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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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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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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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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더 팔라딘(The Paladins)-73화: 카포아신스(Kapoacinth)

DUMMY

또 다시 거대한 파도가 다가왔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파도에 맞은 배가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갑작스런 충격에 히아신스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몸의 균형을 잡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초점없었던 그녀의 눈은 생존에의 욕망으로 인해 빛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죠!?”

노리아스는 선실 안에서 해군도(海軍刀:Cutlass)들고 나와 소리쳤다.

“카포아신스가 온다! 놈들이 몰려오면서 파도를 만드는거라구!”

한 선원이 카포아신스를 보기 위해 난간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순간

“흐히이이익!”

회색의 손이 아래에서 뻗어나와 선원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선원은 비명을 지르며 배 바깥쪽으로 떨어졌다. 노리아스는 이를 갈았다.

“이제 놈들이 올라오는군!”

히아신스는 재빨리 등 뒤의 거대십자궁을 꺼내들었다. 공성십자궁 ‘텐 세컨즈’에 볼트를 채우고는 권양기를 마구 돌렸다.

물보라가 터지며 찢어질 듯한 짐승의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는 물보라를 맞으면서도 사격 자세를 갖추어 조준하였다. 그녀의 눈에 뱃난간을 잡고 올라오는 괴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교활한 요정 임프(Imp)와 같은 기다란얼굴에 붉게 빛나는 눈동자…… 가고일(Gargoyle)과 비슷한 박쥐날개를 지니고 있었으나, 그것은 수영에 사용된 듯 흠뻑 물에 적셔져 있었다. 바다의 괴물 카포아신스였던 것이다.

카포아신스는 선원들이 내지르는 창끝을 손으로 쳐내기 시작했다. 사실 카포아신스는 가고일의 친척뻘인 괴물로 전신이 돌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일반적인 창날로는 상처를 줄 수 없었다. 선원들은 카포아신스를 해치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격만 할 뿐이었다.

순간 ‘빡’ 하는 소리와 함께 히아신스가 발사한 볼트가 카포아신스의 머리에 적중했다. 카포아신스는 그 충격으로 인해 뒤로 나가 떨어졌다.

풍덩하는 물보라소리와 함께 배의 다른 쪽에서 카포아신스가 올라왔다. 히아신스는 황급히 두 번째 볼트를 꺼내 텐 세컨즈에 장전하였다. 선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휘둘러 카포아신스를 공격하였다. 성인 남자의 키만한 이 괴물은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손으로 가볍게 선원들의 해군도를 쳐내고 있었다.

노리아스가 토후바에게 소리쳤다.

“기사나리! 도와주시오!”

토후바는 달아나며 중얼거렸다.

“주정뱅이! 이럴 때만 존댓말이야!”

토후바는 사실 도적 출신이었으며 검술에는 전혀 소양이 없었다. 그런 그가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제길! 뭐야!”

토후바가 달아나는 곳에 물보라가 튀어오르며 또 다른 카포아신스가 나타난게 아닌가? 카포아신스는 토후바를 향해 기다란 손톱을 휘둘렀다.

“아이구야!”

토후바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주저앉았다. 덕택에 카포아신스의 손톱공격은 피할 수 있었지만, 카포아신스의 움직임은 굉장히 재빨랐다. 뱃난간을 잡고 뛰어오른 이 괴물은 그대로 토후바에게 뛰어들었다.

“으아아아!”

카포아신스의 공격이 멈추었다. 이 괴물의 등에는 푸른빛의 검날이 삐져나와있었다. 그것은 명검 페어리스트였던 것이다. 토후바가 비명을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내지른 장검이 카포아신스의 몸을 관통한 것이다.

“히힉! 저리가!”

토후바가 발길질을 하자 카포아신스의 몸은 마치 석상이 부서지듯 무너져내렸다. 무너진 카포아신스의 잔해 또한 꽤 무거웠는지, 토후바는 몸을 낑낑거리며 잔해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옆에는 히아신스가 서 있었다.

“그건 무슨 검법이래요!?”

그녀는 이미 공성십자궁 텐 세컨즈를 겨냥하고 있었다. 그녀가 발사한 볼트는 갑판으로 올라온 또 다른 카포아신스의 어깨에 적중했다. 카포아신스는 뒤로 날아가 쓰러졌으나, 이내 다시 일어났다. 히아신스는 당황하며 이를 악물었다.

“무, 무기가 통하지 않아!”

한편, 노리아스는 술취한 상태에서도 해군도를 카포아신스의 가슴께에 용케 찔러넣었다. 하지만 카포아신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노리아스에게 손톱을 휘둘렀다.

“아악!”

노리아스는 어깨에 부상을 입고 해군도를 놓쳤다. 카포아신스는 연달아서 노리아스에게 다시 손톱을 휘둘렀다. 그 손톱은 노리아스의 허벅지를 할퀴었고 노리아스는 결국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카포아신스는 노리아스를 물기 위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때, 노리아스가 던진 술병이 카포아신스의 머리에 적중했다. 하지만 카포아신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노리아스에게 달려들었다. 사실 카포아신스에겐 마법무기가 아니면 아무런 피해를 줄 수가 없다.

“죽어라! 괴물!”

선원들이 찌른 창날이 카포아신스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카포아신스의 몸은 마치 석상과도 같아서 날카로운 창끝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원이 내지른 창자루를 이빨로 물어 부러뜨리기까지 하였다.

