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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태양의 전설 별들의 노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3.05.12 09:25
최근연재일 :
2023.11.11 18: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65,889
추천수 :
863
글자수 :
1,379,450

작성
23.09.06 18:00
조회
756
추천
4
글자
14쪽

태양의 전설 별들의 노래 - 149화

DUMMY

149화. 누이에게 주는 선물



매구여와 구다천은 아직 영롱이의 정체를 모른다. 겉모습은 그저 잘생기고 멋진 옷을 입은 문사로 보이니 말이다.


이제 인사도 모두 끝나고 술과 요리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자, 한 잔 하자. 영롱이를 위하여!”


“영롱이를 위하여!”


술잔이 돌고 취기가 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원순이가 따라 주는 술을 몇 사발 마신 백수가, 옆에 앉은 명유를 흘깃거렸다.

꼭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백수야 인마, 할 말이 있으면 해 봐.”


“어흥, 어흐으응~”


“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살았다고? 영롱이가 밥도 제때에 안 줘?”


이것은 영롱이가 천유와 한창 얘기하고 있으니, 목소리를 낮추어 한 말이다.

만약에 들키면 백수의 입장이 난처하니까.


그러니 백수는 말도 크게 못 하고 흘깃 영롱이를 보더니, 배를 슬쩍 쓰다듬는다.

그건 배고프니 먹을 것 좀 달라는 소리였다.

그러자 명유가 건너편의 매구여를 불렀다.

그리고 영롱이가 듣지 못하게 속삭인다.


“얘, 구여야. 백수를 데리고 가서 밥 좀 먹여라. 배고파서 죽겠단다.”


“예? 호랑이가 밥을 먹어요?”


“얘는 산신령이야. 그러니까 날고기를 좀 먹여야지. 내가 점원을 불러 줄 테니까 쇠고기를 신선한 것으로 한 스무 근 잘라서 가져오라고 해. 먹기에 좋은 크기로 말이야.”


“쇠고기 값은 누가 내는데요?”


“그야 네가 내야지.”


“전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매구여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이건 사실 명유의 소소한 복수였다.

지난번에 길거리에서 당한 것에 대한······.


“그럼 네 큰오빠 이름으로 달아 놓고 시켜. 쟤 엄청 부자야. 너도 알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면 네 이름으로 달던가. 아무튼 얼른 시켜서 빈방에서 몰래 먹이고 와. 네 오라버니가 보면 난리 칠 테니까.”


“오라버니요? 누가 제 오라버니···?”


“영롱이한테 오라버니라고 했잖아?”


“그건 그냥 불······.”


“아무튼 빈방에서 먹이고 와라.”


“으··· 네, 알았어요.”


“알겠습니다 사형, 그래야지?”


“알겠습니다 사형.”


그러자 명유가 줄을 당겼다.

그러면 석경(石磬)이 울리고 점원이 온다.

점원이 마침내 방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자, 명유가 눈짓으로 매구여를 보냈다.


매구여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황당했다.

아니, 자기에게 산신령의 밥을 먹이라니!

그것도 쇠고기를 날것으로 말이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매구여는 -안 할 수도 없으니- 일단 손짓을 하고 나가서 점원을 만났다.


“혹시 뭐 필요한 거라도 있으세요?”


특실 손님이라 그런지 사십 대의 아주머니가 공손하게 물었다.


“예, 저 안에 있는 산신령은 보셨죠? 아마 배가 고픈가 봐요. 그러니까 쇠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스무 근만 잘라서 주세요. 물론 싱싱한 날것으로요. 이 옆의 빈방에서 좀 먹일게요.”


그러자 점원이 산신령을 슬쩍 보더니 움찔하고 놀란다. 눈에서 시퍼런 귀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돈은 이 방에 달아 놓을까요?”


“명유라는 사람 이름으로 달아 놓으세요. 이따가 나갈 때 줄 거예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잠시 뒤에 쇠고기가 도착했다.

매구여가 명유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하자, 명유가 슬쩍 백수를 떠민다.


