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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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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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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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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더 팔라딘(The Paladins)-70화: 또 뒷통수

DUMMY

제로무스는 나무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는 다크엘프들의 도시 앱스큘란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큰일이군! 하비아가 아직 앱스큘란에 있어!’

그의 연인인 하비아의 시체는 아직 앱스큘란에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 석화해버린 그녀의 시체는 얼핏 보면 석상으로 보였다.

‘그 멍청한 오크녀석들이 부수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제로무스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련한 오크들이 석상을 부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홀로 앱스큘란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일단 기회를 보자!’

그는 하비아를 꺼내기 위한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한편, 글라디미르는 앱스테리움의 왕좌에 앉아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왕 레지나가 앉았던 자리였다. 그는 다크엘프의 왕좌에 앉아 상념에 잠겨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고다르크의 말에 글라디미르는 고개를 돌렸다. 왕좌 옆에는 고다르크가 서 있었다. 고다르크가 말을 이었다.

“그때에도 글라디미르님께서 이렇게 왕좌에 앉아서 다크엘프놈들을 처형했었죠. 마음에 안드는 녀석은 네조각, 더 마음에 안드는 놈은 여덟조각. 크크큭.”

고다르크는 오크 특유의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글라디미르는 앞을 바라보았다. 오크들은 정신없이 약탈품들을 옮기고 있었다. 예전 글라디미르가 다크엘프의 도시를 습격했을 때에는 다크엘프 포로들이 끌려와서 글라디미르 앞에서 처형당했었다. 잠시 상념에 잠겨있던 글라디미르는 고다르크에게 물었다.

“전후 상황은 어떤가?”

“다크엘프들은 강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승리했지만 병력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과연 다크엘프들은 강적임에 분명하였다. 사실 글라디미르의 진영이 승리한 것 또한 압도적인 병력차 때문이었지, 비슷한 숫자로 싸움을 걸었다면 글라디미르쪽이 전멸했을 것이 뻔했다.

사실 다크엘프여왕 레지나는 글라디미르를 주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서쪽의 또 다른 다크엘프인 에멘테즈가문에게 눈독을 들이는 바람에 패배한 것이었다.

때문에 글라디미르는 하루속히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앱스큘란이 멸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에멘테즈가 이곳을 공격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글라디미르는 분주히 움직이는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기뻐하며 약탈물을 옮기고 있었다.

“병력의 절반을 잃었는데도 오크들은 기뻐하는군.”

고다르크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나눠가질 놈들이 줄어들었으니 몫이 늘어났으니까요.”

그야말로 미개한 종족이었다. 글라디미르는 동료들이 죽었는데도 기뻐하는 오크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잠깐.”

글라디미르의 말에 고다르크가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저 석상은 무엇인가?”

글라디미르의 말에, 석상을 옮기던 오크들이 대답했다.

“쓸모없는 석상 있습니다. 버릴겁니다.”

오크들의 눈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화와 음식, 보석들이 중요했지 돌로 만들어진 석상따윈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 석상을 가져오라.”

오크들이 석상을 들고오자 글라디미르는 갑자기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뇌리에, 옛 추억이 떠올랐던 것이었다.

“나일린…….”

들려오는 석상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것이 바로 제로무스가 중요시 여기는 하비아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글라디미르는 하비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옛 연인인 나일린을 떠올렸다. 나일린과 글라디미르가 처음 만난 그 때와 지금이 너무도 비슷했던 것이었다.

13년전, 오크들에게 붙들려온 다크엘프여인…… 그것이 글라디미르와 나일린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이었다.

석상을 들고온 오크들은 어리둥절해 있었지만, 고다르크는 글라디미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살갗색이 비슷하군요.”

검은 다크엘프의 살결과, 석화된 석상의 색은 비슷했다. 글라디미르는 입을 열었다.

“신비로운 조각상이군. 얼굴에 애절함이 너무도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니…….”

글라디미르는 눈물을 흘리는 하비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마치 살아있는 사람같아…….”

글라디미르는 오크들에게 명했다.

“이 석상을 부수지마라. 내가 가져가겠다.”


