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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221,768
추천수 :
2,804
글자수 :
572,268

작성
13.02.25 23:02
조회
2,570
추천
43
글자
20쪽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DUMMY

기사는 연이어서 자코에게 장검을 휘둘러댔다. 자코는 기사에게 갑옷의 저주가 들이닥칠까 두려워 그의 장검을 붙잡았다. 쇠로 만들어진 장검은 자코의 손아귀에서 종이처럼 구겨져버렸다.

“으허허헉!”

기사의 목덜미로 피묻은 신월도가 튀어나왔다. 다크엘프가 등 뒤에서 신월도를 내찌른 것이었다. 다크엘프는 허연머리칼을 휘날리며 자코에게 달려들었다.

“차릴!(죽어라)”

자코는 황급히 팔을 들어 신월도를 막으려 하였다. 하지만 다크엘프는 몸을 회전시키며 자코의 허리춤을 베었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자코의 다른 한 팔이 막아냈다. 살인마 오크릴의 기록을 탐독했던 그의 손동작이 자연적으로 빈틈을 방어하고 있던 것이었다.

“으윽!”

하지만 자코의 쇠장갑이 베어지며 다크엘프의 신월도가 그의 팔뚝에 상처를 냈다. 다크엘프 병사들의 무기들은 전부가 마법무기였던 것이다.

퍼엉하는 소리와 함께 다크엘프의 머리가 으깨지며 날아갔다. 자코의 쇠주먹이 다크엘프의 머리통을 부숴버린 것이었다. 본래 자코는 반격할 의지가 없었으나, 고통을 당하는 순간 오크릴의 기술이 본능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제로무스는 자코가 다크엘프를 살해한 것을 보더니, 다크엘프들에게 소리쳤다.

“파투스! 데브라 나이 사란!(멍청이들아! 저자는 적이 아냐!)”

제로무스는 다크엘프들에게 자코가 적이 아님을 알렸다. 그러자 다크엘프들은 자코를 공격치 아니하고 기사단의 기사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편 제로무스는 자코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하게 됐소! 일단 당신은 에바스티오를 노리시오! 그에겐 내 마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오!”

피가 튀며 다크엘프들의 시신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에바스티오는 노년의 기사였지만 검술솜씨만은 녹슬지 않았던 것이다. 에바스티오는 녹색의 방패를 들어 다크엘프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제로무스는 주문을 외우더니 에바스티오에게 손을 뻗었다. 제로무스의 손에선 냉기를 품은 거대한 창이 쏘아져 나갔으나, 이 냉기의 창은 에바스티오에게 닿기도 전에 초록색의 보호망에 막혀 사라져 버렸다. 에바스티오의 성검 디클레어러는 마법공격을 튕겨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라져라! 이 사악한 무리들아!”

디클레어러는 그 초록색 기운을 뿜어내며 다크엘프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다크엘프는 디클레어러의 검날을 피하며 에바스티오의 아래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다크엘프는 누운 채로 에바스티오의 가랑이에 신월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에바스티오의 방패는 신월도를 막아냈고, 곧이어 방패의 모서리가 다크엘프의 가슴을 찍었다. 그리고 성검 디클레어러의 검날이 다크엘프의 목젖을 찍어냈다. 에바스티오는 피묻은 성검을 제로무스에게 향하며 소리쳤다.

“제로무스! 그대의 사악한 주술은 이곳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한편, 베롬은 멀뚱히 서 있는 자코를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이놈 자코! 바란경의 원수를 갚겠다!”

“잠, 잠깐만요!”

자코는 베롬에게서 달아나려 하였다. 다크엘프들은 자코를 보호하며 베롬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비켜라! 난 바란경의 원한을 갚아야 하노니!”

베롬은 다크엘프 한명을 검으로 내리누르며 다음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베롬의 검술은 훌륭했으나 다크엘프 너댓명이 동시에 공격하자 베롬은 금새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한편 제로무스는 베롬의 말을 듣고는 놀라 소리쳤다.

