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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221,773
추천수 :
2,804
글자수 :
572,268

작성
13.08.01 20:44
조회
4,359
추천
63
글자
21쪽

더 팔라딘(The Paladins)-56화: 레드아이(Red Eye)

DUMMY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정말…… 뭐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도 오랫동안 연재를 중단하고 이제야 돌아와 면목도 없습니다. 핑계라면 핑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업무에 질려 글에서 멀어지다가 점점 글을 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연재중단을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라도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들께 다시금 머리를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발리스트부터 소서리스, 그리고 더 팔라딘까지 모두다 큰 연중을 한번씩 하게 되네요.T_T 넓은 아량으로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작품이 늘 그렇듯이 연중을 길게하면 꼭 이제까지의 줄거리를 적습니다. 아래에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적을테니 다시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옛날 스토리를 떠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제까지의 줄거리


좀도둑 출신인 자코는 명예로운 기사 바란을 죽이고 저주받은 갑옷을 강제로 입게 된다. 이 갑옷 파라텍터는 착용자의 성격을 뒤바꾸는 물건으로, 착한자는 악하게 만들지만 악한자는 착하게 만드는 물건이다. 악당인 자코는 이 갑옷을 입고 자신의 잘못을 늬우치게 되고, 바란이 부탁한 물건을 옮기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자코는 이 일로 오히려 기사단과 교단의 오해를 사게 되고 쫓기는 몸이 된다. 하지만 그는 거대한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 자신이 휘말려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옮기던 물건은 마검 이퀄리브리온의 반쪽으로, 가공할 위력을 가진 물건이었다. 기사단에 그 물건을 전달하려 했으나 기사단은 자코의 진의를 믿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사악한 마법사 제로무스와 다크엘프들이 나타나 자코는 악마 텔베오스와 싸우게 된다. 텔베오스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했으나 자코는 기사들의 공격을 받아 절체 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고 상급악마인 텔베오스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자코를 살린다.

간신히 구출된 자코는 론 런너라 불리우는 자의 집에서 정신을 차리지만, 기사단의 추격은 계속되는데…….


=============


-56화: 레드아이(Red Eye)


“그아아아아아!!!”

버그베어 그루낙이 괴성을 내지르며 거대도끼를 휘둘렀다. 기사 중 하나가 그 거대한 도끼를 방패로 막았다. 하지만 그루낙의 힘이 너무도 강대하여 방패는 부서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도끼에 의해, 방패가 부서지며 기사의 팔 또한 잘려나간 것이다. 그루낙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털투성이의 주먹을 내질러 기사를 날려보냈다. 싸움이 시작되자, 기사들은 각기 함성을 지르며 그루낙과 티카에게 달려들었다. 론 런너의 무리와 프란치아 기사단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었다.

“론 런너! 정의의 검을 받아라!”

오타론은 자신의 대검을 론 런너에게 찔러넣었다. 론 런너는 마검 이퀄리브리온을 비틀어 오타론의 검을 막아냈다. 순간 오타론은 자신의 몸에 엄청난 힘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으음!”

오타론의 대검은 블레이징 블레이드(Blazing Blade)라고 불리우는 전설의 명검이었다. 하지만 전설의 명검이었어도 블레이징 블레이드는 이퀄리브리온과 부딪히자 섬광을 튀겨내며 아래로 크게 젖혀진 것이었다. 오타론은 황급히 머리를 수그려 이퀄리브리온의 두 번째 공격을 간신히 피했다.

“사악한 마검의 위력이라니!”

오타론은 블레이징 블레이드를 8자 형태로 이리저리 휘두르며 뒤로 물러섰다. 오타론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으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마검의 위력인가!?’

오타론은 전설의 명검 블레이징 블레이드에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음을 깨달았다. 사실 블레이징 블레이드는 흔한 마법검이 아니었다. 오타론의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명검 중의 명검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부활한 이퀄리브리온의 위력은 그 이상이었다. 론 런너는 이퀄리브리온을 다시 고쳐들며 공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 사악한 건 너희들이야. 프란치아 기사나리.”