“히야아아아아압!”

히아신스의 날아차기가 카포아신스의 가슴에 적중했다. 그녀의 체중과 가속도가 실린 날아차기는 카포아신스를 쓰러뜨리기 충분하였다. 히아신스는 싸움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덤벼라! 이 괴물아!”

하지만 카포아신스에겐 날아차기가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했다. 카포아신스는 쓰러진 채로 몸을 튕겨 올려 히아신스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토후바는 계속해서 올라오는 카포아신스들에게서 달아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앞에 한 카포아신스가 막아서자 토후바는 명검 페어리스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어설픈 그의 검술로 재빠른 카포아신스를 맞출 수는 없었다.

“이, 이건 어떠냐?”

토후바는 허리춤에서 끈끈이 가방을 꺼내 카포아신스에게 던졌다. 초록색의 진액이 터지며 카포아신스에게 엉겨붙었다. 카포아신스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자 송곳니를 드러내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죽어라!”

토후바가 찌른 페어리스트의 검날이 카포아신스의 배를 뚫었다. 카포아신스의 빛나는 눈동자의 광채가 꺼지더니 이내 석상이 되어 무너져내렸다.

“이잇! 제길!”

하지만 토후바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페어리스트의 검날 또한 끈끈이액에 엉겨붙어 카포아신스에게 박혀버렸기 때문이었다. 토후바는 낑낑대며 페어리스트를 뽑아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잠시 후, 그는 괴물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캬아아아아아!”

토후바의 눈동자가 커졌다. 맞은편에서 카포아신스 한 마리가 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토후바는 명검 페어리스트를 포기하고 다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히아신스는 머리를 낮추어 카포아신스가 휘두르는 손톱을 피하였다. 그리고 재빨리 뒤로 몸을 물려, 카포아신스의 또 다른 공격을 피하였다. 카포아신스는 히아신스에게 달려들어 양 손톱을 내리찍었다.

“헙!”

히아신스는 양손을 뻗어 카포아신스의 손목을 붙들었다. 카포아신스의 얼굴이 쏘아져들어오자 그녀는 몸을 뒤로 젖혔다. 그녀의 얼굴 앞에서 카포아신스의 이빨이 멈추었다. 히아신스는 그대로 발을 올려 카포아신스의 턱을 올려찼다. 그때 또 한번의 거대한 파도가 배를 강타하였다. 배가 기울어지는 바람에 히아신스는 뒤로 뒷걸음질을 칠 수 밖에 없었다.

히아신스는 결국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 카포아신스가 몸을 날려 그녀에게 쏘아져 내려오자 그녀는 몸을 굴려 카포아신스의 공격을 피하였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갑판에 카포아신스의 손톱이 박혀버렸다.

카포아신스의 손은 너무도 깊게 박혔는지, 그 손을 쉽게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히아신스는 급히 몸을 일으키고는 무기로 쓸만할 것을 찾았다. 마침 그녀의 주변에 토후바가 놓친 명검 페어리스트가 카포아신스의 잔해와 함께 엉겨붙어있었다. 히아신스는 페어리스트의 자루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끈끈이액에 엉겨붙은 검날은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가 괴성을 내지르자, 그녀의 눈동자가 뒤집어지더니 근육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빠지지 않을 것만 같던 명검이 끈끈이 액속에서 빠져나오고 말았다.

“히야아아압!”

그녀는 기합을 내지르며 몸을 한차례 빙글 돌렸다. 그리고 풀 스윙으로 페어리스트를 크게 휘둘렀다. 푸른색의 검광이 반원을 그리며, 아까 손이 박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카포아신스의 목을 날려버렸다. 목이 잘린 카포아신스는 그대로 석상이 되어 부스러졌다.

그녀의 눈에 한 선원이 카포아신스에게 붙들려 몸이 찢어지는 것이 보였다. 히아신스는 페어리스트를 휘두르며 달려갔다.

“받아라!”

그녀가 휘두르는 검날에, 카포아신스의 손목이 날아갔다. 카포아신스는 그녀를 물어뜯으려 하였으나 오히려 그녀는 몸을 낮추어 카포아신스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히아신스는 크게 힘을 돋우어 카포아신스에게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키아아아!”

몸통박치기에 맞은 카포아신스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히아신스는 크게 옆으로 빠져나가며 페어리스트를 휘둘렀다. 카포아신스의 몸이 두동강나며 무너져나갔다.

순간 두 마리의 카포아신스가 양쪽에서 히아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히아신스는 카포아신스에게 몸을 날리며 기합을 내질렀다.

“크랴아아압!”

그녀의 날아차기가 카포아신스의 몸에 작렬했다. 카포아신스는 뒤로 쓰러졌으며, 그녀의 몸은 그 반동으로 튀어오르게 되었다. 반대쪽에는 또 한 마리의 카포아신스가 달려들고 있었다. 그녀는 페어리스트를 공중에서 치켜들며 그것을 내리쳤다. 명검 페어리스트의 검날에 카포아신스의 머리부터 아래가 쪼개지며 박살나고 말았다.

그녀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페어리스트를 뒤로 내질렀다. 아까 쓰러졌던 카포아신스는 그녀의 뒤를 기습하려다 오히려 페어리스트에 찔려 부서졌다.

