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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알라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퇴마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위대한알라
작품등록일 :
2015.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5.04.12 18:0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1,549
추천수 :
565
글자수 :
387,690

작성
15.02.17 23:04
조회
764
추천
14
글자
16쪽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8)

본 글에 등장하는 사건, 장소, 인물, 단체는 실존하지 않으며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DUMMY

브리트라 라는 이름의 주점 내부,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3명이 한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장소와 그다지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술집 특유의 소음이 그들의 목소리를 묻히게 해서 의외로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기에 썩 괜찮은 장소였다.


젊었을 적 꽤 미인 소리 들었을 40대 여성, 그보다 10살 정도 많아 보이는 평범한 외모의 중년의 남성, 그리고 20대 초반 청년이라는 구성은 눈에 띄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보기 힘든 개량한복을, 중년의 남성는 검은 정장을, 청년은 다저스 야구 점퍼에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도무지 어울릴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세 사람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 매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인잠카이트는 결국 영체살해자를 잡지 못한 거네요? 그 얘긴 어디서 들은 거예요?”

“교회의 아는 지인이 있어서 들은 얘기야. 믿을 만한 녀석이지.”

“역시 과장된 소문이었어. 처음부터 제가 말했잖아요.”


청년은 그것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500년이나 살아왔을 리도 없고, 사실이라도 그동안 녹슬 대로 녹슨 거겠죠. 하여튼 혜미 아줌마나 인권 아저씨는 너무 그를 의식해요.”


혜미라고 불린 40대 여성은 씁쓸하게 웃었다. 청년의 실력이 어린 나이에 비해서 대단하긴 하지만 젊은이 특유의 자만심이 지나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현 시대 가장 강력한 마법사? 그거야 그쪽 세계에서 서로서로 띄워주는 수식어일 뿐이죠. 흥. 아마 별 것도 안 되는 인형일 거예요. 인형이 인형에 불과할 뿐이죠.”

“...넌 그를 몰라서 하는 말이야.”


그때까지 묵묵히 청년의 말을 듣고만 있던 중년의 남자가 입을 뗐다. 그의 이름은 최인권.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덕에 어렸을 적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알래스카에 살던 한 정령사와 인연이 닿아 그에게서 얼음의 정령술을 배우고 정령사가 된 기이한 운명의 사내였다. 과거와 달리 현재에 이르러 그 명맥이 유지되기도 힘든 얼음의 정령술을 어떻게 해서든 남겨야 된다고 결심한 정령사가 정통 후계자도 아닌 인권에게 그 정수를 모두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기연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 만남 이후로 인권은 15살 때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이면세계로 스며들게 되고 실력을 인정받아 현재에 이르러서는 세계 3대 정령술사로 손꼽히는 실력자가 되었다.


“독일에서 만난 적이 있어. 당시 그는 마법사들의 퇴마집단인 ‘까마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우연히도 같은 마물을 사냥하게 되었지.”

“헤에. 그랬었어요?”

“강했어. 인형의 육체적 능력만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야. 수많은 마법들의 달인이었지. 그만큼 강력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는 처음 봤어. 그 전까지는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보니 다르더군. 역시 모든 마법사들의 군주라는 별명다웠어.”


그의 말에 청년은 입을 다물었다. 청년은 인권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또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성격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젊기 때문일까? 청년은 인권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준을 깔보고 있었다. 그것은 표정으로 드러났고 혜미도, 인권도 그의 생각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인권 씨. 공식적으로는 아인잠카이트가 교회의 의뢰를 받아 영체살해자를 잡는 걸로 되어 있어요. 과연 우리가 끼어드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혜미 씨, 언제부터 이 세계가 교회와 마법사들의 것이 되었나요? 마물 퇴치는 이면세계에 사는 모든 이들의 의무입니다. 그들끼리의 약속은 사실상 아무 의미 없습니다. 모두가 힘에 굴복해서 억지로 따르고 있을 뿐, 규칙 따윈 없죠. 먼저 사냥하면 그만입니다. 더구나 아인잠카이트는 겨우 그런 일로 화를 낼 인물도 아니고요.”


그러나 혜미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소문엔 무척이나 차갑고 무서운 인물이라고 들었어요. 물론 당신은 그럴 사람이라고 하지 않지만 말이죠. 그리고 그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교회가 가만히 있을까요? 그들은 영체살해자 같은 마물을 가로채간 우리에게 복수를 하려고 달려들 거예요.”

