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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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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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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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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더 팔라딘(The Paladins)-59화: 인신공양(人身供養)

DUMMY

프란치아의 수도 벨 크리스타의 밤은 밝았다. 거리마다 세워진 가로등 뿐만 아니라 각종 신전과 조형물들이 뿜어내는 마법적인 조명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프란치아의 왕이 거하는 크리스타 성은 가장 빛났다. 왕궁 주변에 조성된 야외 정원에는 형형색색의 마법적인 빛들이 반딧불이처럼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귀족들은 종종 이 빛들을 보며 정원에서 파티를 하기도 했다.

왕궁 본 건물의 주변에는 황금색 마법조명이 건물을 아래에서 위로 비취고 있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쏘아지는 조명들은 건물 곳곳에 달려있는 수정구조물에 부딪혔으며, 수정으로 만들어진 구조물들은 그 빛을 무지개처럼 흐트렸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정문은 무척이나 거대했는데, 그 거대한 정문의 정면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초롱꽃 문장이 붙어있었다. 초롱꽃은 프란치아의 왕 가돌프의 문장이었다.

정문이 천천히 열리자 본관의 화려한 내부가 드러났다. 좌우로 도열한 프란치아의 병사들은 초롱꽃 문장이 그려진 파란색 조끼(surcoat)를 일제히 두르고 도끼창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두줄로 길게 늘어선 병사들 사이로는 붉은 빌로드 카펫이 늘어서 있었다. 이 카펫 위에는 초록색 두루마기를 걸친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

“플로란트 영주님.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백발의 노인은 예법대로 몸을 낮추어 인사를 건넸다. 그가 입은 초록색 두루마기는 수수해보였으나 실제로는 캐시미어(cashmere)로 만들어진 최고급 예복이었다.

“내무대신 빌레트(Bilette)경.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가 급히 전하를 뵈어야 한다고 다급히 재촉하기에 어쩔 수 없이 알현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이 바라보는 곳에는 늘씬한 외모의 사내가 서 있었다. 풍성한 머릿결을 뒤로 묵은 이 사내가 바로 프란치아의 대영주 플로란트였던 것이었다.

플로란트 대영주 곁에는 필론일행이 있었다. 필론의 곁에는 플로란트의 딸, 에밀라나도 와 있었는데 그녀는 풍성한 드레스자락을 잡고 몸을 살짝 낮추어 내무대신 빌레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빌레트의 백발 사이로 보이는 주름잡힌 눈은 에밀라나를 보고서는 금새 미소를 띄게 되었다.

“더 아름다워지셨구료. 에밀라나양.”

내무대신 빌레트의 눈동자는 에밀라나 곁에 서 있는 금발사내의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성내의 조명 때문이었는지, 필론의 황금색 눈동자는 더욱 빛나 보였다.

“필론 경이시오? 그대가 전하와의 알현을 요청하셨소?”

필론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급한 사안이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급하기에 이 밤중에 전하를 뵈오려 하는지 궁금하오만……. 정말로 큰일 맞소?”

“그렇습니다. 이 나라의 존망과도 직결되는 일이니까요.”

빌레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어오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는 앞서가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전하께서는 흠…… 지금 좀 개인적인 일을 하고 계시느라…… 뭐, 무슨 말인지 잘 아시리라고 생각하오. 어쨌든, 준비한 식사를 드시며 잠시 기다리고 계십시오. 전하께서 준비가 되면 부르겠습니다.”

빌레트는 필론일행과 플로란트 대영주, 에밀라나를 왕성의 식당으로 안내하였다. 한편, 필론 일행의 뒤를 따르던 카노트는 궁내의 다양한 장식들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뭘 자꾸만 두리번 거리샴? 촌티나샴.”

카노트의 쌍둥이 동생 에톤라크가 카노트에게 핀잔을 주었다. 카노트는 에톤라크를 흘겨보며 대답했다.