“아가씨! 살려주시오!”

쓰러진 노리아스 위에, 카포아신스가 올라탄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대로 페어리스트를 던져 카포아신스의 몸을 관통하였다. 움직임이 멎은 카포아신스에게 그녀는 달려가더니 페어리스트를 뽑아들었다. 카포아신스의 잔해가 노리아스에게 쏟아졌다. 노리아스는 돌더미에 깔린 채로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도와 줘소 고맙소! 쿨럭!”

그녀는 카포아신스와 싸우고 있는 선원들에게 달려가 페어리스트를 휘둘렀다. 그녀의 검술은 다소 거칠었으나 그 속도가 빨랐고 동작이 호쾌했다. 그녀의 검술에 다른 카포아신스들이 모두 부서지고 말았다.

카포아신스들이 모두 부서지자, 히아신스는 쓰러진 노리아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요?”

선원들은 노리아스를 부축하여 일으켰다. 한편, 토후바는 히아신스에게 다가와 쭈뼛거리며 물었다.

“아가씨…….”

히아신스는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당신 기사 맞아요!?”

토후바는 뜨끔했는지 몸을 움츠렸다. 히아신스는 다시 소리쳤다.

“기사란 사람이 사람들은 보호할 생각은 안하고 도망치기만 하다뇨!?”

“저기…….”

“뭐요!?”

“검 좀…… 돌려주시는게 어떨지……. 원래 제껀데…….”

히아신스는 기가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페어리스트를 던지듯이 건넸다.

“이제 끝났으니 돌려드릴게요. 됐죠!?”

그때 노리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끝난게 아니오…….”

히아신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선원들의 부축을 받고 서 있는 노리아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놈들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공격해올 것이오. 가령…….”

“가령 뭐요?”

“…… 배를 부순다던지 해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파도와는 다른 진동이었다. 위아래의 진동이 아닌 좌,우의 진동……. 진동이 한차례 끝날 때마다 배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카포아신스들이 바다 아래에서 배를 부수기 시작한 것이었다.

노리아스는 부들거리는 입술로 계속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놈들은 우릴 잡아먹는게 목표가 아니오. 놈들에겐 음식물따윈 필요가 없어. 마법적인 생명체니까 말이지. 놈들이 원하는건 우리가 공포에 질려 죽어가는 것을 보는거야. 그게 놈들이 살아가는 가장 큰 즐거움일거요…….”

순간 배에 큰 진동이 일어나며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배의 밑창이 완전히 파손된 것이었다. 선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갑판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히아신스는 재빨리 배의 기둥을 잡아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녀는 철봉에 매달리듯이 기둥에 달린 채 소리쳤다.

“노리아스아저씨!”

그녀의 눈에 갑판을 굴러 떨어지는 노리아스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물보라치는 바다는 배의 한쪽 면부터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다속으로 노리아스가 떨어졌다.

“아저씨!”

노리아스에게 카포아신스 한 마리가 덮쳐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노리아스를 공격하던 카포아신스를 끌어안은 채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

물방울이 정신없이 소용돌이 치는 바닷속……. 그녀는 기포들이 걷히자 수십 개의 붉은 눈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바닷속은 카포아신스들 천지였던 것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카포아신스를 뿌리치고 바다 위로 솟구치려 하였다. 하지만 카포아신스의 흉측한 손은 그녀의 기다란 다리를 붙잡았다.

“읍!”

그리고 수많은 카포아신스들이 그녀를 붙들었다. 그녀는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으나 카포아신스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았다. 그녀는 이 괴물들을 떨쳐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갈 뿐이었다.

카포아신스들은 그녀를 향해 손톱을 휘두르지 않았다. 바닷속에선 움직임이 느려지기 때문에 큰 위력을 못 낼뿐더러,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부림치는 히아신스의 얼굴,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가 세차게 몸을 흔들수록 그녀의 입 속에서 공기만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점점 수면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녀의 뇌리에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 노어그렛과 어머니 피오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안돼!’

순간, 갑자기 보라색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광채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나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가 손가락에 낀 마법의 반지…… ‘에뎁세스의 반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이럴수가!? 호흡이…….’

그녀는 물 속에서도 숨이 조금도 갑갑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손에 끼고 있는 에뎁세스의 반지는 마검 이퀄리브리온과 짝을 이루는 물건으로, 고대 에뎁세스 황제가 가지고 있던 네가지의 보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 반지는 여러 가지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착용자가 어떠한 상황에도 질식하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었다.

한편, 카포아신스는 히아신스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매우 깊은 바다속까지 그녀를 끌고 들어왔으나 그녀는 죽기는커녕 오히려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히아신스를 다른 방법으로 죽이려 하였는데,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그녀를 물어버리는 것이었다. 카포아신스들의 이빨은 그녀의 온몸을 물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통으로 인해 비명을 질렀으나 물 속이었던 고로 비명이 아닌 물방울들만 쏟아져나왔다. 순간 그녀는 전신이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 수 많은 카포아신스들이 그녀의 몸을 일제히 놓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기포와 핏물들…… 그것이 걷혀지자 그녀의 눈에 카포아신스들이 금이 간 채로 가라앉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고 있던 마법갑옷 '러브 쏜 메일'(Love, Thorn, Mail)에게서 수 많은 가시들이 솟아나 있던 것이었다. 브런트에게서 건네받은 이 가벼운 사슬갑옷은 착용자를 보호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착용자가 상처를 입으면 일제히 사슬구멍 속에서 가시들을 뻗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가시는 마법적인 것으로, 굉장히 치명적인 위력을 내었다. 때문에 히아신스를 붙들고 있던 카포아신스들은 이 마법가시로 인해 몸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제야 히아신스는 그녀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마법곤봉 ‘헬스클럽’(Hell's Club)을 떠올렸다.

