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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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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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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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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더 팔라딘(The Paladins)-62화: 신의 섭리

DUMMY

바르세일 성의 규모는 꽤 컸다. 그런데 그 성이 일개 교단에 의해서 점령될 줄이야. 한편, 메를 후작은 필론의 표정을 보고는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엘프 마법사인 후르시아가 메를 후작에게 말했다

“아이타로스의 사제들이 많았나 보군요.”

메를 후작은 멋쩍게 웃었다.

“하하…… 뭐, 많다기 보다는……. 그나저나 이 아가씨는 누구인지요? 엘프족입니까?”

메를 후작은 말꼬리를 돌렸다. 필론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하였다.

“엘프족이자 훌륭한 마법사, 그리고 우리의 좋은 친구입니다. 후르시아양이라고 하지요.”

“아…… 마법사셨군요. 그럼 어느 분께 마법을 사사받으신 것입니까? 제가 알기론 소울우드(Soul Wood)숲의 레스퍼(Rasfer)장로가 마법에 능하시다고 하던데…….”

후르시아가 대답했다.

“아니요. 틴사렐 장로님 아래서 마법을 공부했습니다.”

필론은 대화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을 느끼고는 끼어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아 합니다. 어떻게 바르세일 성이 아이타로스교단에게 함락된 것입니까?”

“아…… 그, 그건…….”

메를 후작이 대답을 회피하는 듯 하자, 트라벤 신부가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플라투스님의 평강이 후작님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트라벤이라고 합니다.”

트라벤은 손을 좌우로 그으며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 메를은 트라벤의 갑옷 겉에 얹혀진 백색 천을 보고는 그가 신부임을 깨달았다.

“아! 신부님이셨군요!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가돌프 국왕폐하께서 우리를 이곳에 파견하셨습니다.”

트라벤의 이 짧은 말에 메를 후작은 긴장하고 말았다. 가돌프국왕이 바르세일 성이 함락된 것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메를 후작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그, 그렇군요. 큰일났네요.”

트라벤은 메를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걱정 마십시오. 발자국을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 출발한 곳을 알 수가 있듯, 적이 어떠한 사악한 수단으로 성을 점령했는지 알면 그것을 되찾을 방법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트라벤은 ‘적이 어떠한 사악한 수단’이라는 말을 써서 메를이 성을 빼앗긴게 그의 잘못이 아니란 식으로 말을 하였다. 메를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가 사악한 수단을 썼다는 뜻이었다. 용케도 그의 화술은 적중하여서 그제야 메를은 성을 어떻게 빼앗겼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놈들의 유인책에 당했습니다.”

“유인책이요?”

필론이 되묻자 메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은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여 인신공양을 하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인신공양…… 사람을 산채로 잡아 제물로 바치는 짓입니다.”

필론은 이를 갈았다.

“약탈신이 하는 짓입니다.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어 따르게 하려는 것이죠.”

“맞습니다. 우리가 추격하여도 놈들은 귀신같이 사라지는 일을 반복하였습니다. 미치겠더군요. 그러다 며칠 후에 놈들이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제물을 보내면 약탈과 인신공양을 멈추겠다고요.”

“그 제물은 무엇입니까?”

메를 후작은 말하기 어려운 듯,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소매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간신히 대답하였다.

“필론 경…… 바로 당신입니다.”

필론은 뭔가를 깨달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복수…… 그들이 복수를 원하는 것이로군요.”

필론의 말에 메를이 물었다.

“복수라니요? 혹시 경께서 아이타로스의 교단에 잘못한 일이 있습니까?”

“잘못이라니요!?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오히려 잘못한 것은 그쪽입니다!”

필론이 갑작스레 격분하자 메를이 사과를 하였다.

“아…… 죄, 죄송합니다.”

“그린데일이라는 마을에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마을을 약탈하던 성직자 프렌시오를 해치웠는데, 그 때문에 교단이 제게 앙심을 품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에톤라크가 손바닥을 쳤다.