“바란경의 원수라니!?”

제로무스는 황급히 자코를 바라보았다. 자코는 제로무스의 예상과 달리, 에바스티오를 공격하지도 않았으며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제로무스의 두 눈이 커졌다.

“너, 넌 누구냐!?”

“자코에요.”

제로무스의 이가 빠드득 소리를 내며 갈렸다.

“이, 이럴수가! 네놈이 갑옷을 왜 입은거냐!?”

순간 제로무스는 자신의 계획이 처음부터 크게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으아아아아!! 안돼! 네놈이 그 갑옷을 입어선 안되는 거였단 말이다!!”

마법사 제로무스는 이 모든 상황을 순식간에 이해했다. 바란을 누군가가 죽이고 파라텍터를 입은 것이었다.

제로무스는 황급히 소매에서 하얀 석회석 한 덩이와 먼지가 담긴 종이를 꺼냈다. 그가 주문을 외우며 석회석에 종이를 비비자 종이가 불타며 그 속에 담긴 먼지가 석회석에 닿기 시작했다. 석회석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더니 제로무스의 양손에 초록색 빛이 발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분해(Disintegrate) 마법으로서, 마법사가 손가락으로 쏘아내는 광선에 맞으면 공중분해되는 끔찍한 기술이었다. 제로무스는 손가락을 들어 자코를 가리켰다. 순간

“우우우욱!!”

제로무스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상체가 앞으로 꺽이는 것이 아닌가? 제로무스는 이를 갈았다.

‘안돼! 저놈을 죽이면 나도 저 갑옷의 저주에 걸린다!’

마법갑옷 파라텍터에 걸린 저주는 실로 지독해서, 분해 마법으로는 갑옷 안의 사람만 해치울수 있을 뿐이었다. 제로무스는 그 사실을 상기하고는 마법을 거두었으나, 본래 마법은 시전하는 동안에 중지되면 안되는 것이었다. 마법을 갑자기 중지한 제로무스는 선혈을 옆에다 뱉어내더니, 머릿속으로 기가비어턴의 말을 떠올렸다.

‘……작은 일에도 철저해야 하느니라…….’

제로무스는 바란의 몸에 파라텍터가 완전히 자리잡은 것을 보아야 했던 것이다. 물론, 부하의 실수를 용납지 않는 기가비어턴은 제로무스를 용서치 않을 것이 확실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순간 제로무스의 눈이 빛났다. 그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춤에서 말라붙은 주머니를 꺼냈다. 사실 이것은 사람의 심장을 말려 주머니처럼 만든 것이었다. 제로무스의 다른 손에는 작은 양초가 들려있었다.

“놈! 이걸로 지옥에나 가라!”

제로무스가 양초를 던지자 자코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 황급히 피할 뿐이었다. 땅에 양초가 떨어지자 제로무스는 사람의 심장으로 만든 주머니를 들어올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른 심장은 검은 연기를 내며 타고 있었고, 제로무스가 다른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젓자 빛나는 오망성(五輞星)이 그려졌다. 그 모습을 본 에바스티오는 황급히 제로무스에게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저자가 악마를 소환하려 한다!”

에바스티오는 몰려드는 다크엘프들을 베어내며 제로무스가 있는 반대쪽 2층으로 가려했으나, 그곳은 너무도 멀었다. 제로무스의 주문은 곧 완성되었으며, 그가 손을 내뻗자 허공에 그려진 오망성의 도식은 방금 그가 던졌던 양초가 있는 곳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바닥에 오망성의 도식이 새겨지자 양초에 불이 붙었다. 자코는 이것이 사악한 마법임을 깨닫고는 양초를 발로 차버리려 하였다. 하지만 오망성의 마법진에서 검은 연기와 열기가 마치 기둥처럼 뿜어져 솟구치는게 아닌가? 그 험악한 기세에 놀란 자코는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다.