× × × × ×


분다르의 배 팡셔틀호는 바다를 유유히 가르고 있었다. 한편, 토후바는 욕지거리를 하며 갑판에 주저앉아있었다.

“빌어먹을…… 대체 언제까지 항해를 하는거야? 난 멀미가 심하다고.”

토후바는 배에 익숙치 않았다. 오랜 항해는 그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또한 심한 배멀미는 그를 더욱 괴롭게 하였다.

분다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기사나리. 엄살이 심하시구려. 조금만 참으시오. 이제 곧 도착하니까.”

“이봐. 대체 어디까지 남하하는거야? 이러다간 에투렐리아까지 가겠다고!”

“허허. 맞수다. 에투렐리아가 바로 요 앞이요.”

망루에 올라간 분다르의 부하가 소리쳤다.

“두목님! 워터루트가 보입니다!”

워터루트란 말에 해적들은 해적깃발을 거두었고, 토후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터루트는 에투렐리아의 부유한 상업도시였으며 그 위세는 토후바 또한 알고 있었다.

“야호! 이제 지긋지긋한 고구마는 먹지 않아도 되겠구만!”

토후바의 시야에, 워터루트를 상징하는 거대한 석상이 들어왔다. 에투렐리아의 건국자 브로도스의 모습을 한 등대였다. 토후바가 분다르에게 물었다.

“여기에 공주마마가 있단 말이지?”

“후후후. 그렇소. 내가 예전에 히아신스아가씨를 이곳에 모셔다 드렸었거든. 아마 멀리 못가셨을게요.”

한편, 토후바는 입맛을 다시며 워터루트를 바라보았다. 워터루트의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된 볶음밥은 유명했다. 샤프란으로 노란색을 낸 쌀을 해산물과 함께 볶아서 내는 음식인데, 워터루트를 가면 꼭 먹어봐야할 음식이었다.

“자, 잠깐! 그런데 저 넓은 워터루트에서 어떻게 히아신스공주님을 찾는단 말이야?”

분다르는 그의 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이건 비밀인데, 기사님께만 말씀드리지. 공주님은 직접 쓰시는 향수가 있소. 블루머스크라는 건데 그걸 파는 잡화상은 많지가 않단 말요. 그 잡화상을 중심으로 찾다보면 공주님을 찾을 수 있을거요.”

분다르의 배 팡셔틀호는 워터루트선착장에 근접했다. 거대한 무역도시 워터루트의 명성에 맞게 수 많은 배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때 분다르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어? 저건 뭐야?”

분다르의 부하가 대답했다.

“노움들을 가득 태운 배들인뎁쇼?”

일렬로 항해하는 배 안에는 노움들이 가득 타고 있었던 것이었다. 분다르의 부하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물었다.

“에투렐리아도 노예장사를 합니까? 노움들을 저렇게 많이 실어다가 뭐에 쓰려고…….”

분다르는 노움들을 실어나르는 배를 바라보았다. 에투렐리아의 국왕 칼리그렌을 상징하는 살모사 문장이 돛에 그려져 있었다.

“칼리그렌이라는 젊은 왕은 노예제도를 싫어한다고 하던데…….”

토후바가 분다르에게 말했다.

“지금 그런 것에 신경쓸 때가 아냐. 공주마마를 찾아야지.”

“아! 맞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이지.”

“일단…… 그 히아신스라는 아가씨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싶군.”

분다르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예쁘오.”

토후바는 우락부락한 노어그렛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노어그렛의 딸이 예쁠거라는 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들지 않았다.

“당신들 북방인들의 눈에는 치마만 두르면 다 이쁘겠지. 그런 애매모호한 단서는 소용없어.”

“아니. 정말로 예쁘다고. 얼굴이 좀 작아서 그렇지 얼굴은 미인이오. 아! 그분 앞에서 얼굴이 작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공주님의 주먹이 얼굴로 날아올 수 있으니까.”

