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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태양의 전설 별들의 노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3.05.12 09:25
최근연재일 :
2023.11.11 18: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65,901
추천수 :
863
글자수 :
1,379,450

작성
23.09.21 18:00
조회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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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7쪽

태양의 전설 별들의 노래 - 160화

DUMMY

160화. 죄값을 치르는 사람들



이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지 셋이서 자리에 멈추었다. 그런데 토성에는 외부로 통하는 세 개의 성문이 있는데, 그곳으로도 조몬의 무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명유와 혜유의 조를 뒤쫓아온 것이다.

각자 적을 쫓았으나 결국 천여 명이 한곳으로 모이니, 적들이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다.

당황하거나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혹시 자기들을 유인한 뒤, 더 많은 무사들이 숨어 있다가 습격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거였다.


그런데 다른 적은 없고 달랑 열 명이지 않은가? 자그마치 자기네가 백 배나 많았다. 오면서 일부가 죽었지만 그게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자그마치 백 대 일이니.


“하하하, 이놈들! 이제 너희는 모두 독 안에 든 쥐다. 모두 목을 내놓아라.”


기무라는 벌써 다 이긴 싸움처럼 호기롭게 소리쳤다. 빨리 이들을 쓸어버리고 민가를 습격하러 가야 하니, 마음이 무척 급하다. 재빨리 자기가 앞장서서 선수를 치려고 하는데···.


“출구를 봉쇄하라!”


천유의 고함과 동시에 일행이 모두 잽싸게 움직였다. 각자 번개처럼 신법을 펼쳐서, 외부로 나가는 성문의 출구를 막아선 것이다.


물론 토성을 넘어서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급경사를 따라서 성을 쌓았기 때문에, 뛰어내리면 아무리 무사라도 부상을 당하기 쉬웠다.


그리고 본격적인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일천 명이 열 명을 보고 멍청하게 도망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에 숨어 있는 적의 지원군이 더 많다면 몰라도 말이다.


“빨리 해치우고 가자. 쳐라!”


그러니 기무라가 호기롭게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다. 살갗을 따갑게 저미는 살기가 갑자기 전장을 뒤덮었다.


화경의 고수 한 명과 절대고수 두 명이, 그동안 숨겼던 기운을 풀고 발산하는 기운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전장이 얼어붙었다.

자신 있게 치고 들어오던 조몬의 무사들이, 주춤거리며 계속 뒤로 물러서고 있었고···.


자칫 잘못하면 바로 죽는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때 천유와 명유, 혜유가 앞으로 나서고 나머지는 모두 들어온 주변을 봉쇄하며, 얼어붙은 조몬의 무사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는 역공!


“하앗!”


천유의 검이 불을 뿜었다.

검강도 검사도 아닌 것이 푸른 기운을 토하며 전방을 휩쓸었다. 마치 무인지경처럼!


파아아앗!


“아아악!”


“크윽!”


단 일검에 열댓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모두 허리에서 깔끔하게 양단된 채로!

순식간에 사방으로 피가 튀고 잘린 시신들이 허수아비처럼 땅바닥을 뒹군다.


그것이 신호인가?

명유와 혜유가 바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유도 일검에 서너 명씩의 팔다리를 잘랐다.

그런데 가장 잔인하게 적들의 몸을 난도질하며 검을 휘두르는 사람은 바로 혜유였다.


“이놈들! 탐라의 복수를 받아라!”


혜유가 인정사정없이 검을 휘두르니···

조각난 살덩이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팔다리가 잘리거나 목이나 허리가 잘리는가 하면, 머리 반쪽이나 두 다리가 싹둑 잘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이렇게 세 명이 범처럼 날뛰니 순식간에 이십여 명이 쓰러졌다. 그래도 수를 믿고 덤비는 무사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겁을 집어먹고 몸을 피하려고 출구로 다가섰다.


그러나···,

그곳 역시 죽음의 사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정고수 여섯과 초일류고수 한 명이, 외부로 통하는 길을 모두 막은 것이다.


“이놈들! 무사로서 부끄럽지 않느냐?”


도망치려는 졸개들을 향해 그들의 무기가 불을 뿜었다. 누구는 장창으로 누구는 검으로···.

두 명은 잽싸게 성벽 위로 올라서서 활을 쏘는데, 화살 하나가 두 세 명을 뚫고 지난다.


신궁이 따로 없다고?

물론 둘은 다 내노라하는 신궁들이지만···

지금은 겨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천여 명이 모여 있으니 쏘는 대로 맞는 것이다.