검은 연기의 기둥이 사라지자 거대한 악마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검붉은 털이 전신을 덮고 있는 이 악마는 곰과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물소의 것처럼 보이는 육중한 뿔이 돋아나 있었다. 보통사람 두명을 길게 세워놓은 듯한 거대한 키를 가진 이 악마는 붉게 빛나는 눈동자를 두리번 거리며 입을 열었다.

“필멸자들이여…… 나 텔베오스(Telbeos)를 부르다니, 그대들은 두려움이 없구나.”

소환된 이 상급악마의 이름은 텔베오스였다. 제로무스는 황급히 소매속에서 은가루를 꺼내더니 그의 주변에 뿌렸다. 소환된 악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주문을 외우기 위함이었다.

“크흐흐흐흐흐.”

악마 텔베오스의 웃음소리는 낮았으나, 그 소리의 크기는 대단했다. 건물 내를 진동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기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텔베오스가 휘두른 거대한 만도에 기사의 몸뚱이가 잘려 날아간 것이었다. 텔베오스는 근육질의 큰 팔을 내뻗어 기사의 몸뚱이를 나꿔챘다. 그는 커다란 박쥐형태의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피가 아래로 우수수 떨어지며 뼈가 씹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텔베오스가 기사의 머리통부터 씹어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따뜻하고 맛좋은 피로다…….”

텔베오스는 아래로 쏘아지듯이 내려가더니 거대한 마법만도를 휘둘렀다. 불꽃이 타오르는 이 만도는 다크엘프와 기사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소환된 이 상급악마의 기준에선, 여기있는 모든 이들은 음식물에 불과했다. 오로지 보호마법으로 스스로를 보호받고 있는 제로무스만이 그의 공격대상이 아니었다. 제로무스는 자코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자코라고 했나!? 파라텍터를 훔쳐간 좀도둑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평생토록 맛보게 될 것이다!”

제로무스는 자신의 손이 아닌, 악마의 손을 이용하여 자코를 해치우려 했던 것이었다. 피가 사방에 튀며 악마를 위한 제물들이 쓰러져갔다. 텔베오스는 다음 희생자를 찾아 고개를 돌리고는

“오…… 너는 좀 특이하구나…….”

텔베오스의 앞에는 신월도를 양손에 든 자코가 있었던 것이었다. 자코는 텔베오스의 사악함을 발견하고는 그와 맞서싸워야 함을 깨달았다. 그의 양 손에는 죽은 다크엘프들에게서 주워들은 신월도가 들려있었다. 텔베오스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영혼은 꼬여 있구나…… 갈곳을 찾지 못한 나그네처럼 말이야…….”

텔베오스는 자코의 영혼이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복잡하게 엉켜있음을 발견했다. 자코는 양손의 신월도를 휘두르며 대답했다.

“하지만 네놈은 갈 곳이 뻔하지, 지옥으로 돌아가는거야.”

“크크크. 너와 같이 가마.”

텔베오스의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며 자코에게 날아들었다. 불이 붙은 거대한 만도가 자코를 쓸어베었다. 자코는 신월도로 악마의 칼을 막아냈다. 그러나 텔베오스의 거대한 힘에 의해 자코의 몸이 옆으로 밀려나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코가 휘두른 다른 신월도가 텔베오스의 팔을 베어냈다. 하지만 텔베오스는 그것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프군. 하지만 그런 공격으론 나를 해치우기엔 너무나 부족해.”

텔베오스의 거대한 손아귀가 자코를 덮쳤다. 하지만 자코는 잽싸게 신월도를 또 휘둘러 텔베오스의 손을 베었다. 하지만 텔베오스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자코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자코는 신월도를 버리고는 텔베오스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텔베오스와 자코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

자코가 힘을 쓰자 텔베오스의 손가락이 벌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텔베오스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텔베오스의 만도가 자코의 허리를 쓸어베었기 때문이었다.

