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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알라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퇴마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위대한알라
작품등록일 :
2015.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5.04.12 18:0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1,550
추천수 :
565
글자수 :
387,690

작성
15.02.20 16:35
조회
584
추천
15
글자
16쪽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1)

본 글에 등장하는 사건, 장소, 인물, 단체는 실존하지 않으며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DUMMY

“성대의 검이군요.”

“맞아.”


세준이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는 성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봐,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 검 버리도록 해.”

“왜죠?”

“그 안에 있는 건 단순한 악령이 아니야. 이런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미 악마라고 불러야 할 힘을 가지고 있다. 어째서 그 녀석이 널 지키려고 일부러 튀어나왔는지 알고 있겠지? 넌 선택받은 거야.”

“이 검을 버릴 순 없어요. 내 검입니다.”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냐? 너 죽고 싶어?”


눈살을 찌푸리며 힐난하는 세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넘기면서 성대는 보란 듯이 검을 칼집에 꽂았다.


“내 검입니다.”

“사연이라도 가진 검이란 거냐? 웃기지 마. 사연이 뭐든 그 안에 든 건 네가 감당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분수를 알아라.”

“그래서 당신에게 넘기란 소리입니까?”

“아니. 성직자들에게 넘겨. 그들이 정화시켜 줄 거다.”

“말했듯이, 난 이 검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도 충고를 거절해버린 성대를 보며 세준은 피식 웃어버렸다.


“구제불능이군. 좋아. 강혜미라고 했지? 언제나 이 녀석 곁에 있는 게 좋을 거야. 언제 비명횡사할 지도 모르거든. 그리고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곧장 내게 연락하도록 해. 연락 방법은 알아서 생각하고.”

“빼앗지 않나요?”


세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왜? 내 충고에도 불구하고 저 녀석은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했어. 그만큼의 각오도 꽤 오랫동안 해왔던 것처럼 보이고. 그렇다면 오늘 막 만난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만한 문제가 아니지. 난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거든.”

“고맙습니다. 아인잠카이트.”


그녀는 후훗 웃었다. 소문으로 듣기엔 아인잠카이트는 차가운 살육인형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소문이란 과장되기 마련인 것 같았다.


“자아. 그럼 이제 시체 챙기고 집으로...”


갑자기 말을 중단한 세준이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그러더니 재밌는 장면이라도 본 얼굴로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쳐다본다.


“왜 그래?”


벨라가 그에게 물었지만 곧이어 들리는 얇은 얼음이 바스러지는 소리에 시선을 돌린 그녀는 경악하고 말았다.


“폭발 직전에 팔을 끊고 피했다는 건가? 놀랍군.”


세준의 말대로 영체살해자는 양팔 모두 없어진 채 골목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몸 군데군데 새하얀 얼음 파편이 박혀있는데다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법 빠른 속도다. 혜미와 벨라가 손을 쓰려고 해도 벌써 쓸 수 없는 거리까지 도망친 상황이었다.


“이, 이런.”


성대와 인권, 혜미가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기력을 전부 쏟아버린 성대와 그의 검을 봉인하느라 지쳐버린 혜미, 그리고 정령이 없는 정령술사 인권은 이미 전투능력을 상실해버렸다. 또 벨라는 전투 마법사도 아니고 마법을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지 동시에 세준을 쳐다봤다.


정작 검은 머리 청년은 여유만만하게 웃고 있을 뿐이다.


“뭘 웃고 있는 거야? 저거 놓치면 또 언제 잡으려고!”

“괜찮아, 벨라. 사실 위험할 때 끼어들려고 미리 설정을 해놓았거든.”

“설정?”

“타겟 설정 말이야.”


세준이 갓 태어난 어린 아이에게 세례를 내리는 신부처럼 조심스럽고 느릿하게 은색 데저트 이글을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겨누었다. 그리고 시를 읊는 듯 조용히 마법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세이브드 타겟 락 온(Saved target lock on).”


은색의 데저트 이글에 새겨진 마법 문양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처음엔 무척이나 희미했던 빛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눈에 띄게 강렬해진다. 경이로운 은빛이 정점에 이르자 허공에 흐르는 물처럼 주위로 퍼져나가 순식간에 골목길을 환하게 비추었다.


“체이싱 불렛 모드(Chasing bullet mode). 이너셜 포스 컨트롤(Inertial force control). 에어 레지스탄스 컨트롤(Air resistance control). 오토 오브스타클 이베이젼(Auto obstacle evasion).”


성대, 혜미, 인권. 모두가 그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지만 그 중에서 벨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악스러움을 느꼈다. 세준이 느긋한 어조로 읊는 주문들은 그야말로 ‘경이’ 그 자체였다.