“흥. 넌 이 성내의 시설들을 보고서도 느끼는게 없냐? 저길 봐, 벽에서 물이 흐르고 있어.”

카노트의 말대로 벽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샘이 드러나 있었다.

“뭐샴? 그냥 물이 새는거 아니샴? 건물을 대체 어떻게 지었으면 벽에서 물이 새어나가는 거샴?”

“멍청아. 물이 새는게 아니라 수도(水道)시설이라는 거다. 궁내에서도 손을 씻을 수 있게 배려하는 거라고.”

내무대신 빌레트가 웃으며 대답했다.

“궁내에서는 늘 단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때문에 성내 곳곳에서는 저렇게 물을 쓸 수 있게 해 놓았지요.”

에톤라크는 무안해졌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면서 말을 돌렸다.

“흠…… 그나저나 히아신스는 에투렐리아 왕에게 잘 갔을 것 같샴? 난 사실 그 아이 조금 불안하샴.”

잠자코 있던 트라벤신부가 대신 대답하였다.

“평안히 잘 갔을 것입니다. 제이드만경 같은 유능한 모험가와 함께하니까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드래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편, 블랙은 맨티스가 궁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을 발견했다.

“여긴 왕궁이니 그 무엇도 훔칠 생각은 않는게 좋을거야.”

“오오~ 그대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의외인걸? 예전에 성기사나리의 무덤을 파헤치라고 했던 것이 누구였더라?”

맨티스는 블랙의 마음속이 그 누구보다도 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겉으론 예의바른척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득이 가장 최우선인 인물이었다.

블랙은 맨티스의 말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미 죽어버린자의 물건을 좋은 것에 쓰려고 했을 뿐이지 결코 도둑질은 아니었어.”

사실, 블랙은 프란치아 왕궁의 기사로 등용되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왕궁에서 책잡힐 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맨티스가 블랙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는 순간 그녀의 코에 향긋한 냄새가 다가왔다.

“이곳에 만찬이 준비되어있으니 즐기시며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빌레트는 어느새 식당 앞에서 일행을 안내하고 있었다. 식당의 크기는 무척이나 거대했으며, 방의 높이 또한 무척이나 높았다. 체크무늬의 대리석으로 장식된 바닥 위에는 기다란 식탁이 놓여 있었으며 그 위엔 각종 음식들이 놓여있었다. 에톤라크는 음식들 위에 모두 뚜껑이 덮여있는 것을 보며 빌레트에게 물었다.

“뭐샴? 여기 파리가 많샴?”

빌레트는 에톤라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일순 당황하였다.

“지금…… 왕궁의 위생상태에 염려하시는 것입니까? 이곳의 음식과 그 관리상태는 최고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 아 그말이 아니샴. 음식 위에 다 뚜껑이 덮혀있어서 그렇샴.”

“그건 음식이 식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것입니다.”

블랙의 대답에 빌레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기사님께선 교양이 있으시군요. 실례지만 어디가문의 기사이신지……?”

“아직 임관을 못했습니다.”

임관을 아직 못했다는 블랙의 대답에, 빌레트는 괜히 말을 꺼냈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는 가까스로 웃으며 일행에게 음식을 권하였다.

“자…… 어서들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시지요. 저는 폐하께서 준비가 되셨는지 확인하러 가보겠습니다.”

빌레트는 인사를 건넨 후, 식당 밖으로 나갔다. 대영주 플로란트가 자리에 앉자, 에밀라나를 비롯한 필론의 일행들도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때 에밀라나가 갑자기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필론, 아니 필론경. 저 평민여자와 겸상을 하실 건가요?”

에밀라나는 필론이 데려온 여인, 셀로나가 의자에 앉으려하자 그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사실 에밀라나는 왕궁에 셀로나가 같이 들어온 것 만으로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을 기회로 삼아 셀로나가 자신의 위치를 더욱 정확히 깨닫기를 바라고 있었다.

셀로나는 에밀라나의 말에 기분이 상한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편 에밀라나는 셀로나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알아챘다.

