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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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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873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06.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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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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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6쪽

들적은 나빠요 -11

DUMMY

고요한 밤, 허름한 마차가 객잔을 빠져나온다. 문노는 표정을 굳힌 채 쉴 새 없이 주위를 살폈다.


“아유 졸려 죽겠는데 이게 뭐야.”


말 한 필이 끄는 허름한 마부석에 앉아 잘도 쫑알대는 녀석. 문노는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참기로 했다.


“갑자기 어딜 가는 거예요?”


“······.”


두윤이가 연신 하품을 해댄다. 문노는 인상을 구겼다. 객잔 주인과 협의해 전에 있던 고급 마차와 이 마차를 맞바꾸었지만, 절대 손해 보는 장사라 여기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아니, 도대체 어딜 가는데...”


“아 시끄러 이놈아!”


결국, 문노가 빽 소리를 지르자 두윤이는 잔뜩 찌그러지고 말았다.


마을을 빠져나온 마차는 빠른 속도로 들판을 내달렸다. 그렇지만 얼마 못 가 멈춰 서고 말았으니. 어두운 길 한가운데 사람이 서 있던 것이다. 검은 무복을 걸친 복면인, 머리에도 검은 죽립을 썼다.


“아니 저 사람은 뭔데 길 한복판에 서 있는 거야. 그것도 야밤에!”


녀석이 옆에서 꽁알대지만, 문노는 이를 악물며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덧 복면인이 마차 앞까지 다가온다.


살기(殺氣),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빛이 살을 에는 듯 죽음의 기운을 내뿜는다. 문노는 복면인의 가슴에 쓰여 있는 핏빛 글자를 발견하고 절망감에 몸을 떨었다.


‘사(邪)’


구천마련에서 가슴에 저런 글자를 새겨 넣은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사황의 친위군, 바로 사황대(邪荒隊)다. 인원은 스무 명이 전부지만 개개인의 실력은 능히 일류고수를 넘었으니. 사황대의 주 임무는 암살과 납치, 보복이었다. 그런 그들이 지금 마차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문노는 진기를 일으켜 마차 주위를 살폈다. 사황대는 언제나 동시에 움직인다. 마차를 가로막은 자가 사황대라면, 나머지 열아홉 명이 주위를 포위하고 있을 게다. 하지만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그만큼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인데.


“여기까지다, 금소령.”


길을 막아선 사내가 섬뜩한 눈빛으로 마차를 노려본다. 문노는 가슴이 떨렸지만, 일단 시치미를 떼고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는 이 근방에 사는 주민일 뿐입니다요.”


“네가 감히 사황대를 능멸하는구나.”


검은 죽립 사이로 살기에 찬 눈빛이 번쩍인다.


‘승산이 없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문노는 입술을 곱씹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차에서 내려라. 같이 가줘야겠다. 순순히 우리를 따른다면...”


“아, 뭐 하는 거예요. 길 한복판에서!”


문득 짤랑이는 외침이 울려 퍼진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의 두윤이. 가뜩이나 졸려 죽겠는데 길을 막고 있으니 짜증이 났나 보다.


“아저씨도 들적이에요? 지금 통행료 받으려고 이러는 거예요?”


사내의 무심한 눈동자에 어떤 감정이 떠오른다. 그것은 궁금함이었다.


“들적? 그게 뭔가?”


지옥에서 울리는 듯한 살기 어린 목소리. 하지만 두윤이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사내를 비웃어주었다.


“산에 살면 산적! 바다에 살면 해적! 들에 살면 들적!”


“......!”


사내가 부르르 몸을 떤다.


“네놈이 나를 가지고 노는구나.”


사내의 음산한 목소리에 두윤이는 마차에서 뛰어 앞에 내려섰다.


“흥! 장평 아저씨가 그러셨어요. 아저씨 같은 들적은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이에요.”


두윤이는 길가를 나뒹굴던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내는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녀석의 손에 들린 작대기를 응시했다.