오타론은 재빨리 눈을 굴렸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작은 소녀가 들어왔다. 어수선한 전투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이 검은 피부의 소녀는 바로 잔느였다. 폭풍가운데 간신히 떠 있는 조각배처럼, 그녀는 이 격렬한 전투 속에서 위태롭게 보였다. 오타론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론 런너에게 블레이징 블레이드를 찔러올렸다.

“정의가 널 처단하리라!”

론 런너는 몸을 옆으로 틀며 오타론의 공격을 피하였다. 하지만

“……!”

오타론의 몸은 급격히 낮아지며 다른 곳으로 쏘아져가는 것이 아닌가? 블레이징 블레이드의 서슬퍼런 검날이 노리는 곳은 다름아닌 잔느의 목이었다. 순간 론 런너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안돼!”

그리고 잔느의 목 언저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찢어지는 듯한 소녀의 비명, 하지만 소녀의 비명은 계속되고있었다. 소녀는 크게 소리쳤다.

“대장!! 손이!!”

잔느의 눈 앞에는 블레이징 블레이드를 움켜쥐고 있는 론 런너의 손이 있었다. 명검 블레이징 블레이드를 맨손으로 붙잡은 것이었다. 이미 론런너의 손가락들은 잘라지고 있었으며 그 피가 계속 블레이징 블레이드의 검날을 적시고 있었다. 잔느의 목언저리에 튄 피는 론 런너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론 런너는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공격하는 척 하면서 아이를 노리다니…….”

하지만 오타론은 웃고 있었다.

“양손 검을 한손으로 쓰긴 힘들텐데.”

오타론은 재빨리 블레이징 블레이드를 잡아뺐다. 그와 동시에 론 런너의 손가락과 손이 후두둑 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비명이 방안에 울려퍼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비명의 주인공은 론 런너가 아니라 오타론이었다. 전투를 벌이던 기사들은 오타론의 끔찍한 비명을 듣고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오타론의 몸은 극심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오타론의 복부에 마검 이퀄리브리온이 꽂힌 것이 보였다. 론 런너는 비명을 지르고 있던 오타론에게 자신의 잘려나간 손을 보였다.

“지금 이걸 걱정하는건가?”

오타론의 몸이 미이라처럼 오그라드는 동시에, 잘려나간 론 런너의 손과 손가락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오타론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 이…… 이퀄리브리…….”

하지만 그의 입술마저 미이라처럼 메말라버리자, 그의 말은 온전히 끝맺을 수 없게 되었다. 이윽고 완전히 메말라붙은 오타론의 시신은 장작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마검 이퀄리브리온은 희생자의 정기를 빨아들여 사용자의 몸을 회복시키는 검이었던 것이다.

이 끔찍한 광경을 보고 놀란 것은 기사들 뿐만이 아니었다. 자코 또한 자신이 운반해온 검의 괴기스러운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그는 이 검으로 제스파니아의 미첼다 자작부인을 해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에는 이퀄리브리온은 반쪽이었기에 상대의 몸만 말라붙게하여 죽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든 능력을 회복한 이퀄리브리온은 상대의 정기를 주인에게 되돌려주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대, 대장!! 괜찮아!?”

잔느는 론 런너가 걱정되었는지, 그에게 뛰어갔다. 하지만 론 런너는 잔느를 발로 차버렸다.

“꺄악!”

쓰러진 잔느 바로 앞으로 기사의 도끼창이 내리꽂히는게 보였다. 론 런너는 잔느를 구하기 위해 발로 찬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잔느에게 도끼창을 내려친 기사또한 이퀄리브리온에 맞고 죽고 말았다. 론 런너는 잔느를 다그쳤다.

“잔느! 정신 못 차리겠느냐!? 지금은 전투중이야!”

하지만 잔느에겐 전투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했던 것은 오직

“대장! 나를 위해 칼을 잡은거야!?”

잔느는 이제껏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듯, 자신을 구하기 위해 손을 희생한 론 런너의 행동에 감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편, 론 런너는 기사들의 공격이 잔느에게 집중될 것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가오는 기사들을 향해 이퀄리브리온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티카! 잔느 챙겨!”

기사들과 얽혀 싸우고 있던 티카는 론 런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느를 안아올렸다.