“백수야, 저 아가씨를 따라가서 싱싱한 고기 좀 먹고 와라. 영롱이가 모르게 조용히 먹고 와야 한다.”


그 말에 백수가 영롱이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이고, 슬며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고기가 담긴 그릇을 든 매구여가 손짓을 한다.

그래서 그쪽으로 따라갔는데, 매구여는 가까이에 있는 아무 방이나 빈방으로 들어갔다.


“네가 백수니? 자, 어서 먹어라.”


“어흥!”


백수는 정신없이 고기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 부족하다는 것처럼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그 방으로 사십 대의 무사들이 다섯이나 불쑥 들어섰다.


고객에게 예약된 방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산신령을 보고 얼마나 놀라겠는가?

그들의 입에서 바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산신령이다! 산신령이 나타났다!”


물론 그 순간은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무사들이니 얼른 무기를 빼 든다.

난처한 것은 바로 매구여였다.

점원이 달려오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으니, 완전히 구경거리가 된 것이다.


물론 천유 일행도 그곳으로 나왔다.

산신령이라면 바로 백수가 아니겠는가?

천유가 보니 매구여가 쩔쩔매고 있었다.


“구여야, 무슨 일이냐?”


“큰오빠, 빈방에서 백수에게 밥을 좀 먹이려고 했는데 손님들이 와서······.”


“···그래? 걱정할 것 없다.”


그러더니 주변에서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무서워서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하지만···. 모두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여러분, 쟤는 저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입니다 강아지. 무서워하지 마세요. 야, 백수 너 이리 와 봐.”


자기 때문에 난리가 난 것을 알아챈 백수가, 눈치를 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천유가 똥개 훈련을 시킨다.


“야, 앉아! 일어서! 앉아! 엎드려!”


백수는 천유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며 시키는 대로 했다.


“여러분, 보셨죠? 얘는 아주 순진해요. 그러니 염려 마시고 술 드세요.”


그때 객줏집 주인이 -뚱뚱한 몸에 달리니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 급히 달려왔다.


“여보세요?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니, 저건··· 저건 산신령인데?”


“산신령이 아니라 우리집 강아지라니까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봤어요.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자 객줏집 주인이 백수를 살피며 머뭇거리더니···, 천유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저··· 손님. 그러면 부탁이 하나 있는데,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예, 말씀해 보세요.”


“저게 정말 강아지라면, 잠시 일 층에 좀 앉아 있게 하면 안 될까요?”


“···음, 그러면 저 백수가 날고기를 좋아하니까 이미 먹은 쇠고기는 공짜로 치고, 다시 스무 근을 더 주세요. 술도 안주를 곁들여서 몇 병 주고요.”


“아니, 강아지가 술도 먹습니까?”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어떻게 하실래요?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예 예, 하겠습니다.”


주인은 즉시 일 층 식당의 중앙에 있는 식탁 하나를 비웠다. 그리고 그 위에 쇠고기를 날 것으로 스무 근, 술 다섯 병, 요리 세 가지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유를 쳐다본다.


“백수야, 오늘은 네가 소동을 일으켰으니까 그 대가를 치러야겠다. 저기에 앉아서 고기도 실컷 먹고 술도 마셔라.”


“어흐응!”


“뭐, 혼자는 외롭다고? 알았다. 원순이를 붙여 주마. 원순아, 네가 옆에 앉아서 술도 따라 주고 함께 마셔라.”


“이키키키키!”


원순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자리를 잡으니, 백수도 어슬렁거리며 그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때부터 희한한 풍경이 벌어졌다. 원순이가 술을 따르면 백수가 그걸 마시고···, 다음은 안주를 집어 주고. 꼭 사람들 같았다.


그러자 그때부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두 구경을 하러 온 것이다.

주인은 산신령이라고 소개하며, 백수에게서 가까운 식탁일수록 자릿세를 높게 불렀다.

그래도 서로 앉으려고 아우성이다.