당황한 것은 바로 기무라.

천유의 뒤를 쫓을 때만 해도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그 만만해 보이던 무사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천장처럼 변해 버렸다.


의형제들까지 일제히 공격에 가담하니, 순식간에 쓰러진 조몬의 무사가 오십여 명이다.

이러다가는 다 죽게 생겼다.

아무리 수가 많으면 뭐하는가? 칼질 한 번에 허수아비들처럼 우르르 쓰러지는데···.


그러니 기무라가 막 후퇴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였다. 천리투안으로 적들을 살펴서 대장이 누구인지 알아낸 천유가, 멀리서 바람처럼 날더니 기무라 앞에 내려서며 검을 휘둘렀다.


“모두 후······.”


그러나 기무라의 입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천유가 휘두른 검에 머리에서 가랑이까지가 일검에 반듯하게 잘린 것이다.


그러니 이제 후퇴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어졌다. 조장들이 나서서 수습해 보려고 하지만, 천유는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모두 일검에 죽여 버렸다. 뱀의 머리를 먼저 자른 것이다.


이런데 누가 나서겠는가? 이제 전장은 한마디로 인간 살육장으로 변해 버렸다. 탐라에서 일반 백성들에게 만행을 저지를 때는, 자신들에게 이런 대가가 돌아올지 몰랐을 것이다.


“으아아악!”


“사··· 살려 줘! 크윽!”


사방에서 들리는 것은 오로지 마귀들이 죽어 가며 지르는 처참한 비명일 뿐이다.

지금 처음으로 사람을 죽여 보는 의제들은, 전신으로 튀는 피에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러나 전신(戰神)처럼 용감하게 싸우는 큰형님을 보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싸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비무와 달리 잠시 한눈을 팔았다가는 그대로 목이 날아간다. 살기 위해서는 적을 죽여야 하는 곳! 그곳이 바로 전장이다.


그러니 일곱 명의 의형제들은 전신에 피를 뒤집어쓰며, 마치 악귀처럼 싸워야 했다.

자기가 죽기는 싫으니 적들을 죽이면서······.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려운 법!

이제 적을 죽이는 것도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율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어떻게 한 번의 공격으로 더 많은 적을 쓰러뜨리느냐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제 전사로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이렇게 갈수록 의제들의 적응력이 높아지니, 이제 그들에게 쓰러지는 적도 만만치 않았다. 전투가 시작된 지 일다경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시신이 백이 넘는다.


“흐으으으~”


이것은 죽음의 공포에 떨며 조몬의 무사들이 목구멍에서 흘리는 신음 소리다.

천유가 무공이 높은 놈들부터 목을 날려 버리니, 적들이 모두 수세로 돌아섰다.


“이놈들! 우리 백성들을 참혹하게 죽일 때는 기분이 좋았지? 내 손속이 잔인하다고 욕하지 마라. 너희는 그럴 자격도 없다.”


천유가 검을 휘두르며 소리치는데···

이젠 일검에 이십여 명이 허깨비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모두 몸이 양단되었으니 폭포수처럼 피를 철철 흘리면서다.


천유는 검탄이나 검환 등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행여 소문이 날지도 모르니 그저 평범한 초식으로 휩쓴 것이다. 그래도 화경의 고수가 휘두르는 검은 그 어느 절초에 못지않았다.


···조몬의 무사들이 순식간에 이백여 명이 쓰러졌다. 그러자 죽음의 공포가 그들을 엄습한다. 천유와 명유, 혜유가 세 방향에서 압박해 들어가니, 팔백여 명 남은 무사들이 겁에 질려서 모두 가운데로 몰렸다.


엄청난 살기에 셋의 포위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하급 무사들은 가만히 있는데도 살기에 내상을 입었다. 그러니 싸우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린다.


그래도 일류고수들은 어느 정도 버텨내는지,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운 좋게 셋의 포위망을 벗어나면, 바로 절정고수들이 그들을 기다렸다.


한마디로 절정고수의 경지를 다지는 연습용이 된 것이다. 매구여는 남자 같은 우락부락한 성격과 달리, 전투에서는 매우 침착했다. 붉은 옷을 번득이며 박격술로 일차 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적이 비틀거릴 때 검으로 사정없이 목을 날려 버린다. 첫 살인의 떨림은 아직 나이 어린 아가씨에겐 큰 충격이었다. 적의 뜨거운 피가 확 뿜어지면서 얼굴을 적신 것이다.