마법에 문외한인 자들은 마법이 전지전능한 힘인 줄 안다. 그들에겐 이해하기 힘들고 신비로운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법 역시 명백히 한계가 있는 ‘인간의 기술’에 불과하다. 평생에 걸친 연구와 복잡한 연산을 거쳐 마력을 조종해 질서를 살짝 비트는 게 마법의 과정이며, 사용자의 의지를 최대한 현실로 불러내는 게 기본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상상력 이상의 일이나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세준은 마법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거의 신의 권능에 필적하는 물리력 통제를 보여주고 있었다. 감히 어떤 마법사가 초속 450m~460m의 탄환에 작용하는 물리력을 제어할 수 있단 말인가.


은색의 빛은 양 옆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이 되어 날개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 장엄함은 단순히 말로 표현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조악하게나마 비유하자면 평생 피리만 불던 사람이 난생 처음 20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 무대를 본 것이라고나 할까.


“질버른 아들러(독일어로 ‘은빛 독수리’라는 뜻).”


총의 이름이었다. 질버른 아들러. 과거에도 없었고,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질버른 아들러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었다. 신화 속에 나오는 신물(神物)보다 훨씬 경이적인 무기.


아니, 대단하다는 말은 세준에게 해야 한다. 평범한 총기 공장에서 자동 생산 라인으로 만들어진 아무 마법적 능력도 없던 권총을 세상에 두 번 다시없을 최강의 무기로 탈바꿈 시킨 것이 바로 아인잠카이트(고독)이라는 칭호를 가진 그이기 때문에.


콰앙! 콰앙!


제대로 조준조차 하지 않은 질버른 아들러의 방아쇠가 두 번 당겨지고 총구에서 불이 솟구쳤다. 소음 제거 마법으로 일반인들은 듣지 못하지만 총 자체에 걸려있는 마법들이 너무나 대단한 것들인 만큼 공기 중을 떠도는 미세 마력들이 요동치면서 내는 굉음이었다. 마법사인 벨라의 귀에는 생생하게 들렸다.


“크와와!”


은빛 궤적이 보였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괴물의 단말마가 들렸다. 정작 그 괴물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어느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온 장면처럼 질버른 아들러에서 발사된 탄환이 90도 각도로 모퉁이를 돌아 시야를 벗어난 영체살해자를 추적하여 몸통을 꿰뚫은 것을 은빛 궤적을 통해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가서 마저 죽이고 올게.”


주변의 사람들의 경악한 표정과는 다르게 산책이라도 나가는 듯한 세준은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옮겨 골목의 모퉁이를 돌았다.


거기엔 붉은 피를 질질 흘리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영체살해자가 있었다. 두 다리가 세준의 총에 의해 날아가 버린 탓에 바닥을 기는 모양새였다. 평범한 총이라면 금세 재생이 가능했겠지만 강력한 마력이 담긴 질버른 아들러의 탄환이다. 영체살해자 따위가 버텨낼 것이 아니다.


“마침 잘 됐어. 궁금한 게 있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대답해주길 바란다.”


세준은 땅을 기는 영체살해자를 감정이 들어있지 않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인육을 먹은 이유가 뭐지?”


보이지 않는 실에 걸린 듯 영체살해자의 움직임이 멎었다. 세준은 혹시나 괴물이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몸을 숙였다. 워낙 약해질 대로 약해졌기 때문에 질베른 아들러의 힘을 버텨내지 못하고 죽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크락!”


세준이 허리를 굽혀 영체살해자의 몸을 뒤집어보려는 순간, 괴물이 물고기처럼 펄쩍 뛰며 그에게 달려들어 영혼강탈을 시도하려고 했다.


영체살해자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세준은 영혼이 없는 인형. 뺏으려고 해도 뺏을 영혼이 없는 존재다. 세준은 가소롭기도 하고,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해서 일부러 목을 내주었다.


영체살해자는 그의 목을 물어뜯으며 자신이 이겼다는 생각을 했지만 멀쩡하게 서있는 세준을 보고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드러운 살을 파고든 이빨은 뼈가 있을 자리를 대신한 차가운 금속과 맞닿았고 상처에서 새어나오는 피는 새빨갰지만 여태까지 맛봐왔던 피와는 다른 맛이 느껴졌다.


“이거 참.”


말과 달리 전혀 난감한 표정이 아닌 세준은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깨문 영체살해자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잡고 깃발 꽂듯 바닥에 내던졌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기면서 시멘트 바닥이 푹 파이고 영체살해자가 축 늘어진다.