서방에선 멍청하다는 뜻으로 ‘머리가 작다’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머리가 작으니 뇌도 작아서 멍청하다는 뜻이었다. 한편 동방에서는 ‘머리가 단단하다’ 혹은 ‘돌머리’등으로 멍청한 사람을 지칭하는데, 양쪽의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히아신스는 그녀 자신이 똑똑치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얼굴이 작다거나 머리가 작다는 말을 들으면 불같이 화를 냈다. 그녀가 머리를 풍성하게 기르는 것도 머리를 크게 보이기 하기 위함이었다.

“얼굴이 작으면 좀 괜찮겠군. 그 흉측한 얼굴이 안보일테니 말이야.”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공주님에 대한 말이오?”

“쳇!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외모보단 성격이나 다른 것으로 단서를 잡아야 하겠군. 히아신스공주는 뭘 잘하지?”

분다르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딱 퉁기며 대답했다.

“날아차기!”


× × × × ×


“으랴아아아!”

히아신스의 날아차기에 맞은 전사가 뒤로 나자빠졌다. 쓰러진 전사는 검을 집어들려했다. 하지만 그녀의 발이 전사의 팔을 밟아버리자 전사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히아신스는 장검을 들어 전사의 목에 갖다댔다.

“거기까지!”

에투렐리아 왕성의 경비대장 파벤하이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파벤하이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칭찬하였다.

“아가씨가 정말로 대단하시구려! 이 친구는 우리 경비대에서 가장 강한 녀석이었소.”

히아신스는 웃으며 전사를 일으켜세웠다.

“우리 아빠가 이 모습을 보면 정말 기뻐하실거에요! 뭐, 엄마는 여자로서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며 또 잔소리를 하겠지만.”

파벤하이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왕성경비대에 지원할 생각은 없소? 아가씨 솜씨라면 충분할 것 같소만.”

히아신스는 상기된 얼굴로 되물었다.

“잠깐요! 그 경비대원이 되면 혹시 칼리그렌 전하 곁에서 근무하게 되는 건가요? 헤헤.”

“아뇨. 그건 친위대가 하는 일이고, 친위대는 총리대신 갈락서스님께서 선출하십니다.”

갈락서스라는 말을 듣자 히아신스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 신경질적인 늙은이 말이로군요.”

갈락서스는 칼리그렌이 모험가무리들과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갈락서스는 칼리그렌이 국왕으로서 더욱 품위를 가지길 바랬던 것이다.

“아…… 스트레스 받어.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풀어야지. 파벤아저씨. 또 다른 상대는 없나요? 몸이 근질근질해서요.”

히아신스는 파벤하이트를 파벤아저씨로 부르고 있었다. 파벤하이트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아가씨가 방금 이긴 상대가 경비대원중에 가장 강한 친구입니다. 사실 아가씨 실력정도면 적수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풋! 적수를 찾기 힘들긴요! 포틀랜드에서 전 하실이라는 녀석에게 죽을 뻔하기도 했는데요. 블랙아저씨도 저보단 훨씬 강하고…….”

파벤하이트는 난처한 듯,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흠. 흠. 이젠 경비대원들이 근무교대할 시간입니다. 게다가 오늘부터 경비대원들의 임무가 늘어났습니다.”

“아. 아. 알고있어요. 노움들 때문이죠?”

칼리그렌은 구리드래곤 어츠의 의견을 받아들여 노움들의 은신처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노움들이 죽지 않으면, 노움들의 신 샤일론또한 신위를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칼리그렌전하께서 노움들을 위한 은신처를 마련하시느라 분주하시죠. 저희 또한 그렇고요. 그래서 이만 저희는 물러가야 할 것 같습니다.”

히아신스는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 네. 다음에 또 봐요.”

경비대원들이 물러가자 홀로 남겨진 히아신스는 뒷짐을 지고 이리저리 왕궁 내를 돌아다닐 뿐이었다.

“제이드만 아저씨는 첩보부장 뭐라고 해서 바쁘고, 어츠오빠는 노움들의 은신처를 만드느라 바쁘고…… 쳇! 난 할 일이 없네.”

