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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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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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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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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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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싸움꾼

DUMMY

승호는 타고 나갔던 배를 다시 탔다. 사공이 말을 시킬까봐 뱃삯을 미리 건네고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 밀항선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같지 않아 걱정이 밀려왔다.

사공은 개성 쪽 나루에 배를 대고 승호를 내려주었다.

승호는 배에서 내려 집으로 가지 않고 주막으로 향했다.


승호는 주막에 들어가 주모를 찾았다. 그녀에게 대형 선박의 선주에 대해 물었다.

주모는 수다스럽게 아는 척을 했다.

승호는 그녀가 별로 아는 것이 없음을 눈치 챘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다. 그녀의 수다에서 한 마디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선주 백서수를 찾아봐야겠다는 것이다.


다음 날, 승호는 개성성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에게 백서수의 집을 물었다. 자남산 서쪽이라고 했는데, 지리를 몰라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 앞쪽에서 걸어오는 털보와 수하를 발견하고 뒤돌아 걸었다.

“국수, 갑자기 오던 길 뒤돌아 어디 가시나?” 털보가 승호의 등 뒤에다 소리쳤다.

승호는 못 들은 척 뒤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야, 어디 가?” 털보가 목소리를 높이며, 승호에게 달려갔다.

승호가 달려오는 발소리에 뒤돌아보았을 때, 털보에게 팔목을 잡혔다.

“왜 모른 척 하는 거야? 다시 만나면 바둑 한 판 두기로 했잖아? 하하하.” 털보가 승호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승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하지도 않은 약속을 제멋대로 들먹이는 털보에게 위협을 느꼈다.

“아악!” 승호가 대답 없이 팔목을 빼내려고 하다가 소리쳤다.

털보가 놓치지 않고 더 힘껏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어디 가는 거야?”

“그냥 바람 쐬러 나왔소.” 승호는 이 상황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되는대로 대답했다.

“그럼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하자.”

“술 생각 없소.”

털보는 승호의 말을 무시하고 잡았던 손목을 끌고 주막으로 향했다.

승호는 힘으로 뿌리칠 수 없어 털보에게 끌려갔다.


“한 잔 먹자.” 털보는 승호를 향해 잔을 들며 권했다.

정만이라 불리던 수하는 승호의 곁에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마치 도망가지 못하도록 곁을 지키는 것 같았다.

승호도 결국 포기하고 잔을 들어 마셨다.

“넌 왜 개성에 와 있냐?” 털보가 잔을 비우며 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왜 개성에 와 있소?” 승호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하하하, 이놈 대답은 안 하고 되물어. 하하, 대단한 놈이네. 정만아, 이놈 겁대가리가 없지 않냐?”

“예, 형님!” 정만은 대답하며 승호에게 눈을 부라렸다.

“정만아, 어디 겁나서 술 마시겠냐? 뭔 눈을 그렇게 부라려? 너도 서 있지 말고 앉아서 술이나 한 잔 해라”

“예, 형님!” 정만은 대답하고 앉아서 털보에게 술을 받았다.

“정만아, 우리 왜 개성에 온 거냐?”

“예?” 정만이 당황해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하하, 넌 술이나 마셔라. 얘기는 내가 할게.” 털보는 다시 술 한 잔을 들이켜고 승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노름하다 속임수 쓰는 놈이 있었지. 난 그런 놈들 제일 싫어하거든. 속임수 쓴 손모가지를 잡아 비틀고는 잘라버리겠다고 했어. 근데, 같은 패거리 놈들이 달려들어 한 바탕 싸움이 벌어졌지. 서울에서 네가 바둑의 최고수이듯이, 나도 서울에서 최고의 싸움꾼 아니겠냐? 하하하. 어쨌든, 재수도 없이 비실비실한 놈이 한 주먹에 가버리더군. 그 자리에서 숨이 넘어갔단 말이지. 도성 안에서 노름하다 살인을 저질렀으니 안 도망칠 수 있겠냐?”

“예? 살인이요?” 승호는 놀라서 반문했다.

“뭘 그렇게 놀라? 싸움판에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거지.”

“그건 그렇고, 도망쳤다며 서울에서 멀지도 않은 개성에서 이렇게 활보해도 되요?” 승호는 털보의 대담함에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요즘 같은 시국에 뭐가 걱정이야?”

“예? 요즘 같은 시국이요?”

“요즘 서울 난리 난 것 같더라. 어제 개성의 기병들 출병하는 것 못 봤어? 개성 군병들도 빼가는 판에 서울에서 나 잡으러 올 병력이 있겠어?”

“그렇군요.” 승호는 털보의 합리적인 판단에 감탄했다.