“뭘 걱정해요, 아줌마. 아줌마 실력이면 그런 녀석들은 겁낼 필요가 없잖아요. 게다가 인권 아저씨도 있고, 저도 있고요.”


강혜미는 후우 한숨을 내몰아 쉬었다. 올해로 20살이나 되었건만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교회가 무서운 점은 그 엄청난 부와 수많은 신도들, 그리고 정치력 때문이야. 우리 같은 프리랜서 퇴마사 정도는 입국 정지만 시켜도 엄청난 타격이고.”

“쳇. 그렇다고 어쩔 거예요? 장사 안 되는 한국에 일부러 비행기 시간까지 미루면서 버텼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헛고생이잖아요.”


청년의 말대로 이대로 돌아가기엔 한국까지 들어온 보람이 없다. 게다가 강혜미도 영체살해자라는 무척이나 희귀한 마물을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영체살해무기라는 무시무시하게 강력하고 엄청나게 값비싼 무기를 얻을 수도 있는데...


결국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돌아가자고 하진 않았어.”

“혜미 씨가 걱정하는 바는 저도 동감합니다. 때문에 가급적 조용히, 빠르게 처리하는 게 우리로선 더 좋은 일입니다. 빼내온 정보에 의하면 영체살해자의 사냥터가 근처에 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은신해서 지켜보도록 하죠.”

“알겠어요.”


청년은 경쾌하게 웃었다.


“좋아요. 그럼 결정 난거죠? 지금이 저녁 7시니까... 10시에 움직이죠.”


---------------------------------------


다섯 번째 살인 후 이제 겨우 몇 시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어젯밤엔 죄책감 때문에 잠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새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또다시 강한 충동을 느꼈다. 죄책감 따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지루하게 반복되어 온 무의미한 일상이 또다시 시작된다.


아내는 아침 일찍 나가버린 모양이다. 언제 갔는지, 어딜 갔는지, 누구와 함께인지 모른다. 아내는 그런 걸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도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다. 서로 선은 넘지 않을 걸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아내도, 나도 한때는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했었다. 그 감정의 잔재는 아직 남아있다.


단지... 우리는 지쳐버린 것이다. 나는 삶에 지쳤고, 아내는 그런 나에게 지쳤다.


아들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는다. 방문을 두드리려던 손이 저절로 멈춰 섰다. 예전엔 활발한 아이였다. 운동을 좋아하고, 성적도 좋았다. 친구들도 자주 집으로 찾아왔다. 나와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고, 사춘기답게 반항하기도 했다. 아주 평범한 아이였다. 아들은 내 자랑이었다.


아들은 요즘은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무엇 때문인지 몰랐다. 이유가 뭐냐고 물어본 적 없었다. 아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알아서 해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들도 지친 모양이다. 시간이 흐르고, 아들은 예전 모습을 잃었다. 호리호리한 몸에 살이 찌고, 한껏 멋을 낸 헤어스타일도 덥수룩해졌다. 학교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왔다. 많던 친구들은 더 이상 집에 찾아오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늦어버렸다. 아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도 포기했다. 그때 즈음 나는 아들을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변해버렸는지 이유는 모른다. 그저 우리 부부의 정체된 결혼생활과 아들 나름대로의 사회생활로부터 지친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회사가 쉬는 날이다. 아침 늦게 일어나서, 적당히 TV로 시간을 때우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주중에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다음 주를 위해서 잠을 미리 자두는 것도 아니다.


피곤했다. 아무 일도 없어서 피곤했다.


몇 시간 후 눈을 떴다. 해는 이제 반쯤 저물어간다. 아내가 돌아온 모양이다. 거실에서 TV소리가 들려온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간다. 나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옷을 다 입자 아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내도 나갈 채비를 한다. 대화는 여전히 없었다.


아들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 있었다. 곧 아내가 나오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토요일 저녁 7시. 우리 가족은 언제나 이 시간이면 늘 가는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


이 시간만큼은,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우리 가족은 쾌활해진다. 아들도, 아내도, 나도 입을 열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고 웃는다. 남들이 그렇듯, 전혀 이상하지 않은 평범한 가족처럼...


아마 이것은 일종의 의식이 아닐까 싶다. 가족이라면 으레 이래야 한다는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에 의한 허례의식이다. 내 삶에서 유일한 즐거운 시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불쾌한 시간이기도 하다. 평상시와의 격차가 너무나 커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면 대화는 단절된다. 식당에서의 1시간 남짓한 시간은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아내는 TV 앞에 앉았다.