왕궁의 야외를 거닐던 그녀는 사격용 과녁판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브런트에게서 받은 십자궁 텐세컨즈에 볼트를 장전하고는 과녁판을 쏘았다. 과녁판의 중심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볼트가 박혔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이었다. 예전엔 과녁판 안에 볼트가 닿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야호! 맞췄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와 기쁨을 함께 공유할 친구가 없었다. 다시 심심해진 그녀는 성문을 바라보았다. 훤히 개방된 왕성 매그니움의 성문으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아! 이제 블루머스크 향수도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지!’

그녀는 성문 밖으로 나가 구경을 다니기로 결정하였다. 그녀는 왕성 매그니움을 떠나 에투렐리아의 수도 웰마운틴(Wellmountain) 시내로 들어갔다. 당시 에투렐리아는 서방의 떠오르는 신흥강국이었다. 때문에 시내에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진귀한 물건들이 넘쳐났고, 그 물건들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시내를 실컷 구경한 그녀는 블루머스크 향수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잡화상에는 블루머스크 외에도 다양한 향수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각각의 향수를 맡아보며 그 향을 즐기고 있었다.

이 와중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분다르와 그 일당들이었다. 워터루트로부터 이길 저길 물어 그들은 웰마운틴까지 온 것이었다. 분다르는 토후바에게 작게 속삭였다.

“저 아가씨가 보이오?”

“오. 늘씬한 아가씨네. 납치해서 팔면…… 아니. 건강미가 넘치는 미녀로구만.”

히아신스가 입고 있는 갑옷 러브쏜체인은 착용자의 신체에 맞게 크기가 줄어드는 마법의 사슬갑옷이었다. 때문에 그녀의 건강하면서도 날렵한 체형은 어김없이 드러나 있었다.

“저 아가씨가 바로 히아신스 공주님이오. 드디어 우린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되었소.”

“좋아! 그럼 어서 가서 붙잡자고!”

분다르는 손가락을 들어 토후바의 입을 막았다.

“기사나리. 목소리를 낮추시오. 함부로 나서면 안됩니다.”

“어, 어째서?”

“내가 전에 이야기하지 않았소? 날아차기. 날아차기 한번 맞고 싶소?”

“쳇! 날아차기 까짓거 맞지 뭐! 이 인원으로 저 여자 한명을 못 잡는다고?”

“그게 문제가 아니오. 혹여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국왕폐하에게 작살이 날꺼요. 국왕폐하께선 공주마마를 애지중지 한단 말이오. 때문에 우리에겐 계획이 필요하오. 계획이!”

분다르는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눈에 띄지 않도록 모두 망토를 두릅시다. 머리까지 말이오. 이 북방투구는 벗어야 하오. 해적인걸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눈에 띄지 않게 공주마마를 포위한 후 단번에 붙잡아야 하오. 괜히 여기서 시간을 끌었다간…… 알죠?”

“알긴? 어떻게 되는데?”

“에투렐리아의 병사들이 순찰을 돌다 몰려올거요. 그럼 재수없이 붙들리는 순간 큰일이 일어나지. 버려진땅의 공주가 에투렐리아 시내에 있다. 딱 감이 안오쇼? 칼리그렌이란 놈은 살모사란 별명이 있는데 분명 공주마마를 잡고 뭔가 어려운 조약을 내세울 것이오. 그럼 왕비마마께서는 우리의 실패에 분노하시겠지.”

토후바는 고개를 돌려 히아신스를 바라보았다. 향수를 맡고 기뻐하는 모습이 십대 소녀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설마 저 여자애 하나 못 잡을려구?’

분다르의 부하가 어느덧 망토를 사들고 나타났다. 분다르는 망토를 뒤집어쓰며 말했다.

“기사나리. 시작합시다.”

분다르 일당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더니 서로 눈짓을 보내며 히아신스를 포위하였다. 여러 인파가 몰려다니는 시내였기 때문에 히아신스는 분다르일당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블루머스크향수를 구입하고는,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빗 까지도 구입했다. 물론 칼리그렌에게 잘보이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빗질을 했다. 하지만 오크의 피가 만든 두꺼운 모발은 빗이 끼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억지로 빗질을 하고는 허리가방에 빗을 넣었다.