“지금 그 표정은 무슨 의미죠? 당신같은 사람은 여기서 식사를 하는게 아니에요. 하인들이 식사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필론은 황급히 에밀라나를 제지하였다.

“그게 무슨 말이요? 내가 모시고온 손님이거늘…….”

“경은 좀 가만히 있어요. 세상에는 법도와 규례라는 것이 있는데…….”

순간 필론은 셀로나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필론이 돌아보자 셀로나는 마치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그때

“아가씨, 저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트라벤신부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 아닌가? 트라벤은 셀로나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나가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셀로나는 대답 대신 필론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직 그녀는 필론이 뭔가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필론은 이곳에서 나갈 수가 없는 위치였다. 왕의 알현이 시작되면 정식으로 보고를 올릴 신분의 사내는 써드윈 성의 영주인 필론 뿐이었다. 그가 머뭇거리고 있자 셀로나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싫어요. 제가 왜 나가야 하죠?”

그때, 필론은 트라벤이 뭔가 주문을 읊고있는 것을 발견했다. 트라벤이 그의 손을 셀로나의 팔에 대자 셀로나의 숨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트라벤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권능을 셀로나에게 사용한 것이었다. 트라벤은 지금 신부의 위치이나, 본래는 주교신분이었으며 또한 높은 법력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플라투스의 권능이 그녀에게 임하자 그녀의 격렬한 반응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트라벤은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필론경은 지금 여기에서 중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그걸 도와주는게 진정한 존경이자 사랑이 아닐련지요?”

평소같았으면 ‘일이 중요한가요? 아님 전가요?’라고 대답했을 그녀였으나 트라벤의 권능과 말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트라벤의 말에 따르기로 결정하였다.

“좋아요. 나가서 먹지요.”

셀로나는 평온한 얼굴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에밀라나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진정한 존경이자 사랑? 존경은 그렇다치고, 사랑은 무슨의미죠? 신부님?”

드워프족인 트라벤은 키가 매우 작았으나 배포는 그와 비할바 없이 컸다. 그는 수염이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에밀라나에게 대답했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남녀간의 사랑도 있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도 있지요.”

“저도 나가겠어요.”

지금까지 아무말 없던 엘프마법사 후르시아마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르시아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드러나있지 않았으나 그녀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인간의 일이란 유치하기 그지 없군요. 생존을 위해 음식에 갖은 재주를 부리지 않나, 식사에도 차별을 두지 않나.”

“아…… 나도 나가겠샴.”

에톤라크도 나가려 하자 카노트가 만류했다.

“야. 넌 왜 나가려는거야?”

카노트는 필론의 체면이 더 망가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하객을 붙잡아두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에톤라크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는 음식을 편하게 먹기 힘들겠샴. 그리고 사실은 우리 스카스틱이 배고파하는데…….”

에톤라크가 배낭에서 스컹크 스카스틱을 꺼내려하자 카노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나가! 당장 나가! 그걸 꺼내지 말고 나가라고!”

카노트는 스컹크가 나와 냄새를 풍기면 필론의 체면은 더욱 떨어질 것이 확실히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트라벤신부는 예의바르게 에밀라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흰 나가서 기다릴테니 아가씨께선 넓은 가슴으로…….”

순간 트라벤신부는 에밀라나의 도드라지게 풍만한 가슴을 눈치채고는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아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밀라나는 콧방귀를 뀌면서도 상대의 예의에 예의로 답하였다.

“흥. 이해하겠어요.”

결국 식당에 남은 것은 플로란트 대영주와 에밀라나, 그리고 필론과 블랙, 맨티스, 카노트 뿐이었다. 블랙은 팔짱을 끼더니, 방금 나간 사람들을 비난하였다.

“예의를 모르는 자들이군. 왕궁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거늘…….”

블랙은 틈만 나면 플로란트 대영주나 왕궁의 사람들에게 잘보이려고 했다. 블랙은 식당에 남아있는 맨티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녀에게 말했다.

