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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221,743
추천수 :
2,804
글자수 :
572,268

작성
13.02.2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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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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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20쪽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DUMMY

필론은 재빨리 투스텝을 몰아 히아신스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다가가자 블랙은 면갑을 들어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필론…… 그동안 별 탈 없었느냐?”

블랙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필론은 투스텝에서 내려와 땅에 엎드렸다. 이것은 동방에서 오랜만에 웃어른을 만났을 때 행하는 예법이었다. 필론은 블랙을 바라보며 말했다.

“건강하셨군요. 얼마나 뵙고 싶었는지 몰랐습니다.”

“창피하니까 얼른 일어나라. 여긴 동방이 아니야.”

블랙은 눈살을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으나, 목소리에는 기쁨이 담겨져 있었다. 한편, 히아신스는 필론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블랙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 블랙 아저씨의 제자에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네.”

필론은 상당한 미남이었으나 히아신스의 취향은 아니었다. 북방의 거친 사내들 틈에서 자라온 그녀의 눈에, 필론의 얼굴은 남자와 여자를 반씩 섞어놓은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한편, 셀로나가 발끈하며 히아신스를 흘겨보았으나 히아신스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도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제게 무술을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필론은 블랙이 선뜻 무술을 가르쳐준다는 말을 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의 스승이 뭔가 히아신스에게 바라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필론은 일어서며 블랙에게 물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있는지는 어떻게 아신거죠?”

후르시아가 대신 대답하였다.

“에뎁세스의 반지, 그것이 금새 경의 위치를 알려주더군요.”

카노트는 히아신스의 손에 에뎁세스의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 키큰 아가씨가 그걸 가지고 계시군요. 그러면, 브런트군을 만나보셨겠네요?”

“네? 브런트군이요? 군이라고요? 완전 할아버지던데…….”

카노트는 그녀의 말에, 브런트가 인간의 나이로는 이미 노년의 끝에 다다랐음을 떠올렸다.

“아…… 제가 착각을 했군요. 브런트군의 젊은 모습만 떠올렸나봅니다. 네.”

히아신스는 카노트와 에톤라크를 번갈아보더니 샐쭉 웃었다.

“그런데 두분은 정말 쌍둥이이신가봐요? 완전 똑같이 생겼어요.”

순간 카노트와 에톤라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샴! 잘 보란 말이샴! 머리스타일이 다르지 않샴!?”

카노트와 에톤라크의 헤어스타일은 정 반대였다. 가르마의 위치가 달랐는데, 그마저도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형제님이 카노트선생이시로군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전 플라투스님을 모시는 트라벤이라고 합니다.”

트라벤신부는 카노트에게 성호를 그으며 플라투스교도의 특유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네었다. 카노트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트라벤신부에게 물었다.

“명, 명성이라뇨?”

“저술하신 책을 보았습니다. 곡물분쇄기의 개량방법과 감자, 고구마의 재배법등은 정말 기발하더군요. 책의 내용들은 불쌍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행은 카노트가 책까지 썼다는 것을 알고는 모두 놀라고 있었다. 한편 카노트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하하하. 그 졸저를 보셨나요? 그 재미도 없는 책, 별것 아니에요.”

“맞아요.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책 보았었는데 정말 재미가…….”

히아신스는 제이드만이 허벅지를 미는 바람에 하던 말을 멈추었다.

“왜 그래요?”

제이드만은 활짝 웃으며 카노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하하하. 오랜만에 모두 보니 반갑군. 그런데, 저 아가씨는 누구신지?”

셀로나는 제이드만이 자신을 지칭하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필론이 웃으며 그녀를 소개하였다.

“제 목숨의 은인, 셀로나양입니다.”

“오! 필론경의 목숨을 구했다니, 정말 감사하구려. 히힛.”

하지만 셀로나는 제이드만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안해진 제이드만은 어깨를 으쓱 올리더니 필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필론……. 경은 어디로 가는 길이었지?”

필론과 일행은 이제까지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야기를 듣던 맨티스는 자코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는 필론에게 물었다.

“자코? 그 두루마리를 가져온 사내가 자코야? 좀도둑 이름처럼 들리는데?”

