.”


“지야, 잠시만. 그러니까 그 사람이 바다를 그냥 평지처럼 걸어왔단 말이지? 그리고 혹시 누구하고 싸우지는 않았니?”


“어,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신비한 법기를 안 주니까 뺏으려고···. 아니, 버릇이 없어서 개똥이라는 녀석과 싸웠어. 나중에는 거복이라는 놈도 나서서 함께 붙었고.”


“그 두 녀석은 이곳 아무레에서도 알아주는 일류고수들이 아니냐?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런데 그놈이 사술을 쓰더라니까. 글쎄 두 손가락으로 검기와 도기가 실린 무기를 덥석 잡아 버렸어. 분명히 요괴일 거야.”


“그래서 아까 그 사람이 데려간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네 그 남자 친구 말이야.”


“아, 구막한 그놈? 그 구가상단의 셋째 아들 있잖아? 멋지게 잘생긴 녀석.”


“그래? 그럼 내가 지금 가서 그 녀석을 좀 만나 봐야겠다. 천유라는 그분이 지금 어디에 묵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지.”


“아빠, 그분이라니? 왜 날 때린 그놈을 그분이라고 해? 그놈은 아주 나쁜 놈인데···.”


“지야, 잘 들어라. 그분은 감히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이란다. 그분이 왜 여기에 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구나. 내가 찾아가서 좀 뵈어야겠다.”


신지 부족장이 딸을 놓고 부지런히 밖으로 다시 나간다. 그러자 그 모습에 벙찐 신지지가 그저 애타게 아빠를 부른다.


“아빠! 아빠아아아!”


그러나 이미 신지 부족장은 밖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제야 신지지는 오늘 일을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분명히 자신도 봉처럼 느껴졌으니 아마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에이, 꽉 붙잡았어야 되는데······.”


뒤늦은 후회가 가슴을 때린다.

혹시라도 아빠가 데리고 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대문에 기대어 서서 기다리는데···

하늘에 퍼지는 붉은 노을이 서글플 뿐이다.

꽃다운 나이에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은데, 이번에도 마음에 드는 남자를 잡지 못했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세상을 부족함 없이 살아왔지만···

항상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나이 열여덟이 넘으면서부터 이상하게 외롭고, 마음 한구석이 비기 시작했다. 어느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텅 빈 공간처럼 말이다.


“이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지?”


오늘도 짝을 찾지 못한 소녀의 가슴이 애타는 것을 아는지, 하늘은 점점 더 붉어져 갈 뿐이다. 외로움에 색이 있다면 저런 색이 아닐까?


소녀의 아련한 꿈이 황혼 빛으로 출렁이는 파도에 실려 자꾸만 멀어져 가는데···

세상에는 점점 어둠이 내린다.



-- 7권 끝. 8권으로 이어집니다. –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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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무림존자
    작성일
    23.10.12 18:50
    No. 1

    ㅎㅎㅎ, 개똥이라는 이름 오랜만에 듣네요. 개똥밭에 굴러도 씩씩하게 살아남으라고 지은 것인가? 정말로 전에는 그런 이름이 있었나 보더라구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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