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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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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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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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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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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268

작성
14.01.2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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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더 팔라딘(The Paladins)-69화: 악마의 영혼

DUMMY

강철골렘의 빛나는 눈동자는 자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다른 오크들에게로 향하였다. 강철골렘의 목적은 오크군대가 왕성 앱스테리움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글라디미르는 오크군대에게 정지명령을 내린 터였다. 기회를 봐서 강철골렘이 출입구와 멀어지면 군대에게 돌격명령을 내릴 계획이었다.

자코는 신월도를 휘두르며 천천히 걸어갔다. 강철골렘은 자코가 걸어오는 것을 보더니 양 팔을 크게 벌렸다. 문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몸짓이었다.

순간 자코가 재빠르게 앞으로 돌진하였다. 그러자 강철골렘의 거대한 양손바닥이 양쪽에서 날아왔다. 자코는 몸을 한걸음 뒤로 물러 강철골렘의 손바닥을 피하였다. 콰앙하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양 손바닥이 부딪혔다. 골렘은 그대로 손을 펼치며 가스를 뿜어냈다.

자코는 이 가스가 움직임을 느리게 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고는 옆으로 내달렸다. 가스는 자코의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강철골렘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골렘은 주먹을 굳게 쥐고는 자코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기 때문이었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움직임이 멎었다. 자코가 신월도를 위로 들어 골렘의 주먹을 막아낸 것이었다. 순간 오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오오오오오오!”

자코가 무지막지한 골렘의 주먹을 막아냄에 놀란 것이었다. 골렘의 힘은 무척이나 강했으나 파라텍터를 입은 자코의 힘 또한 무시못할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철골렘은 허리를 수그리며 반대주먹을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자코는 다른 신월도를 옆으로 휘둘러 골렘의 주먹을 재차 막아냈다.

신월도는 가늘었으나 다크엘프들의 기술이 집약된 무기였다. 다크엘프들은 자철을 그들의 무기에 섞어서 만드는데, 그 강도는 지상의 무기를 훨씬 뛰어넘었다. 때문에 강철골렘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신월도로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코는 옆으로 빠져나가며 신월도를 휘둘렀다. 자코가 어지럽게 휘두르는 신월도는 강철골렘의 팔뚝과 정강이를 베어냈다. 하지만

‘응? 통하지 않아!?’

강철골렘의 몸 또한 자철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자코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강철골렘은 다리를 높이 들어 자코를 밟으려 하였다.

-콰아아아앙!

지축이 울리며 바닥에 금이 생겨났다. 하지만 자코는 아슬아슬하게 강철골렘의 발을 피하였다. 자코는 연이어 강철골렘의 허리께를 베었다. 하지만 여전히 효과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자코는 자철갑옷으로 전신을 두른 강철골렘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의 뇌리에 살인마 오크릴의 기록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기록들 안에는 전신을 마법갑옷으로 무장한 적에 대한 대응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부우우우웅!

광풍이 일어나며 강철골렘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자코는 신월도를 들어 손바닥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옆으로 걸음을 옮기고는 다른 신월도로 강철골렘의 손목을 베어버렸다.

-치이이이!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철골렘의 손목이 잘려나갔다. 잘려나간 손목의 단면에서는 녹색의 빛나는 액체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골렘을 움직이는 마법의 정수(精髓)였다. 골렘은 손목이 잘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들어 자코를 밟으려 하였다. 자코는 골렘의 가랑이 사이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골렘의 발이 땅바닥에 내리쳐지는 순간, 골렘의 오금을 베어버렸다.

-끼이이이이이이익!

-쿵!

무릎이 잘려나간 강철골렘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자코는 골렘의 목을 자르기 위해 등 뒤를 타고 올라갔다.

“읍! 이런!”

자코는 골렘의 입에서 가스가 뿜어져나오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몸을 옆으로 날렸다.

한편, 제로무스는 창가에서 강철골렘이 쓰러져가는 것을 보고있었다.

‘안돼! 저놈은 골렘에 의해 죽어야 한단 말이다!’

제로무스는 자코에게 마법공격을 하려했지만 이내 마음을 돌이켜야 했다.

‘놈을 죽이면 나에게 갑옷의 저주가 씌인다!’

제로무스가 머뭇거리는 사이, 강철골렘의 팔 하나가 완전히 잘려나갔다. 제로무스는 마음속에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는지, 손가락을 딱 튕기더니 소매에서 호두껍질을 꺼냈다. 그는 조용히 주문을 읊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주문이 완성되자 자코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응!?”