“알겠샴! 아이타로스 새끼들이 이곳에서 인신공양으로 관심을 끌고 필론을 요구한거샴!”

메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돌프국왕폐하께 필론경을 보내달라고 요구했었지요.”

“그럼 저를 저쪽에 제물로 바치려했다는 것입니까?”

“아, 아닙니다. 꼭 그런 뜻으로 한 것은 아니지요.”

필론은 갑작스럽게 이 왕국에 대한 환멸감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국왕 가돌프가 자신을 이곳에 보낸 이유가 이런 것이었다는데에 더욱 실망감이 생기고 말았다.

그때, 먼 곳에서 남자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이건 내거라고!”

“야! 힘내! 엉덩이를 걷어차!”

필론이 고개를 돌려보자 병사들이 서로 둘러서서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메를 후작은 미간을 지푸렸다.

“이 녀석들이 또 싸움질을 하나봅니다. 좀 나눠먹으면 될 것이지, 식량을 자기들끼리 먹겠다고 꼭 싸우더라고요.”

순간, 필론은 군대의 기강마저 이미 해이해져있음을 깨닫고있었다.

‘이 나라에 희망은 있는가?’

“제가 저 싸움을 말리겠습니다.”

갑자기 블랙이 병사들에게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블랙은 몰려있는 병사들을 헤치고, 원 중앙에서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걸어갔다.

“이제 싸움은 그만두시지?”

블랙의 말에 다른 병사들이 야유를 보냈다.

“뭐야? 저 검은갑옷?”

“사나이들의 결투를 방해하려는 건가?”

병사들은 사나이의 결투 운운했지만 사실은 싸움구경을 더 오래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우두둑!

블랙이 싸우던 병사의 팔을 뒤로 비틀어버리자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으아아아아아! 내 팔!!!”

블랙이 내려다보며 말했다.

“완전히 부러뜨리진 않았다. 며칠 쉬면서 마음을 추스르도록 해.”

“뭐야! 이 새끼!”

싸우던 병사 하나가 블랙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블랙은 그 주먹을 간단히 피하였다.

“나는 갑옷을 입었는데, 주먹을 휘둘러도 될까? 네 주먹만 상할텐데?”

병사는 블랙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블랙이 살짝 몸을 흔들자 병사는 공중으로 튕겨올라갔다.

“커허헉!”

땅으로 곤두박질 친 병사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블랙은 주변을 에워싼 병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더 싸울 사람 있나?”

병사들은 블랙의 기묘한 무술을 보더니 금새 겁에 질리고 말았다. 병사들이 흩어지자 블랙이 웃었다.

“흐흐흐. 메를 후작님…… 병사들의 싸움을 멈추었습니다.”

블랙은 여기서 자신의 무술솜씨를 발휘하여, 임관해보려는 속셈이었다. 메를 후작은 블랙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경…… 경의 솜씨가 대단하구려. 경은 뉘시오?”

“블랙 휠윈드라고 합니다. 제 무술을 사고 싶으시면 언제든 말씀을 하십시오.”

“말씀 감사하오. 차후에 기회가 되면 그대를 천거하겠소.”

블랙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편, 필론은 메를에게 질문을 던졌다.

“후작님…… 그런데 어떻게 하여 그들이 유인책으로 성을 빼앗은 겁니까?”

“사실…… 경이 오기 전에 우리는 정찰병을 보내 놈들의 동향을 파악했습니다. 마침 그들의 캠프를 발견하는데 성공하고 저는 병사들을 집결하여 놈들의 캠프를 덮쳤습니다.”

필론은 대강 상황을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캠프는 비어있었겠군요.”

메를은 손바닥을 쳤다.

“맞습니다! 어찌 그렇게 잘 아시죠? 그게 놈들의 유인책이었습니다. 하하! 제가 황급히 병사들을 수습해서 돌아오니 이미 성이 놈들의 손에 떨어졌더군요!”