허리가 베어진 자코는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텔베오스는 다소 놀라고 있었다.

“인상적이군. 그 순간에도 피하다니.”

자코의 허리에는 연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잘려진 허리부분의 사슬 사이로 자코의 찢겨진 옷과 상처가 드러났다. 자코는 그 순간에도 허리를 뒤로 빼내어 악마의 만도를 비껴맞은 것이었다.

“으아아아! 내 허리!”

쓰러진 자코는 허리로부터 전해져오는 타는 듯한 통증에 고통스러워하였다. 악마 텔베오스는 그의 날개를 크게 펼치며 몸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것으로 끝이군.”

순간, 쓰러진 자코는 그 앞에 부러진 검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마검 이퀄리브리온이었다. 자코가 허겁지겁 이퀄리브리온에게 기어가는 사이, 텔베오스는 자코를 향해 날아내려왔다. 텔베오스의 만도가 크게 들어올려지더니 자코를 내리쳤다. 자코는 간신히 이퀄리브리온을 집어들고는 텔베오스의 만도를 막아냈다. 그러자 불타는 그의 만도가 이퀄리브리온에 의해 잘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자코는 이퀄리브리온의 끝부분을 돌려 텔베오스의 손을 찔렀다.

“크어어어어어어!!!”

악마의 비명소리가 기사단 건물을 무너뜨릴 듯이 울려퍼졌다. 텔베오스는 이퀄리브리온에게서 팔을 빼내려 하였으나 자코의 또 다른 손이 팔을 붙잡는 통에 그러지 못하였다. 부러진 이퀄리브리온에게서 보라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텔베오스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놔! 부탁한다! 놓아줘!”

텔베오스는 상급악마로서의 자존심도 내던지고는 자코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코는 거절하였다.

“지옥…… 지옥으로 돌아가라…….”

텔베오스는 몸부림을 치며 대답했다.

“안돼…… 나의 정수(Essense)가 너의 몸에 들어가도…… 네게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단 말이다!”

본래 이퀄리브리온은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악마인 텔베오스에겐 생명력이 없었다. 단지, 악마의 정수가 부러진 이퀄리브리온을 통하여 자코에게 빨려들어갈 뿐이었다. 부서진 이퀄리브리온의 힘은 약했으나 정수가 빨려들어가는 데에는 시간만 걸릴 뿐, 텔베오스에게 소멸이 다가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안돼! 그, 그만둬!!”

그 와중에도 악마에게서 빨려나온 정수가 자코의 몸에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한편 자코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게 요동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지상에 나타난 거대한 악마를 해치우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제로무스는 자신이 소환한 악마가 곧 쓰러진다는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주문을 완성하였다. 현혹(Charm)주문이 베롬에게 쏘아져 들어가자, 베롬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현혹주문에 걸린 그는 장검을 들고는 자코에게 달려갔다.

“커헉!”

자코는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베롬이 그의 등에 검을 꽂아넣었기 때문이었다. 마법갑옷 파라텍터의 허리부분은 사슬로 되어있었기에 찌르는 공격에 취약했던 것이다. 이걸 본 제로무스는 쾌재를 부르며 소리쳤다.

“됐어! 악마 따위가 죽어도 기사 녀석에게 파라텍터가 옮겨붙겠지!”

악마 텔베로스는 자코의 힘이 약해짐을 깨달았다. 그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자코를 뿌리쳤다. 자코는 베롬과 함께 날아갔다. 벽에 등을 부딪힌 자코는 바닥에 쓰러졌다. 베롬이 가했던 일격이 굉장히 치명적이었는지, 자코의 몸 아래에는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순간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털복숭이모습의 괴물이 들어왔다. 버그베어(Burbear)라고 불리우는 고블린의 대형종(種)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트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괴물들이 연이어져 들어오자 자코는 드디어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초점이 흐려지는 눈을 간신히 굴려 베롬을 바라보았다. 베롬 또한 아까의 충격으로 인해 쓰러져 있었다.