도적들끼리는 길드가 형성되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맨티스는 자코의 얼굴은 보지 못했어도 그 이름만은 들었던 것이었다. 한편 필론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좀도둑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파라텍터라는 저주받은 갑옷을 입고있었어요.”

그 말에 후르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라텍터? 그럼 기가비어턴의 부하일텐데요?”

에톤라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맞샴. 아무래도 바텐호스 다음으로 선택된 희생양일거샴.”

“그런데 그 악당이 어째서 로메리온님의 편지를 가지고 필론경에게까지 온 것일까요?”

후르시아의 말에 필론은 고개를 저었다.

“악당은 아닐 겁니다. 불속에 갇힌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을 보았어요.”

그때 카노트가 말했다.

“악당이 맞습니다요. 파라텍터에 감염된 바란 경을 죽이는 바람에 그 갑옷을 입게 된 것입죠. 하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그 갑옷은 착용자의 성격을 반대로 바꿉니다요. 그래서 어린아이들을 구해낸 거고요. 네.”

말하면서도 카노트는,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던 자코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실…… 할 수만 있다면 그를 도와주고 싶네요. 그는 후회하고 있고, 지금 가야할 방향도 못 잡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이야기를 드던 트라벤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플라투스님께선 우리에게 갈 길을 보여주시는군요.”

트라벤의 말에 카노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에뎁세스의 반지가 있으니 그의 위치를 찾는 것은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카노트는 히아신스에게서 반지를 빌려 끼우고는 자코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보라색 광채가 허공에 영상을 뿌리기 시작했다. 영상에선 구름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도시가 나타났다. 후르시아는 이 도시를 알아보는 듯 낮게 읊조렸다.

“샤인스트림이로군요……. 예전에 저기서 흡혈귀들과 싸웠던 적이 있었죠.”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은 아래로 쏘아져 내려가더니 샤인스트림 도시를 자세히 비추었다. 그러자 거리에 나앉은 수 많은 걸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샤인스트림도 높은 세금으로 인해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진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제이드만인 끌끌 혀를 찼다.

“쯧쯧…… 저걸 보니 에투렐리아가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 알겠구만…….”

그의 말은, 필론의 가슴을 후벼파고있었다. 백성들이 살기 편한 에투렐리아와는 달리 프란치아는 귀족들만의 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지하도까지 들어가는건가?”

블랙의 말대로, 샤인스트림을 비추는 영상은 거리바닥을 뚫고 그 아래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하도에는 더러운 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그 더러운 물이 흐르는 물가 옆에 파라텍터를 입은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자코였던 것이었다.


× × × × ×


어두컴컴한 지하도 안, 자코는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수도를 흐르는 더러운 냄새는 그의 코를 찔러대기 시작했으나 자코는 코를 가릴 수도 없었다. 면갑 때문에 손으로 입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우웨에에에엑!”

결국, 구역질을 참지 못한 그는 몸을 수그리고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음식을 먹지 못했던 그였기에, 입속에서는 위액만이 나올 뿐이었다. 한참을 구토한 그는 눈앞이 핑도는 것을 느꼈다. 별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황에서 그는 지하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위에 뚫린 배수구를 통하여 가느다란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으며, 희미한 빛은 지하도의 면면을 비추고 있었다. 습기로 인해 사방에 이끼가 피어있었으며, 바닥에는 온갖 오물들이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하도라도 있는게 어디야.’

그의 생각대로, 당시엔 하수도가 있는 도시가 그리 많지 않았다. 샤인스트림을 제외하면 바라탄의 아프로칼리스와 동방의 실라라는 도시만이 하수구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 샤인스트림에도 하수구가 있었기 때문에 자코는 이곳에 몸을 숨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서 저녁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코는 위에서 비춰오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파라텍터를 입은 그가 라이온하트 기사단으로 들어가려면 어두운 밤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코는 허리가방에서 누런 기름종이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펼치자 샤인스트림 지하도를 나타낸 지도가 드러났다. 자코는 피로 물든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늠하고는 위를 바라보았다.

‘이곳 위가 기사단 건물과 가장 가까운게 확실해.’