“근데, 시국이 정리되면 이렇게 돌아다닐 수나 있을는지? 그래서 청나라로 망명할까 생각 중이야.”

“예? 청나라 망명이요?”

“그래, 조선 땅에서 쥐새끼처럼 숨어사느니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청나라에는 어떻게 가려고요?” 승호가 털보의 말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의주까지 가서 파수 군병들도 있는데 압록강을 건너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래서 뱃길을 알아보려고 하지.”

“예? 뱃길이요?” 승호는 이런 우연이 있을까라고 느끼며 물었다.

“그래, 뱃길로 가려면 사견선을 띄워야 하지 않겠냐?”

“예? 사견선이요?”

“그럼, 바다를 항해하려면 사견선이 있어야지, 강에서 세곡이나 실어 나르는 조운선 가지고 바닷길로 나갈 수 있겠어?”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 개성에 그런 배를 가진 선주가 있어요?”

“그럼, 백서수란 선주가 대형 사견선을 두 척이나 가지고 있다던데, 자남산 근방에 산다고 해서 찾아가보려고 하다가 이렇게 널 만난 게 아니냐?”

“예? 백서수요?” 승호는 연이어 겹치는 우연에 놀랐다.

“너 뭘 그렇게 궁금해 하는 거야? 너도 혹시 청나라 가려는 거냐?”

“예에? 아니요. 그게 아니라···” 승호는 들킨 마음을 감추려고 술을 한 잔 들이켰다.

“뭘 그렇게 당황해?”

“그게 아니라, 형님, 백서수 찾아가실 때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승호는 정만처럼 털보를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부탁했다.

“왜 너도 사람을 죽였냐? 아니면 돈이라도 훔쳤냐? 그래서 청나라 가려고? 하하하.”

“아니에요,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요.” 승호는 털보를 따라가려고 마음먹었지만, 어떤 이유를 대야 할지 몰라서 그냥 부정했다.

“그러고 보니, 너 변 역관 집 노비 아니냐? 내기바둑 둘 때 사람들이 하는 얘길 들은 것 같아.”

“예, 맞아요.” 승호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긍정했다.

“너 혹시 한어 할 줄 아냐?

“예? 어, 그러니까··· 한어는 좀 할 줄 알아요.” 승호는 환심을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래, 아주 잘 됐다. 너 청나라 가면 내 밑에서 일 해볼래?”

“예? 그건 나중에 얘기하죠. 우선은 백서수한테 데려가 주세요.”

“그래, 나중에 데려갈게. 아니다, 술은 나중에 마시고 지금 당장 가보자.”

털보가 남은 술을 털어 마시고 일어서자 승호와 정만도 따라 일어섰다.


정만이 앞장서 길을 물어 백서수의 집을 찾았다.

털보가 문을 두드렸고, 승호와 정만이 뒤에 서 있었다.

“백 선주 계시냐?” 털보는 문을 여는 문지기에게 다짜고짜 하대를 하며 물었다.

“뭐야?” 문지기는 털보를 흘겨보았다.

“뭐긴 뭐야? 선주 집에 있냐고?” 털보가 인상을 쓰자 뺨의 상처가 깊어졌다.

“선주님 안 계셔. 출타하셨다.” 문지기는 털보의 험상궂음에 위압감을 느꼈지만 대거리를 했다.

“그래, 그럼 들어가서 기다리지, 뭐.” 털보가 문을 밀며 들어섰다.

“이놈 뭐야? 어딜 함부로 들어와!” 문지기가 털보의 가슴팍을 밀쳤다.

털보는 밀리지 않고 버티고 서서 문지기의 팔을 내려쳤다. 그러고 나서 몸을 수그리는 문지기의 가슴팍을 발길로 내질렀다.

문지기는 뒤로 나가떨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문지기가 넘어지자 마당에 있던 하인 여섯이 털보에게 달려들었다.

문밖에 서 있던 정만이 그걸 보고 마당으로 뛰어들었고, 승호는 어쩔 줄 몰라 그냥 뒤에 서 있었다.

문지기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정만은 그걸 보고 몸을 돌려 문지기를 가로막았다.

문지기는 정만의 머리를 표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렀고, 정만은 상체를 숙여 피한 후 허리를 튕기며 팔꿈치로 가슴을 가격했다. 문지기는 또 다시 나가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만이 더 이상 가격하지 않고 눈을 부라리자 문지기는 주저앉은 채 엉덩이를 뒤로 밀며 물러섰다. 그러고는 털보를 바라보자 털보는 손바닥을 펼쳐 앞으로 내밀며 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털보는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하인들의 동작을 가늠했다.

