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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아포칼립스 생존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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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곶이다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0 08:49
최근연재일 :
2024.09.17 20:2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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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4,571

작성
24.08.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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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종단(2)

DUMMY

광신도.


뜻은 간단하다. 특정 종교에 미친놈들.


원래라면 그뿐이었을 것이다. 그저 미친 사람. 세상에 널린 광인들 중 일부.


그러나 괴이니 뭐니 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현재,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들이 정말로 그저 미쳤을 뿐인 사람에 불과할까?


카퍼톤은 우리를 근처 카페로 이끈 뒤 이 의문에 대해 답해주었다.


“그것들은 위험해. 좀비나 슬라임 같은 괴물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들이 숭배하는 이단의 신이 정말로 있나요? 위험하다는 건 신으로부터 힘을 받았기 때문에?”

“신이라기보다는 괴물이라고 하자. 물론 있긴 있어. 그것들이 힘을 내려주는 것도 맞고. 광신도 중 지위가 높은 놈들은 초인, 아니, 인간형 괴이라고 할 만하지. 하지만 내가 위험하다고 한 이유는 다른 거야. 생각해 봐, 인간의 천적이 뭐겠냐?”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광신도가 위험한 이유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군요.”

“맞아. 도구도 쓰고, 무리도 짓고, 함정도 파고, 정말 드물지만 우리와 협력하기도 하지. 놈들은 공포를 조장하고 혼돈을 퍼뜨리는 방법을 알아. 모든 광신도들의 특징이지. 어쨌든, 현 상황에 집중해 보자면.”


카퍼톤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아까 그 문양은 ‘진홍의 손’ 교단의 것이야. 우리에겐 안타깝게도 세상에서 가장 돌아버린 씹새끼들 중 하나지.”

“진홍의 손?”

“특징은 피와 살, 고통을 좋아한다는 거야. 그것들과 관련된 몇 가지 이능, 다시 말해 초능력을 가지고 있어. 어차피 상대는 내가 할 거니 너무 많이 알 필요는 없지만 만약 놈들에게 붙잡힐 것 같으면 자살하는 걸 추천할게.”


자살 권유 이전에 초능력이라는 말이 신경 쓰였다. 당연하지만 초능력도 있구나. 내가 알던 세상은 대체 뭐였을까.


카퍼톤은 사색이 된 김한수와 이다영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이 지나치게 일반인의 감수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다행히 마포역까지는 멀지 않아. 게다가 놈들도 어둠에 영향을 받는 건 똑같아. 가자. 내 지론인데, 겁날 땐 움직여야 돼.”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에는 직선의 대로가 존재했지만 그 길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대로를 따라 주기적으로 불이 피워져 있었고 곳곳에 이단의 문양이 그려진 상태였다. 그건 마치 지나갈 수 있으면 한 번 지나가 보라고 협박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으로는, 이 근처에는 좀비가 없었다. 또한 시체 같은 것도 잘 보이지 않고 건물 역시 대부분 멀쩡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보다 배 이상 공을 들여 신중하게 이동했다. 시간은 자정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고 긴장 때문에 난 땀이 식어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진홍의 손 교단의 광신도들을 처음으로 본 건 그즈음이었다.


앞서 걷던 카퍼톤이 멈추라는 수신호와 함께 빠르게 몸을 낮췄다. 우리가 살금살금 지나는 저 골목 앞쪽 대로변에, 그들이 있었다.


광신도들은 딱 봐도 정신이 나갔다는 걸 알 수 있는 차림새였다.


마치 미국의 KKK단을 연상시키는 망토를 뒤집어썼는데, 차이점이라면 그게 피처럼 붉은색이라는 거였다. 또한 각기 횃불, 도끼, 채찍, 두꺼운 책, 가시추가 달린 철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놈들이 개줄 같은 걸로 목을 묶어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다영이 경악에 숨을 들이켜는 게 느껴졌다. 나 역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의 상태는... 맨 정신에 볼 만한 게 아니었다.


순간 카퍼톤이 우악스럽게 손을 뻗어 우리 모두를 아예 바닥에 밀착시켰다.


세 광신도 중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망토 때문에 시선이 정확히 어디로 향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피부 위로 다리가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퍼톤이 메고 있던 총을 추스렸다.


싸우려는 건가? 정말? 하지만 저들을 죽이면...

인간은 좀비와 다르다. 놈들의 동료가 추적해 올 것이다.


일단 나 역시 조심스레 총으로 손을 가져갔다. 김한수 역시 이에 동참했다.

손가락을 조정간에 올려두었다. 카퍼톤이라면 이쪽을 보지 않고도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알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땀이 흘러 땅에 떨어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그렇게 경직된 몇 초가 지났다.


