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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알라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퇴마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위대한알라
작품등록일 :
2015.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5.04.12 18:01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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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48
추천수 :
565
글자수 :
387,690

작성
15.03.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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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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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6쪽

Chapter2. 시체놀이꾼(10)

본 글에 등장하는 사건, 장소, 인물, 단체는 실존하지 않으며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DUMMY

연결고리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세 가지 사건이 동시에 터진 덕분에 세 명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그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세준이었다. 벨라의 다급한 음성으로 봐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 예를 들면 목숨이라도 노려지는 상황에 처해있을 가능성이 다분히 높았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 역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도 상황을 이해하는 건 그 다음이다.


“난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 테니 만일 내가 없는 동안 싸우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리고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뭐, 각자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런 걱정 할 필요도 없어 보이지만.”


키이잉. 세준의 양쪽 어깻죽지에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떠오르고 곧이어 그 속에서 칠흑처럼 새카만 날개가 돋아나더니 몸이 스르르 미끄러지듯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엑소시스트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저게 ‘블랙 레이븐(Black Raven)’의 날개인가?”


세준의 또 다른 별명, 블랙 레이븐. 그 이름 그대로 그의 등에서 뻗어 나온 날개는 커다란 까마귀를 연상시기에 충분했다. 길이가 자그마치 5m에 육박하는 날개가 좌우로 쫙 펼쳐지자 압도적인 존재감이 주위를 장악한다. 미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세준의 그러한 모습은 성스럽게까지 느껴져 까마귀 보다 오히려 검은 천사에 가까웠다.


모두가 날개를 펼친 세준에게 시선을 빼앗겨 있을 동안 앗차 하는 사이에 그는 벌써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가 밤하늘의 빛 한 점이 될 즈음, 제일 먼저 충격에서 벗어나온 건 릴리만이었다.


“정신 차려라! 연락에 의하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의 시체가 영안실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아마도 구울일 것이다.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하니 어서 움직여!”


그제야 엑소시스트들은 하나 둘씩 뱀파이어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릴리만은 그런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타이밍에 구울이라. 결국 다른 배후가 있을 거라는 아인잠카이트의 추측이 맞았던 것 같군요.”


짧은 머리카락에 검은 색 뿔테안경. 아무리 봐도 연약한 지식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은 일본인 신부, 마이클이 그의 스승에게 다가왔다.


“그런가 보지.”


백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늙은 신부는 퉁명스럽게 받아 넘겼다. 그는 이미 냉철하고 이성적인 남자라서 이미 한 번 손 쓸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한 일에는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물론 감정은 남아있는 모양이지만.


정적을 눈앞에 두고 물러나야만 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프린세스. 무슨 일입니까! ‘타나토스의 오른팔’이 도난당했다니요!”


세레나는 침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지트가 누군가에게 돌파당하고 파수꾼들은 모두 전멸했다고 합니다. 소식을 전한 이는 간신히 살아남은 거겠지요.”

“애초에 아지트의 위치를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파수꾼들은 정예부대. 설사 히라노나 루터도 결코 쉽게는 돌파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 깜짝 놀라는 루보스키를 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행방이 묘연하며 아지트의 위치와 파수꾼들을 물리칠 만한 무력을 지닌 자. 아마도 가장 가능성 높은 이는 아인잠카이트의 말대로 요한이겠지요. 그의 진정한 실력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좀처럼 감정의 변화가 잦지 않는 루보스키는 그답지 않게 흥분한 기색이었다. 이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만큼이나 감정이 메마른 그조차 당황할 만큼 타나토스의 오른팔은 뱀파이어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군요. 우리도 어서 가도록 하죠.”



커다란 까마귀를 연상케 하는 검은 날개를 이용해 전속력으로 밤하늘을 가르는 세준의 속도는 가히 엄청났다. 시속 200km.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였다. 도로의 교통 사정에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니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고작 수 십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늦은 밤에도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거대한 빌딩을 빙빙 돌며 창문 너머를 관찰하던 중 마법의 흔적이 포착되었다. 마력이 얇은 장막처럼 한 층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불가시 마법이 걸려있어 안쪽 광경이 세준의 눈으로도 보이질 않았다.


허나 세준은 마법의 달인이었다. 겨우 이 정도 마법으로 그를 속일 순 없었다. 마력을 눈에 집중해 불가시 결계 안을 투시하자 그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벨라,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인원. 그녀는 포위당해 있었다.


“저기 있군.”



‘아아. 죽는 거구나.’


구울의 시커먼 손톱이 그녀의 목을 노리고 쏘아져 오는 순간, 그녀는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파차차창. 야경이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괜찮아?”

“세준?”


벨라가 눈을 떴을 때 달려들던 흉포한 구울은 온데간데없고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세준이었다. 등 뒤에는 보지 못한 검은 날개 한 쌍이 거대하게 펼쳐져 있었다.