첫 번째는 팔을 벌리고 털보를 잡으려 했고, 털보는 옆으로 피하고 왼손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양쪽에서 달려들었고, 털보는 공중으로 몸을 날리고 다리를 양 옆으로 뻗어 둘의 얼굴을 동시에 타격했다.

가격당한 셋은 뒤로 물러섰고, 나머지 셋이 털보를 에워쌌다.

털보는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을 옆으로 흘리고 팔을 앞으로 뻗어 네 번째의 코를 가격했다. 그 사이 뒤에서 휘두른 주먹을 상체를 숙여 피한 후 다섯 번째의 배를 가격했다. 그 사이 깍지를 끼고 내리치는 여섯 번째를 팔뚝을 들어서 막고 다리로 바닥을 쓸며 발목을 후려쳤다.

셋 다 무방비 상태로 뻗었고, 털보는 더 이상 가격하지는 않았다.

여섯 명은 뒤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러선 채 더 이상 달려들지 않았다. 모두들 털보가 봐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야 이놈들아, 손님 오셨으면 안으로 모시지 뭔 주먹질이냐?” 한 옆에서 싸움 구경하던 집사가 하인들에게 소리쳤다.

하인들과 문지기가 고개를 숙이고 모두 물러났다.


집사가 털보 일행을 백서수에게 안내했다. 그러고는 털보만 방안으로 들이고 승호와 정만은 밖에 있도록 했다.

“앉으시오. 서울에서 오셨다고. 그래, 무슨 일로 오셨소?” 백서수가 털보에게 물었다.

“뱃길로 청나라에 들어가려고 그러오.” 털보가 단도직입했다.

“어허, 큰일 날 소리하시는구먼. 조선 정부가 외양항해를 엄금하는 것 모르시오? 게다가 청나라도 마찬가지로 해금(海禁)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바닷길로 청나라에 간다고? 허허허.” 백서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듣자하니, 청나라 물건을 많이 중개하신다고 그러던데, 그건 모두 육로로 온 것이오? 하하하.”

“어디서 무슨 소릴 듣고 오신지 모르겠소.” 백서수가 모른척했다.

“장산열도(長山列島)에 있는 무인도에서 물자를 거래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 하하하. 청나라 항구로 들어가 달라는 게 아니잖소? 거기까지 태워주시고 청나라 배에 옮겨 탈 수 있도록 소개 좀 해주쇼. 뱃삯은 두둑하게 드리겠소.”

“나도 뱃삯을 두둑이 챙기면 좋지만, 나라가 금지하는 일을 어떻게 하겠소?”

“그렇죠? 어차피 나도 못 가는 거라면 나라에 고발하는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하.”

“허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선금 여기 있소.” 털보가 백서수에게 큼직한 은덩이를 내밀고서 말을 이었다. “이거 넣어두시고 잘 생각해 보시오.”

“어허, 이거 뭐요? 이 정도라면···” 백서수는 은덩이의 크기에 마음이 동해서 말을 끌었다.

“우선 넣어두고 생각해보쇼. 그리고 아까 나한테 맞은 선주님 하인들이 있으니, 거기서 조금 떼서 술이나 먹여주쇼. 그럼 이만, 하하하.” 털보는 백서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일어섰다.

승호는 밖에서 털보와 백서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한시름 놓았다. 자신 같았으면 백서수와 담판은 고사하고 아예 만나보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호감인 털보에게 고마움까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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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문지기 22.04.05 168 4 11쪽
44 의심 22.04.02 163 4 12쪽
43 삼촌 22.04.01 170 4 11쪽
42 묵향(墨香) 22.03.31 163 3 11쪽
41 양주(揚州) 22.03.30 181 4 11쪽
40 수중전 22.03.29 164 3 11쪽
39 상선(商船) 22.03.26 171 3 10쪽
38 결의(結義) 22.03.25 173 4 10쪽
37 포구 22.03.24 169 4 11쪽
36 변발 22.03.23 176 4 11쪽
35 탈출 22.03.22 169 5 10쪽
34 무인도 22.01.22 169 5 12쪽
33 생선 요리 22.01.21 173 5 11쪽
32 표류 22.01.20 17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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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출항 22.01.18 179 4 11쪽
29 체포 22.01.17 180 6 11쪽
28 자상(刺傷) 22.01.16 199 5 12쪽
27 무승부 22.01.15 224 5 11쪽
» 싸움꾼 +1 22.01.14 236 5 12쪽
25 도강(渡江) 22.01.13 245 5 12쪽
24 사라진 말 22.01.12 259 3 12쪽
23 종이 가게 22.01.11 257 5 12쪽
22 문맹 22.01.10 27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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