필론은 메를 벌다 후작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그리고는 메를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이곳에 대기하여 성을 공격할 기회를 보는 것입니까?”

메를은 손사래를 쳤다.

“무슨 말씀을!? 성을 공격하는 것은 세 네배의 병력이 있어야 가능하며, 또한 성공한다 하더라도 병사들의 큰 희생이 있습니다! 병법의 기본도 모르시나요?”

“그럼…… 병사들을 이곳에 주둔시키신 이유는…….”

“네! 이렇게 하면 놈들이 언젠간 이곳으로 공격해 올 것입니다. 그때 성을 탈환하는 거죠. 하하하.”

“만약에 공격해오지 않으면요?”

“뭐, 그럼…… 어쨌건 놈들이 마을로 쳐들어가 인신공양을 안하게 되었으니 그것으로도 다행인 것 아닙니까? 하하하!”

필론은 눈살을 지푸렸다. 병사들이 왜 싸우는지도 알 것만 같았다. 성에 주둔을 못하니 먹을 것이 부족하고, 먹을 것이 부족하면 마을사람들에게 징발할 것이 뻔했다. 아이타로스의 사제들이 인신공양을 한다면, 메를 후작의 병사들은 음식공양을 받는 차이점이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하루속히 저 성을 빼앗고 사악한 교단을 처단해야 합니다.”

필론의 말에 메를이 물었다.

“어, 어떻게요?”

“작전 회의를 시작합시다.”


일행은 메를후작과 함께 후작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탁상 위에는 각종 지도가 있었으며, 필론은 후작에게 바르세일성의 지도를 요구했다. 메를이 지도를 건네주자 필론은 지도를 탁상 위에 펼쳤다.

“바르세일 성은 단순한 성이 아닙니다. 팬트리(Pantry) 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셀로나는 팬트리 나무에 대해서 아는 듯, 뭔가 말하려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메를이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맞습니다. 태초에 대지모신인 아반다나께서 인간들을 위해 만든 나무라고 하지요. 성 지하에 있습니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지만, 고대에는 겨울에도 봄에도 계속해서 여러과일이 열렸다고 하던데……. 지금 생각해보니 필론경은 아반다나를 모시고 있지요?”

“네. 그곳은 우리의 성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유적이 저 아이타로스의 사악한 종들에게 빼앗겨선 안될 것입니다.”

“어…… 사실은…….”

메를이 또 진땀을 흘리자 필론은 또 불안감을 느꼈다.

“혹시…… 그 나무가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어, 어떻게 아셨지요? 역시 필론경 대단하십니다. 아이타로스놈들은 바르세일 성을 빼앗자마자 그 나무를 잘라서 밖에다 버렸거든요.”

필론은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편, 메를은 멋쩍게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팬트리 나무라는게 앙상한 가지만 있었어요. 사실, 그 앙상한 나무가 고대에 수 많은 종류의 과실을 맺었다는건 믿기질 않습니다. 아마도 그냥 미신일…….”

“미신이 아닙니다!”

필론이 호통을 치자 천막 내의 사람들이 모두 긴장하였다.

“메를 후작…… 당신은 성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대지모신의 성소까지 더럽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입니까!?”

메를은 필론이 화를 내자 자신도 화를 냈다.

“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사실 필론경이 아이타로스의 그 프렌시오인가 뭔가하는 사제만 죽이지 않았더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 아니오!?”

필론은 메를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사악한 사제를 해치운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니, 필론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 그때 카노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건 뭡니까요?”

카노트의 손가락은 성의 지도 지하를 향해 있었다. 지하엔 공터가 표시되어 있었지만 그곳엔 빗금이 전체적으로 그어져 있었다. 카노트는 말을 이어갔다.

“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표시는 ‘장소는 있되, 그 구조는 모른다’는 의미로 알고 있는뎁쇼?”

메를은 카노트를 곁눈질로 살짝 보더니 대답하였다.

“지하갱도입니다. 성 아래에 밖으로 나가는 탈출구가 있어요.”

순간 필론의 눈이 빛났다.