그녀는 헬스클럽을 꺼내들고는 아직 죽지 않은 카포아신스를 향해 휘둘렀다. 물속이라 속도는 느렸으나 마법곤봉 헬스클럽은 굉장한 위력을 내었다. 헬스클럽에 맞은 카포아신스는 몸에 불이 붙음과 동시에 전기가 통하고, 몸에 독이 옮았으며 음파에 의한 피해를 입고 산성액체에 몸이 녹아들어가는 피해까지 입기 시작했다. 이 다양한 마법적 반응은 석재로 이루어진 카포아신스의 몸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히아신스는 수면으로 솟구치며 헬스클럽을 계속 휘둘렀다. 배의 잔해들이 어지러히 떠다니는 와중에도 그녀는 카포아신스를 찾아다니며 헬스클럽을 때려넣었다. 결국, 카포아신스들은 그녀의 헬스클럽에 겁을 먹고 모두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카포아신스들이 다 달아난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수면 위로 머리를 드러냈다.

“모두…… 모두 괜찮으신가요?”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배는 완전히 부서져 내렸으며 살아남은 생존자는 히아신스와 노리아스, 그리고 토후바 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부서진 뱃조각에 몸을 의지하여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고 내 신세야…… 돈 몇푼 벌려고 했다가 선원도 잃고 배도 잃었구나! 꺼이! 꺼이!”

노리아스는 나무판자를 붙잡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주변은 온통 부서진 배의 파편과 찢겨진 선원들의 신체가 떠다니고 있었다. 히아신스가 말했다.

“일단 뭍으로 올라가요. 여기서 계속 떠다닐 수는 없어요. 마침 뭍이 가까우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녀의 말대로, 뭍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배로 가면 가까운 거리였을 거리였으나 사람이 헤엄쳐서 가기엔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들이 나무판자에 몸을 의지하여 뭍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노을이 깔리고 있었다.

“모두들 몸은 어떠세요?”

히아신스가 일행에게 물었다. 그녀 자신도 카포아신스들에게 물려 부상을 입었으나, 노리아스는 그 부상정도가 심했다. 노리아스는 갑옷을 입지 않고 공격을 받았기에 상처가 깊었으며, 다리는 이미 골절되어 걷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대체 여긴 어디일까요?”

그녀의 질문에 노리아스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오. 나침반이 고장났거든…….”

토후바가 투덜거렸다.

“쳇! 졸지에 미아가 되었구만!”

히아신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우리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나침반이 고장났어도 밤을 친구삼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지요.”

토후바는 의심쩍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요?”

노리아스가 몸을 뒤로 벌러덩 누우며 대답했다.

“이 엉터리 기사야. 그것도 모르냐? 밤이 되면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그 말이야.”

“누굴보고 엉터리라는거야? 이 엉터리 선장!”

“모두 그만하세요. 일단 젖은 몸을 말려야 해요.”

히아신스의 아버지 노어그렛 국왕은 원래 북방의 야만인 출신이었다. 그는 히아신스가 공부하기 싫어할 때마다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쳤던 것이었다. 피오니는 그런 것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늘 말했으나, 설마 그것이 지금 살아남을 단서가 될 줄이야……. 히아신스는 아버지에게 배운대로 일단 체온을 지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나무판자들은 모두 젖어서 쓸 수가 없었으나, 그녀는 뭍 주변의 풀들을 베어 불쏘시개를 만들고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웠다.

일행은 각자의 젖은 옷을 벗어 불에 그것을 말리기 시작했다. 히아신스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훌렁훌렁 옷을 벗어 옷을 말렸다. 토후바는 속옷만 걸치고 불가에 쪼그려앉은 그녀를 힐끔힐끔 바라보았으나

“가까이 오지 마요. 오면 죽여버릴거야.”

그녀의 이 말에 토후바는 감히 그녀 곁에 얼씬거릴 생각도 못하였다. 사실 그는 히아신스가 괴물들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는 함부로 손댈수가 없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하지만 그녀가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한 이유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블루머스크 향수가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 몸에선 오크의 향취가 풍겨나오기 시작했다.

노을이 사라지고 어느덧 어두운 밤이 되었다. 그러자 노리아스가 말했다.

“아가씨…… 이 외딴 곳에는 괴물들이 있을지 모르니 불침번을 정해야 하오. 내가 새벽잠이 없으니 가장 마지막 불침번을 서겠소.”

히아신스는 그리 영리하지 않았으나, 그의 아버지로부터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따라서 그녀는 마지막 불침번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아저씨는 환자잖아요. 아저씨는 불침번을 서지 마세요. 제가 먼저 불침번을 서고, 그 다음이 토후바 아저씨…….”

하지만 노리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같은 늙은이를 배려해줘서 고맙소. 하지만 당신이 지치면 우리도 위험해 질 것 같으니, 정 그렇다면 내가 맨 처음 불침번을 서리다.”