“대장! 탈출한다!”

티카는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폴짝 뛰어 창문에 쇄도했다. 나무판자가 어지럽게 부서지며 티카는 잔느를 안고는 밖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놈들이 달아난다!”

기사들이 던진 투척도끼들이 어지러히 날아들어왔다. 티카의 넓은 등에 도끼들이 이리저리 박혔으나, 이 거대한 트롤은 론 런너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내달릴 뿐이었다.

기사들 중 야외에서 대기하던 스무명이 달아난 티카와 잔느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압!!”

론 런너의 외침과 함께, 보라색의 검광이 어지러히 움직였다. 기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갔다. 어설픈 무기들은 이퀄리브리온에 닿기가 무섭게 잘려 나갈 뿐이었다. 건물 안의 기사들은 론 런너에게서 달아나려 했으나 그곳에는 자코의 부지깽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땡하는 영롱한 소리와 함께 부지깽이에 맞은 기사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쓰러졌다.

“이놈이!”

기사들은 퇴로를 막고 있는 자코를 향해 공격을 하였다. 자코는 반격하려 하였으나 부지깽이는 이미 심하게 뒤틀려있었다. 어쨌거나 부지깽이는 무기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도구는 아니었다.

자코는 황급한 마음에, 대장간에 쓰이는 거대한 물항아리를 들어올렸다. 자코가 그걸 던지자 항아리가 깨어지며 물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적들이 당황한 사이, 보라색의 검광이 기사들의 몸을 쓸고 지나갔다. 마검 이퀄리브리온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이퀄리브리온은 기사들의 갑옷과 몸통을 그대로 한꺼번에 잘라버렸다. 기사들의 숫자는 무척이나 많았으나 이퀄리브리온을 든 론 런너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결국, 최후에 혼자 남은 기사는 겁에 질린 채 저항다운 저항을 해보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이퀄리브리온에 찔려 죽고 말았다.

“죽어! 죽으라고!”

정기가 빨려나가고 있는 기사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으나 론 런너는 미친 듯이 죽어가는 기사를 향해 이퀄리브리온을 내리찍고 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시체에게도 계속 검을 내리치는 론 런너를 보던 자코는 ‘과연 이 자가 정의롭다는 론 런너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봐요! 잔느는 어떻할 거에요?”

자코의 말에, 론 런너는 그제서야 내리치던 검을 멈추었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퀄리브리온…… 최강의 검이긴 하지만 쓰면 쓸수록 사람의 마음을 악하게 만든다네…….”

론 런너의 말은 사실이었다. 고대 황제가 만들어낸 최강의 검 이퀄리브리온은 사용하면 할수록 사용자를 점점 악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버그베어 그루낙은 팔뚝에 난 상처를 움켜쥐고는 론 런너에게 말했다.

“대자아아아앙. 잔느…… 그리고 티카를 도와야 한다아아아아.”

“알겠다.”

론 런너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가 전투를 하는 동안 티카와 추격하던 기사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론 런너는 손가락 두 개를 입 속에 넣더니 크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먼 발치에서 말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엄청나게 컸는데, 말의 크기가 무척이나 큰 듯 하였다.

“왔구나. 레드아이(Red Eye).”

건물 밖으로 나온 자코는, 검은 말을 보고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보통의 말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커보이는 거대한 말이 나타난 것이었다. 레드아이란 그 이름대로, 이 말은 새빨간 눈을 가지고 있었다. 말의 붉은 눈동자는 칠흑처럼 검은 몸 때문인지 더욱 붉게 보였다. 하지만 검은 거마(巨馬) 레드아이는 자코를 발견하자마자 갑자기 달려들기 시작했다.

“잠, 잠깐! 왜그래!”

놀란 자코는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레드아이는 자코에게 달려들더니 뺨을 문지르는 것이 아닌가? 자코는 일순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놀란 것은 론 런너와 그루낙도 마찬가지였다.

“론 런너님! 이 말이 대체 왜 이러죠?”

“레드아이가 널 좋아하는 모양이군.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런 일은 없었는데…….”