“맨티스, 그대라도 여기에 남아있으니 우리 필론이 체면을 잃어버리지 않게 되었…….”

블랙은 맨티스가 왕궁의 은수저를 훔치는 광경을 보고는 입을 닫았다. 맨티스는 피식 웃으며 블랙에게 말했다.

“당연하지. 왕궁에 들어올 날이 어디 흔할까?”


식사가 시작되자 하녀들이 들어와 음식을 덮은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아까의 은은한 향기를 뛰어넘는 강렬한 향기가 방안을 맴돌기 시작했다. 에밀라나는 개인접시 위에 담겨진 거위간 요리를 썰더니 필론에게 건네었다.

“이 거위간 요리는 무척이나 귀한 것이랍니다. 많이 드세요.”

“거, 거위간? 이것이 귀한 요리요?”

에밀라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거위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여서 만드는 요리니까요.”

필론은 그 말에 놀라 되물었다.

“강제로 음식을 먹인다고? 짐승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게 가능하오?”

“관을 입에 끼워서 음식을 쑤셔넣지요. 그 과정에서 배가 터져 죽는 거위들도 생기는데,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은 거위의 간에는 이렇게 지방질이 풍부해 진답니다. 이렇게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맛이 아주 기막히기 때문에 귀한 요리이지요.”

필론은 허망한 표정으로 거위간 요리를 바라보았다. 프란치아의 백성들은 굶주려있는데, 이곳에선 거위의 간을 먹기 위해 거위들의 배를 터지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아! 필론경! 이걸보세요!”

카노트는 포크로 무언가를 집어들고 있었다. 하얀 치즈가 마치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며 포크에 달라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에밀라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모짜렐라 치즈에요.”

카노트는 포크의 사용법이 익숙치 않았으며, 죽죽 늘어나는 모짜렐라치즈의 특성 때문인지 입에 잘 넣지 못하고 있었다. 에밀라나는 솜씨좋게 포크를 돌려 치즈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카노트는 그녀를 따라하여 입에 모짜렐라치즈를 집어넣었다. 그의 입 안에 강렬한 향취와 고소한 뒷맛이 휘감기 시작하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이것 맛이 참 대단한데요!?”

에밀라나가 대답했다.

“그렇지요? 물소의 젖으로 만든 치즈에요. 치즈를 굳힐 때 그것을 잘게 자르는 작업을 반복해서 그렇게 부드러운치즈가 만들어지는 거지요.”

카노트는 맛의 신세계를 경험한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최곱니다요. 이걸 만드는 방법을 배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겠어요. 그런데…… 이건 어떻게 보관하는거죠?”

카노트의 질문에 에밀라나는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관이라뇨?”

“네. 치즈는 보관해야 하잖아요? 이렇게 촉촉하면 메말라버릴텐데 어떻게 보관하는지 궁금해서 말입죠. 네.”

“오. 이건 보관이 안되요.”

에밀라나의 대답에 카노트가 오히려 놀라해하였다.

“보관이 안된다고요? 그, 그럼 왜 이게 존재하는 거죠? 치즈란 자고로 우유를 오래 보관하기위해 만든 거 아닙니까?”

에밀라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후후. 그러니까 귀한 음식이죠. 이 치즈는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게 아니에요. 맛을 즐기기 위함이죠.”

필론은 프란치아 귀족들의 사치가 극에 달해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급격히 무거워졌으며,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음식에 입을 대질 않자 에밀라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 음식을 드시질 않으시나요? 어디 아픈데라도 있나요?”

필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따라 음식이 당기지 않아서요.”

“그건 당신이 모험을 다니며 거친음식들만 먹어서 그래요. 하루속히 모험을 접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같이…… 음 그러니까 같이 즐겨요.”

에밀라나의 얼굴엔 홍조가 돌고 있었다.


식사가 어느정도 진행될 무렵, 내무대신 빌레트가 식당으로 돌아왔다.