그래도 여전히 이 질긴 생명체는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크르륵.”

“후우. 정말 질기군.”


이 정도 되자 세준도 정말 지겹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질베른 아들러의 총구를 아직도 이빨 자국이 선명한 목을 보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의 영체살해자를 겨누었다.


“인간이... 아니야?”

“하! 이제야 말을 하는군. 여태까지 짐승처럼 괴성만 질러대서 내가 영체살해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나 했지. 내가 알기로 영체살해자는 말을 할 수 있거든.”

“어째서, 어째서 네 영혼을 먹을 수가 없지? 혹시 너도 나처럼 영혼이 없는 거냐?”


그 순간, 괴물로 변해버린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상의 남성의 입에서 지옥불에 떨어진 듯한 고통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악!”


총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무릎을 잔인하게 발로 밟힌 탓이었다.


“역겹다. 날 너 따위 생명체와 비교하지 마라.”

“하, 하지만 넌 분명히 영혼이······!”

“없지. 나나 너나 그건 같아. 하지만 ‘너처럼’은 아니야.”


꾸욱. 기하학적인 문양이 가득한 은색의 데저트 이글이 미간을 찌른다.


“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값비싼 걸 스스로 버린 괴물이고, 난 만들어질 때부터 없었어. 차이가 꽤 크니까 헷갈리지 마.”

“나, 나도 좋아서 이런 짓을 한 게 아니야. 나, 난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고!”


그의 절규를 세준은 무표정하게 부정했다.


“아니. 틀렸어. 넌 원했어. 어떤 이유인지는 궁금하지 않아. 너조차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할 걸? 인간이란 족속들은 사소한 불행이나 약간의 욕심 때문에 자신에게 소중한 게 뭔지도 모르고 헌신짝처럼 버리는데 아주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거든.

“아, 으...”

“그래서 그 몸은 어때? 괴로움도, 슬픔도, 좌절도, 절망도,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편리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 살기 편한가? 편하겠지.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 듯한 자유로운 기분일 거야. 처음부터 그걸 바라고 인간 대신 차라리 괴물이 되길 원했던 걸 텐데.”


남자는 일순 얼굴이 굳어졌다. 그 반응은 세준의 말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보였으나, 어떻게 보면 마치 정곡을 찔린 사람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곧 그는 그 표정을 지우고 다시금 애원했다.


“아, 아니야! 제, 제발 살려줘. 내겐 가족이 있어. 회사에 다니고, 사람들과 웃고 떠든단 말이야! 이, 이, 이 욕구만 참으면 돼. 그래. 당신이라면 날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이것만 없애면 난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어! 날 도와줘. 날 다시 고쳐줘! 죽이지 마! 제발!”


눈물, 콧물, 침을 흘리며 오열하는 남자의 모습은 아무리 냉혹한 사냥꾼이라도 연민의 감정을 느낄 만큼 너무나 처참하고 불쌍했다.


“나도 생명을 해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널 죽일 거야.”

“어, 어째서!”

“스스로가 괴물이 되길 택했으니까. 그리고 방금 네 스스로 말했듯이, 자신의 책임을 피면서 죄조차도 짊어지려고 하지 않으니까.”


세준은 안다. 이 세상에는 다른 생명을 죽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불쌍한 생명체가 많다는 것을... 그는 그런 존재들을 동정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있는 잘못이라곤 그저 그렇게 태어난 것일 뿐, 적어도 그들은 살인의 무거움을 알고 있으며 그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그래서 이 남자는 더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괴물이 된 주제에 어쩔 수 없었다느니 둥의 변명으로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그럼 여태껏 그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은 뭐가 된단 말인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도 아닌, 단지 욕구의 충족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은 무엇이 된단 말인가.


“다시 한 번 묻는다. 왜 인육을 먹은 거지?”

“나, 난... 잘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


그의 대답은 불충분한 것이었으나 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정한 목적 없이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육을 무의식적으로 먹었다는 것이 가리키는 사실은 단 하나 뿐이다.


“살려줘! 부디!”


다시 한 번 애원하는 영체살해자에게 세준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알려주지. 지금 넌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뿐이야, 괴물. 알고 있으면서 왜 그래? 네가 흘리는 눈물이 진정 슬퍼서 나는 거라고 생각해? 가족들과 웃고 떠드는 것이 진정 행복하고 기뻐서 그런 것 같아?”

“...”

