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221,766
추천수 :
2,804
글자수 :
572,268

작성
14.01.19 21:08
조회
2,393
추천
29
글자
22쪽

더 팔라딘(The Paladins)-68화: 다크엘프 대 글라디미르

DUMMY

× × × × ×


크로이센의 동부 끝자락에는 ‘어둠의 숲’이라는 곳이 있다. 크나 큰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기에 붙여진, 이 숲의 이름이었다. 크나큰 나무들이 너무도 울창히 퍼져있었기에, 이 숲 안으로는 햇빛이 잘 들지 못했다. 으스스한 어둠이 퍼져있는 숲인 것이다.

하지만 결코 이 숲이 어둡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둠의 숲이라고 불리우는게 아니다. 이 숲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이 실종하거나 실성을 한 상태로 발견 되었는데, 이 때문에 어둠의 숲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이다.

인간들은 이 거대한 숲을 개간하여 어떻게든 터전을 확장하려 했으나, 그 일은 번번히 실패할 뿐이었다. 건설 책임자가 이유모를 병에 걸려 죽는다던지, 숲 근처에 귀신들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돈다든지 해서 말이다…….

또한 놀랍게도 이 숲에는 산불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 본래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숲에는 의례히 산불이 한번씩 지나가게 되어있는게 아니던가? 그래야 나무보다 작은 수풀들도 번식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이 숲에는 산불한번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들이 나무를 벌목해도 또 다른 나무가 금새금새 자라날 뿐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관리받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기괴할 정도로 어슴푸레한 이 숲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숲 가운데에 있는 울창한 관목림…… 그리고 그 관목림 사이로 이끼가 끼어있는 바위가 있다. 그리고 그 바위 아래에는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 좌우의 벽에는 개미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 개미 문장은 지하를 관장하는 개미여신 포미데이(Pormidei)의 상징이었다.

이 포미데이를 숭배하는 자들이 숲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스스슥

나뭇잎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검은 인영(人影)들이 지하로 향하는 계단으로 들어갔다. 날렵해 보이는 체형과 검은 피부,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일 정도로 하얀 머릿결…….

그들은 이 곳의 주인 다크엘프들이었다.


다크엘프들의 근거지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대개는 사막 한가운데나, 바닷가 암초 근처등 인간의 접근이 힘든 곳에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크로이센에는 어둠의 숲 사이에 다크엘프들의 근거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지하 근거지의 이름은 다크엘프들의 언어로 앱스큘란(Apsculan)이었다. 그들의 언어로는 ‘권능의 도시’라는 뜻이다.

앱스큘란으로 향하는 지하계단은 무척이나 길었다. 기나긴 지하계단을 내려가면 높은 천장을 가진 거대 도시 앱스큘란을 볼 수 있다.

건물들의 모습은 지상의 건물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지상 인간들의 건물이 직사각형 위주라면, 지하 다크엘프들의 건물은 뾰족한 삼각형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저 단순한 삼각형의 모습만은 아니었다. 건물 곳곳에는 다크엘프다운 섬세한 조각들이 가득했다.

빛이 없는 어두운 지하였으나, 다크엘프들은 어둠속에서도 물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지하도시 한켠에는 노예로 끌려온 드워프나 인간, 오크들이 강제노역을 하고 있었다. 잔인한 다크엘프 간수들은 가차없이 노예들에게 채찍을 휘둘렀고, 노역에 견디다 못한 희생양들은 해부실험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이 끔찍한 지하도시 중앙에는 아주아주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이 앱스큘란 도시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왕성 앱스테리움(Apsterium)이었다. 다크엘프들은 태양빛을 싫어했지만, 자신들을 꾸미기 위해 만든 마법적인 빛은 아낌없이 사용했다. 앱스테리움 안에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가득했으며, 주황색의 깔끔한 복도에는 백색의 사제복을 입은 여자 다크엘프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앱스테리움 내부에는 수 많은 방이 있었는데…… 그중 한 방에서 어떤 사나이가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으으으으…….”

노란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책상에 앉아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마법사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소매속에서 약을 꺼내더니 한입에 들이삼켰다.

“크허…….”

마법사는 몸을 뒤로 젖히며 약기운이 몸에 퍼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방 안에 어렴풋이 흐르는 노란색 조명은 마법사의 얼굴을 비추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얼굴…… 사실은 강철가면을 얼굴에 가져다 붙인 끔찍한 모습이었다. 바로 흑마법사 제로무스였던 것이었다.

