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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알라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퇴마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위대한알라
작품등록일 :
2015.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5.04.12 18:0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1,545
추천수 :
565
글자수 :
387,690

작성
15.03.08 15:01
조회
352
추천
9
글자
16쪽

Chapter3. Love OR Hate(9)

본 글에 등장하는 사건, 장소, 인물, 단체는 실존하지 않으며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DUMMY

아마 이 자리에 마여빈이 있었다면 ‘아아 뭔가요. 공익광고를 연상케 하는 딱딱한 유머는.’이라며 한숨을 내쉴 만했다. 수혁은 다시 엑셀을 힘껏 밟았다.


아직 끈질기게 붙어있는 마지막 한 놈이 더 있었다. 아까의 급제동 때문에 튕겨가기는커녕 오히려 차 위로 올라가는데 성공한 녀석은 운전석 안으로 팔을 집어넣어 수혁을 붙잡으려고 했다.


엑셀에서 발을 떼지 않은 채 붙잡히지 않게 최대한 창문에서 멀리 떨어지고서 천장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앞 유리에 비와 피가 뒤섞인 액체가 주르륵 흘러 내려오는 걸 보니 용케 천장을 관통해 놈이 맞은 듯 했다.


그러나 너무 안일했던 걸까. 죽은 줄 알았던 흡혈귀의 팔이 반대편 창문을 깨고 불쑥 들어오더니 수혁의 옷자락을 잡고 차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근력 면에서 인간을 훨씬 상회하는 어마어마한 힘에 수혁은 버티지 못하고 차가운 빗물이 고인 땅바닥 위에 구를 수밖에 없었다. 깨진 창문을 통해 나온 탓에 간신히 몸을 일으킨 얼굴에는 생채기가 즐비했다.


운전자를 잃은 SUV가 전봇대를 정면으로 들이박자 굉음과 함께 파직 하고 전선에서 푸른 스파크가 일어나 두 사람 머리 위로 불똥이 떨어진다.


“이 씨발 놈! 드디어 나왔구나.”

“허억! 허억!”


흡혈귀가 분노에 찬 얼굴로 억수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달려들었다. 내던져지는 과정에서 글록과 등에 메고 있던 AA-12를 땅에 떨어뜨려버린 탓에 쿠쿠리 나이프 두 자루를 뽑아들고 그를 맞이했다.


“너 하나 때문에! 너 하나 때문에! 이 살인마 자식아!”

“하! 사람 먹는 괴물 주제에!”


서로가 피해자임을 자처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가해자라 말하는 두 사람.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오로지 증오만이 크기를 더해갈 뿐, 모두가 패자 밖에 될 수 없는 인간과 흡혈귀의 전쟁. 수천 년 전 최초의 흡혈귀의 탄생을 시작으로 21세기까지 이어져 오는 이 피할 수 없는 인과율의 투쟁에서 이미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어날 때부터 포식자로 태어난 흡혈귀가 악한가?


먹잇감으로 태어나 섭리를 거스르는 힘을 가진 인간이 악한가?


지혜의 왕 솔로몬이 되살아난다 해도 영원히 선악을 가리지 못할 싸움에서 선이 되는 방법은 오직 죽여서 살아남는 방법 뿐...


그리고 이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은 오늘도 어김없이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흡혈귀에 의해 처절하게 재현된다.


“죽어어!”


찌르고, 베고, 때리고, 교차하는 두 자루의 쿠쿠리 나이프는 마치 살아있는 두 마리의 뱀과도 같았다. 흐느적거리다가도 쏘아져 오고, 어느 샌가 회수되어 똬리를 견고하게 트고 있다. 한 쪽이 공격하면, 다른 한 쪽은 방어를 하다가 틈이 보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치고 들어왔다.


그 화려하기 짝이 없는 춤사위에 흡혈귀는 정신이 없었다. 단 한 번, 단 한 번의 공격이면 저 나약한 인간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츠아악. 물살을 가르며 은색의 날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친다. 피하지 않는다면 턱이 두 갈래로 갈라질 지도 모를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흡혈귀도 결코 만만치 않은 실력자였다. 그는 고개를 재빨리 젖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훅을 날렸다. 맞으면 좀 아픈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통째로 박살날 것이다. 수혁은 뒤로 성큼 물러났다.


평소라면 수혁이 압도적으로 놈을 제압했을 테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난 번 의뢰 때문에 몸이 상한 게 첫 번째, 집에서 탈출할 때 발목을 삔 게 두 번째, 그리고 상대가 제법 실력자라는 게 세 번째 이유였다. 상대도 아까 차에서 은탄환을 몇 발 맞아 재생력이 급감한 것도 있고 이미 수혁의 현란한 칼솜씨가 남긴 상처가 온 몸에 가득했기 때문에 그리 유리해 보이진 않는다.


