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위대한알라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퇴마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위대한알라
작품등록일 :
2015.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5.04.12 18:0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1,539
추천수 :
565
글자수 :
387,690

작성
15.02.14 16:56
조회
1,084
추천
16
글자
17쪽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4)

본 글에 등장하는 사건, 장소, 인물, 단체는 실존하지 않으며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DUMMY

갑작스러운 제안에 벨라는 당황했다. 고맙기는 하지만 오늘 만난 사이인데 이런 호의는 부담스럽다. 게다가 상대는 아인잠카이트. 인형이라고는 해도 전혀 인형 같지 않은 남자다.


“아,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도와줄 필요는...”

“왜? 숙박비를 내라곤 안 해. 밥도 해줄게. 학교 홍보를 해줄 마음은 없지만 물밑작업 정도는 도와줄 수도 있고.”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었다. 사실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슬슬 무리가 가던 참이다. 돈은 썩어날 정도로 많지만, 애초에 가지고 온 액수가 적었다. 일에 도움까지 준다니 금상첨화였다.


“뭐야. 표정이 별로인데? 설마 내가 널 덮치기라도 할 것 같아?”

“...”


사실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었다. 어쨌든 벨라는 여자였다. 오늘 처음 만난 남자 집에서 자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참나. 인형에게 별 걱정을 하고 있네.”

“무, 물론 그렇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있잖아.”

“이해해. 그럼 아니라는 거지?”


단박에 거절하기도 좀 그랬다. 이 제안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아인잠카이트를 관찰할 수 있는 특등석에 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세상 모든 마법사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벨라는 뛰어난 만큼 호기심이 왕성한 젊은 마법사였다. 그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생각할 시간을 줘.”


싱긋. 세준이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던졌다.


“혹시 영체살해자라고 들어봤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벨라는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보기야 했지. 인간이 스스로 영혼을 포기하고 타락한 마물이잖아. 내 기억으로 아마 100년 동안 출물하지 않았을 텐데.”

“맞아. 그런 만큼 마법사 입장에서 연구대상으로 귀중한 마물이지.”

“그런데?”

“마침 영체살해자가 한국에 나타났거든. 그리고 그 의뢰는 내게 들어왔지. 어때? 우리 집에서 머문다면 현장에 널 데려갈 수도 있어.”


잠깐의 고민 끝에 벨라는 입을 열었다.


“콜.”



---------------------------------------------------


눈을 떴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끄러운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왔다. 침대 옆은 휑하니 비어있다. 손으로 빈자리를 만져본다.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무거웠다. 벌써 오래 전부터 이렇다.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지만 애써 무시한다. 당연한 일이니까.


거울 앞에 서서 벗겨지는 머리를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젊었을 땐 무척 걱정스러웠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빠지던 무슨 상관이랴. 의사는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라고 했다. 웃고 말았다. 요즘 웃을 일이 많이 없었는데, 새삼 그 의사가 고마웠다. 세상은 힘들고, 어려운 일로 가득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웃기는 말이다.


방문을 열자 TV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아내는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고 있다. 시선은 액정에 고정되어 있다. 또 홈쇼핑이다.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다. TV에선 청소기를 팔고 있었다. 저런 비슷한 거, 지난번에 사지 않았었나?


아내는 아침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심지어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 애꿎은 헛기침을 해봐도 흘깃 쳐다보고 끝이다. 관두자. 씻자.


간단히 씻고 나왔다. 식탁엔 국과 밥 한 그릇 씩, 김치와 김, 콩나물 반찬이 놓여있다. 벌써 몇 개월 째 식탁에 변화가 없다. 불평해볼까? 새벽에 일어나서 홈쇼핑 볼 시간에 좀 그럴 듯 하게 라도 아침 식사를 해보자고?


아니지. 그랬다간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른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그럴 여유가 있겠냐고 하겠지. 따지자면 홈쇼핑 또한 무리지만... 관두자.


아침 식사를 마칠 때 즈음, 아들이 슬슬 방에서 기어 나온다. 퀭한 눈을 보니 또 밤을 새워 컴퓨터를 한 모양이다. 손에는 콜라병을 들고 있다. 당연히 깨끗하게 비어있다. 어제 새로 사둔 건데 벌써 다 마신 것이다. 하긴 저 체중을 유지하려면 저 정도 노력은 필요하겠지. 한 마디 해볼까 하다가 다시 관둔다. 됐다. 내버려두자. 저 놈도 언젠가 스스로 변하겠지.


옷을 갈아입고 현관을 나설 때조차 아내는 물론 아들도 한 마디를 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서도 대화는 없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 집의 아침 일상이다. 끝으로 문을 열면서 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녀올게.”


힘들다.