“설마, 그것으로 날 상대하려는 것이냐?”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두윤이는 제법 험상궂은 인상을 연출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착하게 산다고 맹세하시면 혼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어서 맹세하세요.”


녀석의 모습에 마차 위에 앉아 있던 문노는 물론이거니와 뒤에 타고 있던 금소령마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러니 당하는 사람 기분은 오죽할까. 사내는 처음으로 와락 인상을 긁으며 분노를 터트렸다.

스스로 무공 실력이 구파일방의 장로급에 버금간다고 믿어왔거늘, 한없이 어수룩하게 보이는 녀석이 자신을 작대기로 상대한단다.


연이은 충격에 사내가 비칠 몸을 떨 무렵, 두윤이는 상대에게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음을 간파했다.


“흥! 좋아요. 아저씨는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군요.”


말을 이으며 두윤이는 작대기를 가슴 쪽으로 끌어올렸다.


“절대삼검 제 일초 횡소천군!”


작대기가 날아들자 사내는 혼비백산한 얼굴로 사정없이 몸을 뺐다. 절대삼검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전설상에서나 존재하는 천존, 그런 그와 동시대를 산 절대적인 무인 천검(天劍). 그 천검의 성명 절기가 바로 절대삼검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녀석의 검초가 바로 절대삼검이란다.


사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윤이를 쏘아봤다. 그러다 곧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말았으니. 뒤이어 내뱉은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횡소천군!’


“감히! 나 사황대를 능멸하다니!”


‘챙!’


사내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검을 빼 들었다. 수십 명의 사람을 도륙하면서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던 그였는데.


“가만두지 않겠다!”


사내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별다른 초식 없는 그냥 막무가내의 돌진. 그만큼 흥분하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두윤이는 나름대로 사내의 돌출행동에 잔뜩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절정의 보법을 전개하고 말았으니.


“에잇! 무형보법, 나려타곤!”


두윤이는 커다랗게 외치며 한쪽 방향 구르기 나려타곤을 전개했다. 무슨 돌은 사람 마냥 갑자기 땅바닥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는 데, 사내는 물론이고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벙찐 표정을 짓고 만다. 횡소천군은 제쳐두고라도 나려타곤이라니.


삼류 무사들조차 나려타곤을 펼치면 삼 년이 재수 없다고 그냥 칼 맞아 죽는 보법이거늘. 그런데 또 앞에 붙은 무형보법은 뭔가? 중원 제일 경공의 대가라는 무형신투가 지금 이 꼴을 봤다면 지하에서조차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것이다.


“도대체가...”


연신 데구루루 구르던 두윤이는 멍하니 굳어 있는 사내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하핫! 도저히 못 때리겠죠? 그렇죠?”


“······.”


결국, 마차 위에 앉아 있던 문노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저런 놈을 표사로 뽑았다니...’


일행이 처절한 허탈감과 무기력함에 빠져 있을 무렵, 사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검법과 보법을 누구에게 배운 것이냐?”


“흠, 우리 할아버지에게 배웠어요. 왜요?”


할아버지란 말에 사내는 마차 위에 앉은 문노를 쏘아봤다. 문노는 사내의 찡그린 표정을 발견하고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을 맛보았다.


‘내, 내가 아냐! 난 녀석의 할아버지가 아니란 말이야!’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말을 막은 문노. 허나 당황스러움과 쪽팔림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으니. 문득 난데없이 하늘에서 커다란 장소성이 들려온다.


“쓸데없는 곳에 시간 낭비 말라. 금소령의 마차가 마을 객잔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다. 어서 추격하라!”


검은 죽립에 검은 망토를 두른 사내, 그는 마치 새처럼 허공을 날아 장내에 내려섰다. 문노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사내를 쏘아봤다.


‘사황대주까지 나섰을 줄이야.’


“어수룩한 녀석! 빨리 놈들을 쫓아라!”


“존명!”