수혁은 조바심이 났다. 조금 있으면 차로 따돌린 흡혈귀들이 더 올게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너무 공격에만 치중했다. 은을 섞어 만든 쿠쿠리의 하얀 칼날이 성급하게 목을 노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흡혈귀가 품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복부에 꽂았다.


“크허어억!”


몸이 꿰뚫리는 듯한 위력에 부웅 허공을 날아가 물웅덩이에 처박혔다. 당장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 겨우 몸을 일으키는 입가엔 한 줄기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눈은 아까보다도 훨씬 더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적을 말살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만을 품은 눈빛은 도저히 이 세상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 죽어, 제발!”


흡혈귀는 거의 울 것처럼 절규했다. 끝을 내기 위해 있는 힘껏 땅을 박찬다. 그와 동시에 수혁도 달려들었다. 그의 두 손에는 어느 새 쿠쿠리 나이프 대신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이미 손잡이마저 놓아버린 상태라서 수 초 후면 폭발하고 만다.


“이, 이 미친 자식!”


근거리에서 터지는 수류탄은 설령 은파편이 아니더라도 흡혈귀 한 마리 정도는 충분히 골로 보낼 수 있는 무기였기에 흡혈귀는 당혹해하며 발을 멈췄다. 저 징그러운 헌터는 죽여 볼 테면 죽여보라고, 대신 같이 죽자고 하는 것이다.


흡혈귀는 수혁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뒤로 몸을 훌쩍 날리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터질 때가 되었는데도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흡혈귀는 적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깨닫고 얼른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채 그 전에 미간을 노리고 있는 거대한 산탄총이 불을 뿜는 걸 보았다.


퍽!


허연 뇌수와 빨간 핏물이 바닥을 물들이고 머리를 잃은 몸뚱어리가 철퍽 하고 쓰러졌다.


“헉. 헉. 언젠가 쓸 일이 있겠다 싶었는데...”


수혁의 손에 얌전히 쥐어져 있는 수류탄은 사실 미리 뇌관을 제거해서 터질 일이 없는 불발탄이었다. 지레 겁을 먹은 흡혈귀는 차마 불발탄인 줄도 모르고 몸을 피하다가 수혁에게 총을 주울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만 것이다.


기껏해야 적을 위협하거나 또는 교란시키는데 쓰려고 어딜 다니나 하나씩 들고 다녔던 건데 정말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써먹을 줄은 수혁조차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겨우 승리를 거둔 수혁은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SUV로 다가갔다. 잠깐 상태를 훑어본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봇대에 들이박은 탓에 앞이 다 우그러져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에 있는 무기를 들고 갈 수 있을 몸 상태도 아니다.


수혁은 냉정하게 차를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번호판으로 추적당하지 않게 손을 써둔 덕분에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다만 아까울 뿐.


“추격자는 이제 안 오는 건가?”


워낙 격전 중이라 몰랐는데 오랫동안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차로 달려온 거리가 꽤 되는 모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애초에 습격하러 온 인원도 꽤 적었던 것 같았다. 도망치는 게 바빠 슬쩍 봐서 잘 모르긴 해도 기껏해야 대여섯 명 정도 되었을까?


“아니군.”


아니, 추격자가 딱 한 명 있었다. 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긴 생머리를 흩날리고 있는 여자가 길 한 가운데 서서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흐린 하늘처럼 핏기 없는 회색 피부 때문에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이는 행색이다.


흡혈귀라면 왜 공격해오지 않는 것일까, 하고 의아해하다가 민간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생각이 미쳤다. 하긴, 이렇게 난리를 피웠으니 아무리 날씨가 험상궂어도 한 명 정도는 밖을 확인하러 나올 수도 있겠지. 수혁은 얼굴을 들키지 않게 손으로 가리고 이곳을 서둘러 벗어나려고 했다.


고개를 막 돌리는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 들어 다시금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찬 빗줄기에 가려 얼굴 생김새는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을 알아보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의 어깨에 조금 못 미치는 키. 미묘하게 균형이 맞지 않는 양 어깨. 봉긋한 가슴. 긴 허리. 매끄럽게 뻗은 다리...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수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와의 거리가 마침내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좁혀졌을 때서야 걸음을 멈춘다.


“현주?”


착각할 수가 없었다. 비록 사진 한 장 가지지 않고 있지만 무려 5년 동안 잊지 못한 얼굴을 착각할 리가 없는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변하긴 했어도 그녀의 얼굴은 5년 전과 비교해도 똑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대로였다.


마치 나이를 먹지 않은 것처럼.


“오랜만이야.”


5년 만의 재회치곤 그녀의 첫 마디는 무뚝뚝하고 싱거웠다.


“정말로... 현주야?”

“응.”


