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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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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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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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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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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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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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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DUMMY

“세상에…….”

필론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카노트는 필론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요?”

필론은 두루마리를 말더니 아직 남아있는 건물의 불길에 두루마리를 던져넣었다. 두루마리는 불길에 검게 타오르며 사그라들어갔다.

“시간이 없군요. 우린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필론은 카노트의 말에 대답치 아니하고 성큼성큼 걸어가기만 할 뿐이었다. 카노트는 황급히 그를 따라가면서도 계속 필론에게 이유를 물었다.

“두루마리 안에 글귀가 있었는지요? 무슨 내용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두컴컴한 도시 어귀에 거대한 백마 투스텝이 메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필론은 카노트를 투스텝 위에 올리며 대답했다.

“가면서 말씀드릴게요. 재앙이 다가오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필론은 카노트를 앞에 태우고 자신의 성인 써드윈 성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카노트는 투스텝의 어마어마한 속도에 연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언제나…… 이 녀석의 속도는 으아아아~ 절 놀라게 합니다아아아!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서두르시나요?”

“아주 큰일입니다. 노움들이 모두 죽게 될 거에요.”

카노트의 눈이 커졌다.

“그, 그게 무슨…….”

필론은 투스텝을 계속 몰며 대답하였다.

“신들은 청원자(請願者:petitioner)들의 의지로 그 힘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기가비어턴은 그 신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일순 무모해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거에요.”

카노트는 여전히 필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으리. 저는 평생을 공구나 만지고 살아와서 그런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요.”

필론은 대답을 해야할지 잠시 고민하는 듯 하였으나, 이내 입을 열고 말았다.

“노움들의 신 샤이론(Shairon)은 청원자들의 의지로 존재합니다. 물론 그 청원자들은 대다수가 노움이겠지요. 만약, 그 청원자들이 다 사라진다면 샤이론은 어떻게 될까요?”

그제서야 카노트는 기가비어턴의 계획을 알 수가 있었다. 세상의 노움들을 모두 죽임으로서 샤이론을 약화시키고, 종국엔 샤이론을 살해함으로써 신위(神位)를 획득하려는 것이었다.

“그…… 그런데, 왜 하필 노움일까요? 엘프들의 신인 콘데모니엄(Condemonium)도 있고, 인간들의 신…… 아 죄송합니다. 드워프들의 신 모루달(Morudarl)도 있잖아요?”

카노트는 인간과 땅을 관장하는 신인 대지모신 아반다나의 이름을 대려다가 말았던 것이다. 필론은 인간이었을뿐더러 아반다나의 성기사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노움들의 숫자가 가장 작고, 또한 노움들이 작은 마을로 나누어져 살아가는 것을 노린 것 같습니다.”

카노트는 필론의 말에 부인을 할 수 없었다. 노움들은 씨족형태로 흩어져 살고 있었으며, 그 숫자 또한 다른 인종들보다도 적었다. 무엇보다도, 노움들은 서방세계에만 밀집해서 살고 있었다. 기가비어턴이 가장 노리기 쉬운 표적임에 확실했던 것이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하죠? 우리 동족들이 다 죽겠네요!”

“하지만 로메리온님께선 제게 그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우리는 서둘러야 합니다!”

어느덧 새벽의 동이 트고 있었다. 황금색의 햇빛은 필론의 황금색 갑옷을 비취기 시작했다.


× × × × ×


히아신스는 눈살을 간질이는 햇볕에 눈을 지푸렸다. 잠시 후,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 아악!”

그녀는 찌를 듯한 고통으로 인해 다시 뒤로 누웠다. 순간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셨나요? 놀랍군요! 이렇게 빨리 회복될 줄이야!”

히아신스는 침대 곁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곱슬거리는 반백의 수염이 얼굴을 가득 메운 노인이었다.

“여, 여기가 어디죠? 지금 제가 살아있는게 맞나요!?”

히아신스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침대에 눕혀져 있었으며, 창가에는 따사로운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후후. 살아계신게 맞습니다. 하피(Harpy)들에게서 살아남으신게 정말이지 기적입죠.”

히아신스는 자신의 가슴께를 바라보았다. 가슴께에는 붕대가 여러겹 감겨있었다. 히아신스는 스피어마운틴(Spear Mountain)에서 맞닥뜨린 여자모양의 날아다니는 괴물들을 떠올렸다.

‘괜히 에톤라크씨가 지름길로 가자고하는 바람에…….’

히아신스일행은 골드드래곤 로메리온을 만나기 위하여 에톤라크가 제안한 지름길로 향했던 것이었다. 그곳이 바로 스피어마운틴 이었다.