“아…… 왜 식사를 나누어서 하십니까? 그리고 여기서 좋은 음식을 준비했는데 어찌하여 밖에서 천한 것들과 같이 드신다는건지…….”

빌레트는 셀로나와 그 일행들을 지칭하고 있었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흠. 흠. 폐하께선 플로란트 대영주님과 필론경을 알현할 준비가 되셨다고 합니다. 따라오시죠.”

필론일행이 밖에 나오자, 트라벤신부 및 에톤라크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셀로나는 어찌된 일인지 필론을 쳐다보고 있지도 않았다.

빌레트에게 안내를 받은 일행은 왕의 알현실로 가게 되었다.

“무기는 맡기시기 바랍니다.”

경비대장의 요구에, 일행은 각자의 무기를 경비대장에게 건네었다. 에톤라크는 그의 배낭 전체를 맡기면서

“냄새 조심하샴.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샴.”

이라고 짧게 말하였다.

일행의 준비가 끝나자, 문이 열리며 화사한 알현실의 내부가 드러났다. 대신들로 가득차 있어야할 드넓은 알현실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붉은색 빌로드 카펫 끝에는 황금으로 도금된 왕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허연피부의 젊은이가 앉아있었다.

“가돌프전하. 플로란트경과 필론경,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 알현을 청하나이다.”

빌레트의 말에 블랙은 심기가 불편해진 듯, 낮게 읊조렸다.

“대체 누가 누구의 부하라는거야?”

블랙은 임관만 못했을 뿐, 필론의 스승이었다. 실제 무술실력으로 보아도 블랙이 필론보다 뛰어났다.

일행은 왕좌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네었다.

“늦은 밤이로군. 짐이 가돌프요.”

필론은 말로만 들었던 프란치아의 왕을 드디어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평상시엔 그는 왕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대영주 플로란트가 동행했기에 알현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대가 필론 경이요? 그대 말은 많이 들었소.”

가돌프라는 젊은 왕은 몸이 비쩍 말랐으며 피부는 매우 희었다. 그가 두르고 있던 푸른색 망토는 그의 체구에 비해 너무도 무거워 보였다. 이 나약해보이는 젊은이에게 보여지는 왕의 증거는 머리에 얹혀진 초롱꽃 문양의 왕관 뿐이었다. 필론이 다시 왕에게 인사를 건네자 가돌프가 말을 이었다.

“…… 기가비어턴을 잡으려 했다가 실패했다지?”

이 젊은 왕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필론의 실패를 대놓고 이야기했다. 필론은 금새 목소리를 가다듬고 가돌프에게 대답하였다.

“소신의 능력이 미천하여 적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이다. 용서하소서.”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그나저나 오늘 온 용건이 무엇이요? 짐은 바쁘니 빨리 말하시오.”

필론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국왕 가돌프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기가비어턴은 이미 라이벌을 제거했으며, 노움들을 죽여 신위를 차지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돌프는 그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듯, 귀를 파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짐에게 바라는 것이 뭐요?”

“병력입니다. 기가비어턴과 다시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프란치아 전체의 운명이 걸린만큼 커다란 규모의 전투가 되올 줄로 예상됩니다.”

“꼭 그리 해야 되겠소?”

가돌프의 말에 필론이 살짝 당황하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생각해보시오. 레드드래곤이 노움들을 죽인다.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오?”

필론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기가비어턴은 이번 계획을 위해 몇십년을 준비했나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13년전의 스폰전쟁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아. 당신도 드래곤 스폰 중 하나였지 아마?”

스폰전쟁이란 드래곤들이 각자의 스폰을 만들어 싸움을 시켰던 사건이었다. 그중 필론은 골드드래곤 로메리온의 스폰이었다.