서로 가까운 데에 앉겠다고 난리였다.

천유는 그렇게 백수를 벌주고 나서, 다시 특실로 들어가 계속 술을 마셨다.

그런데 백수와 원순이도 제 세상을 만났다.

주인이 시키지도 않은 것을 자꾸 가져다주었으니 말이다. 이는 손님들에게 산신령이 술을 마시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떻게 소문이 퍼졌는지 산신령을 보면 운수가 대통한다고, 인근의 부자들이 모두 몰려왔다. 그러니 입이 벌어지는 사람은 바로 객줏집 주인이었다.


#


백수와 원순이가 그렇게 여유 있는 만찬을 즐기고 있을 때, 특실에서 천유 일행도 술과 요리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벌써 술이 몇 동이나 동났고···.


“천유야. 그런데 오늘 축하연을 벌이는 이유라도 있니? 혹시 나를 위해서?”


영롱이가 천유를 빤히 보며 물었다.


“물론 널 보고 싶었지. 백수도 그렇고. 같이 술 한잔 할 때가 되었잖아?”


“혹시 네가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을 자랑하려고 부른 것은 아니고?”


“와, 그건 어려운 건데 어떻게 알았니? 정말 귀신같이 맞히네.”


“으흐흐흐,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그런데 네 아우들도 경지가 올랐네?”


“응, 내가 화경의 경지에 오를 때, 그리고 명유와 혜유의 경지가 오를 때, 흘러 넘치는 기운들을 그 녀석들이 옆에서 좀 받아들였거든.”


“와,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그런데 왜 우리 구여만 아직도 제자리야?”


“우리 구여?”


“그래, 나한테 오라버니라고 불렀으니 이제는 내 누이동생이지. 왜 쟤만 그냥 놔둔 거야? 좀 서운한데······.”


영롱이는 매구여가 자신을 오라버니라고 한 번 부른 것으로, 이제는 자신의 누이동생이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매구여를 감싸고 돌았다.


“하하하, 뭔가 오해를 했구나. 구여는 사실 오늘 찾은 거야. 그래서 함께 축하할 겸 오늘 자리를 만든 거지.”


“그래? 알았다. 이 오라비가 무슨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마. 우리 신수들의 비술을 뒤지면 아마 방법이 있을 거야. 최소한 한 단계는 더 올려야지.”


“고맙다. 신경을 써 줘서.”


“그런데 백수 저 녀석은 맨날 그렇게 고기를 많이 사 주는데도 껄떡대니? 누가 보면 맨날 굶기는 줄 알겠어. 창피해서 죽겠다 진짜.”


“하하하, 덩치를 봐라. 많이 안 먹게 생겼나. 그래서 실컷 먹으라고 아예 일 층에 내놓은 거야.”


“그런데 주인이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사람들이 기겁을 할 텐데.”


“야, 영롱아. 걱정하지 마라. 주인이 아마 우리가 전에 다른 객줏집에서 했던 일을 소문으로 들었을 거야. 그때 사람들이 백수를 보려고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떼돈을 벌었거든.”


“아 참, 나도 그때 같이 있었지? 맞아. 그럼 여기도 떼돈을 벌겠군.”


“그러니 돈은 신경 쓰지 말고 실컷 먹어. 아마 나중에 혜유가 주인하고 흥정할걸.”


그러자 옆에 있던 혜유가 끼어든다.


“오라버니, 그건 당연하지. 우리 백수 때문에 떼돈을 버는데, 혼자서 독식을 하려고 하면 그건 날도둑이지.”


“하하, 그건 혜유 네가 알아서 해라.”


“알았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천유야, 나는 구여한테 오라비 노릇을 좀 하고 오마. 잠시만 기다려라.”


“알았다. 빨리 갔다 와.”


그러자 영롱이가 손짓으로 매구여를 불러서, 슬그머니 함께 밖으로 나갔다.


#


영롱이는 잽싸게 주변의 기척을 살피며, 빈방으로 매구여를 끌고 들어갔다.


