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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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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880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06.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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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7쪽

소림사에 놀러왔어요 -15

DUMMY

무슨 일인가 싶어 마차 문을 열고 나오던 금소령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무슨 일입니까?”


십팔나한은 웬만한 일에는 나서지 않는, 말 그대로 소림 최정예 병력이다. 누란의 위기가 닥쳤거나 큰 행사가 있지 않은 한, 십팔나한은 언제나 소림사 내부에 기거한다. 그런데 일행은 벌써 소실산을 벗어난 상태. 소림을 지켜야 할 십팔나한이 이곳까지 왔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방장 스님께서 찾으십니다.”


“선사님께서 어찌 절 찾으십니까?”


십팔나한은 말이 없다. 대신 극진한 예를 갖추어 일행을 대했다. 금소령은 불안한 시선으로 문노를 돌아봤다. 문노 역시 어깨를 으쓱하고 무슨 영문인가 싶어 마차에서 내려섰다.


“알겠습니다. 다시 소림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방장 스님께서 직접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예?”


대 소림사의 방장인 각해선사가 직접 이곳으로 오고 있단다. 평소 사리 분별이 뛰어난 문노는 뇌가 정지되는 듯한 충격을 맛봤다.


멀리 흙먼지를 일으키며 소림의 승려들이 달려온다. 금소령과 문노는 맨 앞에 선 승려를 일견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소림의 방장인 각해선사와 장로들이 무슨 발등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다.


“시주, 어딜 그리 급히 가시오?”


“저희는...”


“급한 일이 있다면 내 시주를 붙잡지 않겠소. 허나, 이 말만은 듣고 가시오.”


각해선사가 장로들을 돌아보며 말을 잇는다.


“어제 시주께서 주신 물음의 답을 드리겠소.”


금소령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소림은 지금 이 순간부터 금령상단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오. 또한, 시주의 요청이 있다면 하남을 빠져나갈 때까지 우리 소림이 마차를 보호할 것이외다.”


각해선사는 유쾌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미타불! 시주께서 뜻을 이루는데 우리 소림이 같이 하겠다는 뜻이오. 허니 뒷일은 걱정 말고 시주께서는 무림대회에 전념해 주기 바라오.”


“네? 저 그게... 감사합니다.”


금소령은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아서 얼떨결에 대답했다.


“인사는 다 나누었느냐?”


“예, 대사님.”


각해선사가 허리를 숙이며 물러난다. 금소령과 문노는 더욱 크게 놀라 등 뒤를 돌아봤다. 관도 옆, 작은 소로에서 신선풍의 노승이 걸어온다.


“아이야, 그런데 네 친구는 어딜 간 것이냐?”


상대를 거리낌 없이 아이라 부르는 노승, 아니 대 소림사의 방장인 각해조차 허리를 숙여야 하는 존재.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다.


소림사의 전대 장문인이자 살아있는 성불로 모든 무림인이 존경해 마지않는 전대 강호의 초절정고수.

바로 성불수(成佛手) 무진대사(無眞大師)였다. 무당의 검성(劍聖)과 더불어 무림쌍성(武林雙聖)이라 일컬어지는 존재다.


“······.”


금소령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는 과거 천존이나 천검과 함께 무를 겨루었던 전설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성불수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준다.


“그러니까 너랑 같이 다니던 아이 말이다.”


문노는 성불수가 찾는 사람이 두윤이 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차마 마차 안에서 처자고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거짓으로 둘러대고 말았다.


“그 녀석은 먼저 떠났사옵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떠났다고? 이런, 이런!”


성불수가 혀를 찬다. 인자한 미소 속에 감쳐진 시리도록 맑은 눈동자, 거짓이 드러나는 것만 같아 낯이 뜨거워진다.


“그 아이에게 일러라. 나 성불수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이야.”


“예? 아, 알겠습니다.”


금소령이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성불수가 물러나자, 각해선사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지금 시주께서 처한 상황을 내 잘 알고 있소. 하여, 우리 소림은 십팔나한으로 하여금 일행이 안전하게 하남을 빠져나가도록 도울 것이오. 아무리 구천마련이라 할지라도 이곳 하남에서는 소림을 상대할 수 없소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금소령은 격하게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애써 추슬렀다. 자꾸 눈물이 나오려 하는데 꾹 눌러 참았다.