“고마워요 노리아스아저씨. 그럼 제가 밤눈이 밝으니 중간 밤에 불침번을 설게요. 그리고 마지막은 토후바아저씨. 알겠어요?”

토후바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그는 힐끔힐끔 히아신스의 몸을 바라보았다. 모닥불에 비치는 그녀의 몸매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백옥같은 피부와 늘씬한 체형…… 모닥불의 그림자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 아래에 감춰져 있는 근육들을 표현하는 듯 밝게 불타고 있었다. 순간 토후바는 그녀의 커다란 눈과 눈동자를 마주치게 되었다. 토후바는 일순 흠칫했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에게 윙크를 보냈다. 히아신스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가씨는 밤하늘의 별을 읽을 수가 있소?”

노리아스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히아신스에게 물었다. 히아신스가 대답했다.

“물론 다 읽지는 못해요. 하지만 지금 하늘을 바라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살던 북방의 별자리와 같은 별들이 떠있거든요.”

그녀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는 지금의 위치가 고향 도슬로와 비슷한 위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계속되었다.

“다행이에요. 우리의 위치는 도슬로 아래쪽인 것 같아요. 내일 부지런히 북상하면 도슬로로 돌아갈 수 있을거에요.”

토후바는 크게 소리쳤다.

“좋았어!”

토후바는 이제야 피오니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히아신스가 다시 말했다.

“이제 저는 좀 자야겠어요. 내일을 위해서죠…… 그럼 제 차례가 되면 깨우세요. 안녕.”

그녀는 남자 둘이 주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옆으로 벌렁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새벽녘이 되자 토후바의 불침번시간이 되었다. 토후바는 불침번을 서면서 히아신스의 숨소리를 유심히 듣기 시작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완전히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한 그는 몰래 허리춤에서 밧줄을 꺼냈다. 그리고 잠을 자는 히아신스곁으로 다가갔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나신은 참으로 눈부셨다. 길쭉길쭉하고 늘씬한 몸이었다. 그 늘씬한 몸은 탄력있는 근육 때문인지 더욱 탱글탱글해 보였다.

토후바는 그녀를 오늘 밤 겁탈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는 밧줄로 그녀를 묶은 뒤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녀를 농락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그녀를 묶기 전에 밧줄로 미리 고리를 만들었다. 재빨리 묶어버리기 위해서였다. 도둑들 특유의 올가미식 고리를 만든 그는 히아신스의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뭐하는거냐?”

노리아스의 물음에 토후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용해! 이 주정뱅이! 안자고 있었어?”

“네놈이야 말로 뭐하는거냐? 이 도둑놈아!”

“뭐? 도둑놈? 말 다했어?”

“흥! 네놈이 거짓으로 기사노릇하고 있다는 것은 예전에 눈치챘지! 기사단원들이 읽는 경전도 엉터리로 읽고…… 내가 눈치 못챌 줄 알았냐? 그리고, 그 밧줄은 뭐냐?”

토후바는 히아신스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노리아스에게 조용히 말했다.

“네놈도 사실대로 말해봐, 오랫동안 항해를 하면서 여자에 굶주렸을거 아냐? 조용히 있어봐. 내가 먼저 저 여자를 따먹고 네게 줄테니.”

“뭐? 이 멍청한 놈아. 너는 저 아가씨를 부모에게 돌려준다고 하지 않았냐? 만약, 그녀를 겁탈하면 그 부모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냐?”

토후바는 킬킬 웃었다.

“멍청한건 너다. 이렇게 높으신 아가씨일수록 그런 추문은 입밖에 낼 수가 없어. 이건 완전범죄라고. 크큭.”

토후바는 입가의 침을 닦으며 웃었다. 그의 말에 노리아스마저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후후. 그렇구나. 지금이야 말로 두 번다시 없을 기회로군. 알았어. 난 조용히 있겠다.”

토후바는 씨익 웃고 난 후, 그녀를 다시 돌아보았다. 쌔근쌔근 자고 있는 그녀의 손목에 조심스럽게 밧줄 매듭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힘껏

-퍼억!

토후바는 쓰러졌다. 노리아스가 몽둥이로 그의 뒷통수를 후려갈겼기 때문이었다. 토후바가 기절하자 노리아스는 킬킬 웃기 시작했다.

“후후후. 네 말대로 난 조용히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네 뒤통수를 후려갈겼지. 난 너같은 도둑놈이 제일 싫다구. 이 개새끼야.”

노리아스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고 누웠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가씨…… 이 몸이 아가씨를 지켰소.”


다음날 아침, 히아신스는 다급한 노리아스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아가씨! 일어나시오! 일어나시오!”

히아신스는 온몸에 오한을 느끼며 눈을 떴다.

“으…… 추워! 노리아스? 잘 잤어요?”

히아신스는 자기 곁에 토후바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 토후바 아저씨는 왜 자기 손을 묶고 누워있나요?”

노리아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그것보단, 어서 옷을 입으시오!”

히아신스는 주변을 돌아보고 놀라고 말았다. 주변이 온통 눈밭이었던 것이다.

“이…… 이게 뭐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눈이 없었는데?”

“새벽녘에 내린 것 같소!”

“말도 안돼요! 지금은 봄인데 눈이라니!”