“하피의 발톱에는 독성이 있습죠. 그걸 해독하느라 옷을 좀 풀어헤쳤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노인의 말을 듣고, 히아신스는 스피어마운틴에서 하피들에게 공격당했을 때를 떠올렸다. 스피어마운틴의 길은 너무도 좁았기에, 일행들은 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로 조금씩 절벽을 지나야 했다. 그런데, 그걸 어찌 알았는지 독수리의 날개를 단 여자들이 공격해왔다. 이 괴물들이 바로 하피였다.

수염이 가득한 노인은 탁자에 놓인 질그릇에 뜨거운 물을 붓고는 노오란 가루를 넣었다. 부들거리는 노인의 손은 천천히 막자를 저었고, 이내 시큼한 향내가 사방에 퍼져나갔다.

“제가 만든 특제 약입니다. 통증을 완화시켜줄 것이니 좀 마셔보시지요.”

노인은 그녀가 몸을 세울 수 있도록, 베개를 등 뒤에 받쳐주었다. 히아신스는 약물을 마시려다가 다소 뜨거웠는지 움찔하였다.

“아이구! 급히 드시지 마시고 천천히 드세요.”

“제…… 제 동료들은 어디에 있죠? 블랙씨는요?”

노인은 그녀의 갑작스런 질문에 다소 얼떨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료들이요? 애석하게도 동료 분들의 모습은 보질 못했습니다. 전 그저 청년들이 아가씨만 업고 온 것을 보았을 뿐입죠. 청년들 말로는 아가씨가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고 하더군요.”

히아신스는 또 다시 하피들에게 습격을 받던 일을 기억해냈다. 좁은 공간 탓에 그녀는 하피들에게 적절히 대항할 수가 없었고, 하피들의 공격에 의해 가슴이 할퀴어지고 낭떠러지로 떨어졌던 것이었다.

추락하던 기억은 그녀를 다시금 몸서리 치게 만들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을 떨어지며 그녀는 정신을 잃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뭇가지에 걸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을 줄이야.

“제 소견으론, 아가씨께서 이곳저곳 나뭇가지들에 걸려 떨어지면서 용케 마지막 나무에 걸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히아신스는 자신의 팔 다리에 감겨있는 무수한 붕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팔다리의 상처는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았는데, 아마도 작은 찰과상들인 듯 싶었다.

“아! 내 블루머스크!”

히아신스는 자신의 향수를 가장 먼저 찾았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의 한 구석을 가리켰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집의 한 구석에는 히아신스의 배낭과 마법만도 윈드티쓰가 세워져 있었다.

“블루머스크가 뭔진 모르겠으나, 아마도 저 배낭 안에 있을 겁니다. 아가씨 물건엔 조금도 손대지 않았거든요.”

히아신스는 이 노인이 자신의 짐도 가져가지 않았을뿐더러, 치료까지 해준 것을 보고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제 소개도 못했군요. 전 히아신스 라이트웨건이라고 합니다.”

“아…… 히아신스라…… 좋은 이름이로군요. 전 더프만(Duffmann)이라고 합니다. 이 마을의 마법사죠.”

이 늙은 마법사의 이름은 더프만이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더프만이 문을 향하여 말했다.

“뉘시오?”

“아가씨는 다 나았는가 해서요…….”

더프만은 히아신스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를 구해오신 용사들이 오셨군요, 건강한 모습을 좀 보여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더프만은 구부정한 몸을 끌고 문을 열었다.

“어서들오게나. 자네들이 구출해오신 공주님은 건강하시네.”

더프만은 농담으로 한 말이었으나, 히아신스는 ‘공주’란 말을 듣고는 흠칫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실제로도 버려진 땅의 공주이기 때문이었다.

“어? 괜찮으세요?”

“몸은 어떠세요? 걱정했어요!”

“예, 예쁘다…….”

“야! 좀 비켜봐!”

문밖으로는 수 많은 마을청년들이 방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복장은 시골농부들의 것이었으나, 복장은 깔끔했으며 청년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순박해 보였다. 히아신스는 손을 흔들려 했으나 통증 때문에 손을 거두어야만 했다. 그녀가 배시시 웃자 청년들은 문안으로 들어올려다가 문에 끼고 난리가 났다. 더프만은 고개를 저으며 청년들에게 말하였다.

“아가씨는 회복중이시지. 이 늙은이가 보기에도 너무도 빨리 회복중이라 이상하기도 하지만 말일세……. 어쨌든, 아가씨가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가보게.”

청년들은 더프만의 말에 아쉬운 기색을 냈다. 그때, 한 청년이 더프만에게 말하였다.

“알겠어요. 이젠 돌아갈게요. 그런데…… 마법사님께서는 가만히 계실 건가요?”