“네가 스스로 버리길 원했던 건 바로 네 영혼이야. 그리고 영혼이 없단 건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아. 500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건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빈껍데기. 웃고, 울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건 가식이고 연기야.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렇게 말한 그는 자신이 한 말에 흠칫 하고 표정을 굳혔다. 마치 잊고 있었던, 아주 중요한 사실을 다시 기억해낸 것처럼.


“그래, 맞아. 단지 연기와 가식일 뿐이야. 잊어선 안 되지.”

“으흐흑! 아니야! 난 괴물이 아니라고! 인간이야! 제발 죽이지 말아줘!”


이제는 괴물이 되어버린 남자의 애원이 골목길에 울려 퍼졌지만 정작 세준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 맞아. 잊어선 안 되지. 잊어선 안 되지...”


그러더니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방아쇠를 당기며 말했다.


“아, 참고로 아까 눈물 연기는 정말 최악이었어.”


탕!


총성이 메아리처럼 골목에 울려 퍼지다 마침내 희미해졌을 때, 벨라는 피를 뒤집어 쓴 세준을 발견했다. 워낙 가까운 거리여서 그런지 방금 전까지 괴물의 몸속을 세차게 돌고 있던 새빨갛고 뜨거운 액체를 뒤집어 쓴 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의 이마에 튄 피가 흘러내려 뺨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려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벨라는 그가 울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세준이 구름에 반쯤 가려진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녀석이 왜 인육을 먹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원한다면 가르쳐 줄 수 있는데.”

“왜 갑자기 그 소릴 하는 거지?”


벨라의 반문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할 말만 이어갔다.


“인간이 되고 싶어서야. 인간이 아닌 자가 인간을 먹으면 인간이 된다. 무척 오래된 미신이기도 하고 일종의 의식에 가까운 행동이지. 물론 인간을 먹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건 스스로가 더 잘 알아. 단지 생물이라는 건 궁지에 몰리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도 기적을 바라며 행동하거든.”

“...그걸 어떻게 알았어? 물어보기라도 한 거야?”

“아니.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


달빛을 받아 창백한 은색을 사방에 뿌리는 그는 뺨을 타고 흐르는 핏빛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웃었다.


보고만 있어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그냥... 아주 먼 옛날에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


작가의말

다음화 챕터 1 에필로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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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50 stoneax
    작성일
    15.03.10 17:13
    No. 1

    연기와 가식의 차이가 과연 무엇일까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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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4) 15.03.31 525 9 19쪽
41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3) +2 15.03.30 673 11 19쪽
40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2) +1 15.03.18 552 11 19쪽
39 Chapter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1) +1 15.03.17 62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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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3. Love OR Hate(11) 15.03.11 459 9 19쪽
34 Chapter3. Love OR Hate(10) +1 15.03.10 447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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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Chapter3. Love OR Hate(8) +1 15.03.08 605 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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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Chapter3. Love OR Hate(6) 15.03.07 457 9 21쪽
29 Chapter3. Love OR Hate(5) +1 15.03.06 508 9 21쪽
28 Chapter3. Love OR Hate(4) 15.03.05 431 9 17쪽
27 Chapter3. Love OR Hate(3) 15.03.05 513 9 26쪽
26 Chapter3. Love OR Hate(2) 15.03.04 529 9 19쪽
25 Chapter3. Love OR Hate(1) +1 15.03.02 618 16 21쪽
24 Chapter2. 시체놀이꾼(Epilogue) 15.03.01 408 9 11쪽
23 Chapter2. 시체놀이꾼(11) +1 15.03.01 535 10 16쪽
22 Chapter2. 시체놀이꾼(10) 15.03.01 560 15 16쪽
21 Chapter2. 시체놀이꾼(9) 15.02.28 534 10 20쪽
20 Chapter2. 시체놀이꾼(8) +1 15.02.26 447 1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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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hapter2. 시체놀이꾼(4) 15.02.23 458 10 19쪽
15 Chapter2. 시체놀이꾼(3) 15.02.22 582 12 13쪽
14 Chapter2. 시체놀이꾼(2) 15.02.22 688 12 14쪽
13 Chapter2. 시체놀이꾼(1) 15.02.21 764 15 19쪽
1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Epilogue) 15.02.20 754 11 14쪽
»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1) +1 15.02.20 585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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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8) 15.02.17 765 14 16쪽
7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7) 15.02.17 771 16 20쪽
6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6) +1 15.02.16 931 15 15쪽
5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5) +2 15.02.15 965 19 20쪽
4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4) 15.02.14 1,085 16 17쪽
3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3) +1 15.02.14 1,226 20 16쪽
2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2) 15.02.13 1,711 26 15쪽
1 Chapter1. 영혼 없는 남자(1) +2 15.02.13 2,894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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