오전 내내 지하도를 헤멘 자코가 내린 결론이었다. 자코는 한번 더 지도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였다. 자코는 지도에 묻어있는 피를 바라보고는, 자신이 이곳에 들어와 만났던 드워프 강도떼를 떠올렸다. 그들은 지하도에 기거하며 상습적으로 지상의 사람들을 습격하던 도적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코에게 모두 살해당하였으며 그들의 지도는 지금 자코 손에 들려있었던 것이었다.


밤이 되자 지하도는 더욱 어두워졌다. 지상에서 간간히 들려오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기사들의 쇠장화소리 또한 줄어들었으며, 한밤 중이 되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올라가자!’

한참을 기다렸던 기다린 자코는 지상으로 향하는 나무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머리만 살짝 내민 그는, 거리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지상 위로 몸을 끌어 올렸다.

“어~ 거기 뭐야!”

한 사내의 외침이 들려왔다. 자코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편 거리에서 한 사내가 다리를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취객이었다. 벌건 얼굴의 취객은 지하도에서 나오던 자코를 발견하고는 두 눈을 비볐다.

“으아아아~ 이제 술을 끊어야지…… 이젠 헛것이 다 보이네……. 지하도에서 위대한 기사나리가 나오다니 말야…… 풋.”

그는 킬킬 웃으며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는 그의 몸이 주욱 미끌어지더니, 이내 잠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자코는 취객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완전히 위로 올라와 나무뚜껑을 덮었다. 그는 다시 지도를 펼쳐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오른쪽 거리로 꺾어 들어가자…… 그제야 그의 눈 앞에 커다란 건물이 드러났다.

‘여기가 기사단 건물…….’

철창으로 만들어진 문 가운데에는 검을 든 사자의 모습이 부조로 장식되어있었다. 그것은 기사단을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문 너머로는 기사들이 무술을 단련할 때 사용하는 공터와 마상창술 울타리, 그리고 통나무로 만들어진 연습용 허수아비등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3층의 웅장한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그 거대한 건물 안에는 필시 수 많은 기사들이 있을 것이리라. 자코는 이퀄리브리온이 든 마법가방을 바라보았다.

‘이것만 건네주면 내 일은 모두 끝난다. 하지만…….’

자코는 다시 기사단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 검을 건네주고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죽음이 확실했다.

그는 이퀄리브리온을 전달하지 말고 그냥 달아나 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난 바란경의 유언을 이행해야만 한다구.’

자코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기사단의 철창문에 다가갔다. 그곳을 지키던 병사들은 도끼창으로 앞을 막으며 그를 제지했다.

“멈추십시오! 무슨 용무이십니까?”

자코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단 두명의 병사였고, 자코는 그들을 한번에 붙잡아 으깨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코는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저는 컴피어락의 자코라고 하는데…… 기사단장님께 긴히 드릴 것이 있어서 왔으니 들여보내주세요.”

자코의 묵직한 음성에 병사들은 일순 움찔하였으나, 잠시후 그들은 자코가 그 어떤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깨닫고는 안심하게 되었다. 한 병사가 도끼창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보고드리고 올테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병사가 건물로 뛰어가자, 자코는 팔짱을 끼우고 그를 기다렸다. 그때 남아있던 한 병사가 자코에게 말했다.

“일단 무기는 제게 맡기셔야 합니다. 단도라도 가지고 계시면 건네주십시오.”

병사는 자코 몸에 무기가 보이지 않자, 단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코는 마법가방안에서 커다란 거대도끼를 꺼내고는 병사에게 건네었다. 병사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거대도끼를 받아들었다.

“그건 마법가방입니까? 제가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자코가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는 마법가방 속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이건 무슨 물약입니까?”

병사는 바란이 자코에게 건네주었던 약병을 꺼내들었다. 자코는 짧게 대답했다.

“독약이요.”

“어…… 독약…… 음…… 그렇다면 안전상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병사는 마법가방 속에 있는 부러진 검을 발견했다. 이퀄리브리온이었다.

“혹시…… 이 부러진 검을 기사단장님께 가지고 가시려는 것입니까?”

자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기사단의 바란경께서 이걸 가지고 가라고 하셨어요.”

병사는 이퀄리브리온이 얼마나 위험한 무기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단지, 이 부러진 검이 어떤 사건의 큰 증거일 것이라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럼…….”

병사가 한걸음 물러서자, 건물로 들어갔던 병사가 다시 나왔다.