“......”


저 앞의 광신도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놈의 시선이 거두어지자 피부의 간질거림 역시 사라졌다.

이 느낌은 뭐였을까. 이게 바로 초능력의 일종인가? 아니면 단순히 내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건가.


놈들이 사라지고도 몇 십초 정도가 지나서야 우리는 이동을 재개했다. 걸음을 옮기는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거의 다 왔어. 이제 정말 코앞이다.”

“광신도들이 지하철역을 점거하지는 않았을까요?”


지금까지는 이 불안한 추측이 현실로 드러날까 봐 주의했지만, 거의 다 왔다는 말을 들으니 참을 수 없었다.


“그러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 얘기 할 때 아니다. 집중해.”


그건 모든 질문을 차단하는 단호함을 품고 있었다. 다만 카퍼톤은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우리는 아까 이후로 광신도들을 다시 마주치지 않았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놈들의 주의를 끌 만한 어떤 실수도 없었다.

개처럼 끌려다니던 사람들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떠올랐지만 그 외에는 비교적 평온하게 지나온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정면으로 약 100미터 정도 이동해 좌측으로 꺾는 것뿐이었다. 그럼 그 앞에 5호선 마포역의 출구가 있을 터였다.


...그런데 마지막 교차로에 도달했을 때였다. 운명이 우리의 평온을 용납하지 못하는 건지 문제가 발생했다.


난데없이 너덧 명의 사람들이 우리가 통과해야 할 길을 막고 있었다. 코너를 돌아야 했기에 카퍼톤 역시 그들의 존재를 미리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어둠을 베일 삼아 즉시 몸을 숨겼지만, 그들은 우리 존재를 확신하는 듯했다. 그중 한 사람이 정면으로 걸어 나오더니 입을 열었다.


“음, 혹시 거기 누구 있나요~?”


그 남자는 지극히 평범한 복장에 목소리도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래서 오히려 소름끼쳤다. 정상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카퍼톤이 속삭였다. 날선 긴장감이 느껴졌다.


“모두 조정간 안전 풀어.”


딸각.


“총 쏠 때 주저하지 마. 저것들은 못 고쳐. 만약 안 쏘면, 내가 너희를 쏜다. 알겠냐?”


사람들이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사실, 거기 계신 거 알고 있어요.”

“나와 보세요. 뭘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도와줄게요. 안전한 곳이 있답니다.”


카퍼톤이 말했다.


“저것들을 쓰러뜨린 뒤 무조건 역으로 뛰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승강장까지 내려가. 그럼, 신호한다.”


그의 세 손가락이 차례대로 접혔다. 소총을 든 내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기이이이잉.


카퍼톤의 총이 깨어났다. 그는 몸을 일으킨 즉시 번개 같은 속도로 총을 갈겼다.


퍼버버버벅.


사람 둘이 순식간에 육편이 됐다.

나도 총부리를 올렸다. 견착하고, 상대를 겨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군대에 있었던 터라 제법 익숙했다.


투웅.


사격의 반동이 몸을 타고 퍼진다.


...진짜로 쐈다. 사람을 상대로. 총구에서 튀어나온 불빛으로 어둠이 한순간 사라지고, 우리 쪽으로 접근하던 이들의 표정이 잠시 드러났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뭐가 즐거운 걸까?


투두두두.


총알이 빗발친다. 저들은 우리 중 누군가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난 지금 몇 명을 죽인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 내가 생명을 뺏었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총이 이토록 무서운 무기라는 걸 처음 알았다.


골목에서 빠져나오자 저 멀리 지하철 출구가 보였다.


카퍼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며 근처 골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뼛속까지 오한이 들게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우우우우우ㅡ”


군인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씨발.”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본 내 입에서도 무심코 씨발이 튀어나왔다. 저 뒤편에 막 모습을 드러낸 존재 때문이었다.


그건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짐승이었다. 정확히는, 아까의 그 붉은 망토를 입은 광신도 중 하나가 거대한 네발짐승 위에 타고 있었다.


짐승은 어깨 높이가 2미터에 달할 듯했고, 털 없이 매끈한 피부에 마치 경주견과 같은 체형이었다.

특이한 건 그 머리통이다. 분명 몸은 개인데 인간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심지어 치렁치렁 길게 자라난 검은 모발까지. 진짜 인간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


광신도 기수가 카퍼톤에게 말했다.


“그 총, 그리고 네게서 나는 모욕적인 냄새... 넌 재단의 개구나!”


기이이이잉. 파바바바밧.


카퍼톤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총을 갈기며 소리칠 뿐이었다.