두윤이에게 충격타를 맞은 사내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번개같이 몸을 날린다. 사황대주는 쫙 째진 눈으로 마차에 앉은 문노와 두윤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허나 아무 말도 않은 채, 다시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문노는 사황대주의 눈동자에 쓰인 글을 또렷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오해야. 이건 오해라고!’


사황대주는 절대 금소령이 저런 놈들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아니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문노는 참을 수 없는 창피함에 검집을 움켜잡았다.


‘차라리 이곳에서 싸우다 죽겠다! 날 말리지마!’


“문노!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세요.”


“아, 알겠습니다.”


문노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재빨리 마차를 몰았다. 한편, 옆에 탄 두윤이는 자신의 검법에 들적이 놀라 달아난 것으로 알고 자랑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었으니.




근 일주일을 달려서야, 일행은 하남(河南)의 성도인 정주(鄭州)에 도착했다. 황하(黃河) 남쪽, 하류에 위치한 하남은 예부터 중원 문화의 발상지였다. 그만큼 역사적 인물도 많이 배출하였으니.


성도인 정주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춘추전국시대 위나라를 포함, 북송(北宋)이 도읍지로 삼았던 개봉(開封)이 있다. 서쪽으로는 그 유명한 낙양(洛陽)이 있으니, 가히 중원 문화의 꽃이라 하겠다.



마차에 탄 채로 정주 시내를 바라보던 두윤이는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제남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못 보던 과일들과 채소, 생선들이 시장 가판을 잔뜩 채우고 있다.


“우와!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발 디딜 틈이 없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어, 그래.”


말고삐를 잡은 문노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것 봐요. 저게 뭐예요? 잠깐이라도 구경하고 가면 안 돼요?”


“안 돼.”


“앗! 저렇게 큰 물고기는 난생처음 봐요. 대체 이름이 뭘까요?”


“몰라.”


“할아버지는 정말 무미건조해요. 이렇게 멋진 곳을 그냥 지나치다니요. 저라면 당장 마차를 세우겠어요. 할아버지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안 나.”


문노는 마차를 꺾어 커다란 객잔 앞에 세웠다. 멋들어진 문 앞에서 점소이가 마중을 나와 말고삐를 건네받으려다가 만다. 거의 상거지 꼴인 마차의 모습에 눈을 흘기는 점소이. 문노는 인상을 쓰며 품에서 동전을 꺼냈다.


“자고 갈 테니 이곳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방 하나, 그리고 식사를 가져오너라.”


점소이의 입이 함지막하게 벌어진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귀한 분을 몰라뵈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최고급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요.”


점소이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던 금소령과 문노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밖에서 두윤이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야! 내가 짐 챙기랬지? 넌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먹는 거야!”



최고급 객실에 짐을 푼 일행은 곧 식당으로 내려갔다. 커다란 식탁에 온갖 산해진미가 잔뜩 차려져 있다. 두윤이는 난생처음 보는 음식들을 마주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반면, 금소령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깨작거리며 젓가락을 움직였다. 문노는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공자님, 다른 것을 올리라 할까요?”


금소령이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에요. 그냥 입맛이 없네요.”


“먼 길에 지치셨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셔야 합니다.”


“알아요. 그렇지만, 음식을 넘길 수가 없어요.”


문노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하남에 도착하면서부터 걱정으로 잠이 오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두윤이 녀석은 젓가락을 움켜쥔 채 은근슬쩍 이쪽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입맛이 없으시다니 안되셨군요. 제가 대신 먹어드릴까요?”


“넌 좀 빠지면 안 되냐. 짐은 정리하고 내려온 거야?”


“이미 다 정리했어요. 유광이 아저씨가 도와주셔서 일찍 끝냈죠.”


“유광이가 누군데?”


“저기 저분이요. 정말 친절하신 분이에요.”


문노는 녀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아까 일행을 안내했던 점소이가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있다. 벌써 통성명을 하고 안면까지 텄나 보다.


“내가 경고하는데, 모르는 사람과 함부로 통성명하지 마라. 적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이니까.”


두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알았으면 됐다.”


“그런데 안 드세요? 음식이 식어요.”