“자코경…… 들어오시랍니다.”

병사는 자코의 행색을 보고선 귀족이라고 착각하였기 때문에 경으로 지칭했다. 그만큼 자코가 입고있는 갑옷 파라텍터에는 정교한 박쥐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알겠어요.”

자코는 병사의 안내를 받아 기사단 건물로 향하였다. 하지만 그곳으로 걸어가면서도 자코는 처형장으로 자신이 걸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병사가 건물의 거대한 문을 열자, 자코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

기사단 내부는 흑색과 백색의 가구와 조형물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정의와 불의를 심판하려는 기사단의 의지가 담긴 조형들이었다.

2층으로 시원하게 뚫린 건물 내부에는 수 많은 기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자코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문이 닫히더니 기사들이 우르르 자코의 주변을 포위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손에는 온갖 무기들이 들려있었다. 하지만 자코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놀라지도 아니하고 태연히 그들에게 물었다.

“기사단장님은 어디 계시나요?”

“닥쳐라! 죄인주제에 그런 것을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자코는 기사들 틈새에서 베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번의 화상 때문인지, 그의 한쪽 눈에는 안대가 감겨져 있었다. 베롬은 다시 소리쳤다.

“제발로 들어오다니 잘되었군! 정의의 심판을 받을 준비는 되었는가!?”

베롬이 계속 다그치자, 자코도 결국엔 짜증을 내고 말았다.

“자꾸 정의 정의 하지 마세요. 저번에도 경 때문에 저와 어린아이들이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요?”

자코의 말에 베롬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하지만 네놈이 살아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지!”

자코는 그가 끝까지 자신을 악인으로 생각하자 허탈한 듯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세상일을 한쪽으로만 바라보는군요. 눈이 한 개라서 그런가요?”

베롬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허튼소리 마라! 내 비록 눈은 하나지만, 이 한 눈으로 악만 바라보고 있다!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서지!”

“베롬. 말을 좀 조심하게나.”

2층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백발과 수염을 늘어뜨린 노기사가 서 있었다. 그는 청동색으로 빛나는 판금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체구가 무척이나 당당해 보였다.

“에바스티오(Evastio) 기사단장님! 이 자는 우리의 수 많은 형제들을 살해한 자입니다! 이런 자에겐 예의가 필요 없습니다!”

이 키가 큰 노인이 바로 라이온하트의 기사단장인 에바스티오였다. 그는 손을 들어 베롬의 말을 제지한 후, 자코에게 물었다.

“나에게 건네주려는 물건이 있다고 했는가?”

“네.”

자코가 마법가방 속으로 손을 넣자, 수 많은 기사들은 경계를 하며 한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자코는 천천히 이퀄리브리온을 꺼내들며 입을 열었다.

“이걸…… 이걸 드리기 위해 제스파니아에서 이곳 프란치아까지 왔습니다.”

에바스티오는 이 부러진 검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땅에다 내려놓게.”

자코는 천천히 이퀄리브리온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에바스티오는 다시 자코에게 물었다.

“이젠 자네에게 질문을 하겠네. 어째서 자네는 우리 기사단의 형제들과 카르타스의 사제님들을 죽였는가?”

자코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죽이려 한 것이 아니에요. 그들이 먼저 저를 공격했기에, 다리를 부수어 빠져나가려고 한 것 뿐입니다.”

“그럼 자네는 아무 죄가 없다는 말인가?”

에바스티오의 물음에, 자코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니요…… 전 이제까지 수 많은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젠 제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으니 그 악행에 대한 댓가를 치르고 싶습니다. 다만…….”

“다만 뭔가?”

“제가 입고 있는 갑옷에는 저주가 걸려있어요. 때문에 저를 죽이는 자는 그 저주에 걸릴 것이니 그가 더 많은 사람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베롬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기사단장님. 저자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살아나가려는 수작임에 분명합니다.”

에바스티오는 다시 자코에게 물었다.

“자네는 그 갑옷에 저주가 걸려있다고 했는데, 난 그 말을 이해하기 힘들군. 그걸 증명할 수 있는가?”

“당연하지! 이 머저리야!”

갑작스럽게 등장한 한 사내의 목소리에, 기사들은 일제히 2층을 올려다보았다. 한편 에바스티오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제로무스!! 그대가 어떻게 여길!?”