제로무스는 고통이 사그라들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께를 젖혔다. 커다란 상처가 아직도 그의 가슴에 남아있었다.

“에바스티오…….”

제로무스는 그의 원수이자 라이온하트 기사단의 수장인 에바스티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다.

“네놈의 검 디클레어러가 남긴 상처는 지워지질 않는구나…….”

제로무스의 가슴에 있는 상처는 홀리어벤저 디클레어에 의해 만들어진 상처였던 것이었다. 제로무스는 가슴의 통증이 도질 때마다 약을 먹어야만 했다.

“……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네놈의 기사단을 무너뜨리고…….”

제로무스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이를 갈았다.

“…… 너를 파멸로 이끌어야만이 이 고통속에서 해방될 테니까…….”

제로무스는 방 귀퉁이로 걸어갔다. 방 귀퉁이에는 한 여인의 석상이 놓여져 있었다. 실제 사람과 똑같은 크기의 석상……. 이 석상의 여인은 아주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무척이나 슬퍼보였으며, 그녀의 손은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른 모습이었다. 제로무스는 석상으로 다가가더니 손가락을 뻗어 석상의 눈물을 닦아주려 하였다. 하지만 돌로 조각되어있는 눈물이 닦일 리가 없었다.

“하비아…….”

제로무스는 석상의 볼을 어루만지며 여인의 이름을 불렀다.

“……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지만, 지금은 불가능하구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시오……. 그 눈물이 다시는 흐르지 않게 하겠소.”

그때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스꽝스럽군.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 것 같은가?”

제로무스가 고개를 돌리자, 다크엘프 여사제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꽤 높은 신분인 듯, 한손엔 은빛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며 번쩍이는 사슬갑옷을 입고 있었다. 제로무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다니, 간이 부었군.”

“그대는 우리의 손님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의 통제에 따라야 하지.”

일반적으론 주인이 손님을 배려하는게 맞으나, 다크엘프들의 사회는 조금 달랐다. 다크엘프들은 자존심이 강했으며 외부인들을 얕보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다크엘프들은 여존남비(女尊男卑)의 사상이 강했기에, 여사제는 남자인 제로무스를 얕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크엘프 여사제는 우아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하얀 사제복과 사슬갑옷 사이로 늘씬한 허벅지가 드러났다.

“이미 저 여자는 죽은 상태야. 석화(石化:petrifaction)마법으로 부패되는 것을 막았다 하더라도 그 영혼은 이미 떠나 있다구.”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 석상은 제로무스의 연인인 하비아 였으며, 그녀의 시체는 석화마법으로 굳어있는 것 뿐이었다. 제로무스는 혀를 찼다.

“치잇!”

제로무스는 석화된 하비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앳되어보이는 여인의 얼굴…… 이미 그녀가 죽은지는 10년이 지나있던 것이었다.

“살리고 말겠어…… 그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다크엘프 여사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비웃음을 띄며 입을 열었다.

“훗! 잠자리 할 상대가 죽었으면 다른 여자를 찾으면 될 일이지…… 외로우면 밤에 내 침실로 오라고. 내가 귀여워 해줄테니…….”

“꿈깨라 이 더러운 암캐야. 네년이 감히 하비아와 비교나 될 것 같아?”

여사제의 미간에 주름이 드리워졌다.

“흥! 여왕님의 분부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이곳에서 온몸이 해체되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참지…… 여왕님께서 부르신다.”

제로무스는 여사제와 함께 방을 나섰다. 제로무스는 마음이 급했는지 여사제를 지나쳐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사제가 경고하였다.

“이봐! 내 뒤에서 걸어!”

“나도 길은 알아!”

“감히 남자가 여자 앞을 걸어가려 해!? 내 뒤로 와! 당장!”

확실히…… 다크엘프들의 사회는 개미들과 비슷하였다. 지하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것도 비슷하였으며, 여왕 아래로 요직은 여자들이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거역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알았다고!”

제로무스는 혹시나 다크엘프들의 여왕에게 잘못 보일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잠자코 여사제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제로무스가 인도된 곳은 널찍한 알현실이었다. 바닥에는 역시나 개미여신 포미데이의 성표가 그려져 있었으며, 주변에는 기하학적으로 솟아오른 기둥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기둥들 사이에는 여사제들이 서 있었으며, 그 가운데에는 계단과 함께 높이 솟아오른 권좌가 있었다.