문제가 뭘까. 왜 우리는 집에서 서로를 없는 사람 취급할까. 왜 대화가 없을까.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으리라. 처음 우리 가족이 엇나가기 시작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나도, 아들도, 아내도 각자의 생활과 사정으로 인해 문제를 방치한 게 문제였다.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 입을 열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집은 마치 우주와 같았다.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고, 고요하기만 하다. 멀리서 보기엔 아름다운데 가까이 가보면 황량하다.


답답했다.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세탁한 이불 위에 누워도 상쾌하지가 않다. 가슴에 무거운 돌이 올라가 있어서 숨을 쉴 때마다 괴롭다.


충동이 찾아온다. 죄책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다시, 다시 그 느낌을... 살인을 저지르는 찰나의 순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참을 수 없이 그리워졌다. 손까지 덜덜 떨린다. 그 느낌은 마약과 같았다. 나쁘다는 건 안다.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난 포기해버렸으니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대화가 단절된 집에서, 힘들기만 하고 보람 없는 회사에서 더 이상 고통 받기 싫어서 가슴 속 무언가를 포기해버렸으니까. 아이러니한 얘기였다. 나는 삶을 포기하면서, 삶을 받아들였다. 고통은 없어졌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충동. 참을 수 없는 욕구가 생겨났다. 내 안의 무언가를 포기하는 대신 얻은 공백을 다른 것으로 채워 넣어야 했다. 며칠 굶은 듯이 간절해지고, 참을 수 없이 허전하다. 채우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죽을 것만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결단을 내린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옷을 갈아입고,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왔다. 상쾌한 밤이다.


즐거운 시간이다.


---------------------------------------


어두운 밤의 골목에서 뭔가를 찾아내기란 무척 어려운 법이다. 특히 찾아내려는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어둠에 몸을 숨길 줄 아는 괴물이라면 두말 할 것도 없다. 주변에 인적이 드물어 움직이기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찾는 쪽이 불리했다.


사냥꾼들에겐 익숙한 상황이었다. 사냥꾼이라면 피해갈 수 없었다.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여러 명이 흩어져서 무작정 찾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 괴물은 인간을 보고 도망치는 초식동물이 아니라 달려드는 육식동물이다. 무방비하게 돌아다니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사냥꾼이 자신을 미끼로 사냥감을 불러내는 것이다.


나트륨을 샛노랗게 태우며 날벌레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가로등 아래로 청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은 머리, 20대로 추정되는 얼굴이었다. ‘길거리 흔하게 볼 수 있는 핸섬한 청년’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그는 캐주얼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특이한 게 있었다. 청년의 등에 비스듬히 걸린 나무 칼집이 바로 그것이다. 부적처럼 보이는 노란 종이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대낮의 큰길가라면 시선을 끄는 물건이지만 지금 청년이 있는 곳은 인적이라곤 없는 뒷골목.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청년의 정체는 부적술사 강혜미, 얼음의 정령술사 최인권과 함께 영체살해자를 사냥하기 위해서 일부러 장사도 안 되는 고향 땅으로 들어온 김성대였다.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고구려의 검술을 연마한 그는 21살이라는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 벌써 검기까지 다룰 수 있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이미 그 나이 또래의 동기들과 상대 되지 않았다.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가문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게 되었고 차기 가주로 거론되고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맨 지 몇 시간이 지났다. 영체살해자의 모습은커녕 살아 움직이는 그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성대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강혜미와 최인권은 각각 서쪽과 동쪽에서 범위를 좁혀가며 수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신호가 없는 것을 보니 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애초에 단 3명으로 수색하기엔 사냥터의 범위가 너무 넓었다.


그때였다. 골목의 모퉁이를 돌자 저 멀리서 움직이는 인영이 시야에 포착되었다. 검기를 다루게 되면서 감각이 보통 사람보다도 몇 배나 확장된 그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지나쳤으리라.


성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고 재빨리 옆으로 몸을 숨겼다.


또각또각


텅 빈 골목길에 여자의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성대는 잠깐 실망했지만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일렀다. 인권이 등록된 마법사들만 접속할 수 있는 정보은행인 ‘위저드 네트워크’를 해킹해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영체살해자의 신분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즉, 인육을 먹고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괴물이라고 해서 꼭 남자라는 법은 아니다.