구울은? 구울은 육신의 반이 포탄에 맞은 듯 박살이 나서 저 멀리 나뒹굴고 있었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짓이겨져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튀어있다.


“세준!”

“칫!”


안심하긴 일렀다. 곧이어 구울들의 공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준은 보지도 않고 뒤쪽으로 손을 뻗어 또 다른 구울의 흉수를 잡았다. 동시에 한 줌도 안 되는 날씬한 벨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오른 발을 축으로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단지 발을 비튼 것뿐인데 대리석 바닥이 끔찍한 소음을 내며 균열이 가고 깨져나갔다. 그 결과 구울의 날카로운 손톱이 벨라의 콧잔등을 스쳐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펼쳐졌다.


간신히 벨라를 구해낸 세준은 구울이 달려들은 속도와 힘을 역이용해서 그대로 힘껏 내던졌다.


부우우우웅--


“막아라!”


구울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요한에게 쏘아졌다. 그 자체가 이미 포탄이나 다름없어서 스친다 하더라도 팔다리 하나쯤은 날아갈 게 불 보듯 뻔 했다. 그런데 정통으로 맞는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광경이 펼쳐지리라.


콰콰콰콱!


그 증거가 벨라의 시야에 펼쳐졌다. 요한의 입장에선 천만다행히도 근처에 호위 삼아 구울 몇 마리를 벽 형태로 변성시켜 막았기 망정이지 만약 그의 몸으로 직접 받아내었다면 바닥에 참혹하게 흩어진 시체 조각들 중 자신의 육신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크윽!”


구울 방패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충격 자체는 이기지 못했는지 요한이 뒷걸음질 치며 신음을 흘렸다. 그런 주제에 다시 스마일 마스크를 꺼내드는 그를 보면서 벨라는 몸서리를 쳤다.


“그렇군요. 아까 결계에 틈이 생긴 것 같더니 용케도 연락을 취한 겁니까, 벨라 시몬?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상대의 기묘할 만큼 정중한 말투에 신경이 쓰였지만 세준은 애써 무시했다.


“너는 누구냐?”


박살난 구울들이 다시금 일어선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구울들은 떨어져 나간 자신의 팔, 다리, 심지어 머리를 주워들어 몸에 붙였다. 재생력이 대단했다. 붙인 육신은 덜렁거리긴 해도 제대로 움직였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인잠카이트. 저의 이름은 요한 베네딕트. 베네딕트 가문의 11대 장손이자 유일한 후계자이며, 133대 알케미스트였습니다. 현재 세간엔 시체놀이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마법사들의 군주로 칭송받는 당신을 만나 뵙게 되어 무궁한 영광입니다. 참고로...”


허리까지 굽히며 예를 갖추던 요한이 기분 나쁘게 웃는다.


“근래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요한이 바로 저 시체놀이꾼 요한 베네딕트입니다.”

“정신 나간 소개는 잘 들었다. 네가 그 요한이군. 악명이 내게까지 들리더군. ‘쉼포네시스’에서 네크로맨시를 연구했다지?”

“저를 알고 계시다니 영광입니다.”

“흡혈귀가 되었다더니 정말이로군. 그 뒤에 한국으로 와서 세레나의 수하로 들어간 건가?”

“네. 정확합니다. 평화로운 나날이었죠. 그 태평한 공주님께선 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신경을 안 쓰셨거든요.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요 근래엔 당신 때문에 거처를 몇 번이나 바꿔야 했습니다. 고생 좀 했죠. 아무 단서도 없는 상태에서 제법 날카로우시더군요.”


하! 세준은 코웃음 쳤다.


“제법? 제법이라...”


이쯤 되자 세준도 질려버렸다. 그는 ‘아인잠카이트’다. 고독의 왕. 그것은 그 누구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지존의 경지까지 올라간 탓에 고독마저 느낀다는 단 한 명의 마법사에게 붙여진, 그야말로 그 시대 최강의 존재에게만 부여되는 칭호다. 그리고 세준은 그 칭호를 무려 500년 동안이나 사수하고 있는 모든 마법사들 위에 군림하는 군주였다.


어두운 금발의 네크로맨서는 위대한 존재의 앞에서 아직도 여유롭게 웃는다.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생명이 위험한데 그 반응은 너무도 비정상이었다. 마치 죽음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자신이 죽을 일이 아니란 듯이.


세준의 날카로운 눈은 정체불명의 자신감을 꿰뚫어 보았다.


“진짜 너는 어디 있지?”


요한은 깜짝 놀랐다.


“벌써 알아챘나요?”