더프만은 빽빽한 반백의 눈썹을 들어올리며 되물었다.

“가만히 있다니? 지금 바쁜게 안 보이나? 아니면 내가 너무 느려서 가만히 있는 것으로 보이는건가?”

더프만의 말에 청년들이 웃기 시작했다. 다른 청년이 더프만에게 말하였다.

“장로님의 병세가 점점 심해지고 계시잖아요? 마법사님께서 도우신다면…….”

더프만은 다소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들, 지금 무슨 생각으로 말하는건가? 설마 장로님을 위해 남쪽동굴로 가겠다는건가?”

“네. 가야해요. 장로님의 병세는 날로 심해지고…… 이대로 가다간 돌아가버리실지도 모른다구요.”

더프만은 고개를 저었다.

“안돼네. 장로님께서 하신 말씀 잊었는가?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을 함부로 죽게 해선 안된다고 말일세…….”

“그러니까 마법사님이 필요하죠. 마법사님의 마법이라면…….”

“이것보게. 내 마법은 치료 전문이지 괴물을 무찌를 수 있는 기술은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로님께서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남쪽 동굴로 가지 못하게 하셨다구. 그러니 가지 말게 알겠나?”

청년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인가? 만약에, 자네들이 그 동굴로 간다면 내 장로님께 그날로 알려드릴테니 그리 알게.”

청년들은 그제서야 풀이 죽은 모습을 하며 몸을 돌렸다. 그래도 개중 몇몇은 히아신스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고는 헤벌죽 웃고 있었다. 더프만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문을 닫았다.

“하여튼 젊음이란 두려움을 모르게 해주는 마약이야. 그 마약에 취한 젊은이들이 긴 인생을 통해 배우는 것은 결국엔 겸손이겠지. 겸손이란 것을 느끼기도 전에 죽는 자도 많겠지만…….”

히아신스는 궁금함을 느끼고는 더프만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죠? 남쪽 동굴에 왜 가려는 거죠?”

“아…… 이 마을 남쪽에 동굴이 하나 있지요. 그 안에 화이트 오렌지(White Orange)라는 열매가 맺힙니다.”

히아신스는 화이트 오렌지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기쁘게 말했다.

“화이트 오렌지! 그거 알아요! 신맛이 크고…… 음 뭐라더라? 약으로 쓰는거죠? 그거 먹는거 봤어요!”

더프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오렌지와 비슷해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종입니다. 게다가 약으로 쓰이죠. 심장의 피를 더 잘 돌게 해주고 백내장에도 효과가 있는 열매입니다. 그런데 아까 아가씨께서 들으셨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마을의 장로님께서 위독한 상태죠. 그래서 청년들이 장로님을 구하고자 그 화이트 오렌지를 가지고 오려는 겁니다.”

히아신스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동굴 천장에 달려있는 걸 그냥 캐내오면 되는거 아니에요?”

더프만은 쓸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남쪽 동굴에 괴물이 출몰하기 시작했거든요.”

“괴물이요?”

“그렇습니다. 보름 전이었나…… 동굴에 열리는 화이트 오렌지가 다 없어져 버렸지요.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열매를 캐러 간 청년들이 사라지고, 그들의 뼈만 동굴 밖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동굴 안에는 거대한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동굴 근처로 다가간 사람은 사라졌습니다.”

“그럼 그거 큰일이네요? 경비대를 불러 괴물을 처치해야하는거 아니에요?”

더프만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곤란할 지경입니다. 아가씨도 이곳에 우연찮게 오시게 되었지만, 이곳의 교통은 매우 불편합니다. 남쪽 동굴 아래에서 땟목을 타고 뱃길을 이용해야 협곡을 벗어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뱃길 근처의 동굴이 저 모양이니 마을 바깥으로 나갈 상황이 안되죠. 만약 이곳이 교통이라도 편리했다면 당장 화이트 오렌지를 사와서 장로님을 치료했을거에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치료마법은 자신있거든요.”

그제야 히아신스는 납득이 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 청년들은 장로님의 목숨을 구하려고 동굴로 가려는 거란 말인가요?”

더프만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못갑니다. 못가요. 거기 가면 죽을 것이 뻔하고, 또 장로님께서 이 마을주민들은 그곳으로 못가게 하셨어요.”

“하지만 화이트 오렌지가 없으면 장로님이 죽는다면서요?”

더프만은 히아신스가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게 하자 짜증이 났는지 한숨을 길게 쉬었다.

“하아~. 아가씨는 이곳 마을 사람이 아니니 그냥 신경쓰지 않으시는게 좋겠습니다. 일단 몸부터 추스르시고 회복하는게 급선무에요.”

“잠깐만요.”