순간 론 런너는 자코의 검은갑옷과 검은색 거마와 왠지모르게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 말과 검은 갑옷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것일까?’

론 런너는 레드아이의 고삐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레드아이. 우리는 잔느와 티카를 구하러 가야해.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어.”

론 런너가 레드아이의 등에 올라타 등자를 찼으나 레드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드아이는 그 붉은 눈을 들어 자코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론 런너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자코에게 말하였다.

“자코. 자네가 타야, 이 친구가 움직일 것 같군.”

“아…… 그런데 전 사실 말을 탈지 몰라서…….”

“지금 자네가 말을 탈줄 아냐 모르냐 묻는게 아냐. 잔느를 도와주러 가야한다는 말을 하는거야.”

자코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레드아이의 등자를 밟았다. 하지만 말의 키가 워낙 커서 자코는 등자를 제대로 밟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히히히히히힝!

“잠, 잠깐!!”

레드아이는 자코가 탔을 거라 생각하고는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론 런너는 말안장에 앉아 있었으나, 자코는 들쳐엎혀진 채로 레드아이와 함께 내달리는 형국이 되었다. 레드아이의 속도는 실로 엄청났는데, 두 남자를 태우고도 먼지바람을 날리며 쏜살같이 지평선 너머로 달리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사라지자, 집 앞에는 홀로 남겨진 버그베어 그루낙만이 서 있게 되었다.

“어…… 나는…….”

잠시 후, 그루낙은 어깨를 들썩이고는 집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대장이 돌아오기 전에…… 집안 정리나 해야 겠다아아아아.”


× × × × ×


하늘엔 벌써 붉은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붉은 노을 아래엔 트롤 티카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티카의 전신에는 노을처럼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기사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역시 트롤이군. 상처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것 봐.”

기사들은 아직도 쓰러지지 않는 티카를 바라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한편, 티카는 보물단지라도 숨기는 양, 잔느를 끌어안고 있었다. 티카는 이미 여러 기사들에게 상처를 입은 듯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티카는 강력한 트롤이었으나 적들의 숫자가 너무도 많았고, 게다가 잔느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 계속 그들에게 당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티카는 기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곧. 대장이 올 거다. 너희들 꺼져.”

“아니. 아니지. 그 론 런너란 작자가 온다면 그럴수록 네가 보호하고 있는 그 여자애가 필요하다고. 얼른 넘겨. 그럼 살려주지.”

기사들은 론 런너가 휘두르는 이퀄리브리온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소녀를 인질로 잡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건물 밖에 있었지만 창문을 통해서 론 런너가 소녀를 위해 손을 희생하는 것을 보았던 것이었다. 한편 잔느는 피를 흠뻑 흘리고 있는 티카에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나를 보내줘. 티카 몸 피 투성이야.”

트롤은 그다지 지능이 높지 않았다. 티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르고 골라 기사들에게 말했다.

“티카는 너희들 믿지 않아.”

기사들은 자신들에게 더 이상 투척도끼가 없음을 깨닫고는 각자의 무기를 꼬나들고 티카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티카는 거대한 팔을 휘둘러 기사의 창을 나꿔챘다. 하지만 다른 기사가 잔느에게 달려들자 티카는 잔느를 지키기 위하여 창을 나꿔챈 손을 포기하고는 잔느를 끌어안았다. 물론 기사의 무기들은 티카의 팔과 다리를 공격하게 되었다. 기사들의 검에 다리가 잘린 티카는 잔느를 끌어안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잘봐. 트롤은 이렇게 머리를 잘라야 완전히 죽는다고.”

기사 중 하나가 티카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 대검을 치켜올렸다.

“안돼!”

잔느가 티카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기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덕분에 기사는 티카의 목을 자르진 못했으나 잔느를 붙잡을 수 있었다.

“드디어 잡았다! 이 악마소녀!”

“놔! 난 악마가 아냐!”

그때 론 런너의 목소리가 사막하늘에 울려퍼졌다.

“머저리들!! 그만두지 못할까!?”

기사들은 먼 발치에서 보라색 광채가 일렁이며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 거마 레드아이를 타고 온 론 런너와 자코였던 것이었다. 기사들은 잔느의 목에 칼을 가져다대며 론 런너에게 소리쳤다.