“어설픈 마법으로 날 속이려 들지 마라. 네게선 생명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어두운 금발의 남자는 세준에게 잘 보이도록 자신의 턱을 옆으로 당긴 채 손톱으로 턱 부근에 조그마한 생채기를 냈다. 인간이었다면 피가 흘러야 정상이겠지만 피는 흐르지 않고 그 속에 자리 잡은 검은 피부가 보였다. 그 위로 기다란 자색 자상이 나있었다.


“이 몸은 구울화된 루터의 것입니다. 거기에 얼굴 가죽과 의식을 덧씌워 조종하고 있는 거죠. 어때요. 제 실력, 괜찮습니까?”


흔적도 없이 행방불명된 흑인 뱀파이어 간부. 루터의 얼굴을 떠올리며 검은 머리 미청년은 순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요한은 모종의 방법으로 루터의 몸을 구울화시키곤 자신의 인격을 복제한 후 집어넣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마치 진짜 요한처럼 보이게끔 분장해놓은 것이다.


“대충 네가 어떤 녀석인지 알겠군.”

“존귀한 말씀 들어봐도 될까요?”

“넌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하기를 좋아하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의 칼을 빌려 적을 해치우는 부류. 다른 말로 겁쟁이지.”

“전략가, 라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준은 가만히 그를 노려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봤다. 처음부터 전부 계획된 거였군. 연속살인도 네놈이 저지른 짓이야.”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저 기분 나쁜 미소가 이제 귀에 걸릴 만큼 커진 것 외에는. 세준은 말을 이어갔다.


“흡혈귀를 구울화시켜 이 나라에 들어와 있는 실력자들의 시선을 끌고 갈등을 일으킨다. 일부러 꼭두각시를 노출해서 의심을 증폭시키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전쟁. 필연적으로 세레나가 이끄는 부대는 아지트를 비울 수밖에 없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세레나 공주는 거기에 맞대응할 게 불 보듯 뻔했으니까요.”

“네 놈의 목적은 ‘타나토스의 오른팔’이었나?”


이곳에 오기 전 세레나가 받았던 연락. 그건 뱀파이어 사회의 성물과도 같은 타나토스의 오른팔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정예 부대가 빠져나가고 최소한의 파수꾼만 남은 절호의 기회가 단지 우연으로 찾아왔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아하하하! 대단해! 대단해! 아주 정확합니다!”

“...”

“제가 한국에 온 것은 단순히 까마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타나토스의 오른팔’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쉽게 기회가 나질 않더군요. 빌어먹을, 루보스키! 저주 받을 흡혈귀!”


돌연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곧 고개를 흔든다.


“죄송합니다. 추태를 부렸군요. 하하. 그 자가 있는 이상 함부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거기에 릴리만을 이용했군.”

“예! 유용한 체스말이었습니다. 그는 제 뜻대로 움직였습니다.”

“벨라는?”

“그거야 말로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과 운이었어요. 하하. 어쩜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는지. 저는 ‘타나토스의 오른팔’을 훔치는 김에 덤으로 벨라 시몬 양까지 만나기 위해 계획을 짰습니다. 딱 한 가지 걸리더군요.”


시체들 사이 왕처럼 서있는 마법사가 과장된 행동으로 세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당신입니다. 모든 계획에 다른 체스말은 문제가 없었지만 유일하게 당신만이 변수였습니다. 당신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습니다. 그리곤 최근 행보가 유독 과거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분쟁이 끼어드는 횟수가 줄어들고 오히려 그걸 말리는 경우도 있었더군요. 전 그걸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흡혈귀와 교회의 전투를 말릴 걸 예측했나?”

“네, 맞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제 아름다울 만큼 정교한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여기 있어선 안 됐습니다, 아인잠카이트!”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위의 포진해있던 구울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태세를 취한다. 수십 마리의 구울. 그들 모두가 공포를 모르고 요한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꼭두각시 인형이니 한 번에 달려든다면 그 어떤 마법사라도 순식간에 살해되리라.


하지만 세준은 벨라를 끌어안은 채 가만히 서서 주위를 쭉 훑어보더니 돌연 차갑게 웃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입가엔 비릿한 비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만을 짓던 그인 줄만 알았던 그녀로선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쿡쿡쿡쿡. 큭큭.”


요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오래 살더니 미치신 겁니까, 아인잠카이트?”

“미안하군. 네가 우스워서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쿡쿡.”


웃음소리가 갈수록 커지자 요한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가셨다.


“어디가 우습다는 겁니까?”

“별 거 아니야. 그저 세월이 많이 흘렀다 싶어서. 쿡쿡. 요새 좀 조용히 살고 있었더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군. 아까 대들었던 엑소시스트들이나 너나 새파랗게 어린 것이 날 아주 우습게 보는데... 옛날이라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야.”


딱!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중지와 엄지손가락으로 낸 경쾌한 소리. 세준이 한 행동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퍼버어억!