북적이는 아침 만원 버스를 타고 회사 앞에 도착했다. 지각 1분 전이다. 뛰어갈까. 관두자. 고작 몇 분 늦는 걸로 회사가 망하거나 내 봉급이 깎이진 않는다. 상사의 잔소리쯤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된다. 지겨운 잔소리는 매번 똑같았다.


당신 그렇게 살아서 되겠어? 당신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는 줄 알아? 그리고 지난 번 보고서. 왜 아직도 안 내는 거야? 당신 회사 놀러오는 거야? 정말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 왜 이러는 거야? 일할 마음은 있는 거야?


내게 잔소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상사다. 보아하니 그 역시 나와 마찬가지다. 크게 다르지 않다. 아내와 자식에게 무시당하며, 아무도 듣지 못하게 ‘다녀올게’ 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남편이자 아빠. 애처롭기까지 하다. 나도 남들이 볼 때 애처롭겠지.


우울하다. 매 시간이, 매 분이, 매 초가 우울하다. 신나는 일 따위 없는 삭막하고 황량한 사무실에서 느릿하게 시간이 흘러간다. 흘러가긴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 새 회의실이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밥을 먹고 있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졸고 있다. 의식이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길 반복한다. 내가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다 귀찮다. 다 관두고 싶다.


포기하면, 무척 편할 텐데...


다시 정신을 차리니 사장이 눈앞에 있다. 쥐새끼마냥 생긴 인상이다. 사장은 제 딴엔 무서운 얼굴로 날 보고 있다. 웃기시네. 눈 크게 뜬 쥐새끼와 다르지 않다.


회사가 우습게 보이나? 죄송합니다. 나오기 싫은 겐가? 죄송합니다. 지난번에 제출한 보고서는 정말 최악이었던 것 아나?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단가? 죄송합니다. 내가 자네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죄송합니다. 자네 정말 왜 이러나? 죄송합니다. 예전엔 혈기왕성하고 재밌는 친구였잖아.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건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그 밖의 대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내 머리는 이미 굳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들어오지도 않는다.


사장은 포기하고 날 내보낸다. 화가 나서 책상을 세게 치는 소리가 들린다. 복도를 걷는다. 사원들이 날 흘깃 쳐다본다. 흉보는 소리가 들린다.


다 관두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제일 먼저 퇴근한다. 눈치를 보내는 사원들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긴다. 빨리 가자. 다 관두고 빨리 가자. 가서, 어서... 뭘 하지?


난 무엇을 하기 위해 집으로 가는 거지? 무시를 받기 위해서? 뚱뚱한 아들을 보고 싶어서? 홈쇼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서? 매번 같은 저녁 식사를 먹고 싶어서? 빨리 내일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니야.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기다려왔던 날이야. 내가 기다렸던 건 바로 그거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곧 일어날 일이 주는 즐거움에 몸이 가뿐해진다.


집으로 가는 길. 어두운 골목길이다. 아차. 지난번에도 이 길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자. 그래, 이쪽 샛길로 가서 저쪽이 더 나을 것 같다.


구석에 쪼그려 앉는다. 서류 가방을 껴안고 기대에 부풀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기다린다. 입가에 침이 고였다. 빨리, 빨리, 빨리!


연인이 떠들면서 지나간다. 에이, 두 명이다. 두 명은 좀 그렇다. 난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연인들을 지나치게 내버려 두고 다시 기다린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즐겁고 빠르게 흘러간다. 아까울 정도로.


가만히. 죽은 듯이. 진득하게. 얼마나 지났을까. 건너편에서 아까 연인들 중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너무 늦었다. 그래도 8시 이전엔 집에 들어가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지난번엔 너무 시간을 지체해서 저녁도 먹지 못했다. 아들하고 아내끼리 먹고 처리를 한 까닭이었다.


오늘은 저 남자로 하자. 아, 그러고 보니 남자는 처음이구나.


첫 경험 때처럼 흥분으로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은근슬쩍 뒤를 쫒아간다. 남자가 수상한 듯 한 번 쳐다보지만 왜소한 내 체구를 보고 신경 쓰지 않는다. 내 몸은 이럴 때 유용하다. 사람들이 수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점점 따라간다. 가로등이 적은 곳까지. 그리고 뒤에서 그를 와락 껴안는다. 남자는 반항해보지만 내 힘에 거부할 수 없다.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피가 난다. 죽지는 않았다. 힘 조절을 했으니까. 죽으면 큰일이다. 내가 원하는 건 살아있는 사람이다.


입을 벌린다. 공기를 흡입한다. 남자가 켁켁거렸다. 숨이 막혀 입술이 시퍼렇게 질린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죽어가는 동안, 내 만족감은 커졌다. 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난 젊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을 거슬러, 젊어진다.