자코는 갑자기 머리가 멍 해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을 하려 했으나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 변해가며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까먹고 말았다. 제로무스의 혼란(confusion)마법에 당한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멍하니 서 있던 자코에게 강철골렘의 손바닥이 작렬했다. 자코가 공중에 붕 뜬 채로 나가떨어졌다. 땅에 털썩 쓰러진 자코는 어질어질한 상태에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우욱!”

자코는 입에서 피를 게워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정신은 멍한 상태였다. 그가 비틀비틀 거리는동안 강철골렘은 남은 한팔과 한다리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로무스는 일어난 강철골렘이 비틀거리는 자코를 공격치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골렘은 문을 지키는 명령을 수행할 뿐이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이때야! 죽이라고!’

제로무스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강철골렘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강철골렘은 문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는 자코에게 껑충껑충 뛰어갔다. 그리고 자코를 향해 다시금 그 커다란 손바닥을 후려쳤다.

-떠어어어어어엉!

쇠와 쇠가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자코의 몸이 다시한번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땅에 쳐박혀 드러누운 자코는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의식을 잃었던 것이었다.

‘그래! 끝장내버려!’

강철골렘은 쓰러져있는 자코에게 달려가더니, 손바닥을 크게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글라디미르는 자코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갔다.

“안돼!”

하지만 글라디미르보단 강철골렘의 손바닥이 훨씬 빨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땅바닥에 금이 갔다. 먼지가 걷히며 자코를 깔아뭉갠 골렘의 손이 드러났다. 제로무스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잘 죽었다! 이 골칫거리같은 놈!’

하지만 제로무스는 이내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골렘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얼른 일어서서 다른 놈들을 해치우지 못해!?’

제로무스는 골렘에게 재차 공격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골렘은 계속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파라텍터의 저주가 골렘에게 씌워졌나? 아냐! 무생물에겐 그 저주가 옮질 않는단 말이다!’

제로무스는 골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보니 골렘이 손바닥을 움직이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골렘의 손바닥은 바닥에서부터 떨어져 있었다! 가까이서 이 광경을 본 글라디미르는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 자코! 자네……!?”

자코가 손을 들어올려 골렘의 손바닥을 막고 있던 것이었다. 바닥에 금이 간 것은 골렘의 위력 때문에 자코의 몸에서부터 금이 뻗어간 것이었다. 골렘은 결국 자코에게서 손을 떼고 들어올렸다. 그 순간에 자코는 그 자리에서 우뚝 일어섰다.

골렘은 주먹을 쥐고는 자코의 측면을 후려쳤다. 그런데 자코가 앞으로 내달리며 골렘의 주먹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자코는 골렘의 무릎을 밟고 올라타기까지 했다.

-치이이이이!

자코의 손날이 골렘의 목 안으로 뚫고 들어갔다. 골렘은 괴로워하며 자코를 떼어내려 하였다. 하지만 자코는 끈질기게 골렘의 목에 매달리며 손날을 계속해서 쑤셔넣었다. 제로무스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놀라며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럼 이건 어떠냐?“

제로무스의 소매 안에서 새의 깃털이 드러났다. 공포(fear)주문을 완성시키기 위한 시약이었다. 제로무스는 공포주문을 외우고는 자코에게 손을 뻗었다. 주문은 자코의 뇌리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히이이이이익!”

제로무스가 놀라 뒤로 넘어졌다. 주문이 파괴된 것이었다. 게다가 그 주문은 역으로 되돌아와 제로무스에게 들어간 것이었다. 제로무스는 겁에 질려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놈…… 놈이 돌아왔어!”

그때, 자코는 강철골렘의 목 속에서 손을 뽑아냈다.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있었다. 강철골렘에게 마력을 부여하기 위해 몸 속에 심었던 마검이었던 것이었다. 촉매제가 뽑히자 강철골렘은 생명력을 잃고는 고철덩이처럼 쓰러져내렸다.

글라디미르는 자코에게 물었다.

“자네…… 괜찮은가!?”

“크크크…….”

글라디미르는 자코의 웃음소리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자코의 말은 계속되었다.

“…… 제로무스…… 어디있느냐? 날 소환한 댓가를 치러야지!”

자코는 강철골렘을 버려두고는 다크엘프의 성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편 제로무스는 부들거리는 입술로 계속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이게 어찌된 일이지? 왜 텔베오스가 저기에 있는거야!?”

자코가 의식을 잃자, 그에게 흡수되었던 상급악마 텔베오스가 자코대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텔베오스는 자코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소환했던 제로무스를 죽이길 원하였다.

제로무스가 만들었던 공포주문은 악마에겐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문시전자인 제로무스에게 되돌아온 것이었다. 제로무스는 겁에 질려 성 안으로 달아났다.