수혁은 아주 오래 전부터 현주가 살아있어서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꿈꿔오곤 했었다. 다시 만난다면 껴안고 울고 웃으며 진정 기뻐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만 꿈꿔오던 무언가가 막상 상상의 경계를 뚫고 현실로 튀어나온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 혐오스러운 벌레를 보는 것 같이 불쾌했다.


이래선 안 되는 건데. 이래선 안 되는 건데. 간절히 꿈꿔오긴 했지만 정말로 이렇게 되길 원했던 건 아니었는데...


실제인지 아니면 꿈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현주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녀는 경계하듯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다가오지 마. 나 지금 너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드니까... 제발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철컥


수많은 전투와 훈련으로 다져져 냉정을 잃지 않는 수혁이 그 순간만큼은 반응할 수 없었다. 피해야 한다는 생각도, 반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단지 ‘왜?’라는 단어 하나만이 머릿속에 맴돌 뿐이다.


“왜? 왜, 왜 네가 그런 걸 들고 있는 거야? 왜?”

“왜냐고?”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가 말했다.


“넌 헌터.”


번쩍! 짧은 섬광과 함께 벼락이 둘 사이에 푸른 경계선을 그리고 사라진다.


“난 흡혈귀니까.”


콰르르릉!


쏴아아아아. 지독한 빗소리만이 들렸다. 베레타를 든 현주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웃기지마!”


수혁이 절규했다.


“이, 이, 이건 말도 안 돼. 갑자기 등장해놓고 흡혈귀라니?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거야?”

“그럼 내가 그때 어떻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긴, 너는 죽었다고 생각했겠구나. 그렇지? 그래서 날 찾으러 오지도 않았지.”

“아니야! 난 널 찾으러 갔었어! 그런데 넌 이미 없었어. 거기 없었다고!”

“늦은 거지. 난 그때 이미 흡혈귀로 감염되버렸거든.”


송곳으로 심장을 파내는 듯한 고통이 수혁을 엄습해왔다.


“그만 두자. 옛날 얘길 하러 온 게 아니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며칠 전에 네가 죽였던 흡혈귀들을 기억하고 있어?”

“...”

“헌터인 너에겐 벌레보다 못한 생명체로 보였겠지만 모두 내 동료이고 친구였어. 생사를 같이 하는 전우였어. 그 중에는 차광현이라는 사람도 있었지.”


불길함. 수혁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앞으로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을 도저히 자신의 정신으로 버틸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안 돼! 더 이상 말하지 마! 안 돼. 말하지 마!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정작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라곤 꺽꺽거리는 기괴한 짐승의 울음소리뿐이었다.


“네가 죽인 남자의 이름이야.”


그리고, 이어진 말.


“내가 사랑한 사람이었어.”


순간, 수혁은 온 세상이 정지한 것만 착각이 들었다.


“흡혈귀가 된 나를 처음으로 친절하게 반겨주고 대해준 사람이었어. 잠잘 곳을 주고, 입을 옷을 주고, 흡혈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줬던 사람이었어! 그런데 네가 죽여 버렸어! 내가 사랑한 사람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잔인하게 죽여 버렸다고! 그 누구도 아닌 네가! 내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없었던 네가 내게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갔단 말이야!”


현주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 눈물을 터트리며 울부짖었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누구를 원망하고 싶었지만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원망한다면 누구를, 무엇을, 어디에 원망한단 말인가.


결국 어디서부터 꼬여버렸는지도 명확치 않은 이 잔혹한 운명의 실은 마지막까지 둘을 옭아매고 마침내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널 죽일 거야. 네가 그 사람을 죽인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 온 거야.”


결심했는지 현주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어이어이. 설마 이대로 죽을 셈이야?


수혁의 머릿속에 천둥처럼 목소리가 울린다.


-너 총을 가지고 있잖아. 저 년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먼저 쏘는 거야. 너는 불가능하겠지만, 나라면 가능해.


‘...넌 닥치고 있어.’


-뭘 망설이는 거야, 박수혁. 저 여자는 흡혈귀야. 널 죽이려고 하고 있어. 적이야! 흡혈귀야! 죽여야 해!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죽여 버리라고. 못 하겠으면 몸을 넘겨. 내가 대신 쏴주지. 어때? 넌 네 손을 더럽히지 않을 수 있어.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는 흡사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달콤한 유혹을 입술을 깨물어 견뎌냈다. 팍 하고 입술이 찢어지면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닥치라고 했지. 빌어먹을!’


수혁은 머릿속 괴물에게 소리 없이 외치면서 손에 든 총을 멀리 던져버렸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현주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총 내려놔.”

“닥쳐, 박수혁! 내가 못 쏠 것 같아? 내가 아직도 5년 전의 최현주처럼 보여? 하! 그런 거야? 내가 못 쏠 것 같은 거야? 웃기지 마. 난 흡혈귀야. 사람도 죽여 봤어. 헌터 하나 죽이는 것쯤 쉬운 일이라고! 그것도 광현 오빠를 죽인 자라면 더더욱 쉬운 일이야!”