모든 구울들의 머리 부근에서 붉은 스파크가 튀기더니 스무 개 남짓한 머리통이 동시에 폭발했다.


“후우. 한 가지 물어 보마, 시체놀이꾼 요한 베네딕트. 넌 네 앞에 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허연 뇌수와 박살난 두개골과 시커멓게 변색된 피로 그려진 지옥도를 내려다보는 요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방금 세준은 주문은커녕 마법진을 그리지도 않았고, 시동어를 외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미지 메이킹 없이 저만큼 강력한 마법을 순식간에 발동시킬 수 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수십 마리의 구울들의 머리를 흔적도 없이 박살내는 위력이라니.


"아인잠카이트..."

“그래. 나는 모든 마법사들의 군주이며, 반천년의 불멸자. 살아온 삶이 곧 이 세계의 역사이며, 너희가 아는 모든 역사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 인해 끝을 맺었다. 나는 아인잠카이트(Einsamkeit). 뜻은 '고독'.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자에게만 부여되는 칭호이며 500년 동안 오직 나만이 사용해온 이름이다."


벨라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세준의 오만하기까지 한 눈빛이 새파란 안광을 쏟아내는 것을 보았다.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추악한 기술로 덤벼봐라, 시체놀이꾼. 그리고 깨달아라. 절대적인 힘의 차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인잠카이트란 이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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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8) +3 15.04.12 637 8 15쪽
45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7) +2 15.04.06 454 10 18쪽
44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6) +1 15.04.03 520 10 26쪽
43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5) +2 15.04.02 497 6 21쪽
42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4) 15.03.31 525 9 19쪽
41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3) +2 15.03.30 673 11 19쪽
40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2) +1 15.03.18 552 11 19쪽
39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1) +1 15.03.17 622 14 12쪽
38 Chapter3. Love OR Hate(Epilogue) +2 15.03.15 642 10 12쪽
37 Chapter3. Love OR Hate(13) 15.03.13 484 6 26쪽
36 Chapter3. Love OR Hate(12) 15.03.13 463 6 18쪽
35 Chapter3. Love OR Hate(11) 15.03.11 459 9 19쪽
34 Chapter3. Love OR Hate(10) +1 15.03.10 447 10 16쪽
33 Chapter3. Love OR Hate(9) +1 15.03.08 353 9 16쪽
32 Chapter3. Love OR Hate(8) +1 15.03.08 605 9 21쪽
31 Chapter3. Love OR Hate(7) +2 15.03.07 528 11 29쪽
30 Chapter3. Love OR Hate(6) 15.03.07 457 9 21쪽
29 Chapter3. Love OR Hate(5) +1 15.03.06 508 9 21쪽
28 Chapter3. Love OR Hate(4) 15.03.05 431 9 17쪽
27 Chapter3. Love OR Hate(3) 15.03.05 513 9 26쪽
26 Chapter3. Love OR Hate(2) 15.03.04 529 9 19쪽
25 Chapter3. Love OR Hate(1) +1 15.03.02 618 16 21쪽
24 Chapter2. 시체놀이꾼(Epilogue) 15.03.01 408 9 11쪽
23 Chapter2. 시체놀이꾼(11) +1 15.03.01 535 10 16쪽
» Chapter2. 시체놀이꾼(10) 15.03.01 560 15 16쪽
21 Chapter2. 시체놀이꾼(9) 15.02.28 534 10 20쪽
20 Chapter2. 시체놀이꾼(8) +1 15.02.26 447 10 20쪽
19 Chapter2. 시체놀이꾼(7) 15.02.26 676 11 21쪽
18 Chapter2. 시체놀이꾼(6) +2 15.02.25 682 10 25쪽
17 Chapter2. 시체놀이꾼(5) 15.02.24 597 13 24쪽
16 Chapter2. 시체놀이꾼(4) 15.02.23 458 10 19쪽
15 Chapter2. 시체놀이꾼(3) 15.02.22 582 12 13쪽
14 Chapter2. 시체놀이꾼(2) 15.02.22 688 12 14쪽
13 Chapter2. 시체놀이꾼(1) 15.02.21 764 15 19쪽
1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Epilogue) 15.02.20 754 11 14쪽
1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1) +1 15.02.20 584 15 16쪽
10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0) 15.02.19 645 14 17쪽
9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9) 15.02.18 771 13 15쪽
8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8) 15.02.17 764 14 16쪽
7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7) 15.02.17 771 16 20쪽
6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6) +1 15.02.16 931 15 15쪽
5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5) +2 15.02.15 965 19 20쪽
4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4) 15.02.14 1,085 16 17쪽
3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3) +1 15.02.14 1,226 20 16쪽
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2) 15.02.13 1,711 26 15쪽
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 +2 15.02.13 2,894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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