반대편 2층위에는 철가면을 얼굴에 쓴 마법사 제로무스가 있었던 것이다. 제로무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 같은 대마법사가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지! 에바스티오…… 오늘 자네는 스스로 쌓아올린 기사단이 파괴되는 것을 보게 될것이다!”

제로무스는 자코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바란경! 지금이 기회요! 경의 여동생과 나의 연인을 앗아간 저 녀석을 해치웁시다!”

“네? 전 바란경이 아니에요.”

자코의 말에 제로무스는 살짝 놀란 듯 하였다.

“무슨소리요!? 연기는 그만하시오! 자, 당신의 여동생을 앗아간 저 천하의 공적을 죽이시오! 내가 뒤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에바스티오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제로무스…… 하비아(Habia)는 그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지 내 탓이 아니오.”

“흥! 그동안 못본 사이에 농담이 많이 늘었군 에바스티오. 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아 그녀의 마음을 산 주제에, 이제와서 남 탓을 해? 그러면 저승에 있는 그녀가 기뻐할 것 같은가!?”

“당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오. 그대같은 사악한 마법사에게 하비아가 마음을 빼앗겨선 안되기 때문이라오.”

“됐어! 그때는 내 힘이 미약하여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 오늘, 네놈이 일궈놓은 이 기사단은 붕괴될 것이고 너 또한 그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야!”

에바스티오는 장검을 뽑아들며 입을 열었다.

“이 손에 홀리어벤져 디클레어러(Declarer)가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순간 제로무스의 손바닥에서 번개가 뿜어져나갔다. 푸른색의 번개는 우레와 같은 폭음을 내며 에바스티오에게 쏘아져 날아갔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지만 성검 디클레어러를 든 에바스티오에겐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에바스티오는 소리쳤다.

“형제들이여! 사악한 무리를 처단하라!”

기사들은 자코와 제로무스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폭음이 사방에 일어나며 불꽃들이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캐한 연기가 기사단 내부를 메우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다크엘프(Dark Elf)들이다!”

유리창이 깨어지며 검은피부를 가진 엘프들이 뛰쳐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제로무스는 뒤로 내달리며 자코에게 소리쳤다.

“경이 에바스티오를 맡으시오! 이 기사나부랭이들은 내가 맡겠소!”

자코는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기사가 휘두르는 장검을 팔로 막아내며 소리쳤다.

“난 바란경이 아니라고요!!”


-계속


작가의말

오랫만에 글을 올리네요. 요새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게다가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갈때마다 책임은 점점 커지네요. 신경쓸게 많아지니 시간도 뺏깁니다.


오랫만에 쓰니까 감도 떨어지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성공을 결정하는 것이 출석률이라고 했는지 알겠습니다. 뭐든지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하나 봅니다.

그래도 오늘은 하루가 끝나기 전에 글을 올립니다.


다음번엔 더 빠르게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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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더 팔라딘(The Paladins)-63화: 의식이 완성되다 +4 14.01.03 1,396 29 19쪽
63 더 팔라딘(The Paladins)-62화: 신의 섭리 +8 14.01.02 2,141 31 23쪽
62 더 팔라딘(The Paladins)-61화: 매를 버는 남자 +12 13.12.29 1,630 36 14쪽
61 더 팔라딘(The Paladins)-60화: 뒷통수 +16 13.12.28 1,794 39 20쪽
60 더 팔라딘(The Paladins)-59화: 인신공양(人身供養) +18 13.08.07 2,901 52 27쪽
59 더 팔라딘(The Paladins)-58화: 괴물들이 모이다 +7 13.08.05 2,614 45 15쪽
58 더 팔라딘(The Paladins)-57화: 론 런너(Lone Runner)의 정체 +10 13.08.02 3,270 46 13쪽
57 더 팔라딘(The Paladins)-56화: 레드아이(Red Eye) +22 13.08.01 4,359 63 21쪽
56 더 팔라딘(The Paladins)-55화: 부활 +33 13.03.02 3,192 51 19쪽
55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15 13.02.25 2,569 43 20쪽
»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14 13.02.21 2,593 39 20쪽
53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19 13.02.16 2,176 48 18쪽
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1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6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30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0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3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7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5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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