그 권좌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다크엘프가 바로 이곳 앱스큘란의 여왕 레지나(Legina)였다. 제로무스는 로브를 뒤로 젖히며 예를 갖추었다.

“여왕님…… 부르셨습니까? 제로무스입니다.”

다크엘프들은 수명도 길었고 노화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왕 레지나의 나이는 많았으나 그녀의 미모는 20대로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왔는가? 제로무스. 그동안 그대의 제안을 곰곰이 검토해 보았지.”

제로무스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지혜로운 여왕폐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셨길 기원합니다.”

여왕 레지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아첨섞인 말은 필요없어. 우린 자네의 제안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거든.”

철가면이 붙어있는 제로무스의 표정은 알 길이 없었으나, 그의 눈은 크게 떠졌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는 라이온하트 기사단을 공격하는데 우리 전사들을 필요로 했네. 하지만 우린 지금 그럴 여력이 없어. 나의 첩보망에 따르면 에멘테즈(Ementese) 가문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하는군. 게다가 글라디미르가 이곳을 노린다는 보고도 있고 말이지.”

글라디미르란 말에 제로무스는 더욱 놀라고 말았다.

“글라디미르라니요? 그 자는 13년 전에 죽었습니다!”

여왕 레지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리석구나. 글라디미르는 이미 그의 세력을 모았어. 비젠부르크성이 이미 그에게 초토화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나?”

제로무스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로 혼자 되뇌었다.

“그럴 리가…… 기가비어턴님께선 그런 계획을 가지고 계시지 않으신데…….”

제로무스는 13년전, 글라디미르가 기가비어턴의 계획에 의해 전쟁을 일으켰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도 글라디미르는 기가비어턴의 부하일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한편 여왕 레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우리의 아군인 기가비어턴이 계획한 일이 아니지…….”

자존심강한 다크엘프들은 기가비어턴의 부하이면서도 그를 주인이라고 칭하지 않았다. 단지 ‘아군’이라고만 칭할 뿐이었다. 레지나의 말은 계속되었다.

“…… 하지만 이미 손을 써두었네. 삼일 전에 암살자들을 보냈으니 이미 그는 죽은 목숨일게야. 아직 암살자들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반드시 그리 됐을 것이네.”

제로무스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왜 암살자들은 돌아왔다는 말이 없을까? 다크엘프들의 이동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게다가 다크엘프들은 하루만에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태양빛에 노출되면 몸이 약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삼일동안 돌아오지 않았다니.

“삼일 전이라고요? 그런데…….”

-구르르르릉!

멀리서 무엇인가 거대한 것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레지나는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에멘테즈 가문이냐!?”

-구르르르르릉!

또 다시 굉음이 울려퍼졌다. 레지나는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적에게 응전한 후 상황을 보고하라!”

레지나는 그녀의 권좌에서 내려오며 여사제들과 함께 알현실을 나섰다. 그녀는 제로무스에게 말했다.

“에멘테즈 개년들을 해치우고 너와 다시 이야기하지. 그동안 알아서 몸을 간수하라.”

순간 제로무스는 짜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다크엘프들의 힘을 빌어 기사단을 부수고 그의 주인인 기가비어턴의 과업을 달성해야 하는데, 다크엘프들은 자기들끼리 가문싸움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제로무스는 양 가문을 화해시키기 위하여 레지나의 뒤를 따랐다.

“여왕폐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레지나와 여사제들은 왕성 앱스테리움을 나섰다. 성밖은 외부에서 쳐들어온 침입자들로 인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크엘프 전사들은 그들의 전장으로 뛰어가고 있었으며, 그들의 지휘관들은 이리저리 소리치고 있었다. 여왕 레지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지푸리며 물었다.

“뭐냐!? 그쪽은 출입구잖아!”

에멘테즈가문이 쳐들어 올 곳은 지하의 다른 곳이었다. 하지만 전사들이 뛰어가는 곳은 지상을 향한 출입구였다. 여사제 한명이 황급히 뛰어오더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왕폐하시여! 글라디미르가 이곳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제야 여왕 레지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엇! 글라디미르가!? 우리의 암살자들이 실패했다는 말이냐!? 어찌 이런일이…….”

레지나는 제로무스를 돌아보았다. 제로무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글라디미르가 다시나타났다는 것을 믿겠습니다. 다크엘프 암살자들이 실패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한편, 출입구에는 녹색의 물결이 들이닥쳤다. 오크의 군세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던 것이었다. 레지나는 소리쳤다.