“너나 식기 전에 처먹어라!”


문노의 핀잔에 금소령이 만류하고 나선다.


“그만 하세요. 먼 길을 오느라 두윤이도 힘들었을 겁니다. 두윤아, 내 생각 말고 먼저 먹으렴.”


“하핫! 잘 먹겠습니다.”


맛난 음식을 신나게 퍼먹는 녀석을 보며 문노가 눈살을 찌푸린다.


“넌 무슨 젓가락질을 왼손으로 하냐? 바른손으로 해야지.”


돼지고기를 오물거리던 두윤이가 볼을 부풀린다.


“왼손으로 먹어도 음식 맛은 똑같다고요. 바른손으로 먹어야 맛있다면 당장 그렇게 하겠어요. 그리고요. 바른손이란 말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럼 왼손은 나쁜 손인가요?”


“옛말에 왼손으로 밥을 먹으면 복 달아난다는 말이 있다.”


문노의 구박에 두윤이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쥐었다. 꼼지락거리는 모양이 영 어설프다. 식탁에 음식이 뚝뚝 떨어지는데.


“아아! 전 굶어 죽고 말 거예요. 젓가락질을 다시 배우려면 무한한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왼손으로 젓가락을 쥘 수는 없어요. 복이 모두 달아나버리면 비참한 운명을 맞이할 테죠. 평생 슬픔의 바다를 허우적대며 눈물로 지새울 날을 생각하면 너무나 억울해요!”


“······.”


“단지, 단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했을 뿐인데 그런 비참한 운명을 감내해야 한다니. 인생이란 그런 건가요?”


문노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제발 그만 좀 해. 밥맛 떨어지잖아!”


문득 옆에 앉은 금소령이 소매를 들어 눈가를 훔친다.


“흑흑, 너무 슬픈 이야기야. 만약 내게 그런 운명이 찾아온다면 차라리... 차라리!”


‘얼씨구?’


문노는 가슴을 치며 냉수를 들이켰다.


“그런데요. 할아버지를 보면서 희망이 생겼어요. 할아버지는 별로 복에 겨운 것 같지 않다고요. 혹시 어릴 적에 왼손으로 밥을 드셨나요? 그때 복이 몽땅 빠져나간 거라면...”


“됐어. 그냥 아무렇게나 처먹어!”


결국, 항복 선언을 하자 두윤이는 승리자의 표정이 되어 다시 왼손으로 젓가락을 쥐었다.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돼지고기 볶음, 어쩐 일인지 젓가락이 머뭇거린다.


“또 왜? 괜찮으니까 어서 먹으렴.”


두윤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가 그러셨거든요. 음식은 여럿이서 나눠 먹어야 한다고 말이에요. 그럼 더 맛있다고 하셨어요.”


“······.”


“물론 이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혼자 먹으려니까 별로 맛이 없는 것 같아요.”


문노와 금소령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봤다.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줄 곳 혼자 밥을 먹었어요. 그럴 때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았죠. 솔직히 모래알을 씹어본 적은 없지만요.”


금소령의 가늘고 길게 드리워진 눈썹이 파르르 떨려 든다.


“어머니께서 언제······. 그럼 이제까지 혼자 살아온 거니?”


“엄마는 제가 일곱 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엄마 약을 구하러 가셔서 아직까지 소식이 없으시고요. 장평 아저씨 말로는 할아버지가 돌아오시지 못할 거래요. 전 장평아저씨 말이라면 다 믿지만요, 그 말만은 절대 믿지 않아요. 언젠가 할아버지께서 엄마 약을 구해오시리라 믿지만...”


두윤이가 뒷말을 흐리며 고개를 떨어뜨린다. 금소령은 다급히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음식이 식잖아요. 문노도 어서 식사하세요. 음식은 다 같이 먹어야 맛있답니다.”


문노는 엉겁결에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맞아요. 같이 먹으면 언제나 맛있어요.”


두윤이도 질세라 젓가락을 들고 합세한다. 금소령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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