“항복해라! 이 사악한 자여! 이 소녀의 목숨은 우리가 쥐고 있다!”

자코는 황급히 고개를 치켜들며 론 런너에게 물었다.

“어, 어쩌죠?”

하지만 론 런너는 콧방귀를 뀌며 기사들에게 대답했다.

“협상을 원하는가!? 좋다! 그 아이를 놔주면 목숨은 살려주마!”

기사들은 론 런너의 협상에 황당해 하며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거냐!? 네가 항복하지 않으면 소녀가 죽는다!”

하지만 론 런너의 대답은 여전했다.

“머저리들! 내 말을 이해 못하는 거냐!? 그 애를 놓아주면 살려줄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이퀄리브리온에 의해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 알겠나!?”

기사들은 계속해서 달려오는 론 런너의 기세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기사 중 하나가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넌 정의의 사도잖아? 이 소녀가 죽어도 좋단 말이냐!?”

“웃기는군! 방금 전에는 사악한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젠 정의의 사도라고? 좋다! 다시 말한다. 그녀를 놓아주면 살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처참하게 죽으리라!”

기사들은 론 런너의 목소리에 일말의 주저함도 담겨있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론 런너는 잔느를 향해서도 말을 하였다.

“잔느! 붙잡힌건 네가 부족해서다! 인정하느냐!?”

잔느는 울먹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끄덕임은 기사들의 결단을 재촉하는 셈이 되었다.

“퇴, 퇴각이다!”

기사들은 그제서야 론 런너의 말이 진심임을 알고는 잔느를 놓아주었다.

“우, 우리는 그녀를 놔주었다! 약속을 지켜라!”

론 런너는 그제서야 검은 거마 레드아이의 속도를 줄이며 대답했다.

“알았다. 약속을 지킬테니 돌아가라. 그리고 다시는 내 집에 찾아오지 마라.”

기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론 런너는 말에서 내리고는 잔느에게 물었다.

“괜찮니?”

잔느는 대답대신 론 런너를 끌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잔느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론 런너에게 소리쳤다.

“대장…… 정말로 내가 죽어도 좋다는 거야!?”

잔느의 눈과 론 런너의 눈이 마주쳤다. 론 런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거짓말이지.”

론 런너의 미소때문인지 잔느는 다시금 론 런너에게 얼굴을 파묻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론 런너는 쓰러진 티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티카.”

극심한 상처를 입은 티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론 런너에게 대답했다.

“와서…… 고맙다.”

자코는 여태껏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거꾸로 매달려서 달려왔기 때문이리라. 자코는 몸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고는 론 런너에게 물었다.

“저 기사들을 약속대로 놓아주실 참인가요?”

론 런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진실이었어.”

자코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저들은 다시 이곳으로 올 겁니다. 상부의 명령을 받는 자들이라, 약속이고 뭐고 없어요.”

“알고있어 하지만 우리는 저들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론 런너의 말이 멈추기도 전에 기사들의 비명소리가 사막하늘에 울려퍼졌다. 론 런너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루낙이 따라왔나? 그럴리는 없을텐데?”

자코는 사막의 사구(砂丘)너머로 수 많은 그림자들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 오크들이에요!!”

그렇다. 어느새 수 많은 오크들이 론 런너일행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했는데, 얼핏 보아도 천명 정도 되어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창에는 달아나던 기사들의 팔과 다리가 하나씩 꽂혀있다. 이미 기사들은 오크들의 군세에 붙들려 죽은 것이었다. 기사들의 시신을 본 론 런너는 다시금 이퀄리브리온을 꼬나쥐며 중얼거렸다.

“우르타크…….”

수 많은 오크들의 군세 가운데에는 전에 달아났던 주술사 우르타크가 서 있었다. 자코는 수 많은 오크들을 바라보더니 론 런너에게 물었다.

“이, 이젠 어쩌죠? 정말 큰일났어요!”