한편, 분다르는 망토를 눌러쓴 채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곳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빌어먹을! 도시경비대다!’

홍백의 코트를 갑옷위에 걸친 병사들이 미늘창을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이들은 파벤하이트가 지휘하는 왕성경비대가 아니라 도시경비대 소속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무척이나 많았는데, 때문에 에투렐리아의 치안이 잘 유지될 수 있었다.

도시경비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분다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다르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분다르는 본래 해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경비대에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다르는 히아신스를 붙잡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돌렸다. 그는 손짓으로 부하들에게 일단 철수를 명하였다. 그때 경비대장이 분다르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보시오!”

경비대장의 목소리에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분다르를 바라보았다. 히아신스 또한 고개를 돌렸다. 분다르는 행여 모습이 들킬세라 황급히 머리를 수그렸다.

경비대장은 더욱 목소리를 크게 돋우어 불렀다.

“내 목소리가 안 들리오!? 이보시오!”

경비대장이 분다르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헤헤.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토후바가 나타나더니 경비대장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댁은 뉘시오?”

경비대장의 질문에 토후바는 명검 페어리스트를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라이온하트 기사단 소속인 토후바라고 합니다.”

경비대장은 라이온하트 기사단의 위명을 익히 알고 있었다. 또한 토후바가 들고있는 페어리스트 또한 명검으로 보였기에 경비대장은 토후바를 진짜 기사로 생각하였다.

“기사님이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사실 급한 사안이 있습니다. 여기선 말씀드리기 곤란하니 잠시 저를 따라오지 않으시겠습니까?”

경비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하들과 함께 토후바를 따라갔다. 분다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고맙소. 기사나리.’

하지만 분다르는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히아신스의 시선이 완전히 그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다르가 물러가자 히아신스는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더니 왕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분다르는 부하들에게 다시 명령을 하여 그녀가 가는 길목을 지키게 하였다.

“이번엔 골목에 숨어있다가 덮치는거다!”

그는 부하들과 함께 그녀가 가는 길 옆 골목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분다르는 히아신스가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때다!’

그때 한 남자의 호통이 들려왔다.

“잡았다! 이 해적놈들!”

분다르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보니 수 많은 경비대원들이 미늘창을 꼬나들고는 자신을 겨누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경비대원들 사이에 좀 전의 경비대장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분다르! 드디어 네놈을 잡게 되었구나!”

분다르라는 말에 히아신스가 놀라 돌아보았다.

“분다르? 설마?”

그녀의 눈에, 경비대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분다르일당이 보였다. 망토가 벗겨지며 분다르의 얼굴이 드러나자 히아신스가 놀라 소리쳤다.

“분, 분다르!? 왜 여기에 있죠?”

분다르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경비대원들을 집어던졌다. 경비대장이 소리쳤다.

“이놈이 저항한다! 잡아라!”

경비대원들이 미늘창을 밀어붙이며 분다르와 그 일당들을 몰아붙였다. 분다르는 히아신스에게 소리쳤다.

“아가씨! 돌아가셔야합니다!”

그제야 히아신스는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었음을 깨닫고는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싫어요! 전 안 갈거에요!”

분다르는 그녀를 붙잡으려 했으나 경비대원들이 계속 그의 앞을 막아섰다.

“비키지 못해! 이 새끼들아!”

분다르는 뛰어난 용사였다. 하지만 경비대원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았다. 게다가 분다르는 무기도 들고있지 않았기에 경비대원들에게 제압당할 수 밖에 없었다. 경비대장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라이온하트 기사님덕택에 해적 두목을 붙잡았다! 이제야 승진할 수 있겠군!”

그제야 분다르는 토후바가 자신들을 경비대장에게 팔아넘겼음을 알아챘다.

“뭐!? 뭐라고!?”

분다르는 두손이 결박된 채 바닥에 쳐박히며 이를 갈았다.

‘두고보자. 이 쥐새끼같은 놈!’


한편, 히아신스는 분다르를 피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녀는 앞에 키작은 사내가 검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토후바였다.