“뭐해, 뛰어!”


탱크도 갈아버릴 총탄이 빛살처럼 쏟아지자, 거대한 괴물 개는 서둘러 몸을 피했다. 그러나 놈은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도 조금 고통스러워할 뿐 큰 문제는 없는 듯했다.


그러는 동안 이다영이 가장 먼저 역 출구에 도착했다. 그녀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대신, 자세를 잡고 우리 뒤쪽의 적들을 향해 총을 갈겼다.


두두두두두!


총구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려서 솔직히 너무 두려웠다. 금방이라도 내게 눈 먼 총알이 날아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로 김한수가 도착했다. 그 역시 뒤돌아 내 뒤편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직후 내가 발을 들여놓았다.


이제 남은 건 카퍼톤 뿐이었다. 그는 차와 건물 등을 발판 삼아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개를 견제하느라 쉽사리 몸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지하철역을 향해 달려오는 광신도들은 이미 백여 명을 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쉬지 않고 쏟아부었지만 놈들은 쉽게 무력화되지 않았다. 머리가 날아가는 게 아니면 꾸역꾸역 몸을 일으켰다. 꼭 무슨 재생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조금만 더요! 힘내세요...!”


카퍼톤이 거의 다 왔을 때, 우리 셋은 광신도들 대신 개에게 화력을 집중했다.


두두두두, 퍼버버버벅!


“크르르르릉...!!”


전신에 수십 발의 총알이 박힌 사람 얼굴의 개가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럼에도 기수는 놈을 다그쳐 추격을 이어나가려 했지만, 그 틈은 카퍼톤에게 기회였다.


군인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어 소리쳤다.


“머리 감싸고 엎드려!”


이전에 봤던 수류탄과는 다른 구슬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한 가지 아쉬운 거라면, 카퍼톤이 우리의 반응속도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 생각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게 폭발하기 전에 머리를 감싸고 엎드릴 수 없었다.


둥ㅡ


파편이나 불꽃 대신, 순간 기이한 소리를 동반한 투명한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꼭 거대한 종소리 같았다.


도대체 무슨 효과인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내게는 아주 심각한 타격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갑작스레 온몸에 힘이 빠져 무릎을 꿇었을 뿐이다.


그러나 적들에게는 다른 것 같았다. 시야를 가득 메웠던 광신도들이, 갑자기 자신의 머리나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끄르르르륵, 그아아아아!”

“끼야아아아아!!”


광란이 펼쳐졌다.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반투명한 연기 같은 무언가가 그들의 몸속에서 빠져 나오는 게 보였다. 연기를 토해낸 이들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널브러졌다.


그러나 괴물 개를 탄 기수는 조금 달랐다. 그는 타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꼿꼿이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의 피부를 타고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지하철역 출구에 도착한 카퍼톤이 나와 김한수, 이다영을 단숨에 둘러멨다. 그리고는 날 듯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적들은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다. 추격을 포기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따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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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물의 세계 NEW 13시간 전 68 9 13쪽
24 23화. 피난(4) 24.09.16 99 14 15쪽
23 22화. 피난(3) 24.09.14 123 12 12쪽
22 21화. 피난(2) 24.09.13 139 10 12쪽
21 20화. 피난 +3 24.09.12 158 12 14쪽
20 19화. 피난처(8) +1 24.09.11 164 14 15쪽
19 18화. 피난처(7) +1 24.09.10 166 14 15쪽
18 17화. 피난처(6) 24.09.09 182 12 13쪽
17 16화. 피난처(5) +2 24.09.07 198 16 13쪽
16 15화. 피난처(4) +1 24.09.06 200 11 15쪽
15 14화. 피난처(3) +1 24.09.05 207 15 14쪽
14 13화. 피난처(2) +2 24.09.04 220 16 14쪽
13 12화. 피난처 +2 24.09.03 226 15 13쪽
12 11화. 종단(7) 24.09.02 235 16 12쪽
11 10화. 종단(6) 24.08.31 235 17 13쪽
10 9화. 종단(5) 24.08.30 256 16 12쪽
9 8화. 종단(4) +1 24.08.29 260 18 14쪽
8 7화. 종단(3) +1 24.08.28 260 15 12쪽
» 6화. 종단(2) +1 24.08.27 278 15 12쪽
6 5화. 종단 24.08.26 316 15 14쪽
5 4화. 도래(4) +1 24.08.24 332 17 12쪽
4 3화. 도래(3) 24.08.23 367 18 14쪽
3 2화. 도래(2) 24.08.22 405 18 13쪽
2 1화. 도래 24.08.21 532 20 11쪽
1 프롤로그 +2 24.08.21 616 2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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