“놈들은 이 탈출구를 알고 있습니까?”

메를은 필론에게 약간 감정이 남아있었는지, 그를 쳐다보지 않고 대답하였다.

“에헴. 놈들은 이 탈출구를 모를 것입니다. 사실 우리도 모르거든요. 그곳엔 탈출구만 있지 그 구조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아주 복잡한 미로로 되어있어서 들어간 사람들이 다시 나오진 못했거든요.”

그제서야 일행은 지하갱도의 표시에 전체적으로 빗금이 그어진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필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곳으로 침투해 들어가, 성문을 열고, 메를 후작님의 병사들을 맞이하면 성을 함락시킬수 있겠군요.”

하지만 메를은 필론의 의견에 반대하였다.

“안됩니다! 그런 어이없는 작전에 제 소중한 부하들을 희생시키다뇨!”

트라벤이 웃으며 메를에게 말을 하였다.

“허허. 메자히스탄의 영웅 훗산이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어려운 일을 성공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어려운 작전을 성공시키면 백성들도 후작님을 존경할 것이고, 왕궁에서의 입지도 올라갈 것입니다. 제 얼굴을 봐서라도 작전에 동참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대쪽같은 필론의 성격과는 달리, 트라벤은 융통성이 있었다. 트라벤의 말에 메를의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흠! 흠! 신부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작전에 참가해야 하겠군요. 그러면 성문을 열고 연막으로 신호를 보내시오. 그리하면 병사들을 이끌고 성을 공격하겠습니다.”


× × × × ×


다음날 새벽, 필론일행은 안개를 틈타 바르세일성 뒤편 탈출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탈출구에는 바위만 가득할 뿐, 입구라고는 보이질 않았다.

“여기 탈출구 맞샴? 왜 내 눈엔 구멍하나도 보이질 않으샴?”

“제가 한번 찾아볼게요.”

후르시아가 소매에서 조개를 꺼냈다. 그녀가 조개를 열자 조개 안에 가득한 연고가 보였다. 후르시아는 주문을 외우며 그 연고를 손에 찍어 눈꺼풀에 발랐다. 그녀가 허공을 향해 몇 번 손짓을 하자 그녀의 눈꺼풀에 발라진 연고가 빛나는 것이 아닌가? 진실의 시야(True Seeing)마법이었다.

“이곳에 입구가 있어요. 따라오세요.”

후르시아가 바위로 다가가자 맨티스가 말했다.

“거기! 벽이 있…….”

그런데 후르시아가 바위 속으로 그냥 통과되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바위 중 일부는 허상이었던 것이었다. 일행들은 모두 후르시아를 따라 바위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후르시아가 말했다.

“이 아래로 들어가면 바르세일 성으로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맨티스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앞장서지.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은 인간이니 이게 필요할 거에요.”

후르시아는 허리춤에서 말린 당근가루를 꺼내 맨티스에게 뿌렸다.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 맨티스는 어둠속에서 눈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적외선시야(Infravision) 마법이었다. 후르시아는 필론과 블랙, 셀로나에게도 이 마법을 사용하였으며, 적외선시야 마법에 걸린 사람들은 어둠속에서도 회색빛으로 물건을 분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지하 갱도 안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바닥엔 물이 차 있었으며, 그 물은 일행의 발목까지 찼다.

“꺄아아아!”

셀로나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필론이 다급히 그녀를 안심시켰다.

“물방울이에요. 놀라지 말아요.”

맨티스가 빈정거렸다.

“적들이 놀라서 우릴 먼저 공격하겠는걸? 아가씨…… 살고 싶으면 목소리 좀 낮추지 그래?”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물이 차 있는 기나긴 갱도를 지나가자 그제야 뭍이 드러났다. 벽돌로 촘촘히 쌓여진 구조물 안에는 기다란 통로가 있었다.

“함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맨티스의 말에 일행은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세 개의 돌문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 맨티스는 돌문을 관찰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잡이가 없군. 열쇠가 들어갈 구멍도 보이질 않아.”