내가 아내로부터 사랑 받고, 아들로부터 존경받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과거의 나로. 반복되고 지루하고 심심한 나날에 지치기 전의 나 자신으로. 사람답게 살았던 나 자신으로. 매 순간에 충실하고, 내일이 궁금하고, 어제를 후회하지 않으며,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었던 과거의 나로.


지긋지긋한 현실은 싫어.


착각은 언제나 그렇듯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 착각이었다. 젊어지는 느낌은 착각에 불과했다. 나는 그대로다. 머리가 벗겨지고 50대로 접어드는 무기력한 중년 아저씨다.


살인이 끝나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순간의 착각이 주는 쾌락을 위해서 저지른 살인은 그 어떤 것보다 죄스럽다. 남자는 무슨 죄가 있어서 내게 죽은 걸까. 슬프다. 왜 죽였을까. 이 덧없는 쾌락을 위해서일까? 한순간의 착각 때문에 내가 살인을 저지른 것이란 말인가.


나는 울었다. 울면서 포효했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 되어 버렸다.


인간이 되고 싶어.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울면서 그의 배를 찢고, 내장을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나만의 의식 같은 거다. 왜 하는 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도, 내게 이 행위가 중요하다는 건 무의식적으로 안다. 이유 따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순간의 착각이 주는 쾌락을 만끽했으니 이걸로 며칠은 버틸 수 있다. 참자. 다 관두고,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포기하고 시간을 보내자.


그리고 며칠 뒤에 다시 이곳으로 오자.


반복되고 지루하고 심심한 나날에 지치기 전의 나 자신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


세준은 자전거를 타고 소현의 학교로 향했다.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고 학교에 다다르자 야간 자율 학습을 끝내고 나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세준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온 지 어언 3년이 흘렀다. 젓가락에 익숙해지고, 한국의 독특한 문화에도 적응했다. 이제는 없어진 나라, 새로 세워진 나라들을 전전하며 많은 사람들과 많은 문화를 접한 그에게 이 풍경만큼은 언제나 생소했다.


그가 50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방문한 나라 중에서 이토록 학생을 괴롭히는 나라는 처음이다. 세준은 인체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한때 많은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인간이 하루 평균 7시간 이상의 숙면을 취해야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도 그때 안 사실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학생들은 밤늦게 공부를 마치고, 학원을 가고, 자정을 넘겨 겨우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오전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생활패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학교를 벗어났다는 것에서 느끼는 기쁨인지 아니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한 성취감에서 나오는 기쁨인지 세준으로선 알 수 없었다.


“읏차.”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보던 세준은 뒤에 실리는 가벼운 무게감에 고개를 돌렸다. 귀여운 인상의 키 작은 소녀, 소현이었다.


“오늘은 어땠어?”

“어제랑 똑같았지, 뭐. 오빠는?”

“일이 들어왔어.”

“오랜만이네.”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세준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마법이 난무하고 괴물이 걸어 다니는 이면의 세계와 거리가 멀다. 그저 평범한 여고생에 불과했다.


세준이 마법사라는 사실은 물론이고, 그가 인간이 아닌 인형이라는 것까지 그녀는 모른다. 단지 그가 작은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것과 미모가 뛰어나고 자상한 성격의 평범한 청년이라고 알고 있을 뿐... 거짓말은 필요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세준이 페달을 밟자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간다. 5분 정도 아무 말도 없이 어두운 밤거리를 달리는데 문득 소현이 말을 꺼냈다.


“아, 맞다. 오늘 아침에 죽은 사람 있었잖아. 근데 소문을 들으니까 사람이 시체를 먹었다는데 사실이야? 오빤 시체 직접 봤지?”


“응.”

“사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

“와, 무섭다.”

“그러니까 내게 감사하도록 해. 나 덕분에 안심하잖아.”

“에이. 오빤 약골이잖아.”

“무슨 소리야? 나 싸움 잘하거든?”

“킥. 거짓말. 절대 그렇게 안 보여.”


말장난 하는 사이에 어느새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둘은 자전거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갔다. 소현의 집, 그 맞은편이 세준의 집이었다. 이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앞에서 헤어져서 서로의 집에 들어가면 그들의 일상적인 하루는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이제 왔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금발의 미국인 미녀, 벨라 시몬이었다. 그녀는 캐주얼한 티에 청바지 차림새에 옆엔 커다란 트렁크가방 하나를 세워두고 있었다.


“결정한 거야?”

“응.”


오후에 티타임을 가지고 난 뒤, 벨라와 세준은 헤어졌다. 세준의 동거(?) 제안에 응한 그녀가 호텔에서 짐을 챙겨오겠다고 한 것이다.


“근데 왜 멀뚱히 집 앞에 서있어?”

“비밀번호를 안 알려줬잖아.”