하지만 히아신스는 재채기를 한번 하고는 황급히 옷을 걸쳐입었다. 마법갑옷 러브쏜메일까지 입고 나자, 그제서야 그녀는 노리아스와 토후바 또한 옷을 입었음을 발견했다.

“당신은 다리를 다쳤는데 어떻게 옷을 입었나요?”

“어렵사리 입었소. 일단,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오!”

순간 한차례 칼바람이 일며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 눈보라에 토후바가 눈을 떴다.

“으…… 추워! 이, 이게 무슨 일이야!?”

토후바는 자신의 손에 결박이 되어있는 것도 놀랐지만 주변이 온통 눈밭인 것을 보고도 놀라고 있었다.

“빌어먹을! 여긴 대체 어디인데 나침반이 고장나고 하룻밤에 눈보라야!?”

히아신스가 말했다.

“일단 여기서 북상해야 해요! 긴 길이 되겠지만 눈보라를 뚫으면 도슬로 주변에 도착할 수 있을거에요!”

또 한차례 눈보라가 몰아쳤다. 토후바는 이빨로 결박을 풀며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달아나야 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제길! 난 혼자 가겠어!”

히아신스가 놀라 소리쳤다.

“왜 그러세요! 함께 가요!”

토후바는 결박을 벗어버리곤 달아났다.

“이 멍청한 여자야! 저기 환자가 있는데 어느 세월에 그를 부축해서 도슬로까지 걸어가냐!?”

토후바의 말에 노리아스가 노하여 소리쳤다.

“아가씨한테 멍청한 여자라니! 이 강간미수범!”

히아신스는 놀라 물었다.

“강간미수범이 뭐에요?”

토후바는 크게 웃었다. 사실 그는 어젯밤의 강간이 실패로 돌아간 것 때문에 달아날 결심을 한 것이었다. 노리아스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피오니에게 말하면 자신은 처형당할게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 그래 난 강간 미수범이다! 그리고 네 말대로 도둑놈이고! 내 주제에 무슨 기사노릇이냐!? 난 그저 내 목숨을 보전할련다! 둘이 한번 잘해봐라! 난 간다!”

“어딜가요! 같이 가요!”

히아신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토후바는 눈보라 사이로 달아났다. 노리아스가 웃으며 히아신스에게 말했다.

“아가씨가 내 목숨을 구하려 바닷속에 뛰어드는 걸 보았소. 그것으로 내 목숨은 구한 셈이니 이제 홀로 가시구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히아신스는 노리아스를 등에 업었다. 노리아스가 놀라 소리쳤다.

“이보시오! 나 같은 병자를 업고 가다간 도슬로까지 가지 못할거요!”

“아, 몰라요! 몰라! 어쨌든 아빠가 말했어요! 어려운 이웃은 도와야 한다고! 당신을 두고가서 뭐하려고요!?”

히아신스는 노리아스를 업고 눈보라를 뚫기 시작했다. 세찬 눈보라는 여지없이 두 사람의 살갗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히아신스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노리아스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불쌍한 사람을 버려두고 가는 것은 그녀의 마음이 허락하지 못했던 것이다.

눈보라가 걷히자 새하얀 설원이 두 사람 앞에 펼쳐졌다. 히아신스가 말했다.

“다행이에요. 눈보라가 그친 것 같아요.”

“하지만 저 앞에는 더 큰 문제가 있소.”

히아신스와 노리아스 앞에는 기다란 냇가가 흐르고 있었다. 문제는 유속이 너무도 빨라 보이는데 있었다.

“나를 내려놓고 가시오. 이 얼음장같은 물속에서 쓰러지면 둘다 동사할거요.”

“가만히좀 계세요! 쫌!”

히아신스는 노리아스를 업은 채로 얼음장같은 냇가에 다리를 집어넣었다. 이 냇가는 히아신스의 무릎까지 차올랐다.

“으……!!”

뼛속까지 시리는 추위를 악물고 그녀는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히아신스는 노리아스에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인생은 커다란 짐을 지고 가는 거라고! 아흣 추워!”

“그게 무슨 말이오?”

그녀는 추위로 몸서리를 한번 친 후, 다시 걸으며 대답했다.

“그 짐은…… 때론 나를 힘들게 하겠지만! 어쩔 때는 내 삶이 휩쓸려가는 것을 막아줄 거라는 뜻이래요!!”

그녀는 추위를 악물고는 한마디 한마디 억지로 입을 열고 있었다.

“내가…… 아저씨를 업고 가는 건 힘들지만!! 이건 제 짐이자 제가 가지고 가야할 길이에요!”

사실 무릎까지 차오르는 유속빠른 물은 사람을 쉽게 떠내려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노리아스를 등에 엎은 탓에, 무게가 늘어나 물살에 쓸려나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냇가를 건너자 그녀의 젖은 다리엔 찬바람이 불어왔다.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으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계속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갔다.

“어! 저기 사람이 있어요!”

히아신스는 먼 발치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놀라고 말았다.

“토후바 아저씨에요!”

눈밭에 쓰러져 있던 자는 토후바였던 것이었다. 그녀는 토후바를 돕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아저씨! 일어나세요! 아저씨!”

노리아스가 말했다.

“소용없소. 이미 그는 얼어죽었거든.”