후르시아가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길 보세요. 글자가 씌어져 있어요.”

하지만 그 글자는 고대어로 씌여져 있어서 다른 일행들이 읽을 수가 없었다. 오로지 마법사인 후르시아만이 그 글귀를 읽을 수가 있었다.

“대지의 축복을 바라는 자들이여, 529년 4월 3일은 어떤 날이었는가?”

후르시아의 손가락은 벽의 아래를 더듬었다.

“이 아래에 그림이 있어요. 해와 달과, 나무, 불등이 그려져 있네요.”

맨티스는 글귀 아래에 그려진 무늬를 조사하였다.

“이건 버튼인 것 같아. 이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여는 것일거야.”

에톤라크가 말했다.

“무늬가 7개샴. 아마도 요일을 말하는 것 같은데, 마침 529년은 작년이샴. 아…… 그날이 뭔 날이었냐면…… 음…… 목요일이샴!”

맨티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 나무무늬를 누르면 문이 열리겠군.”

맨티스는 나무가 그려진 벽돌을 눌렀다. 그러자 그 그림이 그려진 벽돌이 들어가는게 아닌가? 그와 동시에 맨 오른쪽의 돌벽이 올라갔다. 에톤라크가 쾌재를 불렀다.

“좋샴! 저리로 가면 될 것 같샴!”

에톤라크는 출구로 뛰어갔다. 그리고 재빨리 뒤로 공중제비를 넘어 뒤로 돌아왔다. 필론이 에톤라크에게 물었다.

“왜 돌아왔지요?”

에톤라크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함, 함정이 있샴!”

필론이 앞을 보자, 출구 바깥바닥에 가시들이 튀어나온 것이 보였다. 맨티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간단한 함정이군.”

맨티스는 허리에서 로프를 꺼내 훈제고기를 묶었다. 그리고 그것을 출구 바깥으로 던지자

-칭!

하며 가시가 튕겨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맨티스가 로프를 잡아당기자 훈제고기는 바닥을 이리저리 쓸며 가시함정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칭! 칭!하는 소리와 함께 통로 이곳저곳에서 가시들이 튀어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고기를 완전히 끌어당기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가시만 피해서 지나가면 돼.”

일행은 맨티스의 안내대로 가시가 돋아난 길을 피해 통로를 지나갔다.

“뭐, 뭐샴? 또 문제샴?”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아까처럼 또 돌문 세 개와 고대어의 질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요일을 물어보는 문제였다. 그들은 화요일 벽돌을 눌렀으며 그들이 향한 출구에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후르시아는 허리춤에서 약병을 꺼냈다. 조그마한 약병에는 수은이 들어있었다.

“제가 화염저항의 마법(Resist Fire)을 여러분께 걸겠어요. 겁 먹지 마시고 불길을 그냥 지나치시면 됩니다.”

마법을 건 후르시아가 가장 먼저 불길로 향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않고 불길을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통로 건너편으로 건너간 그녀가 소리쳤다.

“여러분들도 건너오세요! 안전해요!”

에톤라크와 맨티스가 그 다음으로 건넜다. 카노트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후에야 불길을 건널 수 있었다. 문제는 셀로나였다.

“전…… 전 갈수 없어요!”

셀로나는 어린시절 큰 화상을 입었기에 불을 극도로 무서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트라벤과 필론이 그녀를 설득했으나 그녀는 완강히 거부하였다.

-퍽!

셀로나는 쓰러졌고, 그 뒤에는 블랙이 서 있었다.

“이러면 데려갈 수 있을거야.”

블랙은 셀로나를 들쳐업고 불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일행이 불길을 넘어가자 그들 앞에는 또 아까와 같은 곳이 나타났다. 돌문 세 개와 요일을 물어보는 문제…… 그들은 문제를 맞추려고 했으나 큰 난관에 봉착했다.

“대지의 축복을 바라는 자들이여, 411년 2월 12일은 어떤 날이었는가?”