말과는 다르게 손은 덜덜 떨렸다. 그녀가 두 손으로 총을 받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구는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총을 들어, 슬레이어! 왜 반격하지 않는 거야! 내가 우스워 보이는 거야? 총이 없어도 날 죽일 수 있다는 거야?”

“난, 널 쏠 수 없어.”

“웃기지 마! 여태껏 수많은 흡혈귀를 죽인 주제에 왜 쏠 수 없다는 건데!”

“내가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시끄러워!”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수혁을 향해 위협적으로 소리쳤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난 망설이지 않아. 절대로 망설이지 않아. 여기 오기 전에 이미 결심했잖아, 쏘는 거야. 쏴야만 해!”


마음을 다잡기 위해 그녀는 주문을 걸듯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둘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지 마! 더 가까이 오면 쏠 거야!”


마침내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총구가 수혁의 심장 바로 위를 찔렀지만 개의치 않고 웃었다.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짓지 않았던 미소. 그가 아직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의 미소였다.


비와 눈물로 범벅이 된 현주의 얼굴을 닦아주려고 손을 올리려는 순간...


탕!


한 발의 총성이 빗소리만이 가득한 길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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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8) +3 15.04.12 636 8 15쪽
45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7) +2 15.04.06 454 10 18쪽
44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6) +1 15.04.03 520 10 26쪽
43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5) +2 15.04.02 497 6 21쪽
42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4) 15.03.31 525 9 19쪽
41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3) +2 15.03.30 672 11 19쪽
40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2) +1 15.03.18 552 11 19쪽
39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1) +1 15.03.17 622 14 12쪽
38 Chapter3. Love OR Hate(Epilogue) +2 15.03.15 642 10 12쪽
37 Chapter3. Love OR Hate(13) 15.03.13 484 6 26쪽
36 Chapter3. Love OR Hate(12) 15.03.13 463 6 18쪽
35 Chapter3. Love OR Hate(11) 15.03.11 459 9 19쪽
34 Chapter3. Love OR Hate(10) +1 15.03.10 447 10 16쪽
» Chapter3. Love OR Hate(9) +1 15.03.08 353 9 16쪽
32 Chapter3. Love OR Hate(8) +1 15.03.08 605 9 21쪽
31 Chapter3. Love OR Hate(7) +2 15.03.07 528 11 29쪽
30 Chapter3. Love OR Hate(6) 15.03.07 457 9 21쪽
29 Chapter3. Love OR Hate(5) +1 15.03.06 508 9 21쪽
28 Chapter3. Love OR Hate(4) 15.03.05 431 9 17쪽
27 Chapter3. Love OR Hate(3) 15.03.05 513 9 26쪽
26 Chapter3. Love OR Hate(2) 15.03.04 529 9 19쪽
25 Chapter3. Love OR Hate(1) +1 15.03.02 618 16 21쪽
24 Chapter2. 시체놀이꾼(Epilogue) 15.03.01 408 9 11쪽
23 Chapter2. 시체놀이꾼(11) +1 15.03.01 535 10 16쪽
22 Chapter2. 시체놀이꾼(10) 15.03.01 559 15 16쪽
21 Chapter2. 시체놀이꾼(9) 15.02.28 534 10 20쪽
20 Chapter2. 시체놀이꾼(8) +1 15.02.26 447 10 20쪽
19 Chapter2. 시체놀이꾼(7) 15.02.26 676 11 21쪽
18 Chapter2. 시체놀이꾼(6) +2 15.02.25 682 10 25쪽
17 Chapter2. 시체놀이꾼(5) 15.02.24 597 13 24쪽
16 Chapter2. 시체놀이꾼(4) 15.02.23 458 10 19쪽
15 Chapter2. 시체놀이꾼(3) 15.02.22 582 12 13쪽
14 Chapter2. 시체놀이꾼(2) 15.02.22 688 12 14쪽
13 Chapter2. 시체놀이꾼(1) 15.02.21 764 15 19쪽
1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Epilogue) 15.02.20 754 11 14쪽
1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1) +1 15.02.20 584 15 16쪽
10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0) 15.02.19 645 14 17쪽
9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9) 15.02.18 771 13 15쪽
8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8) 15.02.17 764 14 16쪽
7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7) 15.02.17 771 16 20쪽
6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6) +1 15.02.16 931 15 15쪽
5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5) +2 15.02.15 965 19 20쪽
4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4) 15.02.14 1,085 16 17쪽
3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3) +1 15.02.14 1,226 20 16쪽
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2) 15.02.13 1,711 26 15쪽
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 +2 15.02.13 2,894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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