“그럼 살펴 가시오. 멀리 마중은 못 하오이다.”


“아닙니다. 선사님의 은혜, 아니 소림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금소령은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마차에 올랐다. 가슴이 두근거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랴! 어서 가자!”


마차가 출발하자, 그제야 참았던 한숨이 터져 나온다. 마음이 안정되니 이번에는 궁금증이 밀려온다. 소림이 지원을 해준다니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하룻밤 사이에 대우가 달라진 소림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문득, 금소령은 마차 안에서 잠을 자는 녀석의 얼굴을 응시했다.


‘친구...’




산서(山西), 성도 태원에서 북으로 한참을 올라가면 평균 고도가 수백 장에 이르는 고원지대가 나온다. 그곳에서 좀 더 오르면 깎아지는 기암절벽을 이룬 산봉우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오태산(五台山), 불교 사대 명산으로 이름이 드높지만, 우습게도 사파 제일 세력이 그 거대한 몸을 추스르는 곳이기도 했다.


구천마련(九天魔聯).


사파에서 가장 강력한 아홉 가문이 모여 만든 지상 최대의 연합세력. 수적으로는 무림맹을 뛰어넘는 중원 제일 세력이기도 했다. 그곳의 실질적인 수장인 천마(天魔), 세상은 그를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라 부른다.



그 깊숙한 곳,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전각 현판에 마왕각(魔王閣)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이곳은 마련에서도 가장 강성한 세력을 보유한 마왕가(魔王家)의 구중심처였으니. 물론 최근에는 사황부(邪荒府)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마왕각의 집무실, 중앙 탁자 상석에 우락부락하고 근육이 장난 아닌 사십 대 중년인이 앉아 있다. 구천마련의 련주이자 동시에 마왕가의 가주이기도 한, 마왕(魔王) 구봉팔. 타고난 신력과 패도적인 도법으로 사파 계를 주름잡는 일대 효웅. 천마에게 작살나 무릎을 꿇었지만, 그의 무공 능력은 절정을 넘어선 대단한 경지였으니.



중년인 옆, 탁자에 앉은 사람들도 천하를 쩌렁하게 울릴 거마 들이다. 무림맹과 더불어 천하를 양분한 구천마련, 그 압도적인 힘을 운영하는 수뇌부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그리고 다른 건?”


마왕의 물음에 잔혼곡(殘魂谷)의 곡주이자 첩보를 맡은 잔혼신마(殘魂神魔)가 앞에 놓인 종이 뭉치를 뒤적인다.


“예, 첩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이번 무림맹에서 열리는 대회 준비가 아주 착착 진행 중이랍니다.”


“그런가?”


잔혼신마가 서찰 하나를 보여준다.


“게다가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사람이 참가 신청을 했답니다. 경쟁률도 만만치 않을 거라고 하는군요.”


“크크크! 무림맹 놈들이 꽤나 고생을 하겠군. 원래 잔치 치르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법이지. 아주 통쾌해!”


마왕이 웃음을 터트리자, 한쪽에 앉은 이십 대 후반의 젊은 서생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선다.


“외람되오나 그런 보고는 지금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잔혼신마가 뭐라 항변하려다 그만둔다. 상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천기수사(天基數師) 임사군(林思群).


그 계략과 술수의 오묘함이 하늘에 닿아,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구천마련의 요직인 책사(策士) 자리를 꿰찬 당대 최고의 전략가. 물론 이 일을 두고 구천마련 내에서도 잡음이 심했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이 부채나 흔들며 잘난 체나 한다고 말이다.


마왕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탁자 위에 놓인 포도알을 따 입에 넣었다.


“그리고 또 다른 건?”


귀왕문(鬼王門)의 문주로 재정을 담당하는 귀수신마(鬼手神魔)가 나선다.


“무적철기대에서 민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무슨 민원?”


“거 왜 며칠 전에 내린 소나기로 산사태가 일어났잖습니까. 그 일로 후문 쪽 전각 몇 채가 무너졌고 연무장도 박살이 났답니다. 보수공사를 진행 중이긴 한데 말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근데 왜 녀석들이 민원을 넣고 지랄이야.”