성대는 잔뜩 근육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등의 나무 칼집에서 새파랗게 빛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구두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성대는 검에 오러를 덧씌웠다. 흔히 검기라고 부르는 에너지 덩어리다. 내로라하는 재능의 인재들이 십 년을 오로지 검술 수련에 매진해도 그 중 절반 밖에 성공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극도로 높은 난이도에 비해 검기 자체는 그리 강력하지 않다.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모든 지 베어버리는 무적의 기술과 현실의 검기는 달랐다. 애초에 검기란 아무 이능력(異能力)이 없는 자들이 생명에너지, 오러(Aura)를 억지로 체외로 끄집어내어 검에 덧씌운 것이었다. 기껏 콘크리트 덩어리를 잘라내는 절삭력에 불과하다. 물론 실력에 따라서 금강석도 잘라낸다고도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실력의 검사는 전무했다.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득 성대는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 챘다. 다가오는 자는 비틀거리며 뛰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자꾸만 뒤를 확인하고, 겁에 질린 표정이다.


마치 뭔가에 쫓기면서 도망치는 것 같이...


“사,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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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8) +3 15.04.12 637 8 15쪽
45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7) +2 15.04.06 454 10 18쪽
44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6) +1 15.04.03 520 10 26쪽
43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5) +2 15.04.02 497 6 21쪽
42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4) 15.03.31 525 9 19쪽
41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3) +2 15.03.30 673 11 19쪽
40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2) +1 15.03.18 552 11 19쪽
39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1) +1 15.03.17 622 14 12쪽
38 Chapter3. Love OR Hate(Epilogue) +2 15.03.15 642 10 12쪽
37 Chapter3. Love OR Hate(13) 15.03.13 484 6 26쪽
36 Chapter3. Love OR Hate(12) 15.03.13 463 6 18쪽
35 Chapter3. Love OR Hate(11) 15.03.11 459 9 19쪽
34 Chapter3. Love OR Hate(10) +1 15.03.10 447 10 16쪽
33 Chapter3. Love OR Hate(9) +1 15.03.08 353 9 16쪽
32 Chapter3. Love OR Hate(8) +1 15.03.08 605 9 21쪽
31 Chapter3. Love OR Hate(7) +2 15.03.07 528 11 29쪽
30 Chapter3. Love OR Hate(6) 15.03.07 457 9 21쪽
29 Chapter3. Love OR Hate(5) +1 15.03.06 508 9 21쪽
28 Chapter3. Love OR Hate(4) 15.03.05 431 9 17쪽
27 Chapter3. Love OR Hate(3) 15.03.05 513 9 26쪽
26 Chapter3. Love OR Hate(2) 15.03.04 529 9 19쪽
25 Chapter3. Love OR Hate(1) +1 15.03.02 618 16 21쪽
24 Chapter2. 시체놀이꾼(Epilogue) 15.03.01 408 9 11쪽
23 Chapter2. 시체놀이꾼(11) +1 15.03.01 535 10 16쪽
22 Chapter2. 시체놀이꾼(10) 15.03.01 560 15 16쪽
21 Chapter2. 시체놀이꾼(9) 15.02.28 534 10 20쪽
20 Chapter2. 시체놀이꾼(8) +1 15.02.26 447 10 20쪽
19 Chapter2. 시체놀이꾼(7) 15.02.26 676 11 21쪽
18 Chapter2. 시체놀이꾼(6) +2 15.02.25 682 10 25쪽
17 Chapter2. 시체놀이꾼(5) 15.02.24 597 13 24쪽
16 Chapter2. 시체놀이꾼(4) 15.02.23 458 10 19쪽
15 Chapter2. 시체놀이꾼(3) 15.02.22 582 12 13쪽
14 Chapter2. 시체놀이꾼(2) 15.02.22 688 12 14쪽
13 Chapter2. 시체놀이꾼(1) 15.02.21 764 15 19쪽
1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Epilogue) 15.02.20 754 11 14쪽
1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1) +1 15.02.20 584 15 16쪽
10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0) 15.02.19 645 14 17쪽
9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9) 15.02.18 771 13 15쪽
»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8) 15.02.17 765 14 16쪽
7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7) 15.02.17 771 16 20쪽
6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6) +1 15.02.16 931 15 15쪽
5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5) +2 15.02.15 965 19 20쪽
4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4) 15.02.14 1,085 16 17쪽
3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3) +1 15.02.14 1,226 20 16쪽
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2) 15.02.13 1,711 26 15쪽
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 +2 15.02.13 2,894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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