히아신스가 더프만의 말을 막는 순간, 이 늙은 마법사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할 말을 예상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히아신스의 말은 더프만의 예상과 같았다.

“전 이곳 마을 사람이 아니니까 동굴로 들어가도 되겠네요?”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위험하다고요. 동굴의 괴물은 하피보다도 강합니다.”

“아 그때는 제가 절벽에 몸을 붙이고 있던 상황이라 반격할 수가…….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통증이 그녀를 괴롭혀왔으나, 그녀는 그것을 무시하고는 배낭으로 성큼성큼 다가가갔다. 더프만은 황급히 그녀를 만류하였다.

“안됩니다! 안된다고요!”

히아신스는 배낭 속에서 블루머스크 향수를 꺼냈다.

“뭐가 안돼요? 제가 제 향수를 바르겠다는데.”

그녀는 블루머스크의 뚜껑을 열어 몸에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강렬하면서도 상쾌한 향기가 방안을 가득채웠다. 더프만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휴우~ 이 늙은이는 놀랬습니다. 전 아가씨가 배낭을 메고…… 어! 어디가십니까!?”

히아신스는 배낭과 윈드티쓰를 들쳐멘 채 통나무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청년들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남쪽 동굴은 어디에 있나요!?”


× × × × ×


히아신스가 남쪽 동굴에 도착할 때는 점심시간이 다소 지나서였다. 그녀는 배낭속에서 치즈덩어리를 꺼내 그것을 베어물고는 수풀을 헤쳤다. 수풀이 젖혀지며 그녀의 눈에 어두컴컴한 동굴이 드러났다. 그리고 동굴 앞에는 파리들이 어지러히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파리들 아래에는 갈비뼈가 훤히 드러난 살덩이가 놓여져 있었다. 이미 바짝 메말라버린 살가죽은 어렴풋이나마 이것이 인간의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이 끔찍한 시체를 보고선 놀랐을 것이 뻔하였다. 하지만 북방 야만인의 피가 흐르고 있던 그녀는 시체를 오히려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었다.

‘시체의 상태를 보니 나흘은 지난 것 같아.’

시체는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으나, 가죽갑옷 또한 몸처럼 찢겨져 있었다. 찢겨진 가죽갑옷에는 짐승의 손톱자국이 나 있었는데, 깊게 패인 이 자국은 동굴 속의 괴물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시체 옆에는 그가 생전에 사용했을 것 같은 칼과 방패등이 놓여있었다. 칼은 이미 부러져 있었으며, 방패는 한귀퉁이가 떨어져 있었다. 히아신스는 다소 쓸만해보이는 방패를 집어들고는 동굴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르르르르…….”

짐승이 숨을 쉬는 듯한 소리가 너무도 크게 뻗어나왔다. 이 거대한 울음소리는 그것에 비례하여 짐승의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려주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검치호(劍齒虎: Sabre Tiger)도 아니고…….’

그녀는 자신의 고향인 북방 버려진 땅에 사는 맹수 검치호를 떠올렸다. 호랑이보다도 훨씬 큰 검치호는 거대한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동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검치호보다도 더 거대했다. 동굴 속의 짐승은 편안히 숨을 쉬는 것 같았으나, 그 소리가 너무도 컸다. 그녀는 마법만도 윈드티쓰를 꺼내들고는 동굴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요새 너무 바쁘네요. 밤마다 회식에 업무에……. 그래서 오늘에야 간신히 올립니다. 아무리 글을 못쓰는 날도 하루에 1시간씩은 글을 씁니다. 그래서 조금씩 써온 글을 오늘에야 올리는군요.

설날 때 많이 써놓고 올려야 할 것 같네요.^^;


청원자를 통해 신이 힘을 얻는다는 설정은 D&D게임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즉, 신도가 많을수록 신이 강해지는 거죠. 그래서 클레릭들은 포교활동을 하기 위해 갑옷과 무기, 그리고 성표를 들고 사방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거꾸로 생각하자면, 청원자들이 모두 사라질 경우 신은 없어집니다. 이런 것을 죽은 신이라고 합니다.


기가비어턴이 노리는 것은 노움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이고 노움들의 신 샤이론을 해치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신위는 그의 것이 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평범한 동굴탐사 레이드일 것 같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번 에피소드가 상당히 흥미롭다고 느껴집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것 같네요.


이번 에피소드는 히아신스의 에피소드입니다. 제 자신이 여주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여주물의 에피소드겠네요. 여러분들은 여주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히아신스는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캐릭입니다. 순수하고 다소 어리석지만 정의에 불타고, 또한 싱그러운... 그런 이미지를 내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내일은 또 폭설이 온다고 합니다. 출근길 등굣길 주의하시고요,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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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3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5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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