우르타크는 자신의 지팡이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수 많은 오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자코는 오크들이 공격하기는커녕 무릎을 꿇자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론 런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론 런너가 이를 갈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머저리들이…….”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오랜만에 후기를 올리네요. 이번 편에는 레드아이란 검은말이 나오는데, 아발리스트를 안보신 분들을 위해서 부연설명 드리자면 바텐호스가 타던 검은 말입니다. 투스텝처럼 크기가 크고 영적인 생명체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색깔이 검고 눈이 붉은색이라는 것과…… 앞으로도 하나씩 밝혀지겠지만 몇몇 차이점이 있습니다.

다시금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잘 지켜봐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더운 여름 몸 건강하시고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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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더 팔라딘(The Paladins)-71화: 브라이튼(Breiten)의 공주 +5 14.02.12 1,181 26 23쪽
71 더 팔라딘(The Paladins)-70화: 또 뒷통수 +8 14.02.05 1,203 32 22쪽
70 더 팔라딘(The Paladins)-69화: 악마의 영혼 +5 14.01.29 1,437 29 18쪽
69 더 팔라딘(The Paladins)-68화: 다크엘프 대 글라디미르 +5 14.01.19 2,394 29 22쪽
68 더 팔라딘(The Paladins)-67화: 암살자들 +8 14.01.16 2,303 27 22쪽
67 더 팔라딘(The Paladins)-66화: 쌓아온 것이 무너지다 +7 14.01.10 1,110 34 21쪽
66 더 팔라딘(The Paladins)-65화: 식량 +12 14.01.08 1,984 35 21쪽
65 더 팔라딘(The Paladins)-64화: 신의 대결 +16 14.01.06 1,794 37 17쪽
64 더 팔라딘(The Paladins)-63화: 의식이 완성되다 +4 14.01.03 1,397 29 19쪽
63 더 팔라딘(The Paladins)-62화: 신의 섭리 +8 14.01.02 2,142 31 23쪽
62 더 팔라딘(The Paladins)-61화: 매를 버는 남자 +12 13.12.29 1,631 36 14쪽
61 더 팔라딘(The Paladins)-60화: 뒷통수 +16 13.12.28 1,796 39 20쪽
60 더 팔라딘(The Paladins)-59화: 인신공양(人身供養) +18 13.08.07 2,902 52 27쪽
59 더 팔라딘(The Paladins)-58화: 괴물들이 모이다 +7 13.08.05 2,615 45 15쪽
58 더 팔라딘(The Paladins)-57화: 론 런너(Lone Runner)의 정체 +10 13.08.02 3,271 46 13쪽
» 더 팔라딘(The Paladins)-56화: 레드아이(Red Eye) +22 13.08.01 4,360 63 21쪽
56 더 팔라딘(The Paladins)-55화: 부활 +33 13.03.02 3,193 51 19쪽
55 더 팔라딘(The Paladins)-54화: 외로운 협객 +15 13.02.25 2,571 43 20쪽
54 더 팔라딘(The Paladins)-53화: 라이온하트 기사단 +14 13.02.21 2,593 39 20쪽
53 더 팔라딘(The Paladins)-52화: 악의 군대가 움직이다. +19 13.02.16 2,178 48 18쪽
52 더 팔라딘(The Paladins)-51화: 에뎁세스(Edepses)의 반지 +26 13.02.13 2,612 42 25쪽
51 더 팔라딘(The Paladins)-50화: 지옥의 몽둥이 +31 13.02.11 2,607 32 24쪽
50 더 팔라딘(The Paladins)-49화: 드래곤과 만나다 +17 13.02.08 2,330 41 16쪽
49 더 팔라딘(The Paladins)-48화: 남쪽 동굴 +18 13.02.05 2,772 39 17쪽
48 더 팔라딘(The Paladins)-47화: 두루마리의 글자 +13 13.02.02 2,518 38 17쪽
47 더 팔라딘(The Paladins)-46화: 동방의 무술 +12 13.01.31 2,514 44 26쪽
46 더 팔라딘(The Paladins)-45화: 잡화상 아벤(Aben) +9 13.01.30 2,238 33 18쪽
45 더 팔라딘(The Paladins)-44화: 손님, 손님, 그리고 또 손님 +12 13.01.29 2,346 3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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