비릿한 혈향과 함께 뜨뜻하게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그 감각은 아마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벌써 첫 살인의 떨림을 잊었다. 자신도 모르게 전장의 광기에 젖은 것이다.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전장!

전신의 잔털이 올올이 일어서는 긴장감!

그 잔털들이 미풍에 스치며 전장의 살기를 그대로 생생하게 피부로 전하고 있었다.


“하앗!”


“끄아아악!”


비리가 휘두르는 장창에 짐승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는 적들! 여기에서 가장 분발하여 싸우는 이는 바로 비리였다. 왜냐면 경지가 가장 낮으니 뒤처지기가 싫은 것이다.


그러니 경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벌써 여섯 명의 적을 쓰러뜨리니, 이제는 점점 전투에 자신감이 붙는다.


전투 중에도 비리의 경지는 계속 오르고 있었다. 천유가 추궁과혈로 벌모세수를 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에 영기를 넣어 체질을 바꾸니 싸울수록 무공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빨리 형제들을 따라가야···.’


그 생각에 이번에도 장창에 기를 실어, 다가오는 적을 향해 섬전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창기가 전방으로 길게 뿜어지며, 공간에 붉은 균열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앞에서 다가오던 두 명의 적은, 몸통이 그대로 창에 잘려 버렸다.

비리의 신력을 견디지 못하고 몸통과 함께 무기까지 깨끗이 잘려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때 기척도 없이 뒤로 접근한 조몬의 일류고수 둘이, 번개처럼 비리를 덮쳤다.

한 번에 둘을 자르고 자만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알았을 때는 너무 늦고 말았는데···.


‘윽! 내가 너무 자만했어.’


죽지 않으려면 급소가 아닌 곳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눈을 질끈 감고 적의 검에 팔뚝과 허벅지를 내밀었다. 나려타곤으로 바닥을 구르는 것은 수치스러워 도저히 못 하겠으니.


그는 곧 끔찍한 고통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하고 얼른 이를 악물었는데······.


[비리야, 정신 차려라!]


큰형님의 질타가 머릿속에 울림과 동시에 붉은 빛이 번쩍이며 날았다. 그러자 덮치던 두 무사의 이마에 붉은 반점이 생겨났다. 탄지신공으로 날린 지강이 머릿속을 파고든 것이다.


눈동자가 뿌옇게 잿빛으로 변해 쓰러지는 적들을 보며, 비리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제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적을 죽이기 전에 먼저 자신을 말이다.


그래도 우루와 선패는 그동안 여러 번 경험을 쌓아서, 비교적 잘 싸우고 있었다.

우루는 이제 활을 넣고 검을 바람처럼 휘두르며, 적들을 잡초를 베듯이 베어 넘긴다.


선패는 검은 무복을 입어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았다. 칠척 장신에 의형제가 되기 전부터 주변에서 귀검으로 불렸던 사람. 게다가 이제 절정고수의 무공까지 익혔으니 어떠하겠는가?


한마디로 바람을 가르는 듯 검이 지나간 곳에 흔적이 남는다. 섬전 같은 빛줄기가 뒤를 따르는데, 그 빛을 보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때는 이미 검이 휩쓸고 지나간 뒤이니 말이다.


“끄아아악!”


그 뒤에는 비참한 비명만 남았다.


객현한은 도를 가지고 싸우고 있었다.

육 척의 몸에 통통한 몸을 가졌지만, 신법, 보법에 능해 신출귀몰하게 사방으로 움직인다.

최대한 자신의 장기를 살려서 적의 허점을 파고 든 뒤에, 벼락처럼 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 일 초를 제대로 맞받는 적이 없었다.


시원하고 선한 이미지, 큰 눈에 오똑한 코를 가졌지만 전투에서의 모습은 사나운 맹수였다.

갈의에 장포를 입고 신장처럼 휘두르는 도에 또 하나의 생명이 덧없이 진다.


구다천은 검법에 선법을 응용하여 쓰고 있었다. 육 척 반의 키에 날씬한 몸매지만 뿜어내는 기운은 야수 같았다. 수시로 활을 들어 시위를 놓는데, 그때마다 적이 눈을 잡고 쓰러졌다. 화살촉이 뇌 속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살겠는가?


흰 무복을 입고 야성적인 얼굴에 짧은 턱수염과 콧수염을 바람에 날리는데, 뿜어 내는 기운은 산중의 대호(大虎)를 닮았다. 움직일 때마다 여자처럼 땋은 머리가, 마치 강아지의 꼬리처럼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죽어라 이놈!”