‘당신에게…… 이 갑옷의 저주가 향하지 않기를…….’

자코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 ×


자코는 몸을 일으켰다.

“여, 여긴 어디지?”

사방은 붉고 푸른 광채들이 일렁이고 있을 뿐이었다. 자코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사방이 왜곡되어있었으나 그는 바닥을 지지하고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광채들은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가벼워져있음을 깨달았다. 그가 아래를 내려보자 자신이 벌거벗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갑옷이 벗겨졌나!? 세상에!”

그는 감옥과 같은 갑옷이 사라졌음을 깨닫고는 기뻐 펄쩍 뛰었다.

“이제 자유다! 자유야!”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이곳이 어딘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입가로 손을 모으고는 크게 소리쳤다.

“저기…… 아무도 없나요!?”

“여기 있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악마 텔베로스였던 것이었다. 자코는 놀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텔베로스의 손이 더욱 빨랐다. 텔베로스는 자코의 목을 움켜쥐고는 높이 들어올렸다.

“멍청이! 네놈 때문에 너와 나는 계속 함께 있어야 한단 말이다!”

이상하게도 자코는 목이 졸려진 상태에서도 호흡이 전혀 어렵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 정수가 네놈에게 있어! 네가 죽으면 나도 죽게 된다는 뜻이지!”

자코는 텔베로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기…… 다시 한번 천천히 설명해 주시면…….”

“나 같은 상급악마가 너같은 좀도둑 안에 갇혀있어야 한단 말이다!”

분노한 텔베로스는 자코의 몸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놀란 자코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살려주세요!!!”

“깜짝이야!”

어린 소녀의 비명소리, 자코는 자신이 침대에 눕혀져 있음을 깨달았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소녀가 소리쳤다.

“갑자기 소리를 치면 어떻해!? 놀랐다고!”

자코는 소녀가 침대 맡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아홉 살 정도로 보이는 검은 머리의 소녀였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자코는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그의 손을 감싼 파라텍터의 쇠장갑이었다. 자코는 아직도 파라텍터에게서 벗어나질 못한 것이었다. 소녀는 자코의 손을 내치며 쏘아붙였다.

“됐어!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마!”

자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누더기로 기워진 허름한 침대였다. 소녀의 옷 또한 누더기였는데, 그에 반해 건물은 상당히 커 보였다.

“네가 나를 구한거니?”

자코는 이 조그마한 소녀가 자신을 구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는 혓바닥을 내밀며 소리쳤다.

“당연하지! 아저씨는 여기 5일동안 누워있었다구! 내가 보살피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앙?”

자코는 어디선가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망치질 소리에 궁금함을 느끼고는 소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는 몸이 엄청 무거운데, 어떻게 여기까지 데리고 온거지?”

“아저씨 멍청한거 아냐? 내가 어떻게 아저씨를 여기까지 데리고와. 당연히 대장이 데리고 온 거지!”

“대장?”

그제서야 자코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소녀에게 또 물었다.

“그 대장이라는 사람…… 이름이 뭐지?”

“몰라. 대장은 이름이 없어.”

“거짓말 마. 이름이 없는 사람이 어디있어?”

자코의 말에 소녀는 또 화가 난 듯 하였다.

“흥! 아저씨는 목숨을 구해준 사람 말을 못 믿어? 정말로 대장은 이름이 없단 말야!”

자코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망치질소리에 뭔가 깨달은 듯, 소녀에게 다시 물었다.

“미안해. 네 말을 믿을게. 넌 이름이 뭐니?”

이 조그마한 소녀는 새침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흠…… 내 이름은 잔느(Janne)야. 아저씨는?”

“난 자코라고 해. 그런데…… 그 대장이라는 분 어디에 계시니?”

잔느는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지금 대장간에서 무기를 수리하고 있어. 양심이 있다면 가서 대장에게도 고맙다고 말해.”