“저런 오합지졸따윈 두려워마라! 우리에겐 포미데이님의 가호가 함께 하신다!”

제로무스가 레지나에게 말했다.

“오크들은 마법공격에 약하니 그들을 혼란시키면 무찌를 수 있습니다.”

“그런 걸 내가 모를 줄 아는가!?”

좁은 통로에서 다크엘프들과 오크들이 맞붙었다. 다크엘프들의 몸놀림은 무척이나 빨랐으나 좁은 통로에서 붙어 싸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몸놀림이 소용없게 되었다. 결국은 각 병사들의 방패가 맞부딪히며 힘겨루기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오크들은 일제히 힘을 돋우었다.

“그랴아아아!!”

다크엘프들이 무너지며 계단을 뒹굴렀다. 그 위로 오크들이 만도를 휘두르며 쏟아져내려왔다.

“글라디미르님을 위하여!”

오크들은 좁은 계단을 지나 광활한 다크엘프의 도시로 난입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다크엘프 전사들은 사방에서 몰려들며 오크들과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한편, 다크엘프 마법사들은 각자의 시약을 꺼내들며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에 화살들이 날아와 박히는게 아닌가? 고다르크가 소리쳤다.

“궁수들은 마법사와 성직자들을 노려라!”

고다르크는 13년전, 글라디미르와 함께 다크엘프의 소굴을 공격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하여 다크엘프들을 상대할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간다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

오크들과 더불어, 버그베어의 군세들도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트롤, 오우거들이 난입했다. 나중에는 거대한 언덕거인들마저 출입구 안으로 들어왔다.

레지나는 이를 갈더니, 포미데이의 성표가 그려진 지팡이를 들어 개미여신의 권능을 구하였다.

그러자 레지나의 피부가 강철처럼 변하였다. 다른 여사제들도 개미여신의 권능을 구하여 강철피부(Iron Skin)를 지니게 되었다.

“지하를 관장하는 여신이시여! 적들에게 혼돈을 내리사 그들의 눈을 어둡게 하옵소서!”

개미여신 포미데이의 권능이 임하자, 오크들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은 적 뿐만 아니라 아군까지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궁수들이 여사제들에게 화살을 쏘았으나 강철처럼 피부가 변한 그들은 화살에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오크와 버그베어들이 혼돈에 빠진 사이에 다크엘프 전사들은 그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크엘프 놈들! 죽인다!!”

오크들의 숫자가 너무도 많았다. 혼돈마법에 빠진 오크들이 쓰러졌지만 또 다른 오크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오크들은 다크엘프들의 건물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다크엘프전사들이 계속 쓰러지며 패색이 짙어지자 레지나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서쪽을 방비하는 병사들을 불러라!”

이미 레지나는 낭패감을 맛보고 있었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을 노리는 에멘테즈가문에 향해있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군세를 서쪽에 배치했는데, 글라디미르의 군대가 예상을 뒤엎고 너무나 빨리 돌아왔던 것이다. 레지나는 몰려오는 오크들을 지팡이로 후려치며 소리쳤다.

“원군이 올때까지 버텨라! 농성에 들어간다!”

다크엘프들은 그들의 여왕을 보호하며 왕성 앱스테리움으로 후퇴하였다. 한편 제로무스는 몰려오는 오크들 사이에서 붉은머리의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론 런너…… 글라디미르였다. 제로무스는 글라디미르의 정체에 대해선 몰랐지만 론 런너는 알고 있었다.

‘론 런너. 이제까지 내 일을 방해하더니 이번엔 오크와 괴물딱지들을 불러왔느냐!?’

그리고 그는 론 런너 옆에 서 있는 검은 갑옷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자코였다. 제로무스는 자코를 하루빨리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코의 존재 자체가 제로무스의 실책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책을 안다면 레드드래곤 기가비어턴이 자신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그는 여왕 레지나에게 말하였다.

“여왕폐하! 제가 저들을 막아보겠습니다.”

“그대가!? 무슨 수로!?”

“제가 이곳에 거하면서 만들어둔 물건이 있습니다!”

레지나는 사태가 급함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리 하라!”