“아, 맞다...”

“집에 없을 거라면 그렇다고 말해줬어야지.”

“미안. 설마 이 시간에 딱 맞춰서 올 줄 몰랐지.”


벨라와 세준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편 소현은 당황했다. 지난 3년간, 서로 맞은편 집에서 살면서 소현은 세준의 집에 손님이 드나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또는 그가 여자 얘기를 했던 적도 없었다.


물론 세준 같은 청년에게 여자가 없다면 그것대로 좀 이상한 얘기다. 인기가 없을 얼굴은 절대로 아니었다. 내심 자신이 모르는 여자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벨라 같은 외국인 미녀가 나타나 세준과 아는 척을 하니 당혹스러웠다.


“누구야?”

“앞집 사는 동생이야.”


어째서 그 말에 상처를 입었는지 소현 자신도 알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앞집 사는 동생’이라고 말하는 세준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잘 자, 오빠.”

“그래. 내일 보자.”


세준은 평소와 달리 무뚝뚝하게 인사를 건네는 소현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자기 집으로 뛰어 들어가듯 모습을 감췄다.


“인사라도 시켜줄 셈이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널 소현이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 고민하고 있을 때, 벨라가 물어보았다.


“귀여운 아이네. 혹시 사귀는 사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1세기 퇴마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8) +3 15.04.12 636 8 15쪽
45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7) +2 15.04.06 454 10 18쪽
44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6) +1 15.04.03 520 10 26쪽
43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5) +2 15.04.02 497 6 21쪽
42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4) 15.03.31 525 9 19쪽
41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3) +2 15.03.30 672 11 19쪽
40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2) +1 15.03.18 552 11 19쪽
39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1) +1 15.03.17 622 14 12쪽
38 Chapter3. Love OR Hate(Epilogue) +2 15.03.15 642 10 12쪽
37 Chapter3. Love OR Hate(13) 15.03.13 484 6 26쪽
36 Chapter3. Love OR Hate(12) 15.03.13 462 6 18쪽
35 Chapter3. Love OR Hate(11) 15.03.11 459 9 19쪽
34 Chapter3. Love OR Hate(10) +1 15.03.10 447 10 16쪽
33 Chapter3. Love OR Hate(9) +1 15.03.08 352 9 16쪽
32 Chapter3. Love OR Hate(8) +1 15.03.08 604 9 21쪽
31 Chapter3. Love OR Hate(7) +2 15.03.07 528 11 29쪽
30 Chapter3. Love OR Hate(6) 15.03.07 457 9 21쪽
29 Chapter3. Love OR Hate(5) +1 15.03.06 508 9 21쪽
28 Chapter3. Love OR Hate(4) 15.03.05 431 9 17쪽
27 Chapter3. Love OR Hate(3) 15.03.05 513 9 26쪽
26 Chapter3. Love OR Hate(2) 15.03.04 529 9 19쪽
25 Chapter3. Love OR Hate(1) +1 15.03.02 617 16 21쪽
24 Chapter2. 시체놀이꾼(Epilogue) 15.03.01 408 9 11쪽
23 Chapter2. 시체놀이꾼(11) +1 15.03.01 535 10 16쪽
22 Chapter2. 시체놀이꾼(10) 15.03.01 559 15 16쪽
21 Chapter2. 시체놀이꾼(9) 15.02.28 534 10 20쪽
20 Chapter2. 시체놀이꾼(8) +1 15.02.26 447 10 20쪽
19 Chapter2. 시체놀이꾼(7) 15.02.26 676 11 21쪽
18 Chapter2. 시체놀이꾼(6) +2 15.02.25 682 10 25쪽
17 Chapter2. 시체놀이꾼(5) 15.02.24 597 13 24쪽
16 Chapter2. 시체놀이꾼(4) 15.02.23 458 10 19쪽
15 Chapter2. 시체놀이꾼(3) 15.02.22 581 12 13쪽
14 Chapter2. 시체놀이꾼(2) 15.02.22 688 12 14쪽
13 Chapter2. 시체놀이꾼(1) 15.02.21 764 15 19쪽
1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Epilogue) 15.02.20 754 11 14쪽
1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1) +1 15.02.20 584 15 16쪽
10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0) 15.02.19 645 14 17쪽
9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9) 15.02.18 771 13 15쪽
8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8) 15.02.17 764 14 16쪽
7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7) 15.02.17 771 16 20쪽
6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6) +1 15.02.16 931 15 15쪽
5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5) +2 15.02.15 965 19 20쪽
»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4) 15.02.14 1,085 16 17쪽
3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3) +1 15.02.14 1,226 20 16쪽
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2) 15.02.13 1,711 26 15쪽
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 +2 15.02.13 2,893 3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