귀수신마가 민원서류를 읽어 내린다.


“급하게 보수공사를 진행 중인데 공사소음과 망치 소리 때문에 시끄럽답니다. 연일 철야 작업이 진행 중인 터라.”


“아니 그럼 밤에 작업하지 않으면 될 것 아냐?”


“그렇긴 한데, 무적신마 장로가 신속한 복구를 요구한 통에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으로 시선이 모아진다. 무인들의 훈련을 담당한 무적신마(無敵神魔), 덩치가 산만 한데다가 얼굴에서는 냉기가 풀풀 날린다.


“그런 일이 있었나?”


“예, 제가 그리하라 했습니다. 연무장이 매몰되었으니 무공 수련에 차질이 빚어질 것입니다. 하여, 복구를 서두르라 일렀습니다. 무적철기대는 구천마련의 주력 아닙니까.”


“흠, 듣고 보니 그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권이란 게 있는데 말이야. 밤에는 공사를 중지하라 이르게.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면 얼마나 괴로운 줄 아는가?”


귀수신마가 다음 서류를 읽는다.


“이건 좀 보고 드리기 민망한데, 요즘 식당 음식이 부실하다는 민원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음식이 부실해?”


“예, 올해는 가뭄으로 농사가 피폐해진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재정이 충분치 않습니다.”


“허 참, 기가 막혀서!”


마왕이 의자 손잡이를 내려친다. 단단하기로 유명한 자단목에 깊은 손자국이 남는다.


“마왕이시여, 지금 그런 자잘한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닙니다.”


천기수가 임사군이 또 나서자 마왕이 인상을 찡그린다.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한데 어찌 자잘한 문제라 하는가!”


“강서의 개방이 세력이 넓히고 있습니다. 곧 남궁세가와 충돌할 것 같은 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마왕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뭐.”


“그게 아닙니다. 지리적으로 강서의 개방과 합비의 남궁세가 사이에 만독림(萬毒林)이 위치해 있습니다. 만일 두 세력 간 전쟁이 발발한다면 필연적으로 중간에 위치한 만독림은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건 좀 골치 아픈 문제로군. 물론 내 사정은 아니지만.”


“그들이 먼저 만독림을 해할 리는 없겠으나, 전쟁에는 변수가 많은 법. 지원군을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마왕은 포도알을 뜯어 먹으며 물었다.


“그럼 누굴 보내라는 거야?”


“아까 민원을 제기한 무적철기대가 좋을 듯합니다.”


“뜻대로 하게. 자 그럼 이만 회의를 끝내...”


“하나 더 있습니다. 금령상단 쪽 일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임사군의 말에 마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난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야. 천기수사 자네가 알아서 하게. 이상, 회의 끝!”


“음...”


“그럼 한잔 걸치러 가보실까?”


“크하하하! 좋습니다. 마왕님!”


마왕과 다른 수뇌부들이 부리나케 집무실을 빠져나간다.




텅 빈 회의실.


천기수사 임사군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또 두통이 밀려온다. 천존이 무림을 평정한 후 세상은 오랫동안 평화로웠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들이 무뎌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는데.


“회의는 끝났소이까?”


누군가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다. 오십 대 중년인, 사황의 오른팔인 소리장도(笑裏藏刀) 나배반(羅背反)이다. 겉은 웃는 낯이지만, 언제든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간사하고 잔혹한 인물이다.


나배반이 아무렇지도 않게 맞은편 빈자리에 가 앉는다.


“금소령이 무당으로 이동 중이라던데 책사께서는 어찌하실 계획이오?”


임사군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손에 쥐고 있던 부채를 폈다.


“이미 소림이 금령상단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십팔나한이 일행을 보호하고 있다더군요.”


“이 기회에 선수를 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천천히 부채를 펄럭이던 임사군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글쎄요.”


“북경의 금령상단과 소림의 거리는 족히 수천 리 길이오. 소림이 도우려 해도 너무 먼 거리외다.”


“일리 있는 의견이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게 무엇이오?”


임사군은 부채를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 밖으로 푸른 초목이 우거진 산자락이 보인다. 이제 곧 가을이 오면 저 산도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게다.