새처럼 날아올라 허공에서 번개처럼 내리찍는 일격에, 또 하나의 생명이 스러졌다. 그 입으로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다.


“으아아아악!”


수밀이는 비록 막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무공까지 막내는 아니었다.


칠 척 장신에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서 마음속에 한을 간직할 만도 한데, 그는 대인배의 기질을 지녔다. 어릴 때부터 도끼질 한 번에 황소를 때려잡았던 것처럼, 그의 도끼엔 신력이 담겼다. 갈의를 휘날리며 휘두르는 그의 대부(大斧)에서는 바람이 찢기는 소리가 난다.


쐐애애애애액!


그 공격은 무기로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검기나 도기가 실려 있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무기를 박살내면서 몸까지 두 쪽을 내 버렸다.


“크아아아악!


이번 공격에도 어깨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조몬의 무사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다음 공격이 가차 없이 목을 날려 버렸다.


···천유는 천천히 전장을 둘러보았다.

혼자 싸움에 심취해 있으면 상황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적들을 모두 죽일 수는 있지만, 그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여겼다.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야. 수만 명, 수십만 명과 어찌 혼자서 싸우겠는가? 미리부터 의제들을 연습시켜야 해.’


그래서 이미 승기를 잡았으니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의제들이 싸우는 것도 봐 주며, 적이 도망가지 못하게 주변에 기역을 만들었다. 억압을 받지는 않지만 토성을 넘을 수 없게 했다.


즉 둥근 고리와 같은 환형(環形) 기역을 설치한 것이다. 그것은 기역 안의 모든 범위를 억압하는 것보다 더욱 철벽 같았다.

중심부의 기운을 가장자리로 밀어내어 외벽을 더욱 치밀하게 했기 때문이다.


‘으흐흐흐, 이제는 소리마저 기역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강기의 막처럼 강해졌으니까. 내가 실전에서야 이걸 깨닫다니!’


사실 이것은 천유가 처음으로 펼친 비술이다.

적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여러 선법을 응용하여 펼친 것!


‘이제 절반은 쓰러졌군. 그런데 어떻게 항복하는 녀석들이 하나도 없지?’


사실 천유는 항복하는 녀석들까지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과 일행을 위한 것이다. 자신과 일행의 마음을 살인마로부터 지키기 위한···.


‘사람이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혜유는 복수심에 너무 깊이 빠졌어.’


그랬다!

지금 가장 날뛰는 사람은 바로 혜유였다.

이미 전신이 적의 피로 붉게 물들었지만···

지금도 마치 야수처럼 거칠게 날뛰고 있었다.


물론 탐라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무고하게, 그리고 인간답지 않은 -짐승 같은- 능욕을 당하며 이놈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걸 생각하면 절로 분통이 터지지만···

똑같이 하면 나도 짐승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천유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들을 죽이더라도 똑같이 짐승 같은 짓을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천유가 가장 무섭다는 것을 아는지 적들은 모두 그를 피했다.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이십여 명이 허수아비처럼 맥없이 쓰러지니,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그러니 무사들이 몰리는 쪽은 명유였다. 그래도 죽이지 않고 손발만 잘리니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착각이었다.

그 순간은 살아남을지 몰라도 뒤를 받치는 절정고수들의 손에 가차 없이 목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누가 위험하게 살아 있는 적을 등 뒤에 두고 앞에 있는 적과 싸우려 하겠는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말이다.


그러니 수명을 잠시 연장한 것일 뿐···

그들도 죽는 것은 어차피 매일반이었다.


···어느덧 죽은 시신이 칠백을 넘어가니, 바닥에는 피가 내를 이룬다. 어떤 웅덩이에는 피가 고여서 발목까지 잠기고 있었다. 그곳을 철벅거리며 걷는 무사들! 전장은 참으로 비정했다.


조금 전까지 살아 있던 동료가 흘린 피를 두 발에 적시며, 그 안에서 서로 살겠다고 거칠게 몸부림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삼경에 시작된 싸움이 어느덧 사경에 접어들고 있었다.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으니 천유가 벼락처럼 노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복수가 중요해도 악마처럼 모두를 죽일 수는 없었으니···.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는 준다!”


그러자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죽이려는 공격도 살고자 하는 방어도···.

그때 조몬의 무사들이 둥글게 뭉치더니 누군가 수군거린다. 아마 환족의 말을 익힌 녀석이 있어서 그 뜻을 전달하는 것이리라.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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