제로무스는 손가락을 튕기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왕궁 옆에 세워진 강철거인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제로무스가 만들어 놓았던 강철골렘이었다. 4미터에 가까운 거인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오더니 오크들을 후려쳤다. 강철골렘의 힘은 엄청나서 그의 주먹에 맞은 오크들은 공중으로 붕 떠 날아가버릴 정도였다.

오크들과 버그베어들은 각자의 무기를 집어들고는 강철골렘에게 매달렸다. 그들은 골렘에게 매달린 채로 도끼며 만도등을 마구 내리쳤다. 하지만 강철로 이루어진 골렘의 몸에는 그 어떠한 상처도 주지 못했다. 골렘의 상체가 갑자기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돌았다. 때문에 골렘에게 매달려있던 오크와 버그베어들은 뒤로 날아가게 되었다.

“비켜! 비켜!”

지축을 울리며 언덕거인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통나무처럼 거대한 그들의 곤봉을 휘둘러댔다. 하지만 강철골렘의 입에서 가스가 뿜어져 나오자 그들의 움직임은 느려지기 시작했다. 강철골렘의 입에서 나오는 가스는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철골렘은 느려터진 언덕거인들의 곤봉을 손으로 튕겨내더니 그들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가뜩이나 못생긴 언덕거인의 얼굴이 찌그러지며 이빨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실, 이 강철골렘은 보통의 강철골렘이 아니었다. 제로무스는 강철골렘의 몸에 특별한 마검(Magic Sword)을 심었으며, 겉부분을 단순한 강철이 아닌 자철(紫鐵: Amedisten)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철은 지하 깊은 곳에서만 난다는 가공할 강도의 금속이었다.

트롤들이 강철골렘에게 덤볐으나 그들 모두는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모두가 강철골렘을 당해낼 수가 없자 오크들은 강철골렘에게서 물러서더니 한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하였다.

“글라디미르!”

“글라디미르!”

그들은 자신들을 승리로 이끌어줄 주인, 글라디미르가 나서기를 바랬던 것이었다. 그들이 13년전 세상을 뒤흔들 때부터 늘 그래왔다. 강적이 나타나 자신들을 막을 때마다 글라디미르가 나서서 그 강적들을 모두 쓰러뜨렸던 것이었다.

한편, 글라디미르는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13년전 다크엘프들의 지하를 급습할 때도 이랬었다. 그 당시엔 강철골렘 두 마리가 있었고, 드래곤의 힘을 지녔던 글라디미르는 그 강철골렘 두 마리를 맨손으로 찢어죽였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드래곤의 비늘도, 드래곤의 힘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러나 글라디미르는 오크들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눈앞의 강적을 분쇄시키는 것 뿐이었다.

글라디미르는 이퀄리브리온을 치켜들었다. 보라색의 기괴한 광채가 지하를 물들였다. 그가 앞으로 나서자 오크들은 함성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글라디미르의 팔을 붙잡았다. 자코였다.

“무슨 짓인가? 이 팔을 놓으라고.”

자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에겐 무리야. 내가 상대하겠어.”

“이건 내 싸움이야!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자코가 글라디미르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들이 하는 말을 듣지 못했어? 잠시 후면 지원군이 몰려올거야. 그 전에 여왕을 해치워야 해.”

글라디미르가 대답했다.

“그래. 내가 저 강철골렘을 쓰러뜨리면 부하들이 성으로 들어가서 여왕을 잡을거다.”

“아니! 그럴 시간이 없어! 내가 저 골렘을 상대할테니, 너는 그 동안에 성으로 들어가라고! 이 군단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너 뿐이야!”

글라디미르는 자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순간 강철골렘은 글라디미르와 자코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자코가 다급히 소리쳤다.

“너, 넌 죽어선 안돼! 네 목숨을 가져가는 건 바로 나라고!”

그제서야 글라디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키릭! 키릭!

기계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강철골렘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앞을 마주하고 선 것은 양손에 신월도를 든 자코였다.


-계속

PZO1124-Barbarian.jpg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저번에 오크식 쌍창도끼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여서 이번에 삽화를 넣었습니다. 물론 제가 그린 것은 아니고요^^; 오크식 쌍창도끼가 저렇게 생겼다고 아시면 될 것 같아서 넣어봤습니다.