‘마, 말도 안돼! 왜 일이 자꾸만 꼬이는거지?’

한편, 글라디미르는 강철골렘이 쓰러지자 부하들에게 돌격명령을 내렸다. 사기가 충만해진 오크와 버그베어들은 앞다투어 다크엘프의 왕성 앱스테리움으로 쏟아져들어갔다.

악마 텔베오스는 제로무스의 냄새를 맡고는 그가 달아난 곳으로 걸어갔다.

‘제, 제길!’

제로무스는 막다른 곳으로 들어왔다. 그는 뒤에서 철컥철컥하며 갑옷이 걸어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그는 황급히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허리가방 속에서 향가루를 꺼낸 그는 재빨리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부들거리는 손과 목소리 때문에 주문이 실패할 뻔했지만 그는 어렵사리 주문을 완성하였다. 악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마법(Protection from Evil)이었다.

텔베오스가 빙의된 갑옷은 제로무스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악마 텔베오스는 악으로부터의 보호 마법이 걸린 제로무스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이리저리 성큼성큼 걸어다니며 제로무스를 찾았다. 반면, 제로무스는 벽에 몸을 찰싹 붙이고는 부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있었다. 텔베오스가 입을 열었다.

“후후후…… 제로무스, 여기서 잔재주를 부려 몸을 감춘다고 끝날줄 아느냐?”

제로무스는 너무도 겁에 질렸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행운이었다. 그가 주저앉는 통에, 텔베오스가 휘젓는 팔이 제로무스와 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텔베오스의 말은 계속되었다.

“재밌어…… 아주 재밌다고……. 네놈이 날 이 세상으로 소환한 덕분에 난 이 갑옷입은 머저리와 운명을 함께 하게 되었지.”

결국 텔베오스는 제로무스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는 몸을 돌렸다.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아 제로무스. 반드시 널 지옥으로 끌고가서 잘근잘근 씹어먹어줄테니 기대하라고. 크크크.”

텔베오스가 밖으로 나오자 성내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성내에선 다크엘프전사들과 오크, 버그베어들이 뒤엉켜 어지러히 싸우고 있었다. 텔베오스는 다크엘프들과 싸우는 오크들을 유유히 지나 윗층으로 올라갔다. 순간, 한 다크엘프가 장검으로 텔베오스를 찔렀다. 하지만 텔베오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사실 그에겐 고통이 전달되지도 않았다.

“무기를 줘서 고맙군.”

텔베오스는 장검을 꽂아넣은 다크엘프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다크엘프의 머리가 으깨졌다. 텔베오스는 몸에 박힌 장검을 뽑아내고는 다시 윗층으로 걸어올라갔다.

텔베오스가 향한 곳은 여왕의 알현실이었다. 알현실 내에서는 글라디미르 일행이 다크엘프의 여왕 레지나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레지나의 여사제들은 텔베오스를 보더니 주문을 외웠다. 텔베오스에게 수면(Sleep)주문이 쏘아져들어왔다. 하지만 텔베오스에겐 주문이 통하지 않았다. 텔베오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왕 레지나에게 다가왔다.

“그대가 여왕인가?”

“이 미천한 것이!?”

화가 난 레지나는 텔베오스에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텔베오스는 지팡이를 잡아채버리더니 레지나의 목을 움켜쥐었다. 레지나의 전신은 강철처럼 단단해져있었지만 텔베오스가 계속해서 힘을 주자 레지나의 목은 점점 조여지기 시작하였다.

“놔, 놔라!”

텔베오스는 여왕 레지나를 들어올렸다. 그리곤 물었다.

“그대는 많은 마법의 비밀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손을 놓지 못할까!?”

“크크크. 거래를 하자. 나를 이 빌어먹을 몸 속에서 빼내 준다면 널 살려주지.”

“그, 그게 대체 무슨…… 끼아아아아아아!!”

레지나의 몸은 엄청난 경련을 일으키며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텔베오스가 고개를 돌리자, 마검 이퀄리브리온을 레지나에게 찌른 글라디미르의 모습이 보였다.

“이 재수없는 놈아!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야!?”

텔베오스는 글라디미르를 공격하려 했으나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자코의 의식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여왕 레지나가 쓰러지자 글라디미르는 이퀄리브리온을 높이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여왕이 쓰러졌도다! 모두 항복하라!”


여왕이 쓰러지자 다크엘프들의 군세는 모두 항복하였다. 서쪽에서 온 지원군도 여왕이 죽었다는 말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뿐이었다.