“왜 소림이 금령상단을 지지했을까요? 전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나배반이 미간을 좁히며 창가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선수를 치자 이 말이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림이 금령상단을 지지하고 나섰소. 현재 금소령의 위치는 무당이 있는 호북이오. 이게 무슨 의미이겠소이까?”


“무당은 소림과 다릅니다. 금소령을 지지할 리 없어요. 허나,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나배반은 심각한 얼굴을 하였다.


“어찌할 생각인지 책사의 고견을 듣고 싶소.”


임사군은 뒷짐을 진 채, 다시 탁자로 돌아와 답했다.


“금령상단은 무력집단이 아니에요. 힘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상단입니다. 점조직 형태로 중원 곳곳에 퍼져 있는 조직임에 머리만 밟는다고 죽을 리 없습니다.”


“음...”


나배반이 주먹을 움켜쥐며 분노를 터트린다.


“애초에 금소령을 그렇게 놔두는 게 아니었소. 염 공자와 강제로 약혼이라도 시켰어야 했는데.”


임사군은 쓴웃음을 머금은 채, 창밖의 높은 산봉우리를 응시했다.


한곳에 모든 힘이 집중된 무림 문파와는 다르게, 상단은 중원 곳곳에 퍼져 있는 점조직이다. 기루와 숙박, 표국, 거기에 무역까지. 금령상단은 쳐들어가 무조건 때려 부순다고 차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었다.


사황 역시 이를 잘 알기에 자기 아들을 내세워 상단을 흡수하려 한 것이다. 얼핏 그럴듯한 계획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혼사였다.



사황의 아들 염진상은 천성이 여색을 탐하고 포악하며 게으르기까지 한데, 추가로 무공이라고는 삼류에 속해 어디 하나 자랑할 만한 구석이 없다. 그런 놈팡이 놈을 금소령과 맺어주려 했으니, 금령상단이 펄쩍 뛸 만도 했다.


금세민은 자신의 외동딸 금소령을 끔찍이 아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황부가 상단의 재력마저 흡수하면 명실공히 구천마련의 제일 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마련의 책사로서 그 부분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천기수사.”


나배반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사황께서는 되도록 빨리 금령상단을 접수하라 하셨소. 그곳의 막대한 자금을 흡수한다면 우리 마련은 무림맹의 힘을 뛰어넘을 수 있소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책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오.”


임사군은 미간을 좁혔다. 사황은 매우 호전적이고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다. 천마에 패해 잠자코 있지만, 이인자로 만족할 위인은 절대 아니었다.


“한데 책사께서는 아직도 답을 주시지 않는구려. 이 일로 사황께서도 매우 불편해하고 계시오.”


임사군은 부채를 접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저는 힘없는 일개 서생일 뿐입니다. 비록 책사의 위에 올라 있으나...”


“허니 사황께서 먼저 책사께 손을 내민 것 아니오? 나태하고 안일한 마왕은 연일 술판만 벌이고 있소.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 마련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소이다.”


맞는 말이다. 구천마련은 나태해졌다. 오랜 평화에 도취해 무기력해졌다. 그건 무림맹도 마찬가지다. 모두 나태해진 것이다. 임사군은 지그시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그것이 나쁜가? 모든 분쟁을 멈추고 평화를 지속하는 일이 정말 옳지 못한 걸까?


“무림은 오랫동안 평화로웠소. 그건 힘의 균형 때문이오. 이제 그 균형을 깰 때가 온 듯싶소.”


나배반의 말에 임사군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 말씀은 좀 위험하게 들리는군요. 마련의 모든 대소사는 마왕께서 주관하십니다.”


“마왕은 모든 일에 손을 놓았소. 책사께서도 아실 거요. 이미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소이다.”


임사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잖아도 각 세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 기나긴 평화를 못 견뎌 하는 사파 인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그런데도 마왕은 폐관 중인 천마의 뜻에 따라 평화를 유지하려 했다.


사실, 천마의 뜻은 평화를 지키라는 것이 아니었다. ‘폐관 수련에 들 테니 집 잘 지켜!’라는 말뿐이었지 않은가? 아무리 천마가 대단하다 해도 그 말만으로 혈기 왕성한 사파 인 들을 잡아 둘 순 없었다.


임사군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부분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물론, 금령상단의 일 말입니다.”


나배반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진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소. 천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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