필론은 가돌프가 비극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 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제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사악한 기가비어턴이야말로 비극의 시초이자 시발점인 존재입니다. 그가 신위를 획득한다면 더 큰 불행이 일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필론의 말은 사실이었다. 과거 스폰들의 전쟁 또한 기가비어턴이 계획한 것이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글라디미르가 일어나 서방대륙을 초토화 시켰던 것이었다. 기가비어턴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였으며, 그 잔학성 또한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왕궁에서 편하게 살기만 했던 이 젊은 왕은 그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가돌프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필론에게 질문을 던졌다.

“경은 ‘세상을 통일하려면 자신을 통일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소?”

“네?”

그때 블랙이 대신 대답했다.

“동방의 속담 중 하나입니다. 세상을 구하기 전에 자신부터 먼저 돌아보라는 말이지요.”

블랙은 동방의 스승에게 무슬을 교육받았으므로 동방의 속담이나 격언을 많이 알고 있었다. 가돌프는 블랙의 대답에 만족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대의 부하는 알고있는데 왜 그대는 모르시오?”

블랙을 칭찬한 말이었으나 블랙은 오히려 발끈하였다.

“아니, 저…….”

“잘 들으시오. 난 프란치아를 보살피는 왕이요. 외부의 문제보다는 내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지. 국내도 지키지 못하면서 세상의 비극이니 뭐니를 걱정해야 할 단계가 아니란 말이오. 알겠소?”

“그럼…… 신(臣)에게 바라시는 것은…….”

필론의 질문에 가돌프가 대답했다.

“지금 프란치아 남방 바르세일(Barseil)지방에 인신공양(人身供養)이 일어나고 있소.”

인신공양이란 말에 필론은 얼굴을 찡그렸다. 살아있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는 필론의 기준으로 볼 때, 아주 잔학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약탈신 아이타로스의 교세가 그곳에 퍼져있기 때문이지.”

필론은 아이타로스라는 말에, 예전 그린데일에서 싸웠던 성직자 프렌시오를 떠올렸다. 가돌프는 말을 이어갔다.

“아이타로스의 대사제 바하가르란 자가 그곳에 교단을 세우고 사람들을 희생시키고있지. 그대가 그의 교단을 파괴시키시오. 그렇게 한다면 자네의 도움에 흔쾌히 응할 것이오.”

필론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그리하겠나이다.”

가돌프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바르세일지방으로 가면 메를(Merlle)후작이 있을 것이오. 그와 합세하면 그가 당신을 도울 것이오. 알겠소?”

“악을 처단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시작하겠나이다.”


× × × × ×


사막의 아침, 잔느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통에 담긴 물로 세수를 하였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그녀는 문으로 향했다. 여느 아침때처럼 식구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려한 것이었다.

“꺄아아악!”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기겁하고야 말았다. 론 런너, 아니 글라디미르의 집 주변으로 수 많은 캠프들이 세워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비명소리에 캠프 안에서 버그베어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흉측한 몰골의 트롤들과 보통사람의 두 배 만한 키의 거인들까지 캠프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 대자아아앙!”

잔느는 글라디미르를 불렀다. 글라디미르는 침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새벽에 이미 잠을 깼는지, 미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밖에…… 밖을!”

“호들갑 떨지마.”

글라디미르는 그녀에게 핀잔을 준 후 집 밖으로 나섰다. 불어오는 사막의 바람은 그의 붉은 머릿결을 흩날리고 있었다. 불어오는 모래에 잠시 눈을 뜨지 못했던 그는 모래너머로 보이는 수 많은 캠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잔느는 글라디미르의 뒤로 뛰어오며 말했다.

“저번보다 더 많은 괴물들이 몰려왔어!”

“잘 주무셨습니까?”

오크부족의 우두머리인 고다르크가 글라디미르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글라디미르는 고다르크의 인사를 받지도 아니하고는, 몰려온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언덕거인들도 왔군.”

고다르크 곁에 있던 주술사 우르타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간밤에 버그베어 여덟부족과 트롤부족 두 무리, 그리고 언덕거인들 부족이 가세했습니다.”