“아가씨가 바로 히아신스양이시죠?”

히아신스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당, 당신은 누구에요?”

“아. 본인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라이온하트 기사단 소속인 토후바라고 합니다.”

“근데요?”

그녀가 되묻자 토후바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이어 입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왕비…… 아니 어머님께서 아가씨를 데려오라고 저를 부르셨답니다.”

토후바는 피오니가 내릴 모든 상을 혼자서 거머쥐기 위하여 분다르일행을 팔아넘긴 것이었다. 히아신스는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저, 전…… 안돌아갈 거에요!”

토후바는 긴장한 히아신스가 귀엽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분다르가 히아신스를 왜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가씨는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히아신스는 계속 주변을 살펴보며 토후바에게 물었다.

“설마…… 혼자 오신 건 아니겠죠? 조한 아저씨도 온 건가요?”

히아신스는 키작은 사내 혼자서 자신을 잡으러 왔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주변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토후바는 웃으며 말했다.

“저 혼자 왔습니다.”

그제야 히아신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토후바에게 말했다.

“그럼 죄송하지만…… 제 앞에서 좀 꺼져주시겠어요? 다치기 전에.”

“후훗. 그렇겐 못하겠는데요?”

히아신스는 당당하게 서 있는 토후바를 보면서 혹시 상대가 무술의 고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솜씨에 자신이 있나봐요?”

“물론이죠. 라이온하트 기사단 소속인데. 하지만 아가씨를 무력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쨌든 저를 따라오십시오. 이곳에서 제가 입을 한번이라도 뻥긋하면 어떻게 되시는지 아시죠?”

히아신스는 토후바의 말에 흠칫 놀랐다. 잠시 후 그녀가 물었다.

“근데 어떻게 되는데요?”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다시 글을 올려 죄송하다는 말씀 뿐이네요. 요새 좀 바빠서요.^^;

아! 갑자기 제 블로그 방문자가 늘어나서 조금 놀랐습니다. 연재한담을 보니 벌써 두분이나 제 글을 추천해주셨군요. 이 자리를 빌어 두분께 감사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추강해주신분들도 감사해요.^^

 

제로무스가 끈질기죠? 이 더 팔라딘은 저의 여덟 번째 작품입니다. 그 동안 글을 쓰면서 한번 만든 캐릭터는 여러번 사용해야 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가치관을 바꾸는 아이템의 효과에 대해 질문하셨는데요……. 과연 가치관을 바꾸는 아이템을 벗으면 그 사람은 원래 성격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제껏 느껴온 것이 있기 때문에 생각이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그게 바로 이 작품의 큰 주제입니다. 환경과 성품,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가 제가 말씀드리고자 싶은 주제이자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큰 줄기입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스포로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자코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는 비밀로 남겨놓고 싶습니다.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세계관에선 동방과 서방이 멍청이를 일컫는 말이 다릅니다. 동방에선 머리가 단단하다, 혹은 돌대가리 등으로 부르며, 서방에선 머리가 작다. 얼굴이 작다 등으로 부릅니다. 둘다 멍청하다는 표현으로 함부로 사용해선 안될 단어들입니다. 히아신스는 얼굴이 작고 목이 긴편인데 그것은 그녀에게 큰 콤플렉스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기준으로 보면 미인의 조건이지만 말이지요.

 

이번 편에선 파벤하이트가 나오는데, 더 팔라딘 전편인 소서리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장교입니다. 소서리스에선 중대장이었고, 이번 편에선 왕성경비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모두들 추위 조심하세요.

 

P.S: 많은 분들이 트릴로지의 순서를 모르시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제목을 아예 수정하려고 했습니다. 아발리스트옆에 (트릴로지1부) 소서리스 옆에 (트릴로지2부) 더 팔라딘 옆에 (트릴로지3부)...