자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망치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면서도 그는 잔느에게 또 다시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름이 없어?”

잔느는 절뚝거리며 자코를 따라왔다. 다시보니, 그녀의 한쪽 다리는 보기 흉할 정도로 비틀어져 있었다.

“잔느 말 안믿어? 아저씨는 왜 내 말을 안 믿는거야?”

노려보는 잔느의 시선을 피하려, 자코는 다시 대장간으로 걸어갔다.

“아, 아니…… 그래도 뭔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같은 것이 있어야 대화가 될거 아냐? 그런데 이름이 없으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지?”

그제서야 잔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대장은 이름이 없지만,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은 있어.”

“별명?”

자코는 문을 지나 대장간에 도착했다. 실내에 설치된 대장간에는 키가 큰 사내가 달구어진 검을 망치로 내려치고 있었다.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이 사내는 어깨가 크게 벌어져 있었으며, 드러난 팔에는 근육들이 잔뜩 자리잡고 있었다. 잔느는 자코를 따라오며 대답하였다.

“우리 대장의 별명은 론 런너(Lone Runner:외로운 협객)라고 해.”

“론 런너?”

자코가 되묻자 잔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대장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대장을 그렇게 부르나봐.”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론 런너는 고개를 돌렸다.

“일어났나?”

강인하면서도 잘생긴 얼굴이 자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이 작품들의 순서는

아발리스트->소서리스->더 팔라딘입니다.

아발리스트와 소서리스 사이에는 무려 50년의 시간이 차이나니까 아무래도 연관되는 부분이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서리스와 더 팔라딘은 13년의 시간차뿐이 없습니다. 이점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코를 좋아해주시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에 모티브를 얻어 쓰는 글입니다. 선과 악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자코의 모습을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번 편에선 파라텍터 뿐만 아니라, 악마의 정수까지 몸에 담게 되었습니다.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혹을 붙인 자코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앞으로도 더 팔라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들 행복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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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더 팔라딘(The Paladins)-68화: 다크엘프 대 글라디미르 +5 14.01.19 2,394 29 22쪽
68 더 팔라딘(The Paladins)-67화: 암살자들 +8 14.01.16 2,303 27 22쪽
67 더 팔라딘(The Paladins)-66화: 쌓아온 것이 무너지다 +7 14.01.10 1,110 34 21쪽
66 더 팔라딘(The Paladins)-65화: 식량 +12 14.01.08 1,984 35 21쪽
65 더 팔라딘(The Paladins)-64화: 신의 대결 +16 14.01.06 1,794 37 17쪽
64 더 팔라딘(The Paladins)-63화: 의식이 완성되다 +4 14.01.03 1,397 29 19쪽
63 더 팔라딘(The Paladins)-62화: 신의 섭리 +8 14.01.02 2,142 31 23쪽
62 더 팔라딘(The Paladins)-61화: 매를 버는 남자 +12 13.12.29 1,631 36 14쪽
61 더 팔라딘(The Paladins)-60화: 뒷통수 +16 13.12.28 1,796 39 20쪽
60 더 팔라딘(The Paladins)-59화: 인신공양(人身供養) +18 13.08.07 2,902 52 27쪽
59 더 팔라딘(The Paladins)-58화: 괴물들이 모이다 +7 13.08.05 2,615 45 15쪽
58 더 팔라딘(The Paladins)-57화: 론 런너(Lone Runner)의 정체 +10 13.08.02 3,271 46 13쪽
57 더 팔라딘(The Paladins)-56화: 레드아이(Red Eye) +22 13.08.01 4,359 63 21쪽
56 더 팔라딘(The Paladins)-55화: 부활 +33 13.03.02 3,193 51 19쪽
»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15 13.02.25 2,571 43 20쪽
54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14 13.02.21 2,593 39 20쪽
53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19 13.02.16 2,178 48 18쪽
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2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7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30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2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4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5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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