글라디미르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각지의 괴물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고다르크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 세력이면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겠죠? 간사한 인간들을 쓸어버릴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주술사 우르타크가 근심섞인 표정을 지으며 글라디미르에게 말을 하였다.

“하지만 다크엘프들은 합세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듯이, 자존심강한 다크엘프들에겐 과거 오크들에게 점령당했던 일은 수치였기 때문이었다.

고다르크가 글라디미르에게 물었다.

“다크엘프들을 칠까요? 명령만 내려주시면…….”

“다크엘프? 그건 또 뭐야?”

잔느가 글라디미르의 다리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글라디미르는 잔느의 가무잡잡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잔느의 가무잡잡한 얼굴은 한 다크엘프여인의 얼굴과 겹쳐져 보였다.

“나일린(Nailyn)…….”

부지불식간에 중얼거린 그의 말을, 잔느는 유심히 들었다.

“나일린? 그게 뭐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잔느는 나일린은 다크엘프들의 다른 이름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고다르크가 글라디미르에게 다시 물었다.

“다크엘프들의 은거지는 수색대를 보내면 며칠 안에 찾을 수 있습니다.”

“됐어.”

글라디미르의 대답에 고다르크가 눈을 크게 떴다.

“됐, 됐다니요? 다크엘프들은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다크엘프들은 마법사 제로무스의 편이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쇳가루가 섞인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 고다르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곳을 향해 소리쳤다.

“자코라고 했나!?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검은 박쥐갑옷을 입은 자코가 어느덧 집 밖에 나온 것이었다. 글라디미르는 자코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잤는가?”

자코는 글라디미르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안 이상, 그에 대한 존경심은 이미 사라진 뒤였던 것이다. 고다르크는 자코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이 너! 내가 묻잖아!? 그걸 어떻게 아냐고?”

자코는 대답대신 고다르크와 글라디미르를 번갈아 보았다. 잔느는 혓바닥을 내밀며 자코에게 쏘아붙였다.

“뻬에! 갑옷머저리! 넌 대장에게 고마워할 줄도 모르지? 대장 아니었으면 넌 그 나쁜기사들 있는 곳에서 죽었다구!”

그녀의 말대로, 글라디미르가 자코를 라이온하트 기사단에서 구하질 않았다면 자코는 이미 죽은 목숨인게 확실했다. 자코는 다른 곳을 응시하며 입을 열였다.

“글라디미르…… 네가 나의 부모님을 죽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에 대해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자코의 고개가 떨구어지는 것이 아닌가?

“나도 곰곰이 생각해봤어…… 네가 죽인 우리 부모님은 결코 살아돌아오지 않아…… 거꾸로 말하자면 내가 이제껏 해친 사람들도 다신 살아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지…….”

자코는 자신이 해친 사람들을 생각하며 글라디미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이 일이 끝나면 네 목숨을 취하겠어!”

자코의 말에 잔느가 발끈했다.

“내가 그렇게 둘 것 같아!? 너야말로 잘 때 머리에 못이 박히지 않나 조심해야 할 껄?”

이야기를 듣던 우르타크는 글라디미르에게 질문을 하였다.

“다크엘프들을 치지 않으시겠다는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요?”

“북상한다.”

“북상이요?”

“북쪽에는 버려진땅이라는 나라가 있어. 그곳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다고 하더군. 그곳에서 더 병력을 모으고 기가비어턴을 찾아야겠지.”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이번 편에서 모짜렐라치즈가 나오는데, 모짜렐라가 지방이름인줄 알았는데 치즈의 커드를 잘게 자르고 또 잘라 진득하게 만든 치즈라고 하네요. 지금은 냉장시설이 발달되어있어서 아무 때나 먹지만 실제로는 그게 안되는 고급 재료라고 합니다.


아! 사실은 저 드디어 임신 성공했습니다. 결혼한 지 2년만에 임신이 됐네요. 여러분들께서 에이나 닮은 이쁜딸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딸이네요.^^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응원 덕분입니다.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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