그런데 작품제목은 수정이 안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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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33 손에손에손
    작성일
    14.02.05 23:29
    No. 1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흑황
    작성일
    14.02.06 01:07
    No. 2

    잘봤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슈호프
    작성일
    14.02.06 13:23
    No. 3

    간사한 사람이 당하는 맛이 쏠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마진룡
    작성일
    14.02.06 20:10
    No. 4

    역시 재미있습니다. 추운 날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百業
    작성일
    14.02.07 13:02
    No. 5

    며칠동안 시간을 내서 시리즈 3번 전체를 다 읽고서야 겨우 따라잡았습니다. 오래전에 읽던 전통판타지 느낌이 나서 꽤 흐믓한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데 이번편에서는 사람 이름을 좀 엉뚱하게 지은게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약간의 유머감각을 의도하신 것 같은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글의 흐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3편 전체에 걸쳐서 "어떻해, 어떻하지!" 등 잘못된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더군요. 재밌게 읽다고 갑자기 확 깨는 듯합니다. "어떡해! 어떡하지" 등으로 고쳐주시면 더 완성도가 높아질 듯 합니다. 계속 잘 읽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이장입니다
    작성일
    14.02.08 21:02
    No. 6

    토후바는 쏜메일에 찔려 죽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장학교
    작성일
    14.02.09 12:53
    No. 7

    재밌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dsafsdas..
    작성일
    14.02.09 14:15
    No. 8

    드뎌따라잡았다 한주정도 걸리네요.
    읽다가 문득 궁금했던게 반쪽 이퀄로는 피흡이 안된다고 나왔는데
    악마는 정수가 빨렸어요
    악마가 더 저칼에 취약한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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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팔라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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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더 팔라딘(The Paladins)-73화: 카포아신스(Kapoacinth) +59 14.03.09 2,633 50 41쪽
73 더 팔라딘(The Paladins)-72화: 바다의 사냥꾼 +5 14.03.02 1,461 27 20쪽
72 더 팔라딘(The Paladins)-71화: 브라이튼(Breiten)의 공주 +5 14.02.12 1,180 26 23쪽
» 더 팔라딘(The Paladins)-70화: 또 뒷통수 +8 14.02.05 1,202 32 22쪽
70 더 팔라딘(The Paladins)-69화: 악마의 영혼 +5 14.01.29 1,437 29 18쪽
69 더 팔라딘(The Paladins)-68화: 다크엘프 대 글라디미르 +5 14.01.19 2,393 29 22쪽
68 더 팔라딘(The Paladins)-67화: 암살자들 +8 14.01.16 2,301 27 22쪽
67 더 팔라딘(The Paladins)-66화: 쌓아온 것이 무너지다 +7 14.01.10 1,110 34 21쪽
66 더 팔라딘(The Paladins)-65화: 식량 +12 14.01.08 1,984 35 21쪽
65 더 팔라딘(The Paladins)-64화: 신의 대결 +16 14.01.06 1,794 37 17쪽
64 더 팔라딘(The Paladins)-63화: 의식이 완성되다 +4 14.01.03 1,396 29 19쪽
63 더 팔라딘(The Paladins)-62화: 신의 섭리 +8 14.01.02 2,141 31 23쪽
62 더 팔라딘(The Paladins)-61화: 매를 버는 남자 +12 13.12.29 1,630 36 14쪽
61 더 팔라딘(The Paladins)-60화: 뒷통수 +16 13.12.28 1,794 39 20쪽
60 더 팔라딘(The Paladins)-59화: 인신공양(人身供養) +18 13.08.07 2,901 52 27쪽
59 더 팔라딘(The Paladins)-58화: 괴물들이 모이다 +7 13.08.05 2,614 45 15쪽
58 더 팔라딘(The Paladins)-57화: 론 런너(Lone Runner)의 정체 +10 13.08.02 3,270 46 13쪽
57 더 팔라딘(The Paladins)-56화: 레드아이(Red Eye) +22 13.08.01 4,359 63 21쪽
56 더 팔라딘(The Paladins)-55화: 부활 +33 13.03.02 3,192 51 19쪽
55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15 13.02.25 2,569 43 20쪽
54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14 13.02.21 2,593 39 20쪽
53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19 13.02.16 2,176 48 18쪽
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1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6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30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0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3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5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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