“오···라버니, 왜 그래요?”


“구여야, 네가 내 첫 누이동생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구나.”


“뭐가요?”


아직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매구여가 좀 서먹한 표정으로 묻는다.


“다른 형제들은 다 절정고수가 되었는데, 너만 일류고수가 아니냐? 그러니 저 녀석들이 널 업신여길까 봐 이 오라비의 마음이 걸리는구나.”


그러자 매구여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라버니, 그럼 혹시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 저도 창피해서 죽겠어요. 동생들이 다 절정고수잖아요.”


“알았다. 내가 비술로 좀 도와주마. 그러니 걱정 말고 거기 좀 앉아라.”


영롱이는 매구여에게 운기조식을 시킨 뒤, 자신의 기를 직접 밀어 넣어 몸의 상태를 살폈다. 우선 임독맥을 따라가며 하나씩 혈을 살피는데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강제로 확 뚫어 버릴까?’


그러면 고통이 너무 커서 매구여가 실신할지도 모른다. 심하면 혈맥이 파열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우선은 최대한 문제가 없는 선에서, 임독맥의 혈자리를 약하게 만들었다.


“아프더라도 조금만 참아라.”


운기 중이라 입을 열어서 대답하지 못하는 매구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일다경을 영롱이의 영기가 매구여의 임독맥 혈자리를 어루만지더니···.


“이번엔 기침(氣鍼)을 쓸 거야. 내 영기로 만든 침이니 시간이 지나면 녹아서 네 혈자리로 스며든단다. 그렇게 되면 네 임맥과 독맥의 모든 혈이 느슨해지고 뚫기에 좋은 상태가 되지. 그럼 금방 초일류와 절정고수의 경지에 오를 거야. 그러니 조금만 참아라.”


이번에는 영롱이의 손짓에 따라 매구여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염력인지 허공섭물인지는 모르지만···. 매구여의 몸이 영롱이의 손짓에 따라서 움직인다.


“핫!”


영롱이가 낮게 기합을 넣으며 두 손의 검지에서 무수히 기침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충 내쏘는 것 같은 기침들이, 정확하게 혈자리로 들어간다.

모두 바늘처럼 가느다란 침이었다.


핏! 피비비비빗! 피비빗!


수많은 기침들이 임맥 스물네 개의 혈자리와, 독맥 스물여덟 개의 혈자리로 파고든다. 한 혈자리에 십여 개씩이나 찌르고 들어간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매구여는 꾹 참았다. 무인은 자신의 경지를 높일 수 있다면 아마 살을 발라내도 참을 것이다. 그만큼 경지를 올리는 데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이다.


마침내 기침을 모두 혈자리에 넣은 영롱이가, 이번에는 영기를 쏘아서 혈자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봉합을 시도했다. 그러자 붉은색 반점들이 임독맥의 혈자리마다 생겨난다.


기침이 파고든 자리는 순식간에 영기에 상처가 나으면서 정상이 되었다.


“휴우, 이제 다 되었다. 네 몸에 있던 술기운은 다 빼내었으니,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해라. 며칠이 지나면 기침들이 다 녹을 거야. 그때 운기조식을 하면서 혈을 뚫으면 된단다.”


그러자 매구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영롱이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번에는 영롱이를 정말 자신의 오라버니로 인정한 것이다.


“오라버니, 감사의 절을 받으세요.”


“큼 큼, 그래. 이 오라비가 최고지?”


“그럼요! 세상에서 제일 멋져요.”


“하하하, 고맙다. 이제 가자.”


#


“영롱아, 구여는 잘되었니?”


“흐흐흐, 며칠 지나면 아마 놀랄걸.”


“고맙다. 내 의매를 챙겨 줘서.”


“야, 웃긴 소리 하지 마라. 나는 하나뿐인 내 누이를 챙겨 준 것뿐이야.”


이때 백수가 비운 자리에 매구여가 앉아서, 영롱이에게 안주와 술을 챙겨 준다.

누이동생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누구도 매구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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