노리아스의 말대로 토후바는 이미 얼어죽어있었다. 노리아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홀로 살아남으려고 달아났지만 오히려 죽었구려, 반면에 우리는 아가씨가 나를 업고 갔기에 살았소. 어찌 이런일이…….”

히아신스는 노리아스를 업고 가는 바람에 서로의 체온으로 살아남았던 것이었다. 히아신스는 응보신 카르타스의 경전을 외우며 토후바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어쨌건 아저씨 때문에 전 에투렐리아를 떠나올 수 있었어요.”

히아신스는 다시 노리아스를 업고 북상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고나자 그녀의 뱃속에서는 배고프다는 신호가 울려퍼졌다.

“히힛.”

그녀가 웃자 노리아스가 물었다.

“왜 웃으시오?”

“부끄러워서요.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잖아요?”

“그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오. 누구든지 배고프면 배에서 소리가 나오.”

그녀는 계속해서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고나니 그녀는 점점 몸이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제 몸에서 무슨 냄새 안나세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노리아스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니, 아무 냄새도 안나오.”

“악취가 날텐데…….”

“나의 은인의 몸에선 아무런 악취도 나질 않소.”

둘은 다시 북상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또 걸어가자 그녀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히아신스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제 몸 속에 오크의 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그녀는 갑자기 비밀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그녀는 탈진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우습죠? 후후. 제 아빠는 하프오크랍니다. 근데 엄마는 인간이라 전 쿼터오크래요…….”

히아신스는 눈 앞이 점점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도슬로가 가깝다지만 사방은 눈밭이었고, 그녀의 몸에도 카포아신스들에게 당한 상처가 있었던 것이었다. 히아신스는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노리아스에게 물었다.

“우리 아빠와 엄마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노리아스가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누구든 훌륭한 분임엔 틀림없소. 두 분의 지혜로 당신과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았으니 말이오.”

“헤헤. 죄송하지만 그건 힘들 것 같아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녀는 결국 다리의 힘이 풀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채는 것이 아닌가? 노리아스가 그녀를 붙잡은 것이었다.

그녀는 희미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 다리다치지 않았나요?”

하지만 노리아스는 우뚝 서 있었다. 그녀를 안은 채……. 그리고 히아신스는 자신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노리아스의 키가 점점 커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노리아스의 백발 수염은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그의 검은 피부 또한 밝은 색으로 바뀌었다. 다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대머리였으며, 얼굴엔 장난끼어린 미소가 생겨났다.

“어? 아저씨 마법사에요?”

이 거대한 사내는 히아신스를 안은 채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대답했다.

“아니, 나는 사일론(Sairon)이라고 해.”

히아신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일론? 노리아스(Norias)를 뒤집어서 말한 건가요?”

사일론은 웃었다. 그의 풍만한 볼살에 보조개가 잡혔다.

“하하하. 난 노움들의 신 사일론이야.”

“신? 내가 정말 죽었나요? 내가 신을 보다니…….”

사일론은 고개를 저었다.

“넌 죽지 않았어. 내가 널 따라온게 다행이야.”

히아신스는 여전히 몸에 힘이 빠지고 있는걸 느꼈다. 그녀는 간신히 힘을 짜내 그에게 물었다.

“왜…… 왜 저를 따라온거죠?”

“사실 난 에투렐리아의 왕이 노움들을 모으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지. 그 왕의 진의를 알고 싶었거든.”

히아신스는 노리아스를 처음 만난 곳이 에투렐리아의 항구 워터루트임을 기억해냈다. 노리아스의 말은 계속되었다.

“칼리그렌은 순수한 마음으로 노움들을 모으고 있었어. 그래서 난 나의 차원으로 돌아갈려다가 널 발견했어. 신기하더라고…… 너는 내가 잘 아는 영웅의 무기와 갑옷을 가지고 있었거든. 난 네가 과연 내가 원하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었어. 그래서 너와 이곳까지 온거야. 후훗. 그리고 이제 하는 말인데, 배의 선원들은 모두 사람들이 아니야. 내가 만든 허상들이었지.”

히아신스는 몸에 힘이 전부 빠져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노움의 신 사일론의 말은 계속되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네 행적을 보고 결정했다…… 너야말로 내가 찾던 영웅이라고.”

히아신스는 고개를 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노리아스는 히아신스를 내려놓고는 일어섰다. 그가 일어나자 그의 키가 무척이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형은 노움처럼 땅딸막했지만 사람보다는 확실히 큰 키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들었다.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아주아주 귀한 보물이지. 타인의 기억을 가지고 오는 알약……. 이걸 줄테니 나와 나의 민족을 구해줘. 나는 신들의 맹약에 따라 기가비어턴의 일에 깊이 관여할 수가 없거든.”

사일론은 검은색의 알약을 히아신스의 허리가방에 넣었다. 사일론은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사랑스러운 용사여…… 그대에게 늘 행운이 함께 하길…….”

그리고 히아신스는 마침내 눈을 감았다.


“아가씨!”

“아가씨!”

“눈을 뜨세요!”

“이런! 어떻합니까!?”

“음! 어쩔 수 없군! 이런 상황이라면 인공호흡을 하는 수 밖에!”

“제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모두 닥쳐엇! 이런 중대한 일은 대장인 이 분다르님이 해야 한다고!”

“치잇!”