다크엘프들이 무력화되자, 글라디미르의 군대는 다크엘프들의 재산과 보물들을 닥치는데로 약탈하기 시작했다. 글라디미르는 다크엘프의 재물을 옮기던 오크에게 물었다.

“치료의 물약을 발견하지 못했나?”

오크는 황급히 허리춤을 뒤지더니 글라디미르에게 내밀었다.

“여, 여기…….”

글라디미르는 치료물약을 받아들고는 자코에게 다가갔다. 자코는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게, 이걸 입에 흘려넣을테니…….”

글라디미르는 자코가 쓴 투구의 틈새로 치료물약을 흘려넣었다. 자코는 허겁지겁 물약을 들이켰다. 글라디미르가 물었다.

“아까는 왜 나에게 욕을 한 것인가?”

자코는 몸에 점점 힘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되물었다.

“내가 너에게 욕을 했다고?”

“기억이 안나나?”

“기억이…… 기억이 나질 않아…… 골렘에게 얻어맞은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때 한 중년사내의 외침이 들려왔다.

“론 런너시죠!? 저를 기억하십니까?”

황급히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에 글라디미르가 고개를 돌렸다. 오크들에게 붙들려 끌려가는 포로들 중에 한 중년사내가 글라디미르를 부른 것이었다. 중년사내는 애타게 소리쳤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글라디미르가 돌아보니 드워프며 엘프며 인간들이 포박된 채로 오크들에게 끌려가고 있던 것이었다. 글라디미르는 마침 고다르크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물었다.

“저자들은 왜 끌려가는 것인가?”

고다르크가 대답했다.

“다크엘프들이 붙잡았던 포로들입니다. 이젠 우리 포로들이죠.”

“뭐?”

“버그베어들이 좋아할 겁니다. 엘프고기는 흔하지 않거든요. 사람고기도 맛이 있고요.”

그 말을 들은 중년사내가 더욱 애타게 소리쳤다.

“론 런너님!! 저를 잊으셨습니까!? 제발 살…….”

사내는 말을 잊지 못하였다. 오크가 후려치는 채찍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글라디미르가 황급히 소리쳤다.

“그만두지 못해!”

오크가 중년사내에게 소리쳤다.

“주인님께서 입을 다물라 하신다!”

“멍청이! 네놈 말이다!”

당황한 오크는 머리를 긁적였다. 글라디미르가 고다르크에게 명령했다.

“포로를 풀어주도록 하라.”

고다르크가 난처한 기색을 표하며 글라디미르에게 말했다.

“글라디미르님. 우리가 얻은 포로 또한 우리의 재산입니다. 이건 부족의 전통이자…….”

“풀어주라고 했다.”

고다르크는 주변을 살피더니 글라디미르에게 작게 말하였다.

“형제들이 또 동요할지 모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하십시오.”

“불만이 있는 자는 내 앞으로 데려오라.”

글라디미르는 마검 이퀄리브리온을 휘둘러 포로들을 묶고있던 포박을 끊어버렸다. 포로들은 글라디미르에게 연신감사를 표하며 자리를 떴다. 한편, 글라디미르를 알아본 중년사내는 글라디미르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었다.

“론 런너님. 다시한번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하들이 거칠게 다룬 점 대신 사과드리오.”

글라디미르의 말에 중년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별말씀을…… 그런데 이 오크들이 당신을 글라디미르라고 부르는데 그게 본래 이름입니까?”

글라디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년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글라디미르의 손을 잡았다.

“저를 사막의 도적들에게서도 구해주시고, 다크엘프들의 마수에서도 구해주신 은인의 진짜 이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언젠간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포로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되어 다크엘프들의 소굴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들은 어둠의 숲 속에서 나오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중, 한 포로만이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 이 드워프 사내는 무리에서 떨어지더니 어둠의 숲 속을 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사내는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그의 키가 커지며 철가면을 쓴 얼굴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법사 제로무스였던 것이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제주도 여행은 정말 재미있게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오고 나니 엄청나게 밀려있던 업무들이 저를 반기더군요. 이리저리 정신없이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잠에 골아떯어지기를 반복하는 통해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에야 글을 올리네요.

 

D&D룰에는 주문이 실패되면 그냥 실패될 수도 있고, 크게 잘못되면 주문시전자에게 마법의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저 컴퓨터 게임으로는 주문이 실패되면 실패된 것으로 끝이긴 하지만 실제 룰에는 마법사에게 여러 페널티가 간다고 하네요. 이번 편에는 주문이 실패되어 그 주문의 효과가 시전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로무스는 자신의 공포 주문으로 스스로 공포상태에 빠지죠.

 

내일부터 설날이군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다음편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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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1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6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29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0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3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5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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