에톤라크는 혀를 찼다.

“말도 안돼샴! 저걸 어떻게 계산하샴! 지금보다 무려 100년도 더 앞이샴!”

그나마 후르시아가 요일을 계산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후르시아는 바닥에 계산식을 풀어 이 때가 금요일임을 알아챘다. 문이 열리자, 이번에는 온갖 톱날이 날아다니는 통로가 드러났다. 맨티스는 그녀의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지나다니는 톱날을 피해 반대쪽으로 지나갔다. 문제는 다른 이들이었다. 에톤라크 또한 간신히 톱날을 피해 지나갔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림도 없었다. 그때 트라벤이 플라투스의 축복을 빌어 모든 이들의 눈을 빠르게 하는 권능을 사용하였다. 그 빨라진 눈으로 일행은 톱날을 피해 통로를 지나갈 수 있었다. 다만 블랙은 셀로나를 업고 있었으므로 지나가는 톱날에 다리를 베이게 되었다.

“스승님!”

“쳇! 상관없다!”

트라벤은 신에게 기원을 하여 블랙의 상처를 치료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또 돌문이 있는 방에 도착했으며, 그곳에도 날짜를 계산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도 화요일 벽돌을 눌렀는데 그들 앞에는 불길이 또 치솟고 있었다. 불길을 보며 후르시아는 근심어린 목소리를 냈다.

“큰일이군요. 이런 식으로 가다간 마법의 시약이 전부 떨어질 거에요.”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화염저항의 마법을 또 사용하여 불길을 지나갔다. 그리고 나타난 또 다른 돌문…….

“대지의 축복을 바라는 자들이여, 529년 4월 3일은 어떤 날이었는가?”

후르시아는 말하면서도 놀라고 말았다. 에톤라크가 물었다.

“왜 놀라샴?”

“아…… 맨 처음에 들어온 곳과 같은 문제에요…… 설마, 우리 지금까지 계속 빙빙 돌고 있는게 아닌가요? 저길 보세요. 우리가 맨 처음 걸어온 통로에요.”

후르시아의 말대로, 통로 한켠에는 일행이 처음 들어온 물이 차 있는 길이 있었다.

맨티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온 곳이 전부 틀린 길이었을까? 함정들이 있는 걸로 보아선 잘못된 길로 왔던 것 같아.”

그때 셀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하죠. 이제까지 엉뚱한 벽돌만 눌러왔잖아요?”

“셀로나!”

필론은 셀로나가 어느덧 깨어났음을 깨달았다. 블랙이 셀로나에게 물었다.

“우리가 지금껏 엉뚱한 벽돌만 눌러왔는지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셀로나는 블랙이 자신을 때린 것을 알아챘는지, 그를 바라보지 않고 대답했다.

“대지의 축복을 바라는 자들은 농부를 말해요. 농부들이 쓰는 달력으로 계산했어야죠.”

카노트가 뭔가를 깨닫고는 셀로나에게 물었다.

“농부달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요? 그 절기별로 날씨를 알 수 있다는…….”

셀로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노트는 애석하다는 듯 발을 굴렀다.

“아아…… 큰일입니다요! 농부달력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그저 오늘이 농부달력으론 월요일인 것뿐이 모르겠네요.”

셀로나가 대답했다.

“그럼 됐어요. 529년 4월 3일은 일요일이니까.”

일행은 할말을 잃었다. 셀로나는 필론에게 말하였다.

“일요일을 눌러요. 걱정마세요. 난 죽기 싫으니까요.”

필론이 일요일 벽돌을 누르자 맨 왼쪽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맨티스의 탄성이 들려왔다.

“우와! 진짜인데? 여긴 함정이 전혀 없어!”

일행은 함정이 없는 통로를 지나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돌문이 네 개가 있었다.

“대지의 축복을 바라는 자들이여, 111년 2월 9일은 어떤 날이었는가?”

후르시아의 말에 블랙이 고개를 저었다.