“누가 방금 치잇이라고 했냐!?”

히아신스는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눈을 반쯤 감은 분다르가 입술을 내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저씨!”

히아신스의 왜침에 분다르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히익! 깨어나셨다!”

그는 얼굴에 주먹이 날아올 것을 각오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아저씨이!!”

히아신스는 분다르의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분다르 일행에게 구출된 것이었다.

히아신스는 갑자기 얼굴을 떼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눈이 다 어디갔지?”

그녀의 주변엔 온통 꽃밭이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그녀의 이름과 같은 히아신스의 꽃밭……. 분홍색 히아신스는 그녀의 머릿결처럼 풍성한 꽃잎을 만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분다르의 부하 하나가 피식 웃었다.

“하핫! 때는 봄인데 눈이라니요?”

히아신스는 멍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분다르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다행입니다요. 항해 중에 히아신스꽃이 만발한 이 언덕을 발견했습죠. 아가씨가 마침 떠올랐기에 이 곳에 올라왔는데 마침 아가씨가 누워있지 않겠습니까?”

히아신스는 분다르에게서 황급히 몸을 빼내고는 그에게 물었다.

“어? 아저씨는 체포되지 않았나요? 어떻게 나온거죠?”

분다르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북방식 투구 때문에 투구를 긁적이는 꼴이 될 뿐이었다.

“사실은 제이드만이란 놈이 감옥에 왔었습죠. 아가씨가 없어져서 칼리그렌이란 놈이 찾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요.”

히아신스는 칼리그렌이 자신을 찾았다는 말에 기뻐 어쩔 줄 몰라했다.

“정말요!? 정말요!? 그가 나를 찾았다고요?”

“네. 어쨌든 그때 우리는 아가씨께서 이미 에투렐리아를 떠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요. 그래서 탈출을 했죠. 물론 북방으로 향하던 배는 아가씨의 배 뿐이니 따라오기도 편했고요.”

순간 히아신스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소리치며 물었다.

“그, 그 여자! 그러니까 브라이튼 공주는 에투렐리아를 떠났나요?”

“아니요. 그 브라이튼 공주…… 벨리시아였나? 그 여자는 살모사 칼리그렌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아주 궁에 틀어박혀 계속 머물더라고요.”

분다르의 말에 히아신스는 표정이 다시 침울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눈을 빛내며 분다르에게 물었다.

“그런데…… 칼리그렌님이 분다르를 풀어준 거에요? 나를 찾아오라고?”

히아신스는 그래도 칼리그렌이 자기를 찾으러 분다르를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분다르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우리가 탈출했는데요?”

“엥? 어떻게 탈출했죠?”

그때 분다르의 부하 하나가 대신 대답했다.

“그야말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밤에 한 아기가 기저귀를 차고 오더니 열쇠로 감옥열쇠를 열지 않겠습니까?”

“아기가 감옥을 열었다고요?”

히아신스의 말에 선원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옥을 아기가 열어주었습니다. 아기가 열쇠를 열더니 우리보고 나가라고 손짓을 하더군요.”

분다르가 말했다.

“정말 신기한 일입죠. 아기가 우릴 구출한 것도 신기했는데, 더 신기했던건 아기가 갑자기 우리를 불러 세우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기저귀에서 금화 뭉치를 꺼내더니 우리에게 던지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멍하니 바라보자 ‘노잣돈이니 넣어둬’ 이러는게 아니겠습니까? 쬐끄만게…….”

“제이드만아저씨가 변장한게 아닐까요?”

히아신스의 질문에 분다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겁니다. 제이드만이라는 놈보다 확실히 작았거든요. 한 생후 90일쯤 되는 아기였습니다.”

히아신스는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 분다르는 웃으며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걸 보십시오.”

분다르는 명검 페어리스트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토후바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아가씨를 발견하기 전에 토후바 그 간사한 놈을 발견했지 뭡니까. 들판에 누워 죽어있었는데 그야말로 천벌을 받은 겁니다. 어쨌든 놈에게서 이 검을 슬쩍했죠. 하하하.”

그제야 히아신스는 토후바를 떠올렸다. 그때 분다르의 부하 하나가 뒤에서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지? 이 봄날에 얼어죽다니 말야…… 어떻게 그렇게 죽을 수 있냐구?”

그 말에 히아신스는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황급히 허리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노움들의 신 사일론이 넣어준 검은 알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럴수가…….”

분다르는 히아신스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도슬로로 돌아가시는거 맞죠?”

히아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다르는 웃으며 소리쳤다.

“이놈들아! 출항 준비해라! 도슬로가 코앞이라구!”

분다르의 해적선 팡셔틀호는 돛을 펼치고 항해를 시작했다. 선원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배를 몰았고, 팡셔틀호는 넓은 바다를 미끌어지듯이 헤쳐나갔다.

하지만…… 먼 발치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따라오고 있음을 그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육아로 글을 쓰는게 힘들어 이렇게 주말에 왕창 올립니다.

늘 늦게 글을 업뎃해서 죄송합니다.

다음편에 뵐께요^^; 너무 늦게 올려서 드릴 말씀도 없네요.


어쨌든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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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15 13.02.25 2,571 43 20쪽
54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14 13.02.21 2,593 39 20쪽
53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19 13.02.16 2,178 48 18쪽
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2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7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30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2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4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6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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