아.. 그리고 전 내일 드디어 여행을 떠납니다. 원래는 토욜날 글을 업뎃하려고 했는데 제로무스의 스토리에 오점이 있나 확인하느라 오늘에야 올리게 되네요. 여행은 수요일에 돌아옵니다.^^

제로무스가 너무나 오랜만에 나왔군요. 자코에게 파라텍터라는 갑옷을 씌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인데 이 작품에선 흑마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와 하비아, 그리고 라이온하트 기사단의 수장 에바스티오에게는 모종의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블랙의 이야기는 곧 등장할 것입니다. 히아신스의 이야기도 다시 나옵니다. 이번 작품 주인공이 여러명이라 작품 시점이 이리저리 바뀌는데, 좀 혼동되시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래 포가튼렐름의 다크엘프 설정에선 그들을 드로우라고 부르며 거미여신 롤쓰를 믿는다고 되어있는데, 이 작품은 저작권을 피하기 위해 SRD를 씀으로 드로우라고 하지 않고 다크엘프라고 합니다. 그리고 거미여신이 아니라 개미여신이죠. 사실 전 개미와 다크엘프들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왕개미로부터 시작되는 모계사회와 지하에서 그들의 제국을 건설하는 것 등 말이죠.

 

이 트릴로지 세계관에는 자철이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보라색 철인데요, 영어로는 아메디스텐(자수정을 뜻하는 아메디스트와 텅스텐의 합성어입죠^^;)이라고 합니다. 그냥 포가튼렐름에 등장하는 아다만티움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것도 저작권 때문에 아메스테인, 그러니까 보라색 철 자철이라고 표기했습니다. 다크엘프들은 자철로 무기를 만드는데 그 강도가 어마어마 합니다. 물론 햇볕에 닿으면 재가 되어버리지요.

 

그리고 자코의 갑옷 파라텍터는 언제 벗겨지냐면.... 파라텍터에 전해지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대신하고 싶군요.(스포가 있어서 죄송합니다.T_T)

“박쥐는 죽어서야 세상을 바로 본다.”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더 팔라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더 팔라딘(The Paladins)-73화: 카포아신스(Kapoacinth) +59 14.03.09 2,633 50 41쪽
73 더 팔라딘(The Paladins)-72화: 바다의 사냥꾼 +5 14.03.02 1,461 27 20쪽
72 더 팔라딘(The Paladins)-71화: 브라이튼(Breiten)의 공주 +5 14.02.12 1,180 26 23쪽
71 더 팔라딘(The Paladins)-70화: 또 뒷통수 +8 14.02.05 1,203 32 22쪽
70 더 팔라딘(The Paladins)-69화: 악마의 영혼 +5 14.01.29 1,437 29 18쪽
» 더 팔라딘(The Paladins)-68화: 다크엘프 대 글라디미르 +5 14.01.19 2,394 29 22쪽
68 더 팔라딘(The Paladins)-67화: 암살자들 +8 14.01.16 2,303 27 22쪽
67 더 팔라딘(The Paladins)-66화: 쌓아온 것이 무너지다 +7 14.01.10 1,110 34 21쪽
66 더 팔라딘(The Paladins)-65화: 식량 +12 14.01.08 1,984 35 21쪽
65 더 팔라딘(The Paladins)-64화: 신의 대결 +16 14.01.06 1,794 37 17쪽
64 더 팔라딘(The Paladins)-63화: 의식이 완성되다 +4 14.01.03 1,397 29 19쪽
63 더 팔라딘(The Paladins)-62화: 신의 섭리 +8 14.01.02 2,142 31 23쪽
62 더 팔라딘(The Paladins)-61화: 매를 버는 남자 +12 13.12.29 1,631 36 14쪽
61 더 팔라딘(The Paladins)-60화: 뒷통수 +16 13.12.28 1,796 39 20쪽
60 더 팔라딘(The Paladins)-59화: 인신공양(人身供養) +18 13.08.07 2,902 52 27쪽
59 더 팔라딘(The Paladins)-58화: 괴물들이 모이다 +7 13.08.05 2,615 45 15쪽
58 더 팔라딘(The Paladins)-57화: 론 런너(Lone Runner)의 정체 +10 13.08.02 3,271 46 13쪽
57 더 팔라딘(The Paladins)-56화: 레드아이(Red Eye) +22 13.08.01 4,359 63 21쪽
56 더 팔라딘(The Paladins)-55화: 부활 +33 13.03.02 3,193 51 19쪽
55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15 13.02.25 2,570 43 20쪽
54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14 13.02.21 2,593 39 20쪽
53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19 13.02.16 2,178 48 18쪽
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2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7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30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2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4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5 36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