“골치 아프군. 지금으로부터 400년도 전 요일을 계산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월요일이에요.”

셀로나는 그것을 금방 계산해내는 것이 아닌가? 셀로나는 자폐증세를 앓고 있었으나, 엄청난 기억력과 계산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월요일 벽돌을 누르니 또 함정이 없는 길이 나타났다.

“야호! 셀로나양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요!”

카노트는 환호를 하며 통로를 지나갔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블랙의 뒤에서, 트라벤신부는 웃으며 지나쳤다.

“이것이 신의 섭리입니다.”


그들은 셀로나의 계산실력으로, 모든 길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위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계단 위쪽에는 문 하나만이 있었다.

후르시아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바르세일 성 바로 아래로 도착한 것 같아요.”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저저번주부터 치아가 너무 아파서 충치에 걸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랑니 때문에 그런 것이더군요. 그래서 12월 31일에 사랑니를 뽑았는데... 너무 아파서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오늘에야 글을 올리는군요.

 

오늘 편에서는 필론과 메를의 대화가 나오는데요, 필론은 매력수치가 높아서 상대의 동의를 잘 이끌어내지만 성향이 질서 선입니다.(본래는 혼돈-선이지만 팔라딘이 된 후 질서-선으로 바뀜) 그래서 좀 대쪽같은 성향이 있는데 트라벤 신부는 중립-선이기에 대화에 융통성이 있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트라벤의 말이 메를에게 잘 먹혀들어간 것으로 썼습니다.


아!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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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더 팔라딘(The Paladins)-72화: 바다의 사냥꾼 +5 14.03.02 1,461 27 20쪽
72 더 팔라딘(The Paladins)-71화: 브라이튼(Breiten)의 공주 +5 14.02.12 1,180 26 23쪽
71 더 팔라딘(The Paladins)-70화: 또 뒷통수 +8 14.02.05 1,202 32 22쪽
70 더 팔라딘(The Paladins)-69화: 악마의 영혼 +5 14.01.29 1,437 29 18쪽
69 더 팔라딘(The Paladins)-68화: 다크엘프 대 글라디미르 +5 14.01.19 2,393 29 22쪽
68 더 팔라딘(The Paladins)-67화: 암살자들 +8 14.01.16 2,301 27 22쪽
67 더 팔라딘(The Paladins)-66화: 쌓아온 것이 무너지다 +7 14.01.10 1,110 34 21쪽
66 더 팔라딘(The Paladins)-65화: 식량 +12 14.01.08 1,983 35 21쪽
65 더 팔라딘(The Paladins)-64화: 신의 대결 +16 14.01.06 1,794 37 17쪽
64 더 팔라딘(The Paladins)-63화: 의식이 완성되다 +4 14.01.03 1,396 29 19쪽
» 더 팔라딘(The Paladins)-62화: 신의 섭리 +8 14.01.02 2,141 31 23쪽
62 더 팔라딘(The Paladins)-61화: 매를 버는 남자 +12 13.12.29 1,630 36 14쪽
61 더 팔라딘(The Paladins)-60화: 뒷통수 +16 13.12.28 1,794 39 20쪽
60 더 팔라딘(The Paladins)-59화: 인신공양(人身供養) +18 13.08.07 2,901 52 27쪽
59 더 팔라딘(The Paladins)-58화: 괴물들이 모이다 +7 13.08.05 2,614 45 15쪽
58 더 팔라딘(The Paladins)-57화: 론 런너(Lone Runner)의 정체 +10 13.08.02 3,270 46 13쪽
57 더 팔라딘(The Paladins)-56화: 레드아이(Red Eye) +22 13.08.01 4,359 63 21쪽
56 더 팔라딘(The Paladins)-55화: 부활 +33 13.03.02 3,192 51 19쪽
55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15 13.02.25 2,569 43 20쪽
54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14 13.02.21 2,592 39 20쪽
53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19 13.02.16 2,176